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
외국인 유학생 14만명 시대
2018년 외국인 유학생 14만명 넘어
중국, 베트남, 미국 등 181개 나라
경희대, 성대, 고대, 연대 등 많아
다양한 동기로 유학…학위과정만 8만
대학가 중국·인도 등 외국음식점 늘고
할랄음식 코너도 구내식당에 등장
기숙사, 원룸 주로 이용…집정보 공유도
대학원학생회에 외국인 회장 첫 당선
유학생 최대 고민은 한국말 습득
강사들 “강의 때 또박또박 말해”
학비·생활비 마련하려 알바 뛰기도
일부 불법취업 등 법 위반 증가세
대학 재정 위해 적극 유치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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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한겨레>의 사진 취재에 응하겠다고 나선 세종대의 외국인 유학생 2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툰 한국말과 프랑스어, 영어, 중국어, 말레이시아어 등 다양한 언어로 대화를 나누며 활기차게 걷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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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대학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낯선 언어들이 들려오는 것을 문득 느낄 수 있다. 중국, 베트남, 이슬람권, 미국 등 거의 전세계에서 온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 외국인 유학생은 한국에 무엇을 배우러 오고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한국 대학 문화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명실상부한 ‘글로벌 캠퍼스’가 돼가고 있는 대학가를 들여다봤다.
연초록 새싹들이 돋아나고 더러는 꽃봉오리도 터진 3월의 봄, 대학 캠퍼스는 개학과 함께 젊음의 생동으로 가득 찬다. 활기 넘치는 분위기는 똑같지만 2019년 봄, 한국 대학 캠퍼스가 20년 전, 10년 전과 사뭇 다른 점도 있다.
여기저기서 중국어, 영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 다양한 외국어로 대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히잡을 쓴 여학생, 머리카락 색깔과 피부색이 다른 학생들이 스쳐 지나간다. 5000여명의 외국인 학생이 다니는 서울 고려대 근처 안암거리에서 베트남 음식점을 운영하는 윤국규(44)씨는 “요즘 가게 바깥 거리에 나서면 몇 걸음마다 외국어를 들을 정도”라며 “여행용 가방을 끌고 가는 외국인이 부쩍 보이면 ‘아, 방학이 시작됐구나’ 하고 안다”고 말했다.
교육통계서비스(KESS)를 보면, 외국인 유학생은 2014년까지 8만명대를 유지하다가 2015년부터 빠르게 늘어 지난해엔 14만2205명을 기록했다. 어학연수, 교환학생 등을 제외하고 학위과정(학사·석사·박사)만 따져도 8만6036명에 이른다. 중국인이 6만8537명으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2만7061명), 몽골(6768명), 우즈베키스탄(5496명), 일본(3977명), 미국(2746명) 등이 뒤를 이었다. 출신국가는 181개 나라로 사실상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온다고 봐야 한다. 대학별로 보면 경희대(5778명), 고려대(5412명), 성균관대(4773명), 연세대(4116명), 한양대(3913명) 등의 순으로 유학생이 많았다. 서울에만 6만1천여명이 있다. 대학마다 외국인 학생 지원센터가 생겨나고 정부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유학정보 사이트(
studyinkorea.go.kr)를 운영 중이다. 최근엔 포스텍 대학원에서 인도인 소우라브 사르카르(27·박사과정)가 대학원생 총학생회장에 당선되면서 국내 첫 외국인 학생회장이 탄생했다.
외국인 유학생 14만 시대, 한국의 캠퍼스는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
출신 나라도 각각, 동기도 각각
지난 18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법학관 안 카페에서 중국인 슈펑하오(26, 법학 석사과정)를 만났다. 그는 요즘 고려대 일반대학원총학생회에서 유학생위원장으로 활동한다. “총학생회에서 외국인 학생 문제를 다룰 때 다른 유학생들의 의견을 듣고서 학생회에 얘기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꽤 유창한 한국어로 그는 “중국인 학생이 많은 건 아마도 가깝기 때문인 듯하고, 한국의 경제성장이나 기술 수준, 한류 문화 등에 영향을 받아 오는 학생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대엔 중국인 유학생 단체도 2곳이나 있다. 이 중 한 단체(고려대 중국 학생 및 학자 연합회)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한 회원은 졸업생을 포함해 7000~8000명에 달한다고 한다. 물론 고려대에 중국인 학생만 있는 건 아니다. 그는 “같은 학과에 터키인도 있고 인도인도 있는데, 다들 공부를 따라가기 바쁘다”고 말했다.
