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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19 09:08 수정 : 2019.10.19 09:08

이종진 온쉬핑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우리은행 건물 2층 핀테크랩 사무실에서 보호종료 아동 멘토링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는 시설 때부터 자립에 필요한 경험을 해보는 연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요판] 인터뷰
‘보호종료 아동 멘토’ 이종진

친구보다 자립전담요원과 상담 권유
자립 직전 일시 교육은 효과 적어
“구체적, 현실적, 반복적으로 진행해야”

수도권과 지방 간 자립교육 격차 커
선배 집서 밥 해 먹기 등 해보며 배워
집 구하기·가계부 운영 어려워해

이종진 온쉬핑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우리은행 건물 2층 핀테크랩 사무실에서 보호종료 아동 멘토링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는 시설 때부터 자립에 필요한 경험을 해보는 연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핀테크 스타트업 온쉬핑 이종진(28) 대표는 보호종료 아동의 자립에 도움을 주는 멘토 교육과 상담을 하는 자립 선배들의 모임인 ‘바람개비 서포터즈’ 구성원이다. 이 대표 역시 보호종료 아동 출신이다. 이 모임은 2011년 시작해 현재 60여명이 강의를 진행하며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이 대표는 어릴 때 부모의 불화로 경북 경주 집에서 6개월간 형과 둘이 지냈다. 새로 살림을 차린 아버지와 연락이 닿아 부산으로 거처를 옮겼다. 형이 대학교 입학식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고등학교 1학년 때 기숙사 생활을 하다 집에 와보니 모두 이사하고 사라져 아동복지시설에 입소했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자립정착금 200만원을 들고 서울로 올라가 2년제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뒤 정보통신(IT) 회사 여러 곳을 다니다가 지난해 4월 온쉬핑을 창업했다. 지난 14일 이 대표를 만나 보호종료 아동의 자립에 필요한 이야기를 들었다.

―자립에 필요한 조언을 해준다면?

“최근 시설마다 전문적으로 자립을 도와주는 자립전담요원이 생겼다. 이분들과 친분을 갖고 퇴소 전후로 가깝게 지내야 한다. 보호종료 아동들은 뭘 할 때 물어볼 사람이 주위에 별로 없다. 퇴소 후 연락을 끊고 지내는 경우도 많다. 사실 엇비슷한 처지의 친구,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면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도움받기 힘들다.”

―어떤 문제점을 현장에서 많이 느끼나?

“자유를 원하는 친구들이라서 자립 직전 일시적 교육은 학습도가 크게 떨어진다. 그러다가 막상 퇴소해 현실에 부딪혀 많이 힘들어하고 안 좋은 선택도 하고, 사기도 당한다. 최근 퇴소하는 친구들은 자립정착금(500만원)에 후원금 등까지 하면 2, 3천만원을 받고 나온다. 큰돈을 만져본 적도 없고, 시설 살 때는 선생님들이 전부 해주니까 은행 간 적도 없다. 그래서 퇴소 후에 돈 관리를 못 해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생긴다.”

강현주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수는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보호종료 청소년 실태와 자립지원 방안 토론회 토론문에서 “시설 내 보호 중 자립 지원은 오히려 반자립적 사례가 많다. 샴푸, 휴지 하나 스스로 바꾸어본 적 없고, 수동적 집단생활에 익숙해져 있는 일상생활은 자립과는 거리가 멀다. 자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진로 탐색의 기회가 매우 제한적이고, 자립교육을 여러 차례 했어도 정작 당사자는 자립교육을 받았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자립교육이 구체적, 현실적, 지속적, 반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설 자립지원은 반자립적”

―시설별 편차는 없나?

“서울, 경기 쪽은 비교적 지원제도가 잘 갖춰져 있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정보량, 선생님들 교육 수준 등 격차가 크다. 오히려 정보를 모르는 선생님도 많다. 보호관리계획 주체는 지자체, 자립지원계획 주체는 아동복지시설장 등으로 관리 주체도 다르고 지자체별 예산도 다르다. 지방 시설은 아동 수가 적어 배치되는 선생님 수도 현저히 부족하다. 개인적으로 후원하는 지방 시설만 해도 선생님 혼자 6~7명을 관리해야 하는 구조다.”

―멘티들의 가장 큰 고민은?

“집 구하는 일과 수입·지출에 맞춰 생활하는 일을 가장 어려워한다. 아이들 데리고 임대차 계약서 쓰기, 자립한 선배 집에서 밥 해 먹기 등을 실제 같이 해본다. 가구 등 살림 도구 구매부터 막막해한다. 또 가계부를 쓰게 한다. 한달 지출을 따져보고, 그걸 쓰려면 얼마를 벌어야 하는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묻는다. 보호자가 있으면 그런 고민을 조금 덜 할 텐데 당장 아이들에겐 생존이라 힘들어한다.”

―시설 교육은 어떻게 보나?

“아이들이 한달에 용돈을 3만원에서 3만5천원 받는다. 이 돈으로는 친구들과 못 어울린다. 분식집도 못 간다. 그러니까 시설에 와서 친구들과만 어울린다. 시설도 형편이 넉넉지 않아 어쩔 수 없지만 이렇게 되면 아이들이 위축돼서 다른 아이들처럼 활동하기 어렵다. ‘시설병’이라는 게 있다. 어릴 때부터 받고만 자라다가 막상 퇴소하면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다. 물가 개념도 없다. 자립은 교육이 아니라 경험과 학습으로 배우는 거다.”

―제도적 사각지대는?

“시설 출신인 친구 장례를 치르는데 보호자가 없으니까 우리가 시신을 인계할 수 없었다. 사흘 동안 장례 절차를 못 밟고 무연고자 처리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때 친구들끼리 모여 우리는 사고를 당해 죽으면 보험금을 누가 받는지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글·사진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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