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
노동자기업 우진교통의 성공 비결
청주에서 가장 큰 시내버스 회사
부실경영·비리로 2004년 부도
171일 파업 끝 노동자가 회사 인수
“곧 망할 것” 예측 깨고 15년째 순항
정보공유 투명경영이 첫째 비결
“비리 소지 없앴더니 흑자 되더라”
비정규직 없애자 주인의식 높아져
“위기 왔을 때 허리띠 조르고 단합”
2005년 1월 노동자자주관리기업으로 출범한 우진교통은 임금과 징계 등 모든 것을 주인이자 노동자인 구성원들이 결정한다. 지난 14일 오후 다달이 한번씩 열리는 자주관리위원회 회의에 앞서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우진교통 본사 건물 앞에서 김재수 대표(앞줄 왼쪽 다섯째)와 박우용 노조위원장(앞줄 왼쪽 넷째) 등 자주관리위원들과 직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청주/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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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명이 넘는 직원 가운데 대표이사만 빼고 모두 노조원이다. 대표도 전직 민주노총 충북본부 사무처장 출신이다. 이 회사의 노조위원장은 경영팀의 일상적인 업무보고부터 이사회 격인 자주관리위원회 참석까지 회사의 크고 작은 모든 일에 대표와 함께하고 도장 찍는다. 임금 기준도 대표와 동일하다. 게다가 사실상 모든 직원이 정규직이다. 명실상부한 ‘노동자 기업’이다. 부도난 회사를 인수해 2005년 1월 노동자자주관리기업으로 출발한 청주의 시내버스회사 우진교통 이야기다. 구성원 모두가 주인이면서 노동자인 우진교통은 금방 망할 거라던 주변의 예측과 달리 15년째 힘차게 달리고 있다. 우진교통은 지난달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우진교통 이야기>(저자 강수돌) 책 출판회를 열어 새로운 경영패러다임의 탄생을 자축했다. 우진교통은 자본가나 대주주 없이도 성공할 수 있는 노동자기업의 좋은 모델이자,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봄햇살 같은 희망이다. 지난 14일 충북 청주시 우진교통 본사에서 김재수 대표와 박우용 노조위원장 등을 만나 성공 비결과 과제를 들어봤다.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우진교통은 투명경영으로 첫해부터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14일 오전 우진교통의 경리직원과 현장 노동자들이 현금으로 받은 버스비를 정리하고 있다. 청주/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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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의 시내버스 회사인 우진교통은 주인인 노동자가 모든 것을 스스로 운영한다. 2005년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출범 때부터 우진교통 대표를 맡고 있는 김재수 대표(가운데)가 동반자 관계에 있는 박우용 노조위원장(맨 오른쪽)과 총무부장에 해당하는 염갑수 자주관리실장과 함께 지난 14일 오전 청주 상당구 우진교통 본사 1층 현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청주/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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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우진교통 대표는 민주노총 충북본부 사무처장으로 있다가 2004년 파업 때부터 합류했다. 그는 첫 임기 3년을 마치고 민주노총으로 복귀를 희망했으나, 구성원들이 만류해 지금까지 대표를 맡고 있다. 청주/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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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교통 노조에서 김재수 대표에게 준 명예조합원 위촉패 등이 대표이사실에 진열돼 있다. 청주/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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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격인 자주관리위원회에
현장 선출 노동자가 더 많아
사내교육으로 정체성 강화도 타회사와 월급 같지만 복지 많고
65살까지 근무로 만족감 높아
명실상부한 자주기업 지속 위해
협동조합으로 회사 전환 추진
