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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12 13:48 수정 : 2019.10.12 13:57

[토요판] 커버스토리
한국이 ‘울분 사회’ 된 까닭

10명에 4명은 만성 울분
왜 한국인을 지배하는 감정이 되었나

심한 울분 느끼는 20대 13.97%
나이대 낮을수록 울분 점수 높아
가구별로도 1인 가구가 가장 높아

불공정성, 무효 취급이 원인
‘사회는 공정성 기대하지만
실제 나에게 공정하지 않다’

울분 높은 사람, 정치 효능감 높아
집회 참여 적극적, 투표엔 소극적

울분이 공중보건의 관심사로 떠오른 건 그리 오래지 않았다. 통일 후 동독인들이 겪는 심리 문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울분 개념이 등장했고, 2003년 ‘외상 후 울분장애’ 진단명이 생겼다. 한국에서는 2018년 서울대 행복연구센터가 ‘한국 사회와 울분’ 보고서를 내놓은 이후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울분 연구를 주도해온 미하엘 린덴 독일 샤리테대학 교수와 국내 학자들을 만나 울분의 실태와 요인, 울분이 개인과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들어봤다.

한국 사회가 울분으로 가득 차고 있다. ‘조국 대전’에 참여해 거리에서, 온라인에서 울분을 토하는 이가 수십 수백만이다. 직장에서 쫓겨나 분노한 노동자, 손님한테 갑질을 당하고도 울음을 삼켜야 하는 콜센터 직원, 학력과 계급의 대물림에 좌절하는 특성화고 학생 등 사방에서 울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울분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울분이 사회의 부당함이나 불공정함을 경험하며 느끼게 되는 감정이라고 정의한다. 이 때문에 울분에는 분노와 억울함, 실망감, 복수심, 무기력감, 슬픔 등 여러 감정이 섞여 있다. 배우 오용씨가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울분이 내포한 복합적 감정을 얼굴 표정으로 보여주었다.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그래픽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골프장이 무슨 공익사업이냐?’ 농지 강제수용에 울분”

“‘엉덩이 만져도…’ 여성승무원의 울분”

“직영·하청·알바 세 계급, 울분 속에 공존하는 도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끝나지 않는 고통과 울분”

“감정 노동자들의 리얼 고충…폭풍 공감+울분 불렀다”…

‘울분’을 열쇳말로 검색하면 수없이 많은 기사가 쏟아진다. 1990년부터 2018년까지 6개 종합일간지에서 ‘울분’이라는 단어가 제목이나 본문에 포함된 기사 9309건을 분석한 연구(2018년 서울대 행복연구센터)를 보면, 울분을 표현한 기사의 양이 꾸준히 증가해온 것을 알 수 있다.(아래 그래프 참조) 꼭 이런 통계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된다. 현재에도 우리는 한국 사회가 ‘울분 사회’임을 생생하게 목격하고 있다. 서울 서초동에서, 광화문에서 각각 다른 이유로 수많은 이들이 모여 저마다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 2030세대는 ‘공정과 정의’가 도대체 무엇이냐며 울분을 터뜨리고, 한편에서는 ‘검찰은 무소불위냐’ ‘이게 나라냐’며 울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울분은 왜 이렇게 타오르고 있는 것인가?

한국인들의 울분 실태와 이유를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임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의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연구는 개인의 정신건강에 대한 ‘치료’를 넘어, 인구집단 전체의 ‘감정’ 상태와 ‘정서적 웰빙’을 탐색해보자는 데에서 비롯했다. 울분이 ‘한국인의 일상을 지배하는 감정’일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특히 젊은층일수록 울분을 많이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눈길을 끈다.

심한 울분 느끼는 사람, 독일의 4배 넘어

서울대 유명순 교수(보건대학원)가 11일 서울대 ‘사보행’(사회발전연구소·보건사회연구소·행복연구센터 공동연구진) 주최 국제학술세미나에서 발표한 ‘한국의 울분’ 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인 10.7%가 ‘심한 울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적 울분’을 느끼는 사람(32.8%)을 포함하면, 43.5%가 울분을 만성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으로 울분 연구를 주도해온 정신의학자인 미하엘 린덴 독일 샤리테대학 교수 연구진이 개발한 ‘울분 자가측정 도구’를 이용한 국내 5개 조사(총 7668명 대상)를 종합·분석한 것이다. 독일 연구에서는 심한 울분이 2.5%였다.

