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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02 09:07 수정 : 2019.11.02 09:22

대학을 안 간 젊은이의 평등권을 주장하는 투명가방끈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함께 지난 10월19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2019 평등 행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다양한 선택이 존중받는 공간을 꿈꾸며 ‘일하는 20대’ 주거독립 운동을 4년째 이어가고 있다. 투명가방끈 제공

[토요판] 커버스토리
사회안전망 밖 20대

10명 중 3명 대학 안 가는데
청년정책 대부분 대학생 대상
생애주기에 대학생 전제한 사회
“대학 밖 20대 사회안전망 소외”

대학을 안 간 젊은이의 평등권을 주장하는 투명가방끈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함께 지난 10월19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2019 평등 행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다양한 선택이 존중받는 공간을 꿈꾸며 ‘일하는 20대’ 주거독립 운동을 4년째 이어가고 있다. 투명가방끈 제공

대학 진학률은 2008년 83.8%로 정점을 찍고 내려온 뒤 10명 중 3명(2019년 진학률 70%)이 대학에 가지 않는 시대이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청년 지원 정책은 젊은이들의 다양한 진로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교 졸업→대학생→취업 준비생→사회 초년생→신혼부부를 청년기의 보편적 생애주기로 설정하다보니 그 밖에 있는 젊은이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여러 지원책에서 소외된다. 누구보다 대학 밖 20대는 저임금 노동시장에 들어선 탓에 소득, 주거 등에서 삶의 질이 낮아 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저임금·불안정 노동은 이들 몫

청년유니온과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가 지난해 서울에 사는 15~34살 ‘비진학 청년’ 98명에게 노동조건 등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 90.8%(89명)가 취업 경험이 있었지만 이 중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은 33.7%(30명)에 그쳤다. 나머지는 ‘1년 이상의 계약직’ 27%(24명), ‘1년 미만 임시직’ 25.8%(23명),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 일시적 일자리’ 13.5%(12명) 등 불안정 노동을 하고 있었다. 임금 수준은 100만원 미만 27%(24명), 100만~150만원 24.7%(22명), 150만~200만원 36%(32명)로 많았고, 200만원 이상은 12.4%(11명)에 그쳤다. 정부 조사에서도 학력별 임금 격차는 뚜렷하다. 20~24살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185만5천원인데, 학력에 따라 고졸 179만원, 전문대졸 182만4천원, 대졸 이상 201만5천원을 받고 있다.(2019년 청소년 통계)

하지만 청년층을 위한 정책은 대학생에게 쏠려 있다. 대표적인 청년정책인 국가장학금의 경우, 올해 연간 3조6천억원(2019년) 예산이 투입돼 약 70만명이 등록금 절반 이상의 지원을 받았지만 대학생과 대학원생만 대상이다. 국가장학금 예산은 2008년 시행 이후 2012년 1조7천억원, 2015년 3조6천억원 등으로 꾸준히 규모가 커져왔다. 대학생과 대학원생은 생활비 대출도 쉬운데, 또래 ‘비진학 청년’을 위한 정부 지원책은 찾기 어렵다.

대학생만을 위한 주거 지원책이 따로 있어 대학 밖 20대는 정부나 지자체, 각종 재단이 공급하는 싸고 좋은 주거 안전망에 접근하기 어려운 편이다. “서울·경기 소재 대학 재학생들에게 저렴한 기숙사비로 안정적 주거와 학습 여건을 제공, 대학생의 꿈이 커지는 기숙사형 청년주택”(한국사학진흥재단 ‘기숙사형 청년주택’ 사업 공고문), “지원할 수 있는 자는 … 수도권 지역 대학의 신입생과 재학생이어야 한다.”(충북학사 입사생 선발 관리규정) 등이 그 예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10월1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수도권 대학에 진학한 지역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자체가 설립·운영하는 기숙시설 ‘장학숙’이 입주자 선정 과정에 4년제 대학, 서울 소재 대학, 성적 등으로 제한해 지원자를 학력으로 차별하고 있다”며 진정을 냈다.

같은 제도라도 대상자 선정 기준이 달라지면 혜택을 받는 대학 밖 20대가 늘기도 한다. 미취업 청년들에게 청년 수당을 지급해온 서울시도 수급자 비율이 여러 해 대졸 이상에 치우쳐 고민이 깊었다. (대학) 진학률로 볼 때 고졸 이하 선정자가 10명 중 3명은 돼야 하는데, 청년수당 선정자를 학력별로 통계를 내니 학력이 ‘고졸 이하’인 이들이 지난해까지 10% 후반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 선정된 6697명(1·2차 통합) 중에선 ‘고졸 이하’가 지난해 두 배인 38.0%로 늘었다. 지원 자격과 선발 요건이 달라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지원 자격에 미취업 기간을 따로 제한하지 않고, 선정 기준에서 가구소득 등을 종합해 선정했다. 올해는 지원 자격에 ‘최종학력 졸업 후 2년 이상’을 새로 명시(2년 이내는 고용노동부 청년구직활동지원금 대상)하고 선발 요건에서 소득수준을 폐지하면서 오로지 미취업 기간만이 선발 요건이 됐다. 그 결과 3년 이상 장기 미취업자가 주로 혜택을 받게 됐는데, 이 중 고졸 이하가 많았던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고졸 이하 구직자가 대졸 이상보다 미취업 기간이 길다 보니 고졸 이하 구직자가 많이 선정된 것으로 보인다. 제도 변화로 올해 38%까지 올라와 이제야 정상화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투명가방끈 제공

20대=대학생, 대학생=고급 노동력?

학력에 따라 사람을 구분하는 차별적 시선이 정부의 청년정책에도 녹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영섭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장은 “청년 금융 지원 정책이 대학생을 주된 대상으로 하는 이유는 대학생은 잠재적 산업 일꾼, 즉 고급 인력으로 보고 나머지는 그렇지 않게 보는 것”이라며 “대학에 가지 않고 저임금 노동시장에 뛰어든 20대는 사회안전망 없이 방치돼 있는 게 현실”이라 지적했다. 논문 ‘대학 비진학 청년들의 빈곤경험과 노동경험’(2017) 저자인 남미자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원은 “대학 진학이 꼭 거쳐야 할 생애주기 과제로 인식되면서 현재 ‘대학생’이 마치 20대 청년층 전체를 지칭하는 말이 됐고, 지금은 모든 고교 졸업자가 대학에 진학한다고 전제하고 정책을 만들고 있는 현실”이라며 “대학에 가지 않아도 일자리, 주거, 삶의 질에서 인간답게 사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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