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 필요한 시설을 미리 만들어 유치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자는 취지는 강원도청 산하 공기업인 강원도개발공사에 1조원이 넘는 부채를 남겼다. 사진은 2010년 개장한 알펜시아 리조트의 전경이다. 강원도개발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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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뉴스분석, 왜?
경기장간 거리 좁히려다 올림픽 성공 멀어졌다
▶ 2018 평창겨울올림픽은 삼수(三修), 즉 세 번의 도전 끝에 유치한 대회입니다. 하지만 삼수는 세 번의 도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10년이 넘는 지난 유치와 대회 준비 과정을 돌이켜보면, 재정 낭비와 환경 파괴 논란을 자초한 크고 작은 실수들이 있었습니다. 과거를 교훈으로 삼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유치 과정의 세 가지 실수(三手)를 살펴보았습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4강 쾌거를 이뤄낸 2002 한일월드컵이 폐막한 지 불과 한달여 지난 2002년 8월1일, 정부는 2010년 겨울올림픽을 평창에 유치하기 위한 ‘정부지원협의회’를 발족시키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올림픽 유치를 지원하겠다는 발표였다. 그해 11월엔 전직 외무부 장관 공노명씨를 유치위원장에 임명하며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활동에 본격 나섰다. 당시 언론은 ‘평창으로 결정되면 한국은 동·하계 올림픽, 동·하계 아시안게임, 월드컵을 치른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9년이 지난 2011년 7월7일 남아공 더반에서 평창이 삼수 만에 개최지로 확정됐을 때도 언론의 의미부여는 비슷했다. 많은 언론이 ‘한국이 동·하계 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세계 4대 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치른 세계 6번째 스포츠 그랜드슬램 달성 국가가 됐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1988 서울올림픽 이후 한국 사회에서 대형 스포츠 행사는 자부심의 대상이자 지역 경제발전의 계기였다.
하지만 올림픽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환경 파괴와 재정 낭비 등의 논란은 개최국마다 있었으나,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과 2014 소치 겨울올림픽을 치른 뒤의 후폭풍은 이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이를 무시할 수 없었다. 2013년 9월 위원장으로 취임한 토마스 바흐는 소치올림픽 폐막 직후인 지난해 3월14일에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신뢰(credibility), 젊음(youth) 등 세 가지 키워드로 올림픽 개혁안인 ‘어젠다 2020’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아이오시의 누리집을 보면, 당시 바흐 위원장은 각국 올림픽위원회 위원들에게 어젠다 2020의 초안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를 한달간 모으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각국 위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논의해 만들어진 것이 올림픽 개혁안인 어젠다 2020이고, 이는 지난해 12월9일 아이오시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한국에서는 두 명의 아이오시 위원 중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입원 중이라 당시 총회에 참석하지 못했고, 문대성 새누리당 국회의원만이 참석했다.
평창 콘셉트와 정반대 ‘어젠다 2020’
어젠다 2020의 내용은 파격적이었다. 그동안 아이오시가 각국 올림픽조직위에 강조한 것은 ‘성공적인 대회 운영’이었지, 재정 낭비를 막는 효율적인 운영이 아니었다. 한국이 올림픽 유치와 대회 준비 과정에서 여러 실수를 하게 된 이유도 그런 아이오시의 기호를 맞춰주기 위해서였다. 그런 아이오시가 오히려 1국가 1도시 원칙을 파기했고, 최대한 기존 시설이나 철거 가능한 시설을 이용해 비용을 줄이길 권고했다. 아이오시는 특히 한 나라 안의 여러 도시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예외적인 경우 국가 밖에서 일부 종목을 치르는 다국가 다도시 개최의 가능성마저 열어뒀다. 아이오시가 먼저 2020 하계올림픽이 열리는 일본 도쿄와 2018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이 일부 종목을 주고받도록 제안을 한 배경도 그런 어젠다 2020의 내용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이오시의 정책 전환은 이제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를 개최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어떻게’ 치르느냐가 관건인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어떻게 치르느냐의 관점으로 평창올림픽을 살펴본다면, 크게 세 가지 실수를 꼽을 수 있었다. 첫째는 올림픽 이전에 알펜시아를 조성한 것이고, 둘째는 ‘올림픽 역사상 가장 인접한 경기장 배치’를 유치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다. 셋째 실수는 대회 개최비용의 75% 이상을 중앙정부의 재정으로 부담하고 환경영향 평가 등을 면제하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장애인동계올림픽대회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의 제정이다.
강원도의 지방공기업인 강원도개발공사를 파산 위기로 몰고 있는 알펜시아 리조트는 처음부터 올림픽 유치를 위한 시설이었다. 문제는 사전에 꼼꼼한 경제성 검토 없이 ‘일단 짓고 보자’는 추진 과정에 있었다. 그 결과 개장 후 5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분양률은 35%(2013년 기준)에 불과하고, 부채는 1조원에 이른다.