한국 연구진은 ‘내 감정에 상처를 주고 상당한 정도의 울분을 느끼게 하는 일’ ‘생각할 때마다 아주 많이 화가 나게 하는 일’ ‘내가 보기에 아주 정의에 어긋나고 불공정한 일’ 등 19개 자가측정 문항을 질문하고, 이를 지난 1년 동안 ‘전혀 없었다(0)’부터 ‘아주 많이 있었다(4)’까지 5단계로 평가하게 했다. 평균 2.5 이상은 심한 울분 상태, 1.6~2.5는 지속적인 울분 상태로 평가하는데, 평균 울분 점수는 1.51이었다.

특히 젊을수록 울분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와 30대는 울분 점수가 각각 1.56, 1.57이었고, 40대 1.51, 50대 1.41, 60대 이상 1.34 등 나이가 많을수록 울분이 낮아졌다. 심한 울분을 느끼는 사람의 비율도 20대(13.97%)와 30대(12.83%)가 다른 연령대(40대 8.7%, 50대 7.63%, 60대 7.27%)보다 많았다.

또 가구 구성원 수가 적을수록 울분이 높았다. 1인 가구의 심한 울분 비율이 21.56%로 가장 높았다. 1인 가구는 지속적 울분 비율도 44.98%로, 10명 중 6명 이상(66.54%)이 울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다음으로는 2인 가구(55.91%), 3인 가구(54.2%), 4인 가구(46.8%) 차례였다. 비정규직의 울분 점수(1.52)가 정규직(1.39)보다 높았고, 소득이 적을수록 울분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연구진은 3개 특정 인구집단에 대한 울분 실태도 내놓았는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울분 점수는 2.03, 노숙인은 1.74로 일반인 평균(1.51)보다 높았다. 서울시 노인층의 경우 1.04였다. 일반인 조사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울분이 낮아졌지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노숙인은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울분도 커졌다.

굴욕감과 불공정함이 만든 복합적 감정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 울분을 느끼는 것일까? 울분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에 답답함과 분노가 가득한 상태’다. 린덴 교수는 울분을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아 분노가 생기고 복수심이 들지만, 반격할 여지가 없어 무기력해지고, 뭔가 달라질 거라는 희망도 없는 상태에 굴욕감이 결합되며 생기는 감정”이라고 규정한다.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복합적인 감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울분은 불공정(injustice)하다고 느끼는 일을 경험하며 생기는 감정이다. 누구나 ‘사회는 공정하다’ 또는 ‘사회는 공정해야 한다’는 신념(공정세계 신념)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기본 신념을 위협하거나 무너뜨리는 특정한 사건을 겪으면서 울분이 촉발된다는 얘기다. 린덴 교수는 울분이 극심해지면 ‘외상 후 울분장애’(PTED)로 진단하며, 이 경우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거나 폭력, 자기 파괴 등 극단적 행위가 표출되기도 한다.

그러나 “울분은 모두가 경험할 수 있다”는 린덴 교수의 말(지난 7일 <한겨레> 인터뷰)처럼, 우리는 이미 울분에 대해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명백히 부당하거나 불법적인 대우를 받았을 때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뭔가 좋지 않은 상황이 외부의 요인으로 생겼을 때 굳이 꼭 찍어서 말하긴 어려워도, 괜히 짜증나고 분하고 밉고, 그런 불편한 심정을 통틀어 억울하다고 표현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왜 억울한가>(2016년)의 일부인데, 이 책의 저자인 유영근 판사는 “억울하다는 말은 결국 공정하지 못하다, 정당하지 못한 대우를 받았다는 객관적 상황과 이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인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썼다. 억울함이라는 표현은 다르지만 공정하지 못한 사건을 통해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유발된다는 점에서 울분으로 읽어도 무방할 듯싶다.

