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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5.09 20:14 수정 : 2014.05.09 21:52

지난 4월30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촛불집회. 세월호 참사를 집단경험한 90년대생은 ‘거부세대’ ‘불신세대’가 될까.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다음주의 질문]

“왜 그래야 해요?”

세월호 참사 이후 학교에서 교사들이 새로 듣는 말이라고 한다. 지시를 내리면 학생들이 되묻는다고 한다. 왜 그래야 하냐고.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로 있는 친구가 전해준 이야기다.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말을 그대로 따랐던 또래들의 죽음을 생생하게 지켜본 결과 자연스럽게 체득한 ‘불신’이 아닐까 싶었다. 문득 불신이 이 ‘세월호 세대’를 정의하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졌다.

<트라우마 한국사회>의 저자 김태형은 세대를 ‘동일한 연령대에 역사적·문화적 경험을 공유해 공통적인 집단심리를 갖게 된 사회집단’이라고 정의했다. 이 정의에 따라 김태형은 60년대생을 민주화세대, 70년대생을 세계화세대, 80년대생을 공포세대라고 정의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를 집단경험한 90년대생은 ‘거부세대’, ‘불신세대’가 되지 않을까.

정치팀장이다 보니 “세월호 참사가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에 대해 ‘더 극단적인 세대투표가 될 것 같다’고 답해왔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46%까지 떨어진 갤럽의 5월 첫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60살 이상의 지지율은 78%로 전주에 비해 2%포인트 올랐다. 전체 연령구간을 통틀어 유일하게 상승했다. 반면 19~29살 구간의 지지율은 30%, 30대의 지지율은 24%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정치적 판단에서의 세대 차이가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뚜렷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대투표의 성격이 짙어진다는 것은 표 쏠림이 더해진다는 것이지, 투표율이 높아진다는 뜻은 아니다. <내일신문>이 지난달 30일 전국의 19살 이상 800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률은 19~29살 44.2%, 30대 51.4%였지만, 60살 이상은 77.4%로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실질투표율은 여기서 10%포인트 정도를 빼면 된다고 본다. 이를 토대로 6·4 지방선거 세대별 투표율을 전망해보면 2010년 세대별 투표율(20대 41.1%, 30대 46.2%)보다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세월호 세대와 가장 가까운 19~30살 구간은 ‘분노하지만 심판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유다.

심판을 위한 투표는 누군가를 대신 지지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동시에 정치도 실종됐다. 참사 일주일 뒤 야당의 한 유력정치인은 “지금은 두더지 잡기 게임과 같다. 누구든 먼저 나가면 맞아 죽는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선출된 권력’이라며 행정부와 사법부를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고 낮춰 보던 정치인들이 참사 이후에는 “정부가 먼저 수습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몸을 숨겼다.

어려움과 갈등을 국민과 함께 해결해야 할 정치의 본질을 잊은 행위였다. 그러나 그들은 세월호 세대와 전국민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으로’ 그런 사실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외면하고 있었다. 세월호 세대에게 정치인들은 ‘가만히 있으라’며 먼저 몸을 피한 어른들과 다를 바 없이 비쳤을 것이다. 그런 정치가 던지는 메시지에 대해 세월호 세대는 ‘왜?’라고 되물으며 거부하고 불신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이태희 정치부 정치팀장
세월호 세대가 거부세대로 가면 ‘나 혼자밖에 믿을 게 없다’는 극단적 개인주의로 갈 가능성이 높다. 극단적 개인주의는 정치 혐오 또는 극우의 자양분이 된다.

세월호 세대가 집단적으로 던지는 ‘왜’라는 질문에 개개인의 어른들이 대응해줄 수는 없다. 이들이 입은 집단적 트라우마를 껴안고 해결해야 하는 것이 진정한 정치의 몫이다. 세월호 세대가 거부세대가 될지, 어른들과 손잡고 트라우마를 이겨낸 ‘극복세대’가 될지는 정치, 특히 야당에 달려 있지 않을까.

이태희 정치부 정치팀장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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