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
한국축구 어디에 서 있나
‘정몽준의 축구협’ 16년만에 끝
선수 출신이 요직 맡았지만
조광래 경질·내부 비리 시끌
국제기구서도 비주류 신세
대한축구협회 행정의 잇단 난맥상으로, 최근 한국 축구계가 이쪽저쪽에서 욕을 먹고 있다. 과연 한국 축구는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가? △축구협회 행정·외교력과 축구 인프라 △각급 국가대표의 국제대회 경기력 △클럽축구 문화 등 세가지 측면에서 점검해본다.
한국 축구는 2002년 한·일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와 그에 따른 성과물을 바탕으로 10년 동안 비약적 발전을 이뤄왔다. 한·일월드컵 개최 이전에만 해도 30억원대 예산의 축구협회였지만, 이후 나이키를 비롯해, 케이티(KT), 하나은행, 교보생명 등 굵직굵직한 스폰서들이 줄을 선 덕분에 이제는 1년에 1000억원대를 주무르는 매머드급 경기단체로 발돋움했다.
축구협회는 넉넉해진 재원과 월드컵 잉여금을 바탕으로 권역별로 5개의 축구센터(파주, 용인, 천안, 목포, 창원)를 건립하는 등 인프라를 대폭 확충했다. 전국에 월드컵경기장도 10개나 구축돼 있다. 인프라 측면에서만 보면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한국 축구가 된 셈이다.
그러나 축구 행정을 총괄하는 축구협회 내부를 들여다보면, 개선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1993~2008년 정몽준 회장 시절 축구 행정은 정 회장 측근인 현대 쪽 사람들이 주도했다. 사무총장과 국제담당 국장에 능력을 갖춘 인사가 배치돼 축구 행정과 외교의 효율성을 높였다. 물론 그 때문에 축구인은 배제된 채 현대 쪽 사람들이 축구 행정을 쥐락펴락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이후 2009년 초 새 회장 선거를 통해 축구인 출신 조중연 회장 체제가 되면서 행정은 전적으로 축구인들 손에 넘어갔지만, 행정은 다시 아마추어 수준으로 퇴보했다. 조 회장은 협회 행정의 기둥 격인 사무총장 자리는 공석으로 놔둔 채, 축구인 출신 김진국 전무 체제로 지난 3년 동안 협회를 이끌어왔다. 국제담당 업무도 축구인 출신 김주성씨가 총괄해왔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 기술위원회 절차를 무시한 회장단의 조광래 감독 전격 경질, 그리고 올해 초 회계담당 비리 직원에 대한 퇴직위로금 1억5000만원 지급 등으로 낙후된 축구협회 행정이 일거에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조 감독의 경질로 기술위가 ‘회장단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거셌다.
축구 외교력 부재는 더욱더 한국 축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초 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이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 선거에서 낙선하면서 한국 축구는 국제무대에서 아무런 발언권과 힘을 가질 수 없게 됐다.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의 위상은 더욱 초라하다. 중동과 일본세에 완전히 밀려 있고 아시아축구연맹 집행위원 24자리 가운데 하나도 차지하지 못할 정도다. 아시아 축구의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 철저히 소외된다는 뜻이다. 16년 동안 축구협회를 이끌어온 정몽준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뒤 축구협회 행정과 외교력은 더욱 추락한 꼴이 됐다.
국제경기력 측면에서 보면, 거스 히딩크 감독의 한국 축구대표팀이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이후, 각급 대표팀에서 잇단 성과를 얻어냈다. 허정무 감독의 축구대표팀은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원정 16강’에 성공했다. 그해 9월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린 2010 17살 이하(U-17) 여자월드컵에서는 최덕주 감독의 대표팀이 일본을 결승에서 제치고 우승하며 금자탑을 쌓았다.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피파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순간이었다. 앞서 이집트에서 열린 2009 20살 이하(U-20) 월드컵에서는 홍명보 감독의 대표팀이 8강 진출을 이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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