‘무효 취급’, 즉 사회적으로 거절당했다는 경험도 울분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이다.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 등으로부터 자신의 고통이나 아픔이 별거 아니라는 취급을 받거나, 자신의 노력이나 기여가 보람으로 돌아오기는커녕 무시당했다는 생각이 지속되면서 울분을 느끼게 된다. 이번 조사에서 울분 자가측정 결과 심한 울분 상태인 이들은 ‘무효화’ 점수가 17.55, 지속적 울분을 느끼는 이들은 15.8로 나타나, 이상이 없는 이들(13.66)보다 컸다. 무효 취급을 받았다고 느낄수록 울분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울분을 일으킨 사안이 무엇이었는지 살펴보면, 개인적 경험으로는 ‘내 감정에 상처를 주고 상당한 정도의 울분을 느끼게 하는 일’(1701명), ‘생각할 때마다 아주 많이 화가 나게 하는 일’(1653명), ‘내가 보기에 아주 정의에 어긋나고 불공정한 일’(1645명)을 꼽은 이들이 많았다. 울분을 일으킨 사회·정치적 사안(16개) 가운데에서는 ‘개인·기업의 지배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1890명), ‘직장·학교 내 따돌림·괴롭힘·차별·착취’(1878명), ‘입법·사법·행정부의 비리나 잘못 은폐’(1868명), ‘공권력 남용’(1848명), ‘안전관리 부실로 초래된 의료·환경·사회 참사’(1837명), ‘언론의 침묵·왜곡·편파 보도’(1830명) 등이 상위에 올랐다. 연구진은 사회·정치적 사안에서 ‘규칙 위반’이나 ‘부당한 힘의 사용’이 울분을 가장 자극하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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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는 왜 울분을 더 많이 느끼나

공정성에 대한 신념이 울분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젊은층의 울분이다. 공정성에 대한 인식은 젊은층을 다른 세대와 구별짓는 잣대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공정세계 신념’을 일반 신념(세상은 공정하다)과 개인 신념(세상은 나에게 공정할 것이다)으로 나눠 조사했는데, 20대와 30대는 이 두 신념의 격차가 컸다. 20대의 격차(0.37)가 가장 컸고, 30대(0.34)가 그다음이었다. 일반 신념은 다른 연령대와 비슷하게 나타난 반면(20대 3.51, 30대 3.48, 40대 3.48, 50대 3.55, 60대 이상 3.51), 20대와 30대의 개인 신념(각각 3.14)이 다른 연령대(40대 3.23, 50대 3.34, 60대 이상 3.30)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2030세대에서는 ‘사회는 공정해야 한다고 기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나에게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결국 불공정하다는 생각이 젊은층의 울분을 한층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40대는 이 격차가 0.25, 50대와 60대 이상은 각각 0.21로, 연령이 높을수록 신념 격차가 줄어들었다.

연구에 참여한 장덕진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이런 신념 격차는 개인이 성장하면서 겪은 ‘세대 경험’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사회는 공정하다는 신념은 어린 시절부터 형성되고 반복적으로 학습되는 것이어서 대부분 비슷하게 나타난다”며 “하지만 젊은 세대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인적 자본을 발휘할 기회가 제한되는 경험을 윗세대보다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세상은 공정해야만 하는데, 윗세대에게는 공정했던 것 같은데 나한테는 왜 이러지’라고 생각하며 울분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순 교수는 2030세대의 ‘인지 부조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1997년 아이엠에프(IMF) 구제금융 위기 이후 평생직장 대신 비정규직이 일상으로 자리잡은 경제사회적 환경에서 자랐으나 가정에서는 자아존중감을 중시하는 교육환경 속에 자란 인지 부조화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젊은층은 사회에 진입하면서 취업 등 중요한 생애 도전에 처하게 되는데, 이때 차별과 배제, 특혜와 비리 같은 불공정을 경험하거나 목격하고 있다. 세상이 공정하다고 생각해야 잘 살아갈 수 있는데, 오히려 그런 신념이 위협을 당하면서 울분이 더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비평가 박권일씨도 ‘인지 부조화’를 젊은층 울분의 이유로 꼽았다. “한국 사회의 기회 구조 자체가 계급 상승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국 사회는 ‘서울로만 올라오고 서울대로만 향하는 방식’의 초중심화된 목표를 가진 사회다. 고도성장 시절에는 낙수효과 등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그것이 신분 구조로 고착화하고 계급이 대물림되면서 공정성과 관련된 울분이 본격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 특히 자신이 기대하는 공정성이 더는 불가능하다는 절망감이 울분을 일으킨다.”

