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청소노동자들이 26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이자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맨 왼쪽)이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청소노동자들의 시위가 민주당의 선동으로 벌어졌다고 생각했다. 청소노동자들은 “김의원 발언에 분노한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시위”라며 반발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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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뉴스분석 왜? / 김태흠 의원과 국회 청소노동자
▶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회의원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선서합니다.”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이러한 선서를 한 뒤 의정활동을 시작합니다. 국회법 제24조에 명시된 내용입니다. 그런데 김태흠 의원은 헌법33조에 보장된 ‘노동3권’이 불편했던 걸까요. ‘국회 청소노동자에게 노동3권이 보장되면 툭하면 파업할 수 있다’며 막말을 해 큰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국회 청소노동자 직접 고용’을 둘러싼 논란을 짚어봤습니다. 국회에서 청소일을 하는 김영숙(58)씨는 지난 28일 새벽 두시가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새벽 다섯시 반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통 잠이 오지 않았다. 속이 탔다.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김 의원은 26일 국회 사무처 직제 일부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한 운영위원회 회의 자리에서 국회 청소노동자의 직접 고용을 추진하던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에게 “(직접 고용을 하게 되면) 노무 관리 문제도 그렇고, 이 사람들 이제 노동3권 보장돼요. 툭하면 파업 들어가고 뭐하고 하면 이것 어떻게 관리를 하겠어요”라며 질타했다. “2년 넘게 기다려 왔던 정규직 전환인데 이렇게 물건너가는 건가 싶어 불안해요. 김태흠 의원께서는 늘 우리에게 친절하던 분이었는데 왜 그러셨을까요.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에요.” 김씨는 김 의원의 말이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29일 새벽 6시 국회 본청에서 만난 김씨는 얼굴이 부어 있었다. 제대로 잠을 못 잔 탓이라고 했다. 그는 집에서 3시간 남짓 잔 뒤 새벽 5시50분에 국회에 도착했다. 빨간 청소복으로 급히 갈아입고 6시 정각 하루 일을 시작했다. 김태흠 의원에게 머리숙인 청소노동자들 국회 곳곳 사무실의 불은 청소노동자들이 켠다. 김씨는 국회 본청 2층 정의당 대변인실로 들어가 불을 켰다. 어둠 속에서 곤한 잠을 자던 사무실 집기들이 환한 형광등 아래로 얼굴을 내밀었다. 김씨는 책상 밑의 쓰레기통을 비우고, 어지러이 흩어져 있던 슬리퍼들을 가지런히 정리했다. 김씨는 7년째 국회 청소 업무를 해왔다. 10여분 만에 대변인실 청소를 마쳤다. 남자 화장실로 자리를 옮겼다. 여성인 김씨는 남자 화장실 청소가 불편하다. “남성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얼른 해야 해요.” 세제를 수세미에 풀어 이곳저곳 걸레질을 했다. 이어 바닥에 물을 뿌리고 대걸레질을 했다. 다음은 국회 복도 바닥 청소. 대걸레로 바닥을 닦고 이곳저곳 흩어져 있는 쓰레기를 빗자루로 쓸었다. 김씨가 움직일 때마다 신기할 정도로 바닥에 금세 윤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는 청소하는 내내 종종걸음을 하며 바삐 움직였다. “국회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인 오전 8시에 일을 마치려면 어쩔 수 없어요.” 김씨가 수줍게 웃었다. 그의 종종걸음은 7시50분께 멈췄다. 본청 2층 한켠에 마련된 노동자 휴게실로 몸을 옮겼다. 이때부터 한시간 동안은 공식 휴식시간이다. 보통 퇴근은 오후 4시 넘어 한다. 청소에 집중하느라 인터뷰를 계속 미뤄왔던 김씨가 본격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국회 환경미화원 노동조합의 부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누리꾼에게 큰 화제가 됐던 26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앞 침묵시위는 어떻게 하게 된 것인지부터 물었다. “청소하던 도중 국회 텔레비전으로 중계되는 김태흠 의원의 발언을 들었어요. 국회 곳곳에서는 회의 내용을 실시간 중계하는 텔레비전이 있어요. 김 의원의 발언을 곳곳에서 들은 동료들이 제 휴대전화로 ‘우리가 가만있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문의를 해왔어요. 그래서 근무가 끝난 오후 4시 운영위원회 앞으로 몰려갔어요. 마침 김 의원이 회의장에서 나오더라고요. 김 의원은 우리의 항의를 받고 ‘그런 뜻(노동3권 반대)으로 한 말이 아니다’고 해명했어요. 저희는 ‘잘 부탁드린다’며 김 의원께 머리를 숙였고 그게 국회 기자들의 사진에 찍혀 보도된 거예요.” 2년 전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국회 청소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정규직화 약속했지만
