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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4.10 19:53 수정 : 2015.04.10 22:13

지난 1일 오케이저축은행 러시앤캐시가 ‘NH농협 2014~2015 V리그 남자부’ 우승을 차지한 뒤 구단주인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이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아프로서비스그룹 제공

[토요판] 뉴스분석, 왜?
고금리 대부업계의 꿈틀거리는 야망

▶ 최근 프로배구판에선 신생 배구단 ‘오케이(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의 돌풍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오케이저축은행은 지난 1일 ‘엔에이치(NH)농협 2014~2015 브이(V)리그 남자부’에서 삼성화재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창단 2년 만의 쾌거였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대부업 계열 저축은행인 오케이저축은행이 대부업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기 위해 적극적인 스포츠 마케팅에 나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러시앤캐시가 지난 10여년간 국내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사연을 돌아봤다.

최강자 삼성화재를 꺾은 신생 프로배구단 ‘오케이저축은행 러시앤캐시’의 돌풍은 지난달 31일 배구단 운영 포기를 선언한 우리카드와 비교되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2013년 드림식스 배구단 인수전에서 러시앤캐시를 누르고 구단 인수에 성공했던 우리카드가 배구단 해체 위기로까지 몰리면서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며칠 뒤 우리카드는 배구단 운영 포기 선언을 번복했다.) 거대 금융지주그룹인 우리금융의 계열사인 우리카드가 팀의 주축이었던 선수를 팔아넘기면서 구단을 운영한 데 견줘 대부업 계열의 오케이저축은행은 연간 50억여원의 구단운영비를 쏟아부은 점이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신생 배구단에 대한 적극적 투자는 오케이저축은행 대표이자, 아프로서비스그룹을 이끄는 최윤(52) 회장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최 회장은 선수 스카우트에 직접 발 벗고 나서는가 하면, 홈경기가 있을 때마다 체육관을 찾았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은 ‘러시앤캐시’로 더 잘 알려진 아프로파이낸셜대부와 오케이저축은행을 비롯한 13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소비자금융그룹이다. ‘불법 채권추심’과 ‘신체 포기 각서’ 등 부정적 이미지로 뒤덮여 있던 대부업체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배경은 뭘까.

일본 영업 노하우로 서민들 절묘하게 공략

최 회장은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난 재일동포 3세다. 그는 ‘자이니치’(재일조선인)에 대한 편견이 있는 일본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장사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나고야에서 1988년에 한국식 불고기를 파는 ‘신라관’을 열게 된 사연이다. 식당은 입소문이 나면서 일본 전역에 60여개의 분점을 내기도 했다.

일본에서 외식업으로 성공한 이후엔 고국땅으로 눈길을 돌렸다. 정보기술(IT) 붐이 일던 1999년 한국에서 벤처캐피탈을 차렸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아이티 버블’이 꺼지면서 한국에서의 첫 사업도 실패로 끝났다.

곧이어 최 회장은 한국에서 사업을 일으키기 위해 재기에 나섰다. 2002년 ‘원캐싱’이라는 대부업체를 세웠다. 당시는 국내에서 대부업이 막 양성화되던 시절이다. 우리나라는 1962년 ‘이자제한법’이 제정된 이래, 최고 이자율을 연 25~40% 수준에서 제한해왔다. 하지만 이 법은 1998년 1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외환위기 때 국제통화기금(IMF)이 ‘시장 기능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없앨 것을 요구하면서다.

은행 등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워서 사채 시장에서 돈을 빌리던 서민들은 연 100%를 웃도는 ‘살인적인’ 고금리에 시달려야 했고, 이자제한법을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됐다. 하지만 정부가 2002년에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대부업법)을 만드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 법에 따라 대출금리의 상한은 연 66%가 됐다. 원캐싱을 비롯한 대부업체들이 ‘합법적인 울타리’ 안에서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기 시작한 무렵이다.

상대적으로 다른 금융회사에 비해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대부업체들은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저축은행만 해도 수신 기능을 가지고 있어 부실이 발생하면 공적자금이 투입될 수 있기 때문에 ‘출장소’ 하나 새로 만드는 데도 규제가 많다. 이에 비해 대부업체는 점포를 내는 데 제한이 없다. 대부업체들이 공격적 점포 확장에 나서면서 대출자들을 파고든 배경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점포가 많으면 대출신청자의 상환 능력에 대해 꼼꼼하게 확인할 수 있는 대면심사가 수월해진다. 대형 대부업체들이 대출을 공격적으로 해줄 수 있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아프로서비스그룹 계열사들의 대부잔액은 2조8811억원, 거래고객은 76만7000명에 이른다.

