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평론가 김용민씨가 4월29일 오후 서울 한강시민공원 잠원지구 트랙구장에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방송 1주년을 맞아 열린 용민운동회 OX퀴즈에서 주진우 기자에게 안기다 넘어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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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뉴스분석 왜?
나는 어떻게 나꼼수 팬의 표적이 됐나
폭풍 되어 몰려온 “당신은 누구 편이냐”
▶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를 비롯해 <나는 꼼수다>의 진행자들은 기본적으로 나꼼수 및 나꼼수 지지층의 문제에 대한 인터뷰는 거절해 왔다. 나꼼수 비판론에 대한 입장 표명도 거의 하지 않는다. 오직 “대중은 위대하고 현명하다”는 말과 “닥치고 정권교체”의 구호만 되풀이할 뿐이다. 나꼼수의 이런 태도는 나꼼수 지지자에게도 그대로 투영된다. <한겨레>의 김어준 인터뷰 왜곡 논란이 빚어지자 나꼼수 지지자들은 왜곡의 진위가 아니라 “누구 편이냐”를 묻고 따졌다.
4월28일 <한겨레> 토요판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인터뷰 기사를 표지이야기로 다뤘다. 김 총수를 통해 마침 이날 방송 시작 1년을 맞은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향후 운영계획과 4·11 총선 결과에 대한 나꼼수 책임론 등을 듣기 위해 마련한 기획이었다. 나꼼수는 김 총수와 시사평론가 김용민씨, 주진우 <시사인> 기자 등이 진행하는 인터넷 팟캐스트 라디오 방송이다. 셋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린 김씨는 민주통합당 지역구 후보(서울 노원갑) 공천을 받아 총선에 직접 뛰어들었으나 ‘막말 논란’에 발목이 잡혀 낙선했다.
김 총수는 인터뷰에서 “총선 이후 제기되는 ‘김용민 막말 파문이 야권 패배의 결정적 원인’이란 분석은 야권 참패의 책임을 나꼼수에 덧씌우기 위한 보수와 진보의 ‘국공합작’”이라며 “(나꼼수 총선 책임론에 대해) 그건 틀린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수 등 나꼼수 쪽은 그 이전까지 4·11 총선 결과와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었던 만큼, 나꼼수 책임론을 정면으로 부정한 그의 발언에 시민사회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다.
항의성 메일·트위트·악플·정정 요청…한겨레는 김 총수 인터뷰 등을 담은 28일치 신문이 독자에게 배달되기에 앞서 27일 저녁 8시30분께 한겨레 누리집과 포털사이트 다음 등을 통해 이 기사를 먼저 내보냈다. 댓글이 빠른 속도로 붙었다. ‘나꼼수 책임론 근거 없다’는 김 총수 주장에 동의하는 목소리와 이에 대한 반론이 팽팽히 맞섰다. 한겨레 누리집 댓글난에는 김 총수 주장을 반박하는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강했고, 다음 기사에는 그 반대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논란의 결이 크게 달라진 것은 28일 새벽 2시10분이었다. 인터뷰이였던 김 총수가 자신의 블로그에 ‘한겨레 인터뷰 에이에스(AS)’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한겨레 기사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한겨레 지면에 실린 내용 중 일부는 추가 인터뷰 동안의 긴 답변들이 축약되는 과정에서 그 의미가 굴절되었고, 일부는 답변 전문을 뜯어 조립한지라 문맥이 일그러졌고, 또 일부는 내가 말을 대충 했거나 방점을 따로 찍어주지 않았거나 다 받아적지 못해 조합 과정에서 오류가 난 것으로 보이고, 또 어떤 대목은 내가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게 정리됐다.” 김 총수는 ‘의미가 굴절되었고’, ‘문맥이 일그러졌고’, ‘조합 과정에서 오류가 난 것’ 등의 표현을 통해 간접적으로 한겨레의 ‘기사 왜곡’을 꼬집었다. 기사의 어떤 문장에서 의미가 굴절되고 문맥이 일그러졌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또 그는 직접 작성·편집한 ‘인터뷰 질문에 대한 답변 전문’도 게시물 아래에 덧붙였다. 일부 나꼼수 팬은 김 총수의 인터뷰 에이에스 글을 본 뒤 한겨레 누리집 및 다음 뉴스 댓글난을 찾아 한겨레의 ‘기사 왜곡’을 비난했다. 다음 뉴스에 달린 댓글만 2300여개, 이 가운데 상당수는 한겨레나 담당 기자에 대한 비난이었다. 항의성 메일과 트위트도 빗발쳤다. 진아무개씨는 28일 오전 10시께 ‘김어준 총수님과의 인터뷰 내용 정정 요청’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 “인터뷰 내용이 (김 총수가 공개한) 원문 내용과 상이하니, 정정해서 올려달라”고 말했다. 사실확인 요청이 아닌 일방적 항의라는 점에서 다른 비난과 다를 바 없었지만 그래도 표현은 가장 점잖은 편이었다. 답답했다. 기사 왜곡 논란을 잠재우려면 실제 인터뷰 전문 공개를 통해 기사의 편집에 무리가 없었다는 사실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트위터를 통해 나꼼수 쪽에 이런 입장을 전달했다는 트위트 글을 올리자 이게 또 논란이 됐다. 비보도 조건이 아닌 정식 인터뷰 전문을 공개하겠다는 것인데도, 나는 인터넷과 트위터에서 “오프더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사석에서 한 발언을 공개하겠다며 인터뷰이를 ‘협박’하는 찌라시 기자”가 돼 있었다. 언론의 김어준 총수 발언 보도와 나꼼수의 왜곡 의혹 제기, 이에 따른 일부 나꼼수 팬의 온라인 집단행동은 처음이 아니었다. <한국일보>는 성차별 논란을 빚은 나꼼수의 ‘비키니 인증샷 촉구 발언’과 관련해 지난 2월3일 ‘비키니 시위 독려 파문 7일째…입 연 김어준·주진우’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김용민씨의 비키니 발언에 대해 “성희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김 총수의 발언이 실린 기사였다.