김태흠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파업할 수 있다”며 이제 와 반대 “노동조합 생기기 전까지는
현대판 노예나 다름없었어요”
“비정규직 줄이는 게 국가 정책…
왜 국회는 거꾸로 가는 겁니까”
청소노동자들은 속이 탔다 이날 국회 청소노동자들의 국회 운영위 항의방문 현장은 큰 화제가 됐다. 누리꾼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청소노동자와 주먹을 부딪히며 익살맞게 인사하는 사진과 우리의 국회 청소노동자들이 김 의원에게 머리를 숙이는 사진을 비교해 올리며 “가슴 아프고 분노스럽다”(트위터 이용자 @kimsd534) 등의 글을 남겼다. 김태흠 의원은 김 의원대로 억울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노동3권을 반대한 게 아니고, 청소노동자들이 파업을 자주 하게 되면 국회가 마비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또 2014년에 청소노동자들만 직접 고용하게 되면 2015년에 용역계약이 끝나는 국회 시설관리 직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서 국회 사무처가 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면) 툭하면 파업할 수 있다”는 표현으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에 삐딱한 시선을 드러낸 것은 사실이다. ‘헌법33조(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에 반대한다’는 직접적인 표현만 아닐 뿐이다. 직접 고용하면 예산 3억9000만원 절약 김 의원은 노동자들의 기습 시위가 민주당이 선동해서 벌어진 일로 알고 있다. 그는 28일 아침 <에스비에스>(SBS)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민주당에서요. 이분들에게 제가 나쁜 일 했다고 해서 아예 옆에서 이야기를 건네고 해서 이분들 오게끔 한 거예요”라고 주장했다. 청소노동자들은 자발적인 시위라며 반발했다. 28일 아침 휴게실에서 쉬고 있던 김영숙씨는 “김태흠 의원의 발언에 분노한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시위”라고 기자에게 설명했다. 김씨와 함께 휴게실에 있던 네댓명의 노동자들이 “맞다”고 맞장구를 쳤다. 용역업체 파견 형식으로 일하던 국회 비정규직 청소노동자의 정규직 채용 계획은 2011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나라당이던 새누리당 소속 박희태 국회의장은 국회 비정규직 노동자 상당수를 정규직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국회 소속기관 직제개정안을 국회 운영위원회에 제출해 통과시켰다. 청소용역 노동자(2013년 11월 현재 204명)는 공무원이 아닌 형태로 직접 고용하는 것이라 직제개정안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박희태 의장의 제안에는 분명 비정규직 청소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이 들어 있었다. 이 때문에 당시 언론들은 ‘국회 청소노동자들이 정규직화된다’고 기정사실처럼 보도했다. 민주당도 딱히 반대할 이유가 없었고 권오을 당시 국회 사무총장도 2011년 6월22일 열린 운영위 회의에 참석해 “이번에 용역 기간(2013년 12월)이 끝나면 다시 용역 주지 않고 우리 국회에서 직접 청소 미화원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당시 여야 의원들에게 설명했다. 국회 청소노동자들은 이 말만 믿고 2년 넘게 버텼다. 그러나 올해 중반이 넘어가도록 국회 사무처는 뚜렷하게 정규직 전환 방침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달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친 국회 사무처가 현재의 용역 고용 상태를 가정해 내년도 국회 청소노동자 예산안을 국회 운영위원회에 제출했다. 현재 용역 계약을 맺은 ㅈ업체와의 계약 만료일인 2013년 12월 이후에도 계속 청소노동자를 용역업체에 위탁해 고용하겠다는 방침이 확인된 것이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이 이달 초 국정감사에서 국회 사무처를 상대로 문제제기를 했다. 은 의원은 “2011년 언론보도를 통해 박희태 전 국회의장께서 공언하고 계속 말씀한 건데, 그것(정규직 전환)을 안 하는 이유가 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이 “여당 의원들 중 반대를 하고 계신 분들도 있다. 논의를 (여야) 의원들께서 해주신다면…”이라고 답했다. 국회 청소노동자 직접 고용에 대한 새누리당의 반대 기류가 처음 드러난 것이었다. 김태흠 의원의 발언만 크게 보도되었지만 새누리당 소속 국회 운영위원회 의원들은 대체로 청소노동자 직접 고용 문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7일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 신동우 의원, 강은희 의원, 이헌승 의원은 조심스럽게 정규직 채용 반대 의사를 밝혔다. 