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검색창에 ‘여름휴가’를 입력하고 검색하기를 눌렀을 때 나오는 파워링크, 비즈사이트는 단순한 검색결과가 아닌 ‘검색광고’다. 네이버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절반이 넘는 1조2064억원을 검색광고에서 벌었다. 네이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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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뉴스분석 왜?
검색광고의 세계
▶ 닷컴버블이 한창에 달했던 1998년, 인터넷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바로 오버추어라는 업체가 최초의 ‘검색광고’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죠. 마케팅 분야에선 실소비자와 판매자를 직접 연결하는 ‘혁신적인 사건’이라고 지칭했고, 같은 해 창업한 구글은 이 서비스를 달고 세계 최대의 인터넷 업체로 성장합니다. 시야를 돌려 국내 포털업체인 네이버, 다음 등의 주 수입원도 ‘검색광고’입니다. 검색광고가 어떤 세계인지 한번 들여다볼까요.
김상헌(50) 네이버 대표가 7월29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기자들 앞에 섰다. 네이버와 중소 콘텐츠업체와의 ‘상생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당시 네이버는 ‘공룡 포털’로 지목돼 국내 인터넷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지적을 집중적으로 받아왔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네이버는 같은 비판을 7~8년 전부터 받아왔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인터넷 생태계 발전을 위한 6가지 상생안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에는 ‘검색광고’에 대한 부분도 있었다. “네이버 검색 결과 내에서 광고가 더 분명히 구분, 인식될 수 있도록 정부와 광고주 등 이해당사자들과 충분히 협의를 거쳐 방안을 찾겠습니다.”
불과 10일 뒤인 8월8일 네이버는 검색광고에 대해 조금 다른 얘기를 했다. 기업이 투자자들에게 실적을 발표하는 콘퍼런스콜에서 김상헌 대표는 “광고를 검색결과와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해외 사례를 비교하며 연구하고 있고, 광고주에 미치는 영향이 많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검색광고가 하단으로 내려가는 조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인터넷 업체인 네이버의 김상헌 대표가 열흘 사이에 검색광고에 대해 온도차가 있는 발언을 한 셈이다. 물론 발언의 상대가 언론과 투자자였다는 차이점이 있지만, 이 온도차가 있는 두 발언은 ‘검색광고’라는 사업모델이 네이버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10년 만에 26배 성장한 국내 시장규모
검색광고(keyword advertisement)는 특정 단어를 인터넷 검색창에 입력할 때 뜨는 광고를 의미한다. 인터넷 사용자들은 대개 궁금하거나 필요한 것이 있으면 검색을 한다. 요즘 같은 불볕더위엔 괜찮은 휴가지를 찾기 위해 ‘여름휴가’나 ‘여행’ 등의 단어를 검색창에 입력하기도 한다. 실제로 ‘여름휴가’라는 단어를 네이버의 검색창에 입력하고 검색 단추를 누르면 관련 사이트들이 나열된다. 나열된 정보들 가운데 위에서부터 15개는 단순한 검색결과가 아니다. 가장 상단에 나오는 ‘파워링크’ 10개와 그 하단의 ‘비즈사이트’ 5개는 사업자들이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올려놓은 검색광고다.
국내 최대 인터넷업체인 네이버에 가장 중요한 수입원은 검색광고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네이버가 기록한 연매출 2조3893억원 가운데 검색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는 1조2064억원이었다. 세계 최대 인터넷업체인 구글도 검색광고를 가장 중요한 수익모델로 삼고 있다. 구글이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기록한 매출 144억달러(약 16조원) 가운데 광고는 129억달러(14조4000억원)를 차지했다. 광고 매출 가운데서도 70%가량은 검색광고에서 나왔다. 인터넷상거래업체 이베이가 만든 보고서는 구글이 2011년 한해 동안 검색광고로만 기록한 매출이 370억달러(41조원)라고 밝히고 있다.
검색광고는 최근 10여년간 꾸준히 성장한 시장이기도 하다. 한국온라인광고협회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국내 검색광고 시장규모는 2002년 500억원에서 지난해 1조3190억원으로 성장했다. 시장규모가 무려 26배로 커진 셈이다. 성장세도 꾸준했다. 광고시장 자체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해 부침을 거듭하는 특성이 있지만, 검색광고 시장은 단 한해도 빠짐없이 성장세를 거듭했다. 검색광고 시장의 급성장에 힘입어 인터넷 광고의 규모는 2011년 처음으로 신문광고비를 추월했다. 광고매체로서 인터넷이 신문을 넘어선 순간이었다.