각자의 동기와 목표를 지니고서 한국을 찾은 외국인 학생들이 캠퍼스 곳곳에 삼삼오오 모이거나 거닐며 여러 언어로 대화하는 모습은 유학생이 많은 대학들에서는 이제 일상의 풍경이 됐다.
외국인 유학생 지원단체인 ‘쿠이사’(KUISA)에 참여하는 고려대 학부생인 캐나다인 에밀 펠르티(20·국제학부)는 “국제 비즈니스에 필요한 한국어를 배우려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 대학을 찾아왔다”고 했다. 또다른 국제학부생인 미국인 제리 클린턴(24)은 “한국 경제와 정치에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양 외국인이 동양 외국인에 비해 한국인한테 더 친절한 도움을 받는 것 같다” “서양 유학생과 중국 유학생은 따로 노는 성향이 있다” “미국 대학과는 달리 한국 대학에서는 끈끈한 정이 있어 좋지만, 취업을 위해 경쟁하는 분위기는 다소 생소하기도 하다” 등의 말도 했다.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캠퍼스의 거리에서 만난 새내기 대학생 일본인 겐모치 히로카(21·인문과학계열)는 일본에서 다니던 대학을 자퇴하고 한국 대학을 선택했다. 그는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한국과 일본에 관련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고, 그래서 한국 대학 진학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기자가 듣기에 그의 한국어 구사는 능숙했지만, 그 역시 “언어 문제가 학교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했다. 그래도 한국 학생이 외국인 학생을 1대1로 만나 도움을 주는 ‘글로벌 버디’라는 제도가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했다.
세종대생 마테스 지아스세코(26·브라질과 포르투갈 이중국적)는 실용음악을 배우려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다니던 작은 실용음악학교를 그만두고 지난해 한국에 왔다고 한다. “우연한 기회에 세종대를 추천받아 편입학했다”는 그는 유창한 한국어로 “기숙사에 살고 동아리 활동도 하면서 너무 만족한다”고 말했다. 케이팝과 대중가요를 좋아해 대학원까지 마친 뒤에 한국에서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식당, 원룸…대학가 풍경도 달라져
대학 주변 거리에도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6시 무렵에 찾은 고려대 근처 안암거리에서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만나 반가운 대화를 나누는 외국 젊은이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거리에 있는 음식점도 ‘국적’이 다양해졌다. 중국 간체로 ‘훠거, 마라탕’이라고 씌어 있는 중국 음식점이 자주 눈에 들어왔다. 한 베트남 음식점의 주인은 “요즘엔 새로 가게가 열리면 대부분 중국 상점들”이라며 “길 건너에 중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통신서비스 가게도 최근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한 미용실에는 ‘환영 중국 유학생, 중문(중국어) 가능’이라는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인도 음식점도 많았고, 할랄 음식(이슬람율법을 따르는 무슬림이 먹는 음식) 인증 식당도 들어섰다.
성균관대 주변 거리에서도 비슷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중국 유학생을 위한 통신서비스 가게의 중국인 주인은 “한국 통신서비스는 장기 약정이 기본이라 유학생들이 꺼리는데 우리는 유학생 맞춤형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지방에서도 우리 상점을 찾아 올라오는 고객이 있다”고 말했다.
주거문화도 바뀌었다. 성균관대 주변의 한 부동산중개사무소 대표 조아무개(46)씨는 “주로 중국 학생들이 고객”이라며 “일부 유학생들은 집안에서도 신을 신는 ‘입식 생활’을 고집해 집주인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그래서 계약할 때 피해보상의 특약 조건을 달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엔 미리 관련 계약조항 등을 두어 이런 갈등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예전 대학가 하숙집의 주인과 학생 관계처럼 유학생들과 끈끈한 정을 나누는 주민도 있다. 부동산중개업을 하며 본인도 유학생에게 월세로 방을 임대하고 있다는 유아무개(50)씨는 “우리 집에서 여러 유학생과 함께 살고 있는데 졸업하고서 세관원이 된 중국인 학생과는 지금도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다”며 “지금 함께 사는 유학생도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유학생은 기숙사와 대학 주변 원룸에서 사는 경우가 많으며, 같은 나라 학생들끼리 비슷한 곳에 몰려 살기도 한다. 유학생 단체들에서는 전세나 월세 계약서를 쓸 때 주의할 점들에 관한 정보를 서로 공유한다. 서울대 외국인학생회(SISA)의 누리집에서도 유학생을 위한 생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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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국제학부에 다니는 캐나다인 에밀 펠르티(20·오른쪽부터)와 미국인 제리 클린턴(24)이 외국인 학생 도우미 단체 ‘쿠이사’(KUISA)의 회원인 안현담(26·한국사학과), 이승현(24·경제학과)씨와 함께 교정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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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큰 고민은 언어와 학비
