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뉴스분석, 왜?
▶ 스마트폰을 이용해 배달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배달앱’을 한번도 이용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라는 이름은 친숙할 것이다. 두 업체는 케이블과 지상파 방송,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막대한 광고전을 펼치고 있다. 피자, 짜장면, 치킨 주문을 모바일에서 처리해주는 게 얼마나 남는 장사이길래 이런 광고전이 가능한 것일까. 그 내막을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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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승룡과 차승원이 등장하는 음식 배달주문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영상광고 화면. 국내 1위, 2위의 배달앱을 만들어 운영하는 두 회사는 앱 홍보를 위해 지난해 각각 100억원, 200억원가량의 광고비를 썼다. 영상광고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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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배우 류승룡을 보면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7번방의 선물>의 바보 아빠 용구나 <명량>의 왜장 구루지마를 떠올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보다는 배달의민족 광고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류승룡의 진지한 표정과 우스꽝스러운 상황의 부조화가 웃음을 유발하는 배달의민족 광고는 지난해 한국광고대상을 비롯해 주요 국내 광고제 수상을 휩쓸었다. 버스정류장에서도, 지하철역에서도 심각한 얼굴의 류승룡과 ‘넌 먹을 때가 제일 이뻐’, ‘다이어트는 뽀샵으로’ 따위의 문구가 적힌 배달의민족 광고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광고에 힘입어 배달의민족은 국내 1위 배달앱으로 우뚝 섰다.
국내 2위 배달앱 ‘요기요’의 광고 공세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에는 배우 박신혜가 “왜 배달음식 주문만 통화를 할까” 물었고, 올해에는 <삼시세끼>, <꽃보다 할배> 등 인기 예능프로그램으로 한창 상한가를 치고 있는 와이지(YG) 패밀리 소속 톱스타 차승원, 최지우와 악동뮤지션이 총출동했다.
도대체 두 회사는 광고비로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부은 걸까. 미디어리서치 전문기업 닐슨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광고 집행비는 지상파 93억원, 케이블방송 57억원, 종편 36억원, 신문 2억원 등 총 19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요기요의 주인인 유한회사 알지피코리아의 광고 집행비는 지상파 185억원, 케이블 324억원, 종편 256억원 등 76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닐슨코리아의 추정액은 실제 광고 집행비보다 크게 부풀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케이블과 종편의 광고 보너스율이 종종 1000%가 넘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상파 광고비 추정액은 상대적으로 정확한 편이라는 게 중론이다. ㈜우아한형제들 쪽은 지난해 실제로 집행된 광고 예산이 100억원에 조금 못미쳤다고 밝혔다. 알지피코리아는 광고 예산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200억원가량을 실제 집행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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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승룡과 차승원이 등장하는 음식 배달주문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영상광고 화면. 국내 1위, 2위의 배달앱을 만들어 운영하는 두 회사는 앱 홍보를 위해 지난해 각각 100억원, 200억원가량의 광고비를 썼다. 영상광고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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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벌려면 짜장면 2000만 그릇 팔아야
이들 회사가 돈을 얼마나 벌길래 광고비로 연간 100억, 200억원씩 펑펑 쓸 수 있는 걸까. 배달앱으로 고객이 5000원짜리 자장면 한 그릇을 시켜먹었다고 5000원이 두 회사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이 회사들은 수수료를 챙길 뿐이다. 평균적으로 수수료율이 10%라고 치면 500원이 들어오는 것이다. 100억원 광고비를 모으려면 자장면 2000만 그릇을 배달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성호경 우아한형제들 홍보팀장은 “광고비 같은 경우 많이들 오해하는데, 배달의민족이 대중적으로 유명해졌지만 아직 스타트업 기업이고 여전히 투자금액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 경영진과 투자자들 모두 마케팅에 집중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기 때문에 투자금액으로 텔레비전 광고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기요도 마찬가지다. 박지혜 요기요 홍보팀장은 “아직 영업이익이 나는 단계가 아니라 초기 단계다. 다양한 곳에서 투자를 받고 있고, 시장을 키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금은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배달앱 시장 자체를 키우고 요기요 앱 인지도를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투자자들도 우리한테 당장 영업이익을 기대하는 게 아니고 마케팅 활동에 집중하기를 바라고 있다. 주문 수수료로 들어오는 돈은 가맹점 시스템 설치 등을 위한 투자비로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장사해서 남긴 돈이 아니라 남들한테 투자받은 돈을 광고비로 쏟아붓는 중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두 회사는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받았을까?
2010년 6월 설립한 우아한형제들은 초기 몇몇 벤처캐피탈로부터 120억원을 투자받았다고 한다. 소셜코머스 기업 등 아이티(IT)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탈들이다. 우아한형제들은 또 지난해 11월 미국의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주도한 컨소시엄으로부터 400억원을 유치했다고 밝혔다. 성호경 팀장은 “특히 지난해 골드만삭스로부터 받은 투자는 의미가 크다. 단순히 ‘성장성 있는 작은 스타트업’의 단계는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요기요의 알지피코리아는 우아한형제들보다 1년 이상 늦은 2011년 11월 설립됐다. 독일에서 시작해 29개국에서 배달앱 사업을 하고 있는 스타트업 ‘딜리버리히어로’의 한국 지사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올해 초 기준 기업가치가 19억달러(약 2조735억원)에 이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알지피코리아는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팀유럽’(Team Europe) 등 유럽계 벤처캐피탈로부터 255억원을 투자받았다. 딜리버리히어로는 또 지난해 말 국내 3위 배달앱 업체인 ‘배달통’의 지분 50% 이상을 인수했고, 이달 초 요기요와 배달통은 사실상 합병에 가까운 전략적 협업을 선언했다.