알펜시아 조성사업은 올림픽 유치 실패에서부터 비롯됐다. 2003년 7월2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아이오시 총회에서 평창은 1차 투표에서 최다득표를 했는데도, 결선투표에서 캐나다 밴쿠버에 패해 올림픽 유치에 실패했다. 아깝게 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평창은 이듬해 2014년 겨울올림픽 유치 재도전 의사를 밝혔고, 기반 시설을 미리 확보해 유치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피스밸리 개발계획’을 2004년 2월26일 확정했다. 피스밸리의 명칭은 2005년 4월 기본계획이 정해지면서 알펜시아로 변경됐다. 알펜시아는 관광객을 위한 복합리조트이자, 올림픽 대회를 위한 경기장이기도 했다. 실제 이번 올림픽에서 스키점프,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경기가 알펜시아의 기존 시설에서 치러진다.
2006년 공사가 시작된 알펜시아 조성사업은 다섯 차례의 설계 변경으로 사업비가 기존보다 2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1조6836억원에 달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지방공기업 재무건전성 평가> 보고서를 보면, 알펜시아 조성으로 인한 금융부채가 2013년 기준으로 9076억원에 이르렀다. 강원개발공사의 전체 부채액은 2009년 1조488억원에서 2013년 1조2487억원으로 2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알펜시아는 매년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형편이다. 한마디로 빚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매년 돈을 벌기보다는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익이 이자보다 커야 빚이 줄어드는데, 이익은커녕 손실이 나고 있다. 알펜시아의 운영 주체인 강원개발공사는 2009년 이후 매년 영업손실을 냈다. 2009년엔 162억원, 2010년엔 228억원으로 영업손실액이 정점을 찍었고, 2012년과 2013년엔 각각 98억, 91억원으로 손실액이 다소 줄었다.
문제는 이자비용이 2009년 이후 매년 300억원이 넘는다는 점이다. 2012년 이자비용이 441억원, 2013년엔 386억원이었다. 날짜로 환산해도 하루에 1억원 넘는 이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재정자립도 22%에 불과한 강원도는 이미 강원개발공사의 빚을 부담하고 있다. 강원개발공사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올해 강원도로부터 현금출자 150억원을 비롯해 650억원을 지원받고, 내년부터 2017년까지도 매년 200억원 이상을 지원받을 계획이다.
2002 한일월드컵 개최 뒤국제행사 ‘그랜드슬램’ 목표로
삼수 끝에 평창 유치 성공했다
유치에만 매몰된 ‘세 번의 도전’
미래 부담 지운 ‘세 가지 악수’ 뒀다 하루 1억원 이자 알펜시아 건설
경기장 거리 줄이는 데만 집착
거액 투자와 낭비 부른 ‘특별법’
IOC의 새로운 올림픽 시대정신
‘어젠다 2020’ 거스르게 되었다 인구 22만 강릉에 경기장 5개 올림픽 사상 가장 인접한 경기장 배치는 유치의 핵심 공약이었지만, 지금은 재정 낭비의 자충수가 됐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가 아이오시에 제출한 유치신청서(비드파일)를 보면, 12쪽 머리말에 “평창은 역대 동계올림픽 사상 가장 콤팩트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모든 경기장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30분 거리 이내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또 ‘올림픽 콘셉트’를 설명한 24쪽에서 “평창은 지난 두 번의 유치 과정에서 모든 대회 참가자들에게 최고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콤팩트한 콘셉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따라서 빙상과 설상경기장 간의 거리는 31㎞로 고속도로, 고속철도, 국도 등 다중교통망으로 20분내 도달 가능하며, 두 개의 외곽 경기장도 주선수촌에서 30분내 도달 가능하다”고 적었다. 이런 유치 공약으로 인해 알펜시아에서 직선거리로 30㎞ 정도인 보광 휘닉스파크(강원 평창)가 스노보드, 프리스타일스키 경기장으로 낙점됐으나, 직선거리로 50㎞인 하이원리조트(강원 정선)는 고려 대상이 되지 못했다. 최근 스노보드 경기장 개보수 공사비가 기존 205억원에서 1040억원 정도로 급증하면서 하이원리조트가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으나, 정부와 조직위는 ‘분산개최 여론이 불붙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원안을 고수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설계도 끝나지 않아 첫 삽조차 뜨지 않은 스노보드 경기장은 ‘비용’만을 고려하면 하이원리조트로의 이전이 더 나은 대안이지만, 정부는 여론이 무서워 세금 절감방안을 고려조차 않는 셈이다. 올림픽유치위는 두 차례의 실패를 거듭하며 ‘경기장 간 거리’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2010년 첫 유치 신청 당시엔 아이스하키 1, 2 경기장을 원주에 짓기로 했고, 스노보드와 봅슬레이 경기장을 횡성에 설립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다음부터 ‘경기장 간 거리’가 주요 유치논리가 되자, 원주와 횡성 등 강원도 내 경기장 재배치는 물론이고 수도권과 전북 무주 등 기존 시설을 활용한다는 계획이 애초에 거론조차 되지 못했다. 