이원재 ‘랩(LAB)2050’ 대표는 과거의 경제 위계 구조가 무너지면서 불거진 갈등이 불공정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고도성장기에 기업은 직원을 위계적으로 지배했다. 직원은 충성하고 기업은 대신 평생고용과 호봉제로 보호해줬다. 생산성 기반이 아닌 필요에 따른 보상을 해준 것이다. 아이엠에프 이후 이런 위계 구조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예전 구조에 익숙한 부장은 여전히 야근하며 회사에 충성하는데, 지배권이라는 반대급부가 주어지지 않아 억울하다. 젊은 세대는 회사와 계약관계임에도 문화적 지배를 받는다고 느끼고, 비정규직이라 일한 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여긴다. 젊은층이 더 울분을 느끼는 것은 보호를 받지 못하면서 지배는 계속 받는 게 불공정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연구진은 울분을 꼭 부정적인 감정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내놓았다. 울분이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와 주관적인 행복도가 떨어지고, 개인이 주변 환경을 잘 통제할 수 있다는 개인 효능감이 낮아졌지만, 정치 효능감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울분이 높은 사람일수록 집회 참여와 온라인 매체·커뮤니티 활동 등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집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 가운데 심한 울분이나 지속적 울분 상태인 사람(56.57%)이 절반을 넘었다. 반면, 집회 참여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29.14%가 울분 상태였다. 다만 울분이 높을수록 정책에 대한 신뢰가 낮고 투표율도 낮았다. 장덕진 교수는 이에 대해 “울분이 많다는 것은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들은 기존 제도에 대한 신뢰가 적기 때문에 평소 투표 참여율은 오히려 낮지만, 울분을 자극하는 일이 생기면 시위나 온라인 활동 등 제도 외적인 참여에 적극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울분이 정치 참여를 추동하는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보고, 추가 연구를 할 계획이다.

공정성 개념에 대한 논의 필요

울분에 주목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세상은 공정해야 한다는 신념과 기대를 위협하는 일상의 문제를 돌아봄으로써 시민의 건강권뿐 아니라 ‘사회의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다.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면 수많은 사람이 울분 속에 살게 되고, 울분에 찬 사람들에게 정책에 대한 신뢰를 얻어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명순 교수는 “독일에서 울분 연구를 독일연금보험이 지원했다. 울분을 느끼는 사람들이 병가를 자주 내고 조기연금을 신청하는 현상을 보면서 이것이 사회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인지했기 때문”이라며 “울분은 개념상 공정함과 포용이 무엇인지 반문하게 만든다. ‘나와 우리의 감정’을 보살피면서 실질적인 대안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재 대표는 “예전의 위계 구조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개인의 권리를 강화하고, 계약관계를 명확하게 해줘야 한다. 개인에 대한 보호는 기업에 맡길 수 없으니 국가가 사회안전망을 강화해 보호하는 방법으로 공정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공정성이라는 개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대별로, 계급별로 공정함이란 무엇인지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린덴 교수는 공정성에 대한 현대사회의 규정은 ‘상대적인 공정성’이어서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회비평가 박권일씨는 “한날한시에 시험을 치러 점수가 높으면 특권을 얻게 되는 형태의 형식적 공정성과 그 시험을 보기까지의 과정에 주목하는 실질적 공정성을 구별해야 한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자산이나 문화자본까지 염두에 둬야 실제로 공정해질 수 있다. 형식적 공정성만 강조하면 오히려 더 불공정해질 수 있다”며 “공정성이라는 가치 자체를 놓고 사회적으로 논의하고 숙고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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