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06.29 20:05 수정 : 2012.06.29 21:18

한달째 비가 내리지 않는 104년 만의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충남 서산시 팔봉면 대황리에서 지난 11일 서산소방서에서 긴급급수를 했지만 갈라진 논은 대책이 없다. 이 논은 이틀 새 다시 말라 농사를 포기했다. 22조원을 들여 4대강 사업을 했으나 16개 보에 가둔 물은 이곳에 보낼 수 없다.

[툐요판] 뉴스분석 왜? -'4대강 가뭄 특효' 신화의 진실

감기(가뭄)에 한 번도 안 걸린 환자(4대강)에게 엉뚱하게도 22조원짜리 소화제(16개 보)를 줬다. 그리고 감기가 나았다고 자랑하고 다니는 의사가 있다. 4대강 사업을 홍보하는 정부가 바로 그런 꼴이다. 홍보 의지가 너무 강했는지 정부는 ‘4대강 본류에 있는 양수장(3899곳)을 통해 10만1000㏊가 (가뭄) 혜택을 받고 있다’는 잘못된 사실을 유포하기에 이른다.

“200년 빈도의 기상이변에 대비해 추진된 수자원 인프라 개선사업은 홍수와 가뭄 모두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지속가능발전(리우+20) 정상회의. 기조연설에 나선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자랑스럽게 홍보했다.

하지만 이 발언은 곧장 논란을 불러왔다. 과연 4대강 사업이 탈수증에 걸린 국토를 치료하고 있는가? 대통령의 자화자찬에 환경단체는 반발했고 정부는 대대적인 홍보를 개시했다. 전북과 충남 서해안 농민들이 논에 수돗물을 뿌리던 즈음이었다. 국토해양부 산하 4대강 추진본부는 트위터에 ‘4대강 사업으로 가뭄 피해 줄었다’는 취지의 글을 하루에 수십 건씩 올렸다. 정부 고위 인사도 가세했다.

“현재 물 관리가 잘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4대강 사업으로 가뭄에 효과를 보고 있다”(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파이낸셜뉴스> 6월25일)

“4대강 사업이 전국의 모든 가뭄을 해결할 수는 없어도 전 국토의 40~50% 지역은 혜택을 볼 수 있다”(안시권 4대강 추진본부 기획국장, <조선일보> 6월21일)


4대강 추진본부와 농어촌공사의 엇박자

4대강 사업은 강바닥을 파서 수심을 깊게 한 뒤, 일정한 간격으로 대형 보를 지어 물을 가두는 토목 공사다. 낙동강 8개, 한강·금강 각 3개, 영산강 2개 등 16개 보가 세워져 준공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 사업의 목적은 크게 네 가지다. 보로 강물을 막아 저장·유통하기 때문에 가뭄 및 홍수를 방지한다는 것(①)이고, 이 과정에서 오염된 물이 희석되기 때문에 수질이 개선된다(②)고 정부는 주장한다. 보 주변에서는 수상레저 활동(③)을 할 수 있으며, 대규모 공사와 친수도시 건설 등을 통해 지역경제가 활성화(④)된다.

4대강 사업이 어떻게 가뭄을 방지한다는 걸까? 쉽게 말해 16개 보에 가둔 물을 쓰겠다는 것이다. 2009년 나온 정부의 공식 4대강 사업계획 보고서인 <4대강 마스터플랜>도 10여쪽을 할애해 한반도 물 관리 여건이 취약하다며 4대강 사업 필요성을 주장했다. 2001년 50개 시·군에서 농업용수 부족 사태를 겪는 등 2016년까지 17억㎥ 이상의 물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은 이번 가뭄으로 첫 시험대에 올랐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물을 4대강에서 길어 썼을까?

농어촌공사의 말을 들어보면, 전국 양수장은 모두 6686곳이다. 양수장에서는 하천에서 물을 끌어들여 주변 농경지에 공급한다. 농어촌공사가 3483곳을 운영하는데(나머지는 시·군이 운영), 이 중 4대강 본류에서 물을 끌어다 쓰는 양수장은 단 182곳뿐이다. 즉 5%만 4대강 본류 주변에 있다.

