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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08 22:13 수정 : 2012.03.08 22:13

2007년 국제표준기구(ISO)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기존의 방사성 물질 위험표지 대신 새로 발표한 로고. 핵물질의 위험에 대한 지식이 모두 사라진 뒤에도 위험을 전달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학자들, 미래세대도 알수 있는 경고표지 고민 왜?

1991년 미국 에너지부(DOE)에는 언어학자, 인류학자, 공상과학소설가, 미래학자, 과학자들로 구성된 팀이 꾸려졌다. 이들의 임무는 미국 뉴멕시코주의 ‘장수명 폐기물 심지층 처분장’(WIPP) 주위에 세울 석조물에 새겨질 경고 표지와 문구를 결정하는 것이다. 우선 영어·스페인어·러시아어·프랑스어·중국어·아랍어 및 인디언 나바호족의 언어로 경고문을 적되 미래의 언어로 번역될 공간을 남겨 놓기로 했다. 위험을 상징하는 표지로는 화가 뭉크의 ‘절규’를 그려넣는 방안 등이 고려되고 있다. 이들은 2028년까지 최종안을 만들어 미국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처분장에 묻히고 있는 폐기물은 원자력발전소에서 천연우라늄(U)을 연료로 쓰고 나면 나오는 쓰레기들(사용후핵연료)로, 미국 정부는 이곳에 1만년 동안 묻어둘 계획이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에는 반감기(독성이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가 2만4천년인 플루토늄(Pu)과 200만년인 넵투늄(Np) 등 고독성 핵종들이 섞여 있다. 1만년 뒤에 혹시라도 인류의 후손이 이곳을 발굴했을 때 어떤 언어와 상징으로 위험을 전달해야 할지가 이들의 고민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통계를 보면, 2011년 7월 현재 세계에는 우리나라 21기를 포함해 30개국 441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원전은 이들 나라의 전기에너지 중 14%를 담당하고 있지만 그곳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사용후핵연료)는 세계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 상업원전에서 배출된 사용후핵연료는 29만MTU(우라늄톤)인 것으로 세계원자력협회는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1만1천MTU가 원전 부지 안에 쌓여 있다.

1951년 원전이 등장한 이래 세계 원자력계는 사용후핵연료를 충분히 식힌 뒤 300m 이하의 지하에 영구처분하는 방식과 연료의 일부를 다시 추출한 뒤 나머지를 처분장에 저장하는 방식 등 두 방향으로 고민해왔다. 프랑스·러시아 등 핵무기 보유국과 인도·일본 등은 재처리를, 캐나다·독일·스웨덴·핀란드 등은 직접처분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직접처분의 경우 핀란드와 스웨덴만이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을 뿐이다. 부시 정부 시절 2017년을 목표로 건설 중이던 미국의 유카산처분장은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면서 인허가 신청을 철회하고 재검토에 들어갔다. 재처리 방식도 영국·독일·벨기에 등이 포기하거나 거의 중지 상태에 들어가 프랑스만이 명맥을 유지할 뿐이다.

경수로보다 안전성과 우라늄 이용률이 월등하게 높다며 추진돼온 고속로도 프랑스는 이미 포기했으며, 일본도 잦은 사고와 경제성 문제로 벽에 부닥쳤다. 지난해 일본의 정부사업 재검토위원회가 가장 먼저 논의한 것이 몬주 고속로였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인류가 60년 동안 노력해왔지만 해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용후핵연료 문제”라며 “유럽 국가들의 잇단 원전 중단 선언 배경에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에 대한 고민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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