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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28 10:38 수정 : 2019.09.28 10:40

[토요판] 커버스토리
‘핑크칼라’에 쏠린 여성 자영업자

5년 이상 여성 27.1% vs 남성 31.5%
매출 적은 영세업종 몰려 있고
산재보험·국민연금 가입률 낮아
전문가들 “사회안전망 취약”

서울시 중부여성발전센터가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도화소어린이공원에서 연 ‘서울시여성일자리박람회-꿈을 창업하라’ 모습. 이 박람회에서 여성 창업자들은 자신이 만든 물품을 창업매대에서 판매했다. 서울시중부여성발전센터 제공
폭력성 업무방해나 성희롱, 성폭력에 노출된 여성 자영업자들은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손님을 제한하는 등 매출 기회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는 여성 자영업자의 영세함과 높은 폐업률과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 자영업자의 생존율 분석’(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7) 통계를 보면, 자영업에 진입하는 경우는 남성보다 여성이 많지만 5년 넘게 영업을 계속한 비율인 ‘생존율’은 더 낮았다. 신한카드 가맹점 빅데이터를 통해 본 이 통계엔 2002년부터 2016년까지 여성이 자영업을 시작한 경우는 313만5692건으로 집계됐다. 남성(235만1611건)에 견줘 33%(78만4081건) 더 많았다. 반면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창업한 자영업자 중 5년 이상 영업을 이어간 ‘5년 이상 생존율’은 남성과 여성이 각각 31.5%, 27.1%로 여성이 뒤떨어졌다. 이 조사에서 남성보다 여성의 생존율이 높은 자영업종 상위 3개는 미용실, 유흥주점, 화장품 가게였다. 문유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성 자영업자들이 식음료나 이미용, 숙박 등 적은 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영세하고 불리한 업종을 선택하다 보니 폐업률이 높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폐업을 하지 않더라도 여성 자영업은 남성에 비해 매출 규모가 영세하다. 통계청의 ‘자영업자 현황분석’(2016)을 보면, 자영업자의 연간 매출액 구간 분포를 성별로 나눴을 때 매출액이 적은 구간에서 여성 자영업자의 분포가 남성 자영업자를 웃도는 모양새를 띠었다. 자영업자(등록사업자)의 절반 이상인 51.8%가 ‘매출액 4600만원 미만 구간’에 몰려 있는데, ‘0~1200만원 미만’과 ‘1200만원 이상~4600만원 미만’ 두 구간에 여성 자영업자들이 남성보다 각각 5.5%포인트, 5.7%포인트 더 많았다. 반면, ‘매출액 4600만원 이상’ 구간부터는 남성 자영업자가 여성을 앞질렀다.

중장년 여성들의 경우 경제활동 경험이 없다가 생계부양자였던 배우자의 은퇴나 경제력 상실, 이별 등으로 생업에 뛰어드는 사례가 상당하다.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뒤 다시 일을 시작하고자 하는 여성들도 4대 보험 등이 보장된 정규직 일자리에 진입하기 어렵다. 이들이 막다른 골목에서 선택하는 게 자영업이다. 꾸준히 경제활동을 했던 남성에 비해 여성은 자본금 마련을 위한 대출의 문턱이 높고, 인적 네트워크나 정보 접근성이 부족한 편이다. 그 결과 노동자는 물론 자영업자도 이른바 ‘핑크칼라’(서비스 직종의 여성)로 불리는 수익이 좋지 않은 소규모의 영세한 노동집약적 업종에 진입하게 된다. 그리고 시장에서 오래 생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낮은 매출액과 높은 폐업률에도 여성 자영업자의 사회안전망은 취약하다. ‘2018년 통계청의 비임금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8월 기준)’를 보면, 직원이 있는 자영업자 중 산재보험 가입률은 55.7%인데 남성 58.8%, 여성 47.1%로 차이가 난다. 자영업자의 국민연금 미가입률(2018년)은 24.2%인데 여성 자영업자의 경우 국민연금 미가입률이 남성보다 높다는 게 학계의 분석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논문 ‘중고령 자영업자 연구’(2018년)를 보면, 자영업자가 상용직 노동자와 비교할 때 장시간 노동에 소득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으며, 국민연금 미가입자 비율이 높다고 설명돼 있다. 특히 여성에게서 미가입자 비율이 두드러졌고,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 가입한 자영업자도 남성에 견줘 여성이 적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정부는 ‘자영업 성장·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자영업자를 독립적 정책대상으로 처음 설정한 중장기 정책 로드맵을 내놨다. 구도심 상권 활성화, 자영업 전용 상품권 18조원 발행, 상가임대차 보호 범위 확대, 소상공인·자영업 기본법 제정 등 굵직한 대책이 포함됐다. 미용업·외식업 등 영세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1인 자영업자에 대한 4대 보험 지원 확대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성인지감수성을 반영한 자영업 대책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이승렬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여성 중고령 자영업자들은 노후소득이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일자리 경험도 부족한 상태에서 자영업에 진입하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 개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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