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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21 09:17 수정 : 2019.12.21 16:47

2011년 2월 자신의 자취방에서 숨친 채 발견된 연출가 고 최고은씨를 추모하며 예술계열 대학생들이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토요판] 커버스토리
청년 고독사 대책 필요

서울 고독사 추정건 14% 20·30대
1인 가구 우울감으로 자살했다면
고독사로 봐야 한다는 학계 주장
“고독이 선택의 영역만은 아냐”

2011년 2월 자신의 자취방에서 숨친 채 발견된 연출가 고 최고은씨를 추모하며 예술계열 대학생들이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자살이나 범죄 현장을 청소하는 특수청소업체 ‘하드웍스’를 운영하는 김완(46) 대표는 최근 3개월 사이 홀로 세상을 떠난 이들이 살던 집 세곳을 청소했다. 살림의 흔적을 봤을 때 모두 30대 1인 가구가 혼자 살던 집이었다. 이 특수청소업체는 고독사한 주검을 치우거나, 사회에서 고립된 채 집에 거대 쓰레기산을 쌓아놓는 은둔형 외톨이의 집을 청소하곤 한다.

김 대표는 지난 10월 서울 구로구에서 홀로 살던 30대 남성의 마지막 자리를 청소했다. 그는 “오랜 지병을 앓았는지 각혈(피) 자국이 베갯잇, 이불, 싱크대 등에 묻어 있었고 지내던 방에서 약봉지, 처방전 등을 봤다”고 전했다. 지난 9월엔 경기 김포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이는 30대 1인 가구 남성의 방을 청소했는데, 방에는 착화탄(번개탄)을 가열해 불피운 흔적이 있었다. 세상을 등지려고 애쓴 모습이었다. 김 대표는 “혼자 살다 세상을 떠난 젊은이들의 방을 청소해보면 노인들의 고독사와는 약간 다른 모습인데, 쓰던 물건들이 오래된 집기가 아니며 이력서 등 구직을 했던 흔적이 종종 발견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방문한 서울 강서구 한 주택은 누가 봐도 주거취약계층임이 느껴지는 허름한 곳이었다. 살던 이가 떠난 반지하방의 창문으로는 길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다리가 보였다. 김 대표는 “혼자 살다 세상을 뜬 한 젊은 여성의 방이었다. 집 안에는 오랜 기간 외부와 단절된 듯 쓰레기가 굉장히 많았고, 부엌에는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은 뒤 처리하지 못한 치킨무 같은 잔반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고 했다.

‘고독사’ 개념을 넓혀야

그동안 ‘고독사’라고 하면 독거노인이 홀로 숨지고 일정 시간이 흐른 뒤 발견되는 경우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고독사는 더 이상 독거노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 대상이 중장년층 나아가 청년층까지 확대돼, 고독사 개념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지금까지 ‘고독사’에 대한 학계의 잠정적 합의는 ‘홀로 사는 사람이 홀로 죽음을 맞은 뒤 일정 시간이 지나 발견되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외로움과 관계 단절로부터 야기되는 자살은 고독사로 지정될 수 있는가>(인간환경미래·2018)의 저자 이은영 서강대 교양학부 교수는 “연령과 무관하게 1인 가구 형태에서 관계의 단절과 결핍, 소외로부터 야기되는 우울감 등으로 자살하는 경우 고독사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회 관계망의 단절, 소속감의 좌절 등을 겪고 방치된 사람들이 자살로 이어지는 사례가 최근 증가하는데 이를 단순 자살로만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최근 20~30대 청년층이 전체 고독사 추정 사례의 14%가량을 차지한다는 조사도 있다. ‘서울시 고독사 실태 파악 및 지원 방안 연구’(서울시복지재단·2016)를 보면 2013년 서울시의 고독사 확정 및 추정 사례 2343건 중 20대가 102명(4.4%), 30대가 226명(9.6%)으로 집계됐다. 201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집계한 보건복지부의 무연고 사망자 수(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 현황으로는 최근 6년간 전국의 무연고 사망자는 해마다 증가(총 1만692명)했는데 이 중 40살 미만은 383명(3.6%)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공식 고독사 통계는 아직 없는 게 현실이다. 고독사 사망자 중 연고자가 있는 경우도 상당하기에 무연고 사망자 수는 전체 고독사의 일부분만 반영한 수치라는 게 학계의 시각이다. 실제 고독사 발생 건수는 무연고 사망보다 많을 것으로 본다.

“비자발적 고독에 안전장치를”

지방자치단체의 고독사 대응책도 홀로 사는 노인에게 집중돼 있다. 고독사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곳은 전국 지자체 중 176곳(2019년 12월 기준)인데, 대부분 홀로 사는 노인의 고독사 예방을 위한 내용이다. 이 가운데 연령을 구분하지 않아 청년층도 지원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 조례는 40곳 정도다.(장민선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집계)

법률은 더욱 미흡하다. 현재는 노인복지법상 홀로 사는 노인에 대한 지원 조항만 있을 뿐이다. 전 연령층에 대한 고독사 대응 방안에 대한 법률(고독사 예방 법안), 1인 가구의 고립에 대한 국가적 대응을 요구하는 법률(고독사 예방 및 1인 가구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법률안)이 2017년 발의됐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장민선 연구위원은 “혼자 있을 권리는 프라이버시권으로 인정해야 하지만, 고독의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선택과 자유의지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며 “환경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혼자 살게 된 사람들이 있고 이 경우 비참한 죽음을 맞지 않게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지적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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