4월28일치 <한겨레> 토요판 1면. 일부 나꼼수 팬은 이 사진을 실은 것 자체가 악의적이라며 한겨레를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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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보도에 누리꾼 찬반논쟁
김어준 “의미 굴절” 주장하자
팬들은 “한겨레 절독하겠다” 인터뷰 전문 공개의사 밝히니
“사석 발언을 두고 협박하나”
김어준이 왜곡 아니다 해도
기자 트위트 뒤져가며 집중공격 ‘비키니 논란 보도’ 한국일보 기자의 경우
한국일보 보도가 나온 날 김 총수는 김용민씨 트위터를 통해 “기사화 않는 걸 전제한 사석이었다. 약속까지 어기고 지면에 실은 거라면 그 맥락이라도 온전히 전달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며 한국일보 쪽을 비판했다. 기사를 쓴 채지은 기자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취재가 이뤄진 자리는 ‘사석’이 아니었고, 기사를 쓴다는 의도도 미리 알렸다”고 해명했다. 김 총수 발언 맥락의 왜곡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채 기자의 해명에도 ‘한국일보 절독’ 운운하는 나꼼수 팬의 항의는 그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채 기자는 지난 3일 “논란이 빚어진 뒤 3~4일간 트위터와 이메일 등을 통해 엄청난 항의가 밀려들었다”며 “취재 및 보도 경위를 설명하면 받아들이는 팬도 일부 있었지만, 상당수는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려 하기보다 나꼼수 쪽 주장만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여 씁쓸했다”고 밝혔다. 한겨레 기사 왜곡 논란은 28일 오후 6시께 한겨레 항의를 받아들인 김 총수가 인터뷰 에이에스 글의 제목을 ‘인터뷰 후기’로 바꾸고 “나의 ‘답변 전문’과 (실제) 지면 간의 간극은 기자의 왜곡이나 조작이 아니다”라고 밝힌 뒤 잦아들었다. 대신 나에 대한 나꼼수 팬의 성토는 과거 트위트로 쏠렸다. 특히 ‘나꼼수 듣고 정치에 관심갖게 됐다는 게 자랑인가..’(4월13일), ‘김용민 후보가 완주할 경우, 김용민 악재로 떨어지는 수도권 야권 후보는 몇명이나 될까’(4월6일) 등의 트위트가 문제가 됐다. 상당수 나꼼수 팬이 이를 근거로 나를 ‘나꼼수까’(나꼼수에 비판적인 사람)라고 단정했다. 그들 가운데 몇몇은 “기사를 보니 김 총수를 상대로 취재가 아니라 취조를 한 듯”이라며 인터뷰 질문을 문제삼았다. 해당 트위트가 시민의 정치참여를 비판하려는 의도를 담지 않았다고 해명해도 “한겨레 절독하겠다” 등의 비난은 끊이지 않았다. 김 총수와의 협의를 거쳐 게재를 결정한 1면 사진에 대해서도 “일부러 악의적인 사진을 실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거친 표현을 덜어내고 핵심만 소개하면 이랬다. “총수님 사진은 허락받고 실은 거예요?” “게재해도 괜찮겠느냐고 의견 구했고, 어디를 어떻게 잘라달라는 요구도 수용한 겁니다.” “다른 사진 됐고, 1면 사진을 총수님이 허락했다구요?” “네.” “솔직히 못 믿겠네요.” 지난 2월23일 <경향신문>에 ‘난장에도 규칙은 있다’ 제목의 칼럼을 쓴 이중근 기획에디터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대상으로 이뤄진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과 관련해 이 에디터는 칼럼에서 나꼼수가 제기하는 선관위 내부자 연루설보다는 “선관위 해명이 더 설득력 있게 들렸다”고 지적했다. 곧바로 댓글로 “경향신문 끊기를 잘했지” “조선일보인 줄 알았다” “나꼼수에 대한 당신들의 열등감과 질시는 충분히 알고 있다” 등의 야유가 쏟아졌다. 칼럼이 실린 날 경향신문 여론독자부 관계자는 온종일 이런 항의전화에 응대하느라 다른 업무는 거의 처리하지 못할 정도였다. 10년 가까이 선관위를 취재해온 이중근 에디터는 “나꼼수에 대한 최대한의 예의를 갖춰 칼럼을 썼는데도 일방적 비판과 항의가 깜짝 놀랄 정도로 많았다”며 “특정 분야에 오랜 취재 경험을 갖고 있는 기자가 칼럼을 통해 오류를 지적하면 나꼼수 팬들이 조금이라도 경청해주기를 기대했는데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이 에디터는 “선관위 칼럼 소동 등을 겪으며 나꼼수 지지층에 대해 과연 합리적 토론과 설득이 가능한 대상인지 의문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나꼼수 쪽 “대중은 무지렁이가 아니다”