알파인 스키장인 가리왕산의 환경 파괴 논란으로 대안이 논의될 때도 강원도를 벗어난 전북 무주는 검토 대상이 아니었고, 강원도 내 만항재, 상원산, 두위봉 등이 대안으로 논의됐다. 산림청이 발간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보전 복원방안 수립 백서>를 보면, 국제스키연맹(FIS)이 2001년에 이미 무주가 활강경기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해 대안으로 검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강원도청이 이런 주장을 했지만, 실제 2001년에 국제스키연맹의 무주 실사에 동행한 스키연맹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당시 무주가 경기장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었고, 여러 보완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반박했다. ‘콤팩트한 콘셉트’로 인구 22만명의 강릉시에 몰아넣은 1만여석 규모의 빙상경기장 5개는 조직위와 강릉시에 고민을 더하고 있다. 올림픽에 사용될 5개 빙상장 가운데 남자 아이스하키 경기장과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아직도 마땅한 사후활용 계획이 없다. 특히 올림픽 이후 원주로 이전될 계획이었던 아이스하키 경기장은 강원도 내에서도 이전을 둘러싼 논란이 컸다. 애초 남자 아이스하키 경기장은 1079억원을 들여 강릉에 만들고, 두 달간 올림픽에 사용한 뒤에 650억원을 들여 원주로 이전하는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강원도는 원주 이전비용을 줄기차게 정부에 요구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해 6월17일 국회에서 “(원주) 이축 비용이 아직 확보가 안 돼서 저희들이 650억원을 정부에서 좀 마련해 주십사 하는 요청을 총리께 드린 바 있다”고 했지만, 중앙정부는 이를 외면했다. 올림픽 이후 경기장을 이전하는 비용은 ‘올림픽특별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법률상 국비 지원의 근거도 없었다. 결국 강원도는 남자 아이스하키 경기장에 대한 계획을 ‘이전’에서 ‘철거 또는 사후활용’으로 바꿨다. 이 계획변경은 또 다른 논란을 불렀다. 원창묵 원주시장은 지난해 12월23일 기자회견을 열어 “아이스하키 경기장의 원주 이전”을 요구했고, 최명희 강릉시장은 이듬해 1월12일 “기술적으로 2017년 테스트 이벤트까지 경기장을 원주에 건설하는 게 가능하다면, 원주 재배치를 논의할 의향이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가 분산개최를 허용하면서 여건이 변했다”고 화답했다. 두 시장의 발언은 조직위와 현지 언론으로부터 ‘부적절하다’는 집중포화를 받고서 잠잠해졌지만, 작은 도시에 경기장을 몰아넣은 결정의 여파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수 바로잡는 출발점은 분산개최 평창올림픽의 준비 과정에서 꼽을 수 있는 세 번째 실수는 ‘특별법’이다. 2012년 8월에 제정된 특별법을 보면, 제35조에서 기존 법률에 대한 특례조항을 두어 ‘국가는 대회 관련 시설 중 경기장의 신축 및 개축, 보수에 소요되는 사업비의 75퍼센트 이상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 밖에도 제33조 환경영향평가 등의 간소화, 제34조 산림보호법을 일부 적용받지 않는 특례, 제36조 각종 부담금을 감면받는 조항 등이 있다. 이 특별법으로 인해 전체 13조4851억원에 이르는 겨울올림픽 총예산에서 국비 부담액이 7조5269억원에 달한다. 경기장 공사비는 국비로 75% 부담하고, 나머지 25%는 강원도의 지방비가 차지한다. 특히 고속철도, 고속도로 등 광역 간선교통망 공사비는 국가가 전액 지급한다. 정부와 국회도 국제행사 유치 시 국가예산이 사업성 검토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013년 5월 ‘국제행사 심사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해 지방자치단체의 국제행사의 경우 총사업비의 30% 한도 내에서 국고를 지원하고, 타당성 조사 시 경제성 분석(비용편익분석)뿐 아니라 정책적 분석도 계량화하는 종합평가방법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개선방안도 이미 특별법이 적용되고 있는 평창올림픽 앞에선 효과가 없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3년 5월 발간한 <국제스포츠행사 지원사업 평가> 보고서에서 “기획재정부의 개선안은 제도의 구속력이 약하다. 사후활용방안까지 포함한 엄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친 후에 경기장 신설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평창 겨울올림픽의 실수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분산개최’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모이고 있다. 대안과 기존 안을 두고 어느 것이 더 타당한지는 대화와 토론 중에 가려질 수 있다. 하지만 정부와 조직위는 덮어놓고 반대하고 있다. 복기(復棋)는 나아감을 위한 것이다. 지금 이 시점의 복기에선 유치 과정의 잘못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대회를 치른 뒤의 복기에선 ‘분산개최의 마지막 타이밍’에 무엇을 했는지가 논의될 것이다. 과연 그때 우리는 어떤 복기를 하게 될까.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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