우진교통은 일반회사의 이사회에 해당하는 자주관리위원회를 한달에 한번씩 연다. 자주관리위원회는 대표와 노조위원장, 각 부서장 등 당연직 7명과 현장에서 선출한 노동자 대표 8명으로 구성된다. 지난 14일 우진교통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자주관리위원회 회의에 앞서 김재수 대표(가운데)와 박우용 노조위원장(오른쪽), 박진하 이사(왼쪽) 등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청주/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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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형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청주 우진교통 노동조합사무실 벽에는 전태일 열사와 조합 초대위원장인 변정룡 전 지부장의 사진이 걸려있다. 청주/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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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교통의 노동자들은 임금과 복지가 다른 회사에 비해 좋은데다가 65살까지 일할 수 있어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우진교통의 제2차고지에서 한 노동자가 차를 정비하고 있다. 청주/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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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형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우진교통의 제2차고지에 마련된 승무원 휴게실 모습. 청주/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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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드라곤 등 자본주의 대안으로 주목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이란
우진교통, 키친아트, 해피브릿지
우리나라에서도 성공 사례 등장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이란 말 그대로 노동자 스스로가 경영하는 기업을 뜻한다. 노동자가 반드시 주인(소유)이 아니어도 자주관리는 가능하지만, 대개는 노동을 제공하는 노동자가 기업의 주인이다.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은 주식에 따라 1표를 행사하는 주식회사와 달리 구성원이 똑같이 1표를 행사하며, 수익 배분도 구성원이 결정한다. 노동자자주관리의 역사는 19세기 후반 유럽의 혁명적 생디칼리스트 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노동자자주관리는 20세기 들어서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초기 사례는 1917년에서 27년까지 활발하게 운영됐던 미국 켄터키주의 힘러(Himler)석탄회사가 대표적이다. 석탄 가격 하락과 대기업과의 경쟁에 밀려 개인 소유주들에게 매각돼 사라지긴 했지만, 힘러석탄회사는 이후 노동자자주관리회사 탄생에 영감을 줬다. 사회주의 체제였던 유고슬라비아(1945~1992년)도 오랫동안 국가 차원에서 노동자자주관리제를 실시했다. 공산당이 거시 경제정책을 관리했지만, 기업은 노동자들이 자율적으로 직접 운영했다. 유고슬라비아가 노동자자주관리제를 실시하던 초기인 1955년 스페인 바스크 지방에서 5명이 모여 울고르(Ulgor)라는 기업을 설립했다. 이 기업은 동등한 투표권을 가진 노동자가 모든 경영상의 결정을 내리고, 이윤은 노동자의 자본 계정으로 직접 분배되는 식으로 운영됐다. 이 기업은 이듬해 몬드라곤 마을의 한 건물로 이사했다. 오늘날 가장 유명하고 성공적인 협동조합인 몬드라곤의 출발이다. 몬드라곤은 지난해 말 직원 수 약 8만5천명에 매출과 고용에서 스페인 10대 기업 중 하나다. 몬드라곤처럼 협동조합은 대표적인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이다. 2009년 비영리 클리블랜드 재단이 출연한 자본금으로 설립된 미국 오하이오주의 에버그린 협동조합도 대표적인 예다. 1970년대 이탈리아와 프랑스, 포르투갈, 영국 등 유럽과 2000년대 초반 아르헨티나 등 남미에서도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이 많이 나타났다. 부실 경영 등으로 인해 폐업이나 구조조정이 추진될 때 노동자들 주도로 기업을 인수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엄청난 부채를 떠안고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이 출범했지만, 대략 87%의 기업이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노동자 주인이 되다-우진교통 사례를 중심으로’, 국제전략센터 연구보고서, 2018년 2월) 우리나라는 일제로부터 해방된 직후 주요 기업들을 해당 노동자들이 인수해 자주적으로 관리한 역사가 잠깐 있었지만, 다시 등장한 것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 사태 이후부터였다. 부도난 회사의 브랜드와 자산 일부를 넘겨받아 출발한 키친아트(2001년), 기존 회사를 노동자들이 인수한 대구의 광남자동차(2002년)가 본격적인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시대를 열었다. 이후, 시내버스회사인 우진교통(2005년)에 이어 진주의 삼성교통(2005년), 대구의 달구벌버스(2005년), 진주의 시민버스(2007년)가 잇따라 노동자자주관리기업으로 새 출발 했다.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면서 노동자협동조합이 많이 나타났다. 직원협동조합이라고도 부르는 노동자협동조합은 조합원과 직원이 분리되는 생협(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나 신협, 농협과는 달리 조합원이 직접 해당 기업의 직원으로 일한다. 원래 주식회사로 출발했다가 2013년 협동조합으로 바꾼 해피브릿지가 대표적이다. 쿱택시와 도우누리, 우렁각시 등도 노동자자주관리기업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역시 내부적인 갈등과 경영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키친아트는 초반에 경영진이 공금을 횡령했다가 퇴출됐으며, 한국택시협동조합도 지난해 초대 박계동(전 국회의원) 이사장이 불투명한 운영 등의 혐의로 해임되는 등 내분을 겪고 있다. 박강태 ‘일하는 사람들의 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노동자협동조합에서 초기의 갈등과 내홍은 한번씩 겪는 것이다. 몬드라곤도 그랬다”며 “난관을 헤치고 빨리 정착하기 위해서는 우진교통처럼 민주적인 리더십과 교육을 통한 구성원들 간의 정체성 공유 등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이란