고향과 가족을 떠나 낯선 땅에서 보내는 20대의 유학생활은 사실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언어 장벽은 가장 먼저 닥친 문제다. 영어 전용 수업이 늘고 있지만, 대부분 한국어로 수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수업을 듣고 시험을 치르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터키에서 온 고려대생 메르베(25)는 “어떤 때에는 (한국 대학 생활이) 좋다는 생각도 들지만 외국인 휴대폰에선 열 수 없는 ‘hwp’ 파일의 공지 자료가 오면 외국인 학생을 생각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한국어나 영어로 써야 하는 시험 답안에 유학생이 자신의 모국어로 답을 써내 난감한 경우도 있다. 이정우(28·비교정치학) 고려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은 “모국어로 써낸 답안에 점수를 주지 않자 학생이 항의하는 경우도 있어 조교들이 애를 먹는다는 얘기를 듣곤 한다”고 말했다. 경기대에서 외국인 대상으로 경제학 수업을 한 김어진(50) 강사는 “말은 웬만큼 해도 글 쓰는 데엔 서툴러 외국인 학생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따로 구술시험으로 평가를 보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의 방식이나 문화도 바뀌었다. 김어진 강사는 “무심코 한 말에 문화 차별을 느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또박또박 천천히 말하고 복잡한 복문을 되도록 쓰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수업 중에 수행하는 ‘조별 과제 평가’에서는 한국인 학생들이 한국 문화와 언어에 서툰 외국인 유학생과 같은 조에서 활동하기를 꺼리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많은 유학생들에게 학비와 생활비 마련은 큰 고민거리다. 고려대 학부생인 캐나다인 에밀 펠르티는 “캐나다에서 장학금 지원을 받고 미리 벌어둔 돈을 합쳐 유학을 왔는데 거의 다 떨어진 상태다.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데 유학생 비자(D-2)를 최근 갱신해 곧바로 취업해도 되는지 몰라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인 제리 클린턴도 비슷한 이유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고 있는 중이다. 일부 유학생들은 방학 때 등 귀국할 때 한국 제품을 대량으로 사들여 고향의 지인들에게 팔아 부족한 학비와 용돈을 보충하기도 한다.
한국 음식도 유학생이 겪는 어려움 중에 하나다. 연세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네팔인 수실 데브코타 박사(현재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원)는 “지금은 번데기 빼고 한국 음식을 두루 좋아하지만 유학생활 초기엔 네팔에서 발효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어 한국 음식을 먹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특히 이슬람율법이 허용하는 ‘할랄 음식’을 가려 먹는 무슬림 유학생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무슬림 학생들은 학교에서는 먹을 음식이 별로 없어 굶기도 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여러 논의를 거쳐 할랄 음식 식당을 열었지요.” 서울대 내 구내식당인 감골식당에는 ‘할랄 음식 코너’가 따로 있다. 여러 논의와 준비를 거쳐 2018년 4월 처음 문을 열었다.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의 김태수 에프에스(FS)사업팀장은 “이왕 하려면 제대로 하자는 데 뜻이 모여서 ‘할랄 인증’을 받은 음식재료와 식기뿐 아니라 조리 과정도 할랄 기준에 맞춰 음식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할랄 전용 퇴식구도 따로 운영한다. 이 할랄 식당은 2016년 오명석 교수(인류학과)가 대학 최고의결기관인 서울대평의원회에서 처음 제안해 추진됐다. 오 교수는 “할랄 음식은 종교나 문화 차이의 문제가 아니라 굶는 학생들을 위한다는 인권 차원의 문제라고 봤다”며 “많은 한국 학생들도 이런 점을 배려해 할랄 식당에 적극 호응해주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낮 감골식당에서 할랄 음식을 먹고 있던 이집트인 마흐무드 엘가리 박사후연구원(원자핵공학과)은 “할랄 아닌 음식은 먹지 않아 날마다 이곳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곳을 알기 전엔 집에서 직접 할랄 음식을 조리해 가지고 다니며 먹었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습니다.” 유정규(24·경제학부)씨는 “독특한 향과 맛 때문에 가끔 할랄 음식을 먹는다”며 “대학에서 외국인 학생들을 받는다면 이들을 위한 음식 문화를 배려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할랄 음식은 하루 평균 80인분이 팔리지만 현재로선 적자로 운영된다. 노근숙 생활협동조합 본부장은 “할랄 인증을 받은 식자재가 비싸기 때문에 고전하고 있지만 의미도 있고 호응도 좋아 어렵더라도 계속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서울대 장학복지과장은 “할랄 음식 코너는 외국인 유학생을 비롯해 다양한 학교 구성원을 문화적으로 배려하자는 뜻에서 시행된 사업”이라며 “외국인 학생을 위한 다른 좋은 복지 사업도 제안된다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대학 식당의 할랄 음식 코너는 서울대 외에 한양대, 세종대, 경희대 등에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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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유학생들은 다니는 대학의 문화에 푹 빠져 강한 소속감을 보이기도 한다. 사진은 두 대학 간 친선 경기대회에서 응원전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연세대(왼쪽)와 고려대 유학생들의 모습. 고려대, 연세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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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 등 어두운 그늘도
여러 나라에서 온 유학생들의 처지는 서로 많이 다르다. 학위과정인지 연수과정인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학사 과정의 학부생, 석·박사 과정의 대학원생이 있고, 이와 별개로 어학연수생, 교환학생도 다수를 이루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은 대부분 정원외 학생으로 선발된다.