‘여름휴가’ 등의 단어 입력하면
먼저 나오는 ‘파워링크’ 10개와
하단의 ‘비즈사이트’ 5개는
사업자가 돈 주고 사는 검색광고 검색광고 한번 클릭할 때마다
구매에 관계없이 돈 받는 네이버
지난해 검색광고 수익 1조 올려
“사업자가 얻는 이득에 비해
과도한 마케팅 비용 부과” 비판도 검색광고 시장은 규모와 중요도에 견줘 일반인에게 잘 알려진 분야는 아니다. 하지만 검색광고 시장을 들여다보면, 인터넷으로 필요한 것을 찾는 사람들의 심리와 수요를 파악할 수 있고 이를 사업의 기회로 삼으려는 사업자들의 치밀한 계산을 엿볼 수 있다. 또한 한국의 인터넷 생태계가 왜곡된 이유도 찾을 수 있다. 우선 사업자들이 어떻게 검색광고를 사용하는지부터 알아보자. 예를 들어 한 여행업체가 ‘여름휴가’를 검색해서 나오는 광고란에 상품을 올리려면 실시간 경매에 참여해야 한다. 여기서 경매는 ‘여름휴가’를 검색할 때 뜨는 광고란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만일 ‘ㄱ’ 여행사가 ‘여름휴가’라는 검색어 경매 입찰가로 3000원을 써냈고 ‘ㄴ’ 여행사가 2000원을 써내면, ‘ㄱ’사의 인터넷 주소가 광고란 상단에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경매는 실시간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두번째 순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 ‘ㄴ’사가 더 높은 금액을 써내면 순서는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 광고란이 5개 혹은 10개이기 때문에 입찰가를 적게 써내면 첫 페이지에서 밀릴 수 있다. 여기서 입찰가 2000원, 3000원 등은 클릭 한번이 이뤄질 때마다 여행사가 포털업체에 지급하는 금액에 가깝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실제 클릭이 한번 이뤄질 때마다 지급되는 광고단가(PPC·Price per Click)는 입찰가와 조금 다르다. 가장 높은 입찰가를 써낸 업체는 두번째로 높은 입찰가를 써낸 업체보다 조금 비싼 광고단가가 책정된다. 예를 들어 ‘ㄱ’사에는 2200원, ‘ㄴ’사에는 1500원 등이 책정되는 식이다. 이는 입찰가를 둘러싸고 과도한 경쟁을 막기 위한 규칙이다. 암보험·심리치료…돈 되는 검색어 따로 있다 입찰가를 높게 써냈다고 해서 무조건 위쪽 광고란에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 다음, 구글 등은 입찰가와 함께 품질지수를 함께 고려해 광고란의 위치를 결정한다. 품질지수는 해당 사이트가 얼마나 검색어와 관련이 있는지를 나타낸 수치다. 예를 들어 ‘여름휴가’라는 단어가 한번도 사용되지 않고, 실제로 판매하는 상품도 휴가나 여행과 관련이 없을 경우 품질지수가 낮다. 아예 광고란의 특정 위치를 고정적으로 차지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예를 들어 ‘여름휴가’라는 단어를 검색창에 입력할 때 검색광고란 ‘파워링크’에서 세번째 위치를 고정적으로 차지하고 싶을 경우, 다른 업체들이 입찰가를 얼마에 써내든 관계없이 세번째를 유지한다. 다만 이 위치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은 해당 검색어의 인기에 따라 달라진다. 검색어마다 광고주가 지급하고자 하는 광고단가가 다르다. 대개 소비자들을 많이 끌어들일 수 있는 검색어와 한번 구매할 때 결제단위가 큰 상품일수록 광고단가가 높다. 성형수술과 미용 관련 검색어가 대표적이다. 네이버에서 ‘성형수술’을 검색어로 입력할 때 첫 페이지에 나열되는 데 들어가는 평균 광고단가는 5139원이다. 한번 클릭이 이뤄질 때마다 광고주가 포털업체에 5139원을 치르는 셈이다. 인터넷 사용자가 구매의사 없이 호기심이나 실수로 클릭할 때도 이 금액이 지급된다. 검색어가 구체적일수록 광고단가가 비싼 경우가 많다. ‘성형수술’의 평균 광고단가는 5139원이지만, ‘코성형’은 1만4195원, ‘쌍꺼풀’은 1만4578원, ‘양악’은 1만6677원, ‘안면윤곽’은 2만4382원, ‘지방이식’은 1만380원이다. 그냥 ‘다이어트’는 4018원인 데 반해 ‘한방다이어트’는 1만860원이고, ‘영어학원’은 3117원이지만, ‘토익스피킹’은 4349원, ‘취업영어’는 4350원이다. 그냥 ‘노트북 수리’를 검색하면 광고단가가 7245원이지만, ‘맥북 수리’는 7399원, ‘노트북 액정 수리’는 8209원이다. 이는 구체적인 검색어가 좀더 명확한 구매의사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광고단가를 살펴보면, 어떤 검색어가 돈이 되는지도 알 수 있다. ‘대출’의 평균 광고단가는 2만6389원, ‘암보험’이 1만6672원, ‘노인보험’이 7541원, ‘학점은행’이 1만547원이다. 단골 인기 검색어인 ‘꽃배달’이 4591원, ‘부모님선물’이 6466원, ‘화환’이 8304원이다. 최근 가정불화, 심리불안과 우울증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사회적 추세는 검색광고 단가에서도 나타난다. ‘심리치료’의 평균 광고단가는 8339원, ‘청소년상담’은 1만6907원, ‘정신과상담’은 9324원, ‘가정폭력’은 6208원, ‘부부상담’은 3519원 등이다. 심지어 ‘화병’의 광고단가는 5455원이다. 