신동우 의원은 이날 “국회는 상징성이 있다. (지방자치단체 등) 모든 분야가 외주화 다 한 마당에 이 문제를 그렇게 가볍게 바꿀 수 있는 일은 아니다”고 말했고, 이헌승 의원은 “서울시가 하고 있는 것을 한 1년 내지 2년 후에 평가해서 별문제가 없다고 하면, (정규직 채용)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제안과 국회 사무처의 청소노동자 직접 고용 방침을 미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태흠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6일 운영위원회 끝나고서 알았다. 내가 19대 때 국회에 들어와서 18대 때 있었던 일을 다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직접 고용해도 비용이 늘지 않거나 오히려 감소한다’며 2014년부터 국회 청소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3년 시설관리 노동자를 고용한 용역업체 3곳에 지급된 용역비는 49억9002만원이었다. 그런데 이들 업체가 인건비로 지출한 돈은 33억4172만원에 불과했다. 만약 국회가 청소노동자를 직접 고용했다면, 나머지 16억여원의 용역비도 노동자의 몫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국회 사무처의 분석 자료에서도, 청소용역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할 경우 예산지출 규모가 최소 3억9000만원가량 절감되고 인건비를 17% 늘려도 현재의 예산 수준을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2015년까지 서울시 관련 시설에서 일하고 있는 청소노동자 4000여명을 직접 고용하는 것을 목표로 업무를 추진중이다. 현재 2100여명의 청소노동자가 직접 고용으로 전환된 상태다. 서울시 일자리정책과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직접 고용 이후 업무의 질과 관리 비용 등의 증가가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용역업체 정규직 아니다” 국회 청소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이유는 고용 안정뿐 아니라 근로조건 변화에 대한 열망과도 닿아 있다. 이들은 그동안 관리자가 횡포를 부려왔다고 주장한다. “2011년 노동조합이 생기기 전까지 국회 청소노동자들의 상태는 ‘현대판 노예’나 다름이 없었어요.” 김영숙씨는 단언했다. “관리자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남자가 청소해야 할 공간에 여자를 배치하는 등 횡포를 부려왔어요. 노조가 생긴 뒤에도 인사 정책과 관련해 노조와 대화도 하지 않아요. 울면서 일하는 조합원들이 많았어요.” 김씨 등 청소노동자들은 언론에 보도된 여러 사실들을 바로잡고 싶어했다. 김태흠 의원은 28일 아침 <한수진의 에스비에스 전망대>에 출연해 “국회 청소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 아니라 용역업체 정규직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영숙씨는 “1년에 한번씩 새로 고용계약을 맺고 있는데 우리가 무슨 정규직이냐”고 항변했다. 언론에는 국회 청소노동자의 월급이 120만원이라고 보도되고 있으나 이들은 ‘실급여는 120만원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 청소노동자는 직접 9월분 월급명세서를 보여주었다. 그는 휴일근무 수당과 상여금 등을 포함해 111만9000원을 받았다. 기본급은 104만5740원이었다. 나머지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도 이와 비슷했다. “국회에서 청소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다 좋은 곳에 취직한 줄 아는데 여기는 정말 열악해요.” 휴게실에서 쉬고 있던 청소노동자(65·여)가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들은 과연 소망대로 2014년부터 국회에 직접 고용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이 문제를 결정할 키를 쥔 국회 운영위원회 여야 의원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도 있지만 지난 9월 이목희 민주당 의원이 나선 ‘국회 청소노동자 직접 고용 촉구 국회의원 성명’에 동참한 의원은 103명에 그친다. 새누리당에서는 정우택 최고위원 등 10명만 동참했다. 강창희 국회의장이 전임 박희태 의장의 제안을 이행하겠다는 결단이 없다면 본회의에서 처리되기도 어려워 보인다. 19대 국회에서 청소노동자 직접 고용 문제를 어떻게 결론 내든지 간에 18대 국회의장이 제안하고 국회 사무처가 받아들였던 사안이 국회의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또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국정과제로 택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과 정부 여당의 행보가 엇갈리는 것도 논란이 될 수 있다. 한 청소노동자(60·여)는 이 말을 꼭 기사에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이니까 가장 솔선수범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비정규직 줄이는 게 국가 정책 아니었나요. 근데 왜 국회는 거꾸로 가는 겁니까.” 김태흠 의원 말처럼 ‘정규직 되면 툭하면 파업할 거냐’고 묻자 그는 펄쩍 뛰었다. “우리는 국회에서 청소를 오래 하고 싶을 뿐이에요.”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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