외국인 유학생이 빠르게 늘어난 데에는 교육 여건이 좋은 한국 대학을 일부러 찾는 외국인 학생이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등록금이 사실상 동결된 대학들이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학생을 적극 유치하려는 정책을 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 사립대 교직원은 “교육 국제화에 도움이 되고 외국인 학생 수가 대학평가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외국인 학생을 적극적으로 받고 있다. 이들의 등록금이 대학 재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립대 교수는 “외국인 유학생이 늘어나는 건 좋지만 언어 능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이 들어오고 대학은 유학생을 위한 교육 여건을 갖추지 않는다면 여러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학생이 늘면서 체류조건을 어기는 불법체류 건수도 늘어났다. 법무부 자료를 보면, 유학생들의 불법취업 등 출입국관리법 위반 건수는 2017년 8248건(학위 유학 1112건, 어학연수 7136건)에서 2018년에 1만3945건(학위 유학 1419건, 어학연수 1만2526건)으로 크게 늘었다. 법무부 쪽은 “유학생을 유치한 대학 중 불법체류율(20% 이상)이 높은 대학에 대해서는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 심사를 통해 비자 발급을 제한하거나 비자 심사를 강화해 책임을 묻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심사평가에선 인증을 통과한 대학이 134개교, 비자 제한 대학이 24개교였다. 이 인증을 받으면 비자 발급 과정이 간소화되는 등 유학생 유치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도권 대학이 지방 대학으로 유학생들을 넘기는 경우도 있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지금은 유학생 비자가 변경될 때엔 이를 엄격하게 심사해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의 학위과정 유학생(D-2)과 어학연수 유학생(D-4-1)에게는 취업 제한이 다른 비자가 따로 발급된다.
“다양성 포용하는 캠퍼스 문화를”
서로 다른 문화에서 살아온 유학생은 한국 대학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도 가지각색이다. 누구는 도서관에서 전자도서를 쉽게 검색하고 열람할 수 있는 시설에 감동했다고 했고, 누구는 아침까지 열려 있는 도서관 열람실에 놀랐다고 했다. 누구는 선후배를 따지는 서열문화에 낯선 충격을 받았다고 했고, 쉽게 이해하기 힘든 한국어인 ‘눈치’를 보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한 이도 있었다. 한국 음식에 애를 먹었다는 사람도 있지만, 한국 음식이나 케이팝을 너무 좋아한다는 학생도 있었다.
이렇게 많은 유학생이 대학 캠퍼스에서 함께 어우러지려면 우리 사회와 대학의 ‘문화 포용력’도 더 넓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우 고려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은 “문화 다양성을 존중하는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는 여전히 다양성을 포용하는 데에 많이 부족한 듯하다”고 말했다. 오명석 교수는 “외국인 학생”으로 묶어 바라보는 우리 인식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학생이라고 하면 낯설다, 불편하다는 대상으로 보면서 타자화하기 쉬운데 사실 각자의 문화와 역사를 갖추고 있는 학생이다. 그저 ‘외국인 학생’으로 보면 낯선 존재일 뿐이다. 서로 고유한 문화를 이해하려는 공간이나 기회가 많아져야 캠퍼스 문화도 활성화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인도·파키스탄 등 외국인 박사를 여러 명 배출한 공주대 김진권 교수(화학)는 “한국에서 학위를 받은 외국인 박사들은 우리 문화에 익숙해진 고급 인력인데도 박사학위 이후에 한국에서 자리를 잡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한국에서 유학하며 성장한 이들이 한국에서 기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연덕원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외국인 학생을 위한 실질적인 교육 여건이 충분한지, 공부할 능력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고 있는지, 즉 외국인 학생 유치의 근본 이유를 늘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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