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스키장 이용객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평일인 지난 7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리조트의 슬로프. 사진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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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르포
썰렁한 스키장
▶ 스키장 버블이 터졌다. 슬로프가 한산해지고 있다.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공급 과잉 시장이 된 스키장의 이용객은 매년 10% 안팎 줄어들고 있다. 강원 태백의 오투리조트는 2년째 문을 닫고 있다. 2018평창겨울올림픽 뒤의 상황은 또 어떨까?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의 서재철 전문위원이 전국의 스키장을 취재해 상황을 전해왔다.
황량했다. 아무도 없었다. 한겨울 스키장에 사람이 없었다. 지난 15일 강원도 태백시의 오투리조트 스키장은 계속되는 영하의 날씨로 꽁꽁 얼어붙은 듯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 개장한 국내 최신시설의 스키장이 개장 5년 만에 실질적인 폐업을 맞이한 것이다. 눈 없이 맨살을 드러낸 16면 슬로프는 흉물스럽게 방치되었고, 스키하우스만 허전하게 서 있었다. 사람 없는 스키장의 적막함은 남달랐다. 그저 산림을 도려낸 현장처럼 보였다. 백두대간 함백산 보호구역의 해발 1420m부터 파헤쳐서 만든 스키장이었다.
‘천만 스키 시대’의 깨진 꿈
오투리조트는 태백시 황지동 함백산 자락에 총 공사비 4127억원이라는 엄청난 사업비를 투자해 세워졌다. 2008년 골프장이 문을 열었고, 이듬해 11월 스키장이 개장함으로써 종합리조트의 꼴을 갖췄다. 그런데 불과 5년 만에 스키장이 문을 닫은 것이다. 지난 시즌인 2014~15년에 겨울 영업을 못하더니, 이번 2015~16년 시즌에도 아예 문도 못 열었다. 2년 연속 ‘겨울 장사’를 못한다는 것은 스키장으로 경제성이 없다는 얘기다. 무리한 투자로 세워진 스키장이 이용객의 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태백역이나 태백시외버스터미널에서 4000~5000원을 주고 택시를 타면 4㎞ 떨어진 오투리조트가 코앞이다. 역과 터미널뿐만 아니라 태백시의 중심지인 황지연못 주변의 식당, 편의점, 카페 등에서 만난 상인들도 오투리조트의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다들 스키장이 다시 ‘문을 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현실로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오투리조트 스키장의 재개장을 회의적으로 보는 건 태백시청 관계자도 마찬가지였다.
오투리조트는 태백시의 지방공기업 태백관광개발공사와 시공사(코오롱컨소시엄) 등이 만들었다. 폐광지역진흥특별법에 힘입어 국유림에 터를 잡았고, 폐광지역지원금을 비롯한 공공자금이 투자됐다. 그러나 불과 20여분 거리의 강원 정선군의 하이원리조트가 이미 영업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결국 스키장을 찾는 이용객의 저조로 ‘죽은 스키장’이 된 것이다. 태백시의 폐광지역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 한 인사는 “태백시를 비롯한 지역사회가 오투리조트를 매각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으나, 스키장은 운명을 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애초에 국내 스키 수요를 고려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경쟁업체인 하이원리조트의 관계자도 “전반적인 스키장 경기의 하락이 겹쳐서 회생하기 힘들 것”이라며 “어떤 기업이 인수하든 스키장 운영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오투리조트는 입지 선정과 과잉 투자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스키장 이용객의 감소와 스키 경기 침체’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그런데 이것이 오투리조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투리조트는 불황의 한 상징일 뿐이다. 스키장 업계 전체가 불황의 내리막으로 직활강하고 있다. 국내 스키장의 영업실적이 이런 현실을 생생히 보여준다.