‘나꼼수 팬덤(특정 인물이나 대상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집단 또는 문화현상)’으로 불리는 지지층의 ‘열광’은 지난해 10·26 보궐선거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에 긍정적 에너지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종종 무비판적인 진영논리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지난 2월 비키니 인증샷 논란이 불거지기 전까지 나꼼수의 긍정적 측면이라 할 수 있는 ‘대안적 공론장’ 역할을 상대적으로 주목해온 이기형 경희대 교수(언론학)는 오는 15일께 <언론정보학보>를 통해 출간할 예정인 나꼼수 관련 논문 등에서 “나꼼수의 일부 지지자와 팬덤에서 나타나는 극단적 편가르기 논리와 성찰적이지 못한 요소가 존재하는 측면을 지적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최근 몇달 사이) 나꼼수에 대한 전문가 집단의 부정적 평가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너는 누구 편이냐’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 나꼼수 팬덤의 진영논리는 비키니 인증샷 논란 직후인 2월 초 삼국카페의 나꼼수 지지 철회라는 결과를 빚기도 했다. 2008년 촛불집회 이후 적극적인 사회참여 활동을 벌여온 소울드레서, 쌍화차코코아, 화장발 등 삼국카페 회원은 비키니 인증샷 논란에 대해 당시 김어준 총수와 김용민씨, 나꼼수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미권스(정봉주와 미래권력들) 쪽에 사과를 요구했으나 받아내지 못했다. 이에 삼국카페는 “(나꼼수 등은) 삼국 회원을 더 중요한 일(‘가카’ 퇴진)을 도모하는 대단한 진보인사(나꼼수·미권스)를 고작 그런 일(여성·인권 문제)로 분열시키려는 조·중·동 알바로 몰며 삼국의 명예를 훼손시키면서까지 본인들의 행위를 정당화했다”며 “삼국카페는 성별·종교·기타 사회적 신분으로 차별하지 않겠다는 진보의 가치와 민주주의의 원칙을 수호하기 위해서 대의라는 이름 아래 침묵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나꼼수 지지를 거둬들였다. ‘좌파’ 칼럼니스트인 김규항씨는 나꼼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거나 ‘니편 내편’이라는 진영논리에 갇혀 무조건 ‘우리편’이기를 주장하는 일부 나꼼수 팬의 태도는 나꼼수에 대한 지지라기보다 일종의 ‘빠’ 현상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지지의 경우 지지 대상에 대한 비판이 정당하면 마음이 불편하더라도 경청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반면, ‘빠’는 자신이 의탁한 대상에 대한 비판을 자신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인다”며 “황우석을 일방적으로 지지했던 ‘황빠’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나꼼수빠는 나꼼수를 좋게 말하면 내편, 비판하면 그것이 설령 진보언론이라 해도 내용의 정당성과 상관없이 적대시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나꼼수와 미권스 등 대표적 나꼼수 지지 모임에서는 나꼼수 팬덤의 공격적 행태에 대해 사실상 방관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나꼼수가 나꼼수 팬덤과 관련해 언급하는 유일한 입장은 “대중은 선동과 괴담, 음모론에 좌지우지되는 존재가 아니다”는 것이다. 김어준 총수는 4월27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일부 나꼼수 지지자들이 나꼼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런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나꼼수 청취자를) 무지렁이로 여기는 것”이라며 “그들도 나름대로 다양한 정보를 취합해 ‘이게 맞구나’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인데, 왜 그런 지적을 하는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미권스의 핵심 관계자도 “나꼼수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회원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20만명에 이르는 전체 미권스 회원 가운데 극히 일부일 뿐”이라며 “몇몇 그런 부류의 지지자가 눈에 띈다고 해서 나꼼수 지지자 전체를 똑같은 집단으로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또 “미권스는 다양한 정치적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카페 모임이어서 집행부가 모든 회원의 개별적 활동에 일일이 개입하기도 애매하다”고 밝혔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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