지난 25일 농어촌공사는 “4대강 사업 이후 강 수위가 전반적으로 1.77m 상승했다”며 “이로 인해 4대강 양수장 182곳 가운데 46곳에서 보 설치 이후 취수구 수위가 높아져 양수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농어촌공사가 운영하는 전국 양수장 3483곳 가운데 4대강 효과를 본 곳은 단 46곳, 단 1.3%다. 즉 4대강 사업으로 인한 가뭄 해갈 효과는 아주 빈약한 것이다.

전국 양수장 중 4대강 4.6%뿐
정부는 사업효과 부풀리려
본류에 지류까지 더하고
이예 상관없는 지역까지 포함
지하수위, 댐수위 높아진 것도
보 물그릇 덕분이라 주장
상습 가뭄은 산간·해안지역
전국에 아무리 비상 걸려도
4대강 ‘비상용수’ 있으나마나


<한겨레>는 46곳의 양수장 리스트를 요청했지만 농어촌공사는 부처간 조율이 안 돼 공개하긴 힘들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4대강 사업에 간여한 한 관계자는 “4대강 본류에 있는 양수장 수가 언론에 일부 공개되자 청와대에서 내부 문건을 내보낼 수 있느냐며 문제 삼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이튿날 4대강 추진본부는 농어촌공사와 다른 ‘4대강 가뭄 혜택’ 통계를 내놓았다. 4대강 본부는 “4대강 본류에 있는 양수장을 통해 10만1000㏊, 주변 관정에서 3만1000㏊, 농업용 저수지(93개) 사업 6만8000㏊가 농업용수 공급 혜택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농어촌공사 통계와 달리 4대강 본류 양수장이 3899곳이라고 4대강 본부는 주장했다. 하지만 농어촌공사 통계가 시·군이 운영하는 양수장을 산정하지 않은 수치라고 하더라도 이 수치는 너무 많아 보인다. 전국 양수장은 6686곳으로 농어촌공사와 시·군이 각각 절반씩 운영한다. 4대강 본부 말대로라면 시·군 양수장의 90% 이상이 4대강에 있다는 소리다. <한겨레>는 4대강 본류 양수장 3899곳의 내역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4대강 본부는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받은 자료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완공도 안 된 농업용 저수지에서 물대기?

이틀이 지난 28일 정부는 또다시 4대강 양수장 수를 정정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4대강변 5㎞ 이내 양수장의 수는 2975곳”이라며 “4대강 본부 통계는 계산을 잘못해서 그렇게 나왔다”고 밝혔다. 얼마 뒤 농어촌공사도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한겨레>가 지역별 자료를 직접 확인해보니, 4대강 본류가 아닌 지천까지 4대강 양수장에 포함해 계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16개 보가 건설된 사업 지역에서 훨씬 떨어진 전북 순창·장수·진안, 충북 보은·영동, 충남 청양까지 포함했다. 결국 ‘4대강 본류에 있는 양수장 3899곳(10만1000㏊)’이라는 4대강 본부의 보도자료는 거짓이었던 것이다.

다른 주장도 ‘통계 부풀리기’ 혐의가 짙다. 4대강 본부는 농업용 저수지 93곳을 통해 가뭄 해갈 혜택을 받았다고 밝혔으나, 이 가운데 완공된 것은 10곳밖에 안 된다.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주변 관정(지하수)을 포함시킨 것도 ‘제 논에 물 대기식 통계’라고 환경단체는 지적한다. 이에 대해 이성해 4대강 추진본부 정책팀장은 이렇게 반박했다.

“4대강에 물을 채웠기 때문에 (지하수위가 높아져서) 가뭄인데도 평상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4대강 보가 없었다면 말랐을 거예요.”

“지하수 관측 수치가 있나요?”

“정부 발표 자료를 <한겨레>에게만 줄 수 없습니다.”

그는 충남 서산시 대산공단과 경기 시흥·소래 공단이 공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는 것도 4대강 덕이라고 주장했다.

“4대강 어디서 물을 보내는 건데요?”

“충북 대청댐 광역상수도망을 통해 공업용수를 대산공단에 보내주고 있습니다. 한강 팔당댐에서도 역시 시흥·소래에 보내고 있고요.”

