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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31 09:13 수정 : 2019.08.31 17:50

[토요판] 커버스토리
정당한 이유 없이 휴가 못가게 하면 ‘직장 괴롭힘’

휴가 3일 이상 붙여쓰기 금지
징검다리 휴가 썼다고 결근 처리
팀장 마음 따라 휴가 결재…

사용자 휴가 시기 변경권 매우 제한적으로만 허용돼
연차수당 연봉 포함도 무효

“징검다리 연휴에 가족과 짧은 해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상사는 연휴라서 직원이 많이 빠질 수 있다며 연차휴가를 다른 날로 옮기라고 했습니다. 오래전에 비행기를 끊었고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터라 바꾸기 힘들다고 했는데도 끝내 받아들이지 않고 결국 결근처리했습니다.”(직장인 ㄱ씨)

휴가 문화가 달라지고는 있지만 유급연차 사용을 두고 ‘갑질’하는 일터는 남아 있다. 고용노동부는 ‘정당한 이유 없이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규정한다. 직장내 괴롭힘을 금지한 법률은 지난 7월부터 시행 중이다. 30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휴가갑질’ 사례를 보면, ‘공휴일 연차휴가로 대체’ ‘부모상 연차에서 차감’ ‘휴가 붙여쓰기 금지’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

직장인 ㄴ씨는 팀장이 휴가 결재를 하면서, 맘에 드는 직원에게는 3일도 승인하면서 맘에 안 들면 반차도 못 쓰게 강제한다고 호소했다. 신입사원인 ㄷ씨는 3일 연속 연차를 쓰지 말라는 요구를 받았다. 휴가를 모아서 연말에 쓰려고 계획하고 항공권도 끊었는데, 회사가 연속 연차사용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가전제품 수리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ㄹ씨는 2017년 5월 징검다리 연휴 때 연차를 신청했다. 회사는 연휴 기간에 수리 접수 물량이 많아질 수 있다며 휴가 승인을 거부했다. 노동자는 휴가를 강행했고 회사는 무단결근으로 징계했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1년간 80% 이상 출근한 노동자에게 최저 15일 이상의 유급휴가를 주도록 돼 있고, 노동자는 1년 범위 내에서 원하는 시기에 자유롭게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만약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다면 사용자는 다른 시기에 휴가를 사용하도록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변경권은 제한적으로 인정된다. 실제 ㄹ씨가 제기한 부당인사취소소송에서 법원은 사용자의 연차휴가 시기 변경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업장의 업무 능률이나 성과가 평소보다 현저히 저하돼 상당한 영업상의 불이익을 가져올 것이 염려되는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노동자의 휴가 사용권을 폭넓게 인정한 셈이다. 직장갑질119 최혜인 노무사는 “사용자가 연차유급휴가를 허락하지 않았다고 이를 무단결근으로 처리할 수 없다. 오히려 정당한 이유 없이 연차유급휴가를 거부했다면 사용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 ㅁ씨는 연차를 신청했더니 공휴일을 연차로 대체했다며 한도를 초과했다고 했다. 회사가 근로자 대표와 서면으로 연차 유급휴가일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다만 그 대표가 누구인지, 서면합의서 내용이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우리나라 모든 공휴일은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따르는데 이 규정의 적용 대상은 공무원이나 학교, 공공기관 등이다. 민간 기업은 이 법의 적용 대상 밖에 있어 노사 합의로 공휴일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 노동조합이 강하고 활성화된 기업은 취업규칙에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넣어 유급휴일로 시행한다. 반면 노조가 없는 회사는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근로기준법은 명절, 공휴일 등 특정일을 지정해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는 것으로 갈음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이를 ‘연차유급휴가 대체제도’라고 한다. 공휴일 등에 쉴 수 있지만, 이는 연차유급휴가를 쓰는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이 제도를 도입하려면 노동자 대표와 서면합의를 해야 한다. 하지만 노동자대표의 선출 방법과 시기, 활동 내용 등에 대한 규정은 없는 상태다. 따라서 현행법상 ‘누구인지 모르는 노동자 대표’라도 연차유급휴가 대체에 서면으로 합의했다면, 사실상 연차유급휴가가 없어진 것과 다름없다.

ㅂ씨 회사는 연차 제도 자체가 없다. 빨간날과 근로자의 날에도 일한다. 근로계약서에 연차수당이 포함된 연봉이라고 명시가 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주말행사, 워크숍에도 빠짐없이 참여해야 한다. 그는 연차수당이 차감되더라도 원할 때 연차를 쓰고 싶다고 했다. 근로기준법은 연차유급휴가를 발생한 지 1년 이내에 사용하도록 하고, 1년이 지나면 연차수당 청구권으로 전환되도록 한다. 그런데 ㅂ씨처럼 연차유급휴가 수당을 연봉에 포함하면 노동자 의사와 상관없이 유급휴가를 사용할 권리가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연차유급휴가를 사전에 금전으로 정산하는 사전매수협약을 무효라고 해석하고 있다. 만약 ㅂ씨의 회사가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 볼 수 있다고 직장갑질119는 설명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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