[토요판] 리뷰&프리뷰 / 다음주의 질문
“우리 회장님은 다른 총수들과 달리 법대로 솔직하게 연봉을 공개했는데, 액수가 크다고 무조건 비난받아야 합니까?” “사장님 이름이 신문에 안 나게 하라고 위에서 난리예요.” 대기업의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연간 5억원 이상 받는 등기임원들의 연봉이 공개되면서 벌어지는 촌극 중 일부다. 올해부터 대기업은 연봉 5억원 이상인 등기임원의 개인별 보수를 공개한다. 대부분 회사를 대표하는 회장이나 사장인 공개 대상자들은 눈치 보기가 한창이다. 대다수는 법상 공개시한인 3월31일에 대거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28일 오전까지 연봉을 공개한 등기임원은 9개 회사의 14명이다. 이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9억2445만원이다. 연봉이 가장 많은 등기임원은 재계 1위 삼성의 계열사인 에버랜드의 김봉영 사장으로 18억6700만원을 받았다. 이는 직원 평균 연봉의 31.1배다. 지에스(GS)건설의 허창수 회장은 17억2700만원으로, 일반 직원의 22.7배를 받았다. 엘지(LG)디스플레이의 한상범 사장은 11억5200만원으로, 일반 직원의 22.6배다. 삼성전자는 공개를 안 했지만, 지난 14일 주총에서 등기임원 4명에게 지난해 339억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실적이 좋은 휴대폰 사업을 맡은 신종균 사장의 연봉이 가장 많을 것으로 본다. 예상이 맞는다면 신 사장의 보수는 최소 100억원은 될 듯하다. 삼성전자 직원의 2012년 평균 연봉(7000만원)의 143배다. 이런 격차는 글로벌 기업에 비하면 작은 편이다. 지난해 에스앤피(S&P)500(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500개 대기업)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받은 보수는 일반 직원의 354배다. 재계는 보수 공개가 사내 위화감 조성과 노사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보수언론은 ‘반기업 정서’를 자극한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이는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것이다. 보수 공개의 취지는 누가 얼마를 받는지 엿보거나, 무조건 헐뜯기 위한 게 아니다. 최고경영자에 대한 보상을 투명하게 공개해 주주들이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해 영업이익이 37조원에 이르는 삼성전자의 사장이 받는 100억원과, 영업이익이 1000억원 수준인 에버랜드 사장이 받는 19억원을 단순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연봉의 크기보다 더 중요한 게 지급 기준이다. 기준만 합리적이라면, 보수 공개는 중장기적으로 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동기부여라는 순기능을 할 수 있다. 지에스건설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313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공동대표였던 허명수 사장과 전문경영인 2명이 지난해 6월 동반 퇴진했다. 전문경영인들은 아예 회사를 떠났다. 그런데 또다른 공동대표였던 허창수 회장은 자리를 지키면서 17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또 동생인 허 사장은 지난해 말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연봉도 6억3500만원을 받았다. 총수 일가와 전문경영인 간에 동일한 잣대가 적용됐다고 보기 힘들다. 회사에 그 이유를 물으니 “오너니까”라고 답한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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