“거기엔 4대강 보가 없잖아요?”

“금강 하류에 세종보·공주보가 있으니까 대청댐에 물이 많은 거예요. 아래에서 물을 막아주고 있으니까요. 팔당댐에서는 상류의 이포보가 물을 공급해주고 있고요. 댐과 보를 연계 운영하기 때문에 그곳에도 물이 많은 겁니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과거 금강에 보가 없어서 대청댐의 수위가 낮았고 이 때문에 제한급수를 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4대강 보로 인해 대청댐 수위가 상승했다는 연구 보고서도 나온 적이 없다.


12억2000㎥의 물을 어디다 쓰란 말이냐

정부는 왜 이런 ‘궤변’을 늘어놓는 처지에 빠졌을까? 물 전문가인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4대강 사업 지역과 가뭄 지역은 지역적으로 불일치”한다며, 애초 4대강 사업의 가뭄 방지 효과는 거의 없었다고 설명한다. 한반도에 비가 안 올 때, 정작 피해를 보는 곳은 4대강 유역이 아니라 산간 및 해안 지역이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한 수리시설 설계 전문가는 “적어도 4대강에서는 수리·관개 시설이 문제여서 물을 못 댔으면 못 댔지, 강물이 부족해 관개를 못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대형 토목공사를 하지 않고 취수구를 하향 조정하는 등 개선하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2009년 환경부 산하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작성한 ‘물 공급 시스템 취약성 평가 결과’를 봐도 이런 사실이 확인된다. 우리나라에선 봉화·울진·영덕 등 경북 북부 및 동해안, 경남 하동 등 지리산권과 남해안 그리고 이번에 가뭄이 든 충남·전북 서해안이 문제다.(지도 참조) 차라리 가뭄 피해를 줄이려면 누수가 많은 관로를 개선하거나 산간 지역에 소규모 댐을 건설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결국 막대한 예산을 들여 4대강 보에 물을 가뒀지만 용처가 불분명했다는 소리다. 더욱 큰 문제는 4대강에 가둔 물을 멀리 보낼 수 없다는 점이다. 수리 전문가가 말했다.

“농업용수 양수장의 양수 가능 높이는 보통 20~30m 내외예요. 예를 들어 낙동강 수위가 해발 10m이고 농경지가 40m 이상이면, 낙동강에 물이 철철 넘쳐도 굳이 ‘펌핑’을 해서 물을 보내지 않아요. 먼 거리로 보내려면 전기요금뿐만 아니라 관로 설치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죠. 차라리 농업용 저수지 만드는 게 낫죠. 작은 저수지는 20억~30억원이거든요.”

22조원을 들인 4대강 사업이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해 말, 결국 국토해양부는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서 4대강으로 새로 확보한 물(12억2000㎥)을 목적과 수단이 불분명한 ‘비상용수’로 규정하기에 이른다.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은 한반도 수자원을 어떻게 관리할지 결정하는 최상위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도 이 물을 언제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 결정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이 비상용수도 상습적인 가뭄 피해를 겪는 산간·해안 지역에 전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스터리’로 남아 있던 4대강 본류 양수장 수는 29일 밤에야 확인됐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은 국토해양부 산하 유역별 홍수통제소에서 정보공개청구를 해 얻은 자료를 공개했다.(그래프 참조) 6월 현재 4대강 본류에서 강물을 직접 길어다 쓰는 양수장은 307곳밖에 되지 않았다. 4대강 본부가 애초 밝힌 4대강 양수장 수의 10분의 1, 전국 양수장의 20분의 1도 안 되는 수치다. 이 양수장이 모두 보로 인해 수위 상승의 효과를 입었다 쳐도, 4대강 사업 혜택은 극미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동 끝에 알아냈지만 인터뷰에 응한 수리 전문가는 양수장 수를 가지고 옥신각신하는 풍경이 한심하다고 말했다.

“4대강 본류 양수장이 몇 개 있느냐가 무슨 의미가 있어요? 공사 전에도 충분히 물을 대던 곳인데… 4대강 사업으로 가뭄을 해갈했다면 추가로 편입된 관개면적을 밝히라고 하세요. 그게 중요해요.”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토요판] 뉴스분석, 왜?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