1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에 허가받은 스키장은 모두 19곳이다. 강원도에 10곳이 있고, 경기도에 6곳, 전북, 충북, 경남 등에 1곳씩이 있다. 19곳 중 실질적으로 영업을 하는 곳은 16곳이며, 오투리조트를 비롯한 알프스리조트(강원 고성), 서울리조트(경기 남양주) 등이 휴업 상태다. 서울리조트는 2007년부터 영업을 못하고 있고, 알프스리조트는 2006년 문을 닫았다가 내년 재개장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영업 중인 다른 스키장도 최근 3년 동안 지속적인 영업 부진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연간 스키장 슬로프 이용객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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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 직전인 2008년 막바지 공사를 벌이고 있는 강원도 태백의 오투리조트 스키장. 2000년대 국내 스키장 공급이 포화 상태에 들어섰는데도, 낙관적인 수요 예측에 기반해 설립되어 지난 시즌부터 2년째 영업을 못하고 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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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시설에도 2년째 문 닫아
백두대간 깎아 공공자금 투자
이용객 없는 ‘죽은 스키장’
국내 16곳 중 3곳 휴업 중 과잉투자, 수요예측의 실패
10년 전 ‘호시절’은 끝났다
매년 이용객 10%씩 주는데도
평창올림픽 시설 또 짓는데
‘불황의 늪’ 탈출하겠나 가리왕산 활강경기장을 주목하라 평창겨울올림픽은 다가오는데 정작 겨울스포츠는 침체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올림픽을 2년 앞둔 시점에서 겨울스포츠의 꽃이라 할 스키장의 불황은 의미심장하다. 애초 강원도와 문화체육관광부는 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겨울스포츠가 확산될 것이라 예상했다.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강원도에 10개가 되는 스키장이 모두 적자 상태이며, 이 중 2개는 폐업 상태다. 국내 겨울스포츠 중 대중적 저변을 가진 종목은 스키와 보드 등 설상 종목이 유일하다. 스케이트를 비롯한 나머지 종목들은 대중적 기반이 사라졌거나 처음부터 없었던 종목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올림픽을 앞두고도 이러면 올림픽 이후에는 어떨까라는 점이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붐이 일어야 할 스키업계가 오히려 침체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적자 올림픽을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를 보고 있는 건 아닐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환경파괴 논란 끝에 강원 가리왕산에 들어서는 스키활강 경기장이다. 기존 스키장들도 이처럼 영업 실적이 내리막인데, 선수들만의 스키장인 스키활강 경기장은 대회가 끝나면 이용자 없는 쓸모없는 스키장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애초에 이런 지적이 수없이 제기되어 강원도와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는 ‘활용방안을 찾겠다’고 했지만, 현재 국내 스키장의 영업 실적과 이용 추세로 봤을 때 스키장으로서 성공할 확률은 적어 보인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복원’ 아니면 ‘방치’뿐이다. 스키활강 경기장은 경사 40도 이상의 급사면이기 때문에 여름철 관리를 꼼꼼히 하지 않으면 산사태나 산림훼손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가리왕산 활강경기장을 비롯해 설상 종목 경기장 대부분에 무리하게 돈을 쓰고 있다. 올림픽 이후에 대한 고려 없이 새로 짓거나, 기존 스키장을 활용할 경우 올림픽 기간의 사용에 대한 영업손실 보전금을 펑펑 쓰는 방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공공자금으로 조성한 하이원리조트 스키장을 주로 이용하면 건설비와 운영비를 대폭 줄일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 제시됐는데도 외면했다. 하이원리조트는 공기업인 강원랜드가 만들어 운영 중인 국내 최고 수준의 시설로 콘도와 컨벤션센터 등 올림픽 설상 종목을 유치할 수 있는 시설과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명분만 세워주면 국고의 지원이나 투자 없이 설상 종목을 치를 수 있는데 무시한 것이다. 정부나 강원도의 올림픽 준비는 경기장 건설과 시설 확장에만 치중되어 있다. 올림픽을 계기로 겨울스포츠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지역경제의 자생적인 활성화로 연결시키는 구체적 방안이 제시된 게 없다. 그냥 개최만 하면 잘될 거라는 기대로 일관했다. 국제스키연맹(FIS) 이사인 김휘중 강원대 환경연구소 교수는 “이대로 가면 2018 동계올림픽은 소치나 나가노보다 더 심각한 후유증을 앓을 것이다. 애초에 경기장 시설 위주의 무리한 추진이 문제였다. 기존 스키장을 활용할 생각 하지 않고 추진한 것은 뼈아프다. 강원도, 평창올림픽조직위,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당사자 모두 국제스키연맹이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을 설득하고 압박하여 경기장 위치를 변경하고 필요없는 시설을 짓지 말았어야 한다. 동계올림픽과 겨울스포츠의 메커니즘을 모르는 관료와 스포츠 행정이 최악의 적자 동계올림픽을 조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안한 미래가 다가오는가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정부는 2011년 7월 올림픽을 유치한 이후 주목해야 할 여러 징후들을 외면했다. 먼저 지적되는 것이 2014년 12월 ‘올림픽 분산개최’를 뼈대로 제기된 국제올림픽위원회의 ‘2020어젠다’를 우리 정부가 일언지하에 걷어찬 것이다. 2022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독일과 스위스 등 겨울스포츠 강국의 도시들이 올림픽을 반납하고 보이콧하는 분위기 속에서 한국이 얻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것이다. 그러나 이 시기에 이미 국내 스키장 산업과 겨울스포츠는 적자와 불황의 내리막에 접어들고 있었다. 동계올림픽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강원도는 일본 나가노, 캐나다 밴쿠버, 러시아 소치 등 적자로 점철된 동계올림픽은 주목조차 하지 않았다. 강원도에서 기존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나라의 사례를 검토한 적이 있느냐는 질의에 대해 강원도 동계올림픽본부 고영선 총괄기획과장은 “기존 개최지를 방문한 적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한 적은 없다”고 답변했다. ‘요란한 잔치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있다. 평창겨울올림픽은 지역활성화나 경제효과는 고사하고 겨울스포츠의 활성화조차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스키장의 한산한 풍경이 불안한 미래를 보여준다. 태백 춘천 정선/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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