우진교통, 키친아트, 해피브릿지
우리나라에서도 성공 사례 등장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이란 말 그대로 노동자 스스로가 경영하는 기업을 뜻한다. 노동자가 반드시 주인(소유)이 아니어도 자주관리는 가능하지만, 대개는 노동을 제공하는 노동자가 기업의 주인이다.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은 주식에 따라 1표를 행사하는 주식회사와 달리 구성원이 똑같이 1표를 행사하며, 수익 배분도 구성원이 결정한다. 노동자자주관리의 역사는 19세기 후반 유럽의 혁명적 생디칼리스트 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노동자자주관리는 20세기 들어서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초기 사례는 1917년에서 27년까지 활발하게 운영됐던 미국 켄터키주의 힘러(Himler)석탄회사가 대표적이다. 석탄 가격 하락과 대기업과의 경쟁에 밀려 개인 소유주들에게 매각돼 사라지긴 했지만, 힘러석탄회사는 이후 노동자자주관리회사 탄생에 영감을 줬다. 사회주의 체제였던 유고슬라비아(1945~1992년)도 오랫동안 국가 차원에서 노동자자주관리제를 실시했다. 공산당이 거시 경제정책을 관리했지만, 기업은 노동자들이 자율적으로 직접 운영했다. 유고슬라비아가 노동자자주관리제를 실시하던 초기인 1955년 스페인 바스크 지방에서 5명이 모여 울고르(Ulgor)라는 기업을 설립했다. 이 기업은 동등한 투표권을 가진 노동자가 모든 경영상의 결정을 내리고, 이윤은 노동자의 자본 계정으로 직접 분배되는 식으로 운영됐다. 이 기업은 이듬해 몬드라곤 마을의 한 건물로 이사했다. 오늘날 가장 유명하고 성공적인 협동조합인 몬드라곤의 출발이다. 몬드라곤은 지난해 말 직원 수 약 8만5천명에 매출과 고용에서 스페인 10대 기업 중 하나다. 몬드라곤처럼 협동조합은 대표적인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이다. 2009년 비영리 클리블랜드 재단이 출연한 자본금으로 설립된 미국 오하이오주의 에버그린 협동조합도 대표적인 예다. 1970년대 이탈리아와 프랑스, 포르투갈, 영국 등 유럽과 2000년대 초반 아르헨티나 등 남미에서도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이 많이 나타났다. 부실 경영 등으로 인해 폐업이나 구조조정이 추진될 때 노동자들 주도로 기업을 인수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엄청난 부채를 떠안고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이 출범했지만, 대략 87%의 기업이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노동자 주인이 되다-우진교통 사례를 중심으로’, 국제전략센터 연구보고서, 2018년 2월) 우리나라는 일제로부터 해방된 직후 주요 기업들을 해당 노동자들이 인수해 자주적으로 관리한 역사가 잠깐 있었지만, 다시 등장한 것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 사태 이후부터였다. 부도난 회사의 브랜드와 자산 일부를 넘겨받아 출발한 키친아트(2001년), 기존 회사를 노동자들이 인수한 대구의 광남자동차(2002년)가 본격적인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시대를 열었다. 이후, 시내버스회사인 우진교통(2005년)에 이어 진주의 삼성교통(2005년), 대구의 달구벌버스(2005년), 진주의 시민버스(2007년)가 잇따라 노동자자주관리기업으로 새 출발 했다.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면서 노동자협동조합이 많이 나타났다. 직원협동조합이라고도 부르는 노동자협동조합은 조합원과 직원이 분리되는 생협(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나 신협, 농협과는 달리 조합원이 직접 해당 기업의 직원으로 일한다. 원래 주식회사로 출발했다가 2013년 협동조합으로 바꾼 해피브릿지가 대표적이다. 쿱택시와 도우누리, 우렁각시 등도 노동자자주관리기업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역시 내부적인 갈등과 경영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키친아트는 초반에 경영진이 공금을 횡령했다가 퇴출됐으며, 한국택시협동조합도 지난해 초대 박계동(전 국회의원) 이사장이 불투명한 운영 등의 혐의로 해임되는 등 내분을 겪고 있다. 박강태 ‘일하는 사람들의 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노동자협동조합에서 초기의 갈등과 내홍은 한번씩 겪는 것이다. 몬드라곤도 그랬다”며 “난관을 헤치고 빨리 정착하기 위해서는 우진교통처럼 민주적인 리더십과 교육을 통한 구성원들 간의 정체성 공유 등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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