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2.24 20:14
수정 : 2012.02.2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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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사리 입을 뗀 조광래 감독은 “솔직히 동네 조기축구회 감독 바꿀 때도 이따위 엉터리로는 안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한국 축구가 좀더 성숙하고 선진화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뿐”이라는 말을 보탰다. 강재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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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
“창피해서 주위엔 그냥 돈 받고 있다고 말하고 다닌다.”
조광래 감독은 인터뷰 도중 자신의 급여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자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2010년 7월 대표팀 감독에 선임된 조 감독은 애초 대한축구협회와 ‘2+2’ 계약을 맺었다. 오는 7월까지 최종예선전 성적을 지켜본 뒤 2014년 월드컵 본선까지 계약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최소한 7월까지는 급여를 받을 권리를 갖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협회는 지난달 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상태다.
계약기간 안에 경질된 감독의 예우 문제를 놓고 협회가 입길에 오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 8월 경질 통보를 받은 조 본프레레 감독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협회 쪽은 본프레레 감독에게 남은 계약기간에 해당하는 급여 지급을 미루다가 본프레레 감독이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소하려 하자 부랴부랴 ‘목돈’을 쥐여주고 무마한 바 있다.
조 감독과 함께 일했던 코칭스태프 4명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조 감독은 “코치들이 밀린 급여 지급을 요구하러 협회 김진국 전무를 찾아갔더니 왜 (조 감독이) 기자회견할 때 옆에 앉아 있었냐고 따지기만 했다더라”고 말했다. 일종의 괘씸죄에 걸린 꼴이다.
브라질 출신 가마 코치 경우는 더욱 가관이다. 가마 코치가 애초에 협회와 맺은 계약서엔 대표팀 감독이 경질되더라도 후임 감독의 희망에 따라 계속 코치로 남을 수 있는 여지를 열어뒀다. 그럼에도 협회는 새로운 내용이 담긴 계약서를 다시 제시하며 급여 지급을 미뤘다. 이에 가마 코치는 브라질대사관을 통해 협회를 제소한 상태다. 조 감독은 “협회가 경질 사유로 성적 부진 등을 내세운 데 대해, 가마 코치 변호사는 현재 1등을 달리고 있는데 1등보다 더 좋은 성적이 있느냐며 어이없어하더라”고 전했다. 국내 코치들도 머잖아 협회를 제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 감독은 “솔직히 내 이름이 거론되는 게 싫어 제소까지 할 마음은 없다”면서도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해놓고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걸 용인한다면 나중에 다른 지도자들도 똑같이 당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덧붙였다. 최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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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 전 감독은
진주고에 진학해 늦깎이로 축구를 시작했으나, 고교 재학 시절 진주고를 두차례 정상에 올려놓을 만큼 발군의 실력을 나타냈다. 1974년 연세대에 진학했고 그해부터 86년까지 국가대표 선수로 뛰었다. 허정무, 박성화 등이 함께 활약한 74학번 동기들이다. 선수 시절 ‘컴퓨터 링커’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정확한 패스를 자랑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본선 무대를 밟은 86년 멕시코월드컵에선 미드필더로 참가해 차범근, 허정무, 최순호 등과 주전으로 뛰었다. 하지만 이 대회 예선 마지막 경기인 이탈리아전에서 후반전 자책골을 넣어 상처를 입기도 했다. 그 경기에서 우리나라는 2 대 3으로 아쉽게 패배해 예선 탈락의 아픔을 맛봐야 했다.
87년엔 대우팀의 플레잉코치를 맡아 지도자로 변신했고, 이후 23년간 K리그에서 부산 아이콘스, 안양 엘지(LG), FC서울, 경남FC 등을 거치며 지도자 생활을 했다.
2010년 7월 허정무 감독의 뒤를 이어 대표팀 감독에 선임돼 아시안컵, 월드컵 지역예선 등에서 지휘봉을 쥐었으나, 일본과 레바논에 잇따라 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감독직에서 전격 경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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