검색어의 광고단가는 계절이나 시기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한여름에는 ‘여름휴가’의 광고단가가 비싸지고, 연말에는 ‘크리스마스 선물’, ‘연하장’ 등의 단가가 올라간다. ‘사이버대학’의 경우 평소엔 광고단가가 1만~2만원대이지만, 등록 마감을 앞두고 단가가 8만원대까지 치솟는다. 같은 시기에 등록 마감을 하는 이 대학들의 경우 한명의 학생이라도 더 유치하면 재학 기간 중에 수백만원에 이르는 등록금 수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도 특정 시점을 앞두고 광고단가가 급등하는 대표적인 검색어다. 경매가 광고단가 상승을 부추겨 사업자와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인성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검색광고가 실수요자를 구분하지 않고 과금을 하고 있고, 입찰경쟁을 부추겨 사업자가 얻는 이득에 비해 과도한 수준의 마케팅 비용을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5% 수수료는 포털이 광고대행사에 지급 그래도 인터넷을 사업에 이용하는 사업자들에게 검색광고는 외면할 수 없는 마케팅 수단이다. 인터넷으로 여성 의류를 판매하는 류아무개씨는 “아무래도 인터넷에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려면 검색광고만한 수단이 없다. 마케팅 비용의 대부분을 검색광고에 쓰고 월평균 450만원가량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월매출의 15%를 검색광고에 쓰고 있는 류씨는 마케팅 효과를 위해 여러 검색어를 동원한다. 그는 “원피스라는 검색어는 비싸기 때문에 섹시원피스, 미니원피스 등의 검색어를 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검색광고는 400여개 광고대행사들의 주된 사업영역이기도 하다. 류씨는 “쇼핑몰 사업자가 검색어마다 실시간으로 입찰가를 써내는 검색광고를 직접 운영하기가 어렵다. 대부분 광고대행사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광고대행사는 쇼핑몰, 병원, 대출업체, 보험업체 등의 검색광고를 대행해주고, 수수료를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업체로부터 받는다. 수수료는 전체 광고금액의 15%가량이다. 예를 들어 한 쇼핑몰이 검색광고에 한달에 100만원을 쓰면, 광고대행사는 포털업체로부터 15만원의 수수료를 받는 식이다. 광고대행사 윈스토리의 민성오 실장은 “광고대행 수수료를 광고주가 아닌, 포털업체로부터 받는 구조는 국내가 유일하다. 광고시장이 커질수록 포털업체가 수익을 얻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라고 밝혔다. 광고대행사들이 난립해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보기도 한다. 류씨는 “인터넷 쇼핑몰을 열면 누구나 경험하는 것이 광고대행사들의 무차별적인 전화다. 이들이 이미 계약을 맺은 대행사를 바꾸라고 종용하고, 필요 이상의 마케팅 비용을 권유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네이버, 다음 등 대형 포털업체들이 국내 인터넷 생태계를 황폐하게 만들었다고 비판을 받는 이유 중에 중요하게 꼽히는 것도 검색광고다. 검색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으려면 최대한 많은 사용자들이 포털업체의 검색창을 이용하게 만들어야 한다. 구글의 경우 ‘정확한 검색결과’를 주무기로 사용자들을 끌어모으는 데 반해 국내 포털업체들은 콘텐츠와 서비스를 싹쓸이하는 방식으로 이용자들을 유인한다. 흔히 국내 포털업체들이 인터넷 생태계를 ‘가두리 양식장’으로 만들었다고 비판을 받는 이유다. 네이버가 뉴스, 블로그, 백과사전, 카페, 지식인, 웹툰, 음악 등의 콘텐츠를 찾는 사용자들에게 다른 사이트로 연결해주는 대신, 직접 서비스하면서 사용자들을 계속 네이버 안에 머물게끔 한다. 심지어 가격비교서비스, 부동산 정보 등은 중소기업들이 먼저 하던 서비스를 그대로 베꼈고, 오래지 않아 시장을 석권했다. 검색광고는 1998년 오버추어라는 미국 업체가 처음 발명한 이후 검색업체를 중심으로 인터넷 생태계가 형성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처음엔 오버추어가 국내 네이버, 다음 등과 계약을 맺어 국내 검색광고를 독점했고, 지금은 토종화가 이뤄진 상태다. 2011년에 네이버가 오버추어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자체적으로 검색광고 사업을 진행했고, 다음과 네이트도 올해부터 자체 사업을 시작했다. 한때 국내 시장을 독점했던 오버추어는 지난해 말 ‘철수’ 방침을 발표했다. 검색광고는 모바일에서도 급성장중이다. 네이버 쪽은 “전체 검색광고 매출에서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고, 올해엔 20% 이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올해 2월 “구글이 태블릿피시(PC)를 통한 검색광고로만 올해 50억달러(5조6000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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