최 회장은 2004년 당시 국내 대부업계 1위인 일본계 에이앤오(A&O)그룹을 인수한 이후 꾸준히 덩치를 키워왔다. 인수합병 직후 금융당국에 낸 감사보고서(2003년 10월~2004년 9월)를 보면, 자산 518억원 규모에 7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하지만 1년 만에 17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턴어라운드’ 했다. 이에 대해 아프로서비스그룹 관계자는 “기존 대부업체들은 막연히 고객의 인상만 보고 지점장 직권으로 대출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비해 우리는 신용평가시스템(CSS)을 자체 개발해 대출 희망자의 생활 패턴이나 이력 등으로 상환 능력을 고려해 대출해줬기 때문에 수익이 많이 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가장 최근 제출된 감사보고서(2013년 10월~2014년 9월)에선 자산이 2조7373억원에 달했다. 10년 전에 견줘 자산 규모가 53배가량 늘었다. 한해 동안 벌어들인 수익도 989억원에 이른다.

일본계 대부업의 영업 노하우를 갖추고 있던 러시앤캐시는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절묘하게 공략해왔다. 2002년 카드대란으로 ‘빚 돌려막기’를 하다가 한계에 부딪친 이들은 카드빚을 갚기 위해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렸다. 그 무렵 일본은 오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었고, 일본계 대부업체들은 값싸게 돈을 빌려와 한국에서 공격적 영업을 벌일 수 있던 환경이었다.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일본계 대부업체들은 상환 능력을 판단하는 노하우가 뛰어났다. 전기료나 가스료와 같은 공과금 영수증을 보고 연체 상태를 판단하는 등 공격적으로 대출을 해줬다”고 말했다.

오케이저축은행은 프로배구팀에
어떻게 매해 150억원 쏟아부었나
아프로서비스그룹 최윤 회장의 힘
‘러시앤캐시’로 더 알려진 대부업체
대부잔액 2조8천억, 거래고객 76만명

2011년 부실 저축은행 사태 덕에
예주·예나래 저축은행 인수 가능
카드·캐피탈 같은 제도금융사 꿈꿔
대부업 굴레 벗으려는 몸부림에
바깥에선 여전히 경계 눈초리

“현대캐피탈을 존경하고 벤치마킹한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의 주주 현황을 보면, 최 회장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페이퍼컴퍼니 제이앤케이(J&K)캐피탈이 전체 주식 가운데 98.84%를 소유하면서 대주주로 있다. 제이앤케이캐피탈은 일본 회사다. 러시앤캐시 쪽도 “아프로파이낸셜대부가 현재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설립된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분류돼 있다”고 시인했다. 그럼에도 러시앤캐시 쪽은 대주주인 최 회장의 국적이 한국이라면서 ‘국내 대부업체’라고 홍보한다. 국부유출 논란에서 비켜가려 한 의도로 풀이된다.

러시앤캐시로 큰돈을 번 최 회장의 야망은 대부업에서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부정적 이미지로 뒤덮인 대부업체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데 주력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2013년 <서울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글로벌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 씨티그룹 등도 한국에서 캐피탈 업체를 계열사로 두고, 우리와 비슷한 20~30% 대출금리로 금융업을 한다. 캐피탈, 저축은행이 하면 소비자금융이고 대부업체가 하면 사채라고 매도하는 시각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제도권 금융에 진출하려는 최 회장의 의중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그는 2007년 예아름저축은행 이후로, 2008년 부산 양풍저축은행, 2009년 예한울저축은행, 2012년 예한별저축은행, 2014년에는 예성저축은행 등 무려 아홉차례의 저축은행 인수에 나섰다가 모두 실패했다. 대부업이라는 굴레가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이런 가운데 2011년에 불거진 부실 저축은행 사태는 그에게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최 회장은 지난해 7월 예주·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했다.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할 주체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으면서, 급기야 대부업체에도 인수 기회가 주어진 결과였다. 금융위원회는 대부업체도 인수를 위한 재무건전성을 갖췄다며,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최 회장은 5년 내 대부자산의 40% 이상을 줄이고 최고금리를 29.9%로 유지하는 조건으로 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저축은행의 새 이름도 오케이(OK·오리지널 코리안)로 지어, 토종 저축은행임을 강조했다.

배구단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는 저축은행 인수 직후 시작됐다. 연간 구단 운영비 50억원을 포함해, 150억원가량을 배구단 활동과 관련해 썼다.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동안은 ‘스파이크 오케이 정기적금’이라는 상품을 팔기도 했다. 기본금리 연 3.8%에 상품에 가입한 이후 배구단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0.5%포인트, 우승하면 0.5%포인트를 더 주는 식이다. 배구단 우승으로 이 상품 가입자들에게 추가적으로 20억여원의 이자비용이 나갔다.

