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01.27 18:26 수정 : 2012.04.18 09:48

[토요판] 커버스토리

이수자씨는 지난해 연말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조문 이야기에 이르자 극도로 말을 아꼈다. 옆에 있던 딸 윤정씨도 이씨를 거듭 자제시키고 나섰다. 자칫 남북한 양쪽에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지난해 12월26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통해 이씨 모녀의 조문 사실이 알려진 뒤, 보수 논객인 군사평론가 지만원(69)씨와 채병률(82) 실향민중앙협의회 회장은 이씨 모녀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이씨는 조문 당시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이씨는 북에서는 “관 앞에서 시신을 향해 절한 뒤 얼굴 쪽을 제외하고 관을 돌아가며 살핀다”며 “마지막에 가족과 친척들에게 짧게 조의를 표하는데, 그때 김정은도 있었다”도 말했다. 유가족에게 단순한 조의를 표했을 뿐, 김정은과 별도로 앉아 이야기를 나눌 상황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이씨는 “남쪽의 생활감정을 갖고 북한에서 살 수 없을 것”이라는 말로, 조문과 관련해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다는 뜻을 내비쳤다. 딸 윤정씨는 “비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될 수 있는 한 남북 양쪽에서 말을 안 하고 사는 게 통일에 기여하는 우리 나름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문을 마친 이씨 모녀가 지난 1일 오전 부산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하던 당시에도 잠시 소란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입국 당시 세관에서 여행용 가방과 작은 손가방 등을 샅샅이 뒤졌다”며 “휴대물품을 살펴보는 게 아니라 아예 작심하고 종이나 서류를 처음부터 끝까지 일일이 읽어보길래 분해서 눈물이 났다”며 흥분했다.

이씨 모녀와 가까운 이용민 통영국제음악제 사무국장은 “이씨 모녀의 조문은 민족주의자 윤이상의 음악을 알아봐준 북한에 대한 호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씨 모녀가 조문 당시 다른 조문객들과는 달리 김일성 배지를 달고 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이 국장은 “이씨 모녀가 북한을 자주 왕래하는 이유는 북한에 있는 윤이상연구소를 후원하기 위해서”라며 “‘경계인’으로 살 수밖에 없는 모녀의 삶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통영의 이씨 모녀 곁에는 1년생 몰티즈 ‘남이’가 함께 산다. 과거 이씨가 북한에서 기르던 강아지 이름도 ‘남이’였다.

통영/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토요판] 커버스토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