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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24 12:52 수정 : 2019.08.24 12:55

[토요판] 커버스토리 / 윤전추 전 행정관의 위증

헌재 탄핵 심판 때 거짓 증언한
윤전추 전 행정관, 유죄 선고받아
2017년 1월5일 헌재 출석 앞두고
유 변호사 두차례 만나 논의
“말해준 것 A4 용지에 적어 외웠다”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 5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은 2017년 1월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증인으로 나가 위증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14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사고 당일 오전에 박 대통령의 행적을 묻는 청구인 대리인의 질문에 “제가 기억하기로는 한 9시경 (대통령이) 집무실로 가는 걸 봤고” “오전 10시 정도 인터폰으로 집무실로 전화를 해서 급한 서류(상황보고서 1보)를 전달”했다고 거짓 증언했기 때문이다.

<한겨레>가 윤 전 행정관의 2017년 11월22일과 23일 검찰 진술조서, 2018년 3월15일 검찰 피의자신문조서를 입수해 살펴보니, 이런 거짓 증언은 유영하 변호사와 사전 논의한 결과물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게 면회를 허용하는 최측근이다. 형집행정지 신청부터 밀린 진료비 대납까지 맡은 사람이다. 또 2017년 4월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뒤 삼성동 자택을 매각하고 내곡동 자택을 구매하며 남은 40억원이 윤 행정관을 통해 유 변호사에게 건네지기도 했다.

윤 전 행정관은 2012년 서울 강남의 한 호텔 피트니스센터에서 일할 때 최순실씨를 만났다. 최씨의 딸 정유라의 운동을 지도하며 가까워졌다. 이후 최씨의 추천으로 박근혜 당시 국회의원의 삼성동 자택에서 운동을 지도했고 박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청와대에 들어왔다. 윤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 임기 초기에는 출퇴근을 했으나 후반부에는 관저에서 숙식을 했던 날이 많았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 심판 심리가 한창이던 2017년 1월2일, 윤 행정관은 증인으로 출석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증인 출석은 박 전 대통령의 대리인 쪽이 건의해 박 전 대통령이 받아들인 사안이었다. 윤 행정관은 대통령에게 도움이 돼야겠다는 생각에 증인 출석을 결심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진술 방법을 몰라 헌재 출석을 앞두고 두차례(1월3일과 4일) 유영하 변호사를 찾아갔다.

“내일 헌재에 출석해야 하는데 어떻게 증언하는 것이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나?”(윤 행정관)

유 변호사는 “첫 증언이니까 잘해줘야 한다”며 세월호 사고 당일에 대한 기억을 물었다. 윤 행정관은 “기억이 나는 사실이 별로 없다”고 했다. 유 변호사는 청와대가 2016년 11월 발표한 ‘세월호 당일, 이것이 팩트입니다’를 토대로 중요한 쟁점을 정리해줬고, 그 내용을 적어두었다가 다음날 헌재에서 거짓 증언을 했다는 것이 윤 행정관의 주장이다.

“당시 유영하 변호사가 중요한 쟁점이라고 알려준 사안은 어떤 것인가?”(검사)

“세월호 사고 당일 (오전) 10시경 제가 관저에서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전해드렸다는 부분, 관저에 집무실이 있다는 부분, 대통령께서 관저 집무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는 부분 등으로 기억한다.”(윤 행정관)

윤 행정관은 1월4일 밤 12시까지 유 변호사와 상의한 뒤 핵심 내용을 A4 용지에 적어 관저에서 외웠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 헌재 재판에 나가 윤 행정관은 허위 증언을 이어갔다. 그는 최씨와 연락한 적이 없고, 고영태씨를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대포폰으로 최씨와 수백통의 전화를 했고, 고씨도 의상실에서 여러 차례 만났다. 최씨가 토요일과 일요일이면 청와대에 들어와 ‘문고리 3인방’과 회의하는 것도 알았지만 모른다고 증언했다. ‘비선진료’, 미용시술 등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기치료 아주머니’, ‘주사 아주머니’, 김영재 원장 등도 자주 만났지만 “한번도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세월호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은 유 변호사와 의논한 대로 진술했다. 관저에 없던 집무실이 생겨난 것이 대표적이다. “유 변호사가 ‘관저에 집무를 볼 공간이 있는지’ 물었는데 내가 ‘서재에서 집무를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유 변호사가 ‘그럼 서재를 집무실이라고 하면 되겠네’라고 했다. 그래서 헌재에 출석해 서재를 집무실이라고 표현했다.”(윤 전 행정관)

세월호 당일 오전 9시께 박 대통령이 집무실(서재)로 들어가는 걸 봤다는 증언도 유 변호사의 ‘작품’이었다. “유 변호사가 ‘대통령이 서재에 들어간 것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 ‘통상 오전 9시경에 미용이 끝나면 대부분 침실로 가지만 서재로 들어간 적도 있었던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유 변호사가 ‘그럼 9시경에 대통령께서 관저 집무실에 들어간 것을 보았을 수도 있겠네’라고 얘기해 그 내용을 받아적었다.”

이날 오전 10시20분께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에서 보낸 첫 상황보고서를 직접 전달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유 변호사가 전날 윤 행정관에게 ‘문건을 받아서 (대통령에게) 준 적이 있느냐’고 물어 ‘가끔 그런다’고 했더니, 세월호 당일에도 그랬다고 할 수 있겠다고 말하면서 만들어낸 진술이다.

“유 변호사의 도움이 없었다면 헌재 출석해 사실과 달리 증언할 수 있었겠나?”(검사)

“아무래도 이 부분은 증언을 구체적으로 하지 못했을 수 있을 것 같다.”(윤 전 행정관)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윤 전 행정관이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헌재의 대통령 탄핵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증한 것은 헌재가 대통령 탄핵 여부를 심리·판단하는 것을 방해한 것”이라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위증을 사전 ‘모의’한 유 변호사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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