오케이저축은행은 이런 마케팅으로 인해 150억원 이상의 홍보효과를 얻었다고 자신한다. 오케이저축은행 관계자는 “우승을 통해서 설립한 지 얼마 안 된 회사를 배구팬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렸다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배구뿐 아니라 농아인 야구대회 개최, 대한하키협회 명예회장으로 남녀 필드하키 국가대표팀 후원, 골프대회 후원 등 다양한 스포츠 마케팅을 펼쳤다. 모두 대부업에 대한 편견을 지우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대부업 이미지를 지우려는 노력은 광고에서도 확인된다. ‘무이자’ ‘무심사’ 등의 문구를 단 무차별적 광고를 통한 러시앤캐시의 영업 확장이 여론의 질타를 받자, 2013년부터는 ‘감성광고’로 방향을 틀었다. “나 오늘 러시앤캐시 사표 낼 거야.” “열심히 해보겠다더니 왜?” “비싼 이자로 월급 받는 일 더는 못 하겠어.” “근데 돈 빌려주고 이자 받는 건 카드나 캐피탈이랑 똑같은 거 아니야.” “사채라고 놀린 건 너였으면서.” “아닌 거 알지. 그러니까 며칠만 더 (그만두는 것을) 생각해봐.” 지난해 전파를 탔던 텔레비전 광고의 한 대목이다. 러시앤캐시가 사채가 아니라 카드나 캐피탈 같은 제도금융사와 같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5월 중국 충칭에서 열린 ‘중경아부로소액대출유한공사’ 개업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종합소비자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현대캐피탈은 현대카드, 현대라이프 등을 통해 모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을 존경하고 벤치마킹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지난 1월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산업은행의 동부캐피탈 지분 매각 본입찰에 참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머잖아 대부업계 금융지주회사 나오는가

대부업의 굴레를 벗으려는 적극적인 몸부림에도 바깥에선 여전히 경계의 눈초리가 가득하다. 지난해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오케이저축은행 등 대부업 계열 저축은행 5곳의 영업 현황을 보면, 전체 대출 건수의 89%가 25% 이상의 고금리 대출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일 기준으로 직전 3개월간 오케이저축은행 신용대출 고객들이 적용받은 금리를 보면, 연 25% 이상 30% 미만이 전체의 96.87%에 이르며, 20% 이상 25% 미만이 2.36%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대부업계 저축은행의 고이율로 대부업체와 제도금융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저축은행의 대부업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신용등급별 차등금리를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대부업계 저축은행이 비난받는 이유가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고이율의 대출상품만 판매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10일 현재 오케이저축은행의 ‘오케이 일반 신용대출’의 경우 현재 신용등급 1등급이 적용받는 평균금리가 연 25.9%, 9등급이 적용받는 평균금리가 29.9%로 불과 4%포인트 차이만 나는 것으로 저축은행중앙회 누리집에 공시돼 있다. 이에 대해 언론에서 지적이 이어지자 오케이저축은행은 지난달 23일 신용등급별로 1등급은 최저 14.9%까지 차등 금리를 적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아프로서비스그룹 계열 대부업체들의 고금리 장사를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한국대부금융협회 누리집에 올라온 신용대출상품 금리비교 공시를 보면 계열사인 원캐싱대부와 미즈사랑대부의 평균 대출금리는 34.9%다. 현행법이 정하고 있는 최고이자율은 34.9%다. 최근 몇년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대부업체들의 조달금리도 계속 떨어져왔지만 여전히 최고이자율을 고수하고 있다. 또 다른 계열사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의 평균 대출금리도 33.3%로 최고금리에 육박한다. 특히 러시앤캐시는 지난해 4월부터 5개월여간 가상계좌 인출 수수료를 대부 이용자에게 부담시켰다. 법정 최고이자율을 적용받는 이용자에게 수수료마저 떠안겨 사실상 최고이자율을 넘긴 사실을 금감원이 적발해, 관할 지자체인 서울 중구청에 통보한 상태다.

시민단체의 지적은 좀 더 매섭다. “금융당국에서 대부업계의 제도금융 진출을 막아오다가 부실 저축은행을 털어내려는 목적으로 (대부업에) 기회를 줬다. 막대한 자금력과 저축은행이라는 제도금융의 이름으로 다른 금융사들을 인수해 머잖아 대부업계 금융지주회사가 나올 것이다. 고금리 장사를 벌여온 대부업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공동대표의 말이다.

이재욱 기자 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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