배달의민족 작년 광고 100억
2위 요기요는 200억 썼을 듯
초기단계라 투자금으로 광고
배달앱 아직 외식업 10% 수준
“성장 여지 커…한국 세계 3위”
작년 20% 수수료율 ‘갑질 논란’
요율 내려 모면…‘착한 앱’ 등장
가맹점 컨설팅 등 상생 노력 중
광고효과 전단지·인터넷 앞질러
“비용 줄고 효과 좋아 업주 만족”
주문 거래량 1조원대, 성장 여지 커
이렇게 큰 투자금은 어떤 가능성을 보고 배달앱으로 향했을까. 우아한형제들과 알지피코리아 모두 공개가 되지 않은 기업이다. 각 기업이 발표하는 몇 가지 지표 외에는 경영 실적을 따져볼 수 있는 공개된 자료가 없다. 배달앱과 관련해 비교적 객관적인 자료라고 볼 수 있는 것은 닐슨코리안클릭의 월간 방문자수 정도다. 지난 2월 기준 배달앱 방문자수는 배달의민족 약 294만명, 요기요 164만명, 배달통 79만명 순서다.
배달의민족은 애플리케이션 누적 다운로드수 1700만건, 월 주문량 450만~500만건, 주문 객단가 약 1만8000원, 결제 수수료율 5.5~9%, 가맹점수 15만 등의 수치를 주장한다. 배달의민족은 결제 수수료보다 가맹점 광고라는 수익모델을 중요하게 본다. 배달음식점들이 그동안 주로 의존해온 광고수단인 전단지나 책자 등을 모바일 앱으로 대체한다는 것이 배달의민족이 초기부터 줄곧 강조하고 있는 사업 목표다. 성호경 팀장은 “우리가 추산하는 배달의민족 주문 거래량이 월 800억~900억원가량 된다. 경쟁사들의 거래량까지 더하면 연간 1조2천~1조5천억원 정도 될 것으로 추산한다. 한국외식산업협회와 여러 경제연구소 등의 자료를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 외식산업 규모가 10조~13조원에 이른다. 아직 배달앱이 전체 외식산업의 10%밖에 커버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굉장히 초기 단계이고 그만큼 성장할 여지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요기요는 올해 3월 애플리케이션 누적 다운로드수 1000만을 돌파했고,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526%, 월 주문수가 700% 증가했다고 말한다. 결제 수수료율은 어느 가맹점이나 12.5%로 동일하다. 요기요는 가맹점으로부터 월정액 회비나 광고비 등을 전혀 받지 않는다. 실제로 주문이 일어났을 때에만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요기요는 배달앱이 기존의 배달음식점을 끌어들이는 것을 넘어 배달음식 시장 자체를 더욱 확장시킬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런 생각은 모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의 경험에서 비롯한다.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배달음식 문화가 발달했지만, 딜리버리히어로가 사업을 시작한 독일 등 유럽은 그렇지 않았다. 박지혜 팀장은 “애플리케이션의 편리성 덕분에 유럽에서 기존에 없던 배달음식이라는 새로운 문화, 새로운 시장이 생겼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진출한 29개국 중 사업 규모가 영국이 1위, 독일이 2위, 우리나라가 3위다. 우리나라 성장률이 커서 본사에서 투자도 많이 하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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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깔린 각종 배달앱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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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배달앱과의 경쟁 효과
배달앱은 지난해 최대 20%에 이르는 높은 수수료율 탓에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 모두 잇따라 수수료율을 내림으로써 비난에서 벗어나는 데 일단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배달음식점들이 대체로 일반 음식점들보다 더 영세하기 때문에 갑질 논란은 언제든지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이승환 과장은 “배달앱들이 예전보다 수수료를 많이 내렸지만 여전히 우리 회원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배달음식점의 마진이 높지 않고 규모도 영세하기 때문에 더욱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의 와중에 서울대생들이 캠퍼스 주변 배달음식점들을 위해 만든 수수료 없는 애플리케이션이 ‘착한 배달앱’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국배달음식협회는 수수료 대신 월 1만5000원의 회비를 내고 이용할 수 있는 배달앱 ‘디톡’을 선보였다. 한국외식업중앙회도 소속 음식점들이 최저 수수료로 이용할 수 있는 배달앱 개발을 오는 20일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외주업체에 개발과 운영을 맡겼는데, 외주업체는 가맹점주들로부터는 실비 수준의 최저 수수료만 받는다. 대신 가맹점주들을 상대로 광고를 하고 싶어하는 식자재 유통업체나 인테리어·설비업체 등으로부터 수익을 얻는다는 구상이다.
비영리적으로 운영되는 이런 배달앱들이 연간 수백억원을 광고와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와 경쟁을 펼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성호경 팀장은 “주문결제 시스템을 만드는 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서비스를 운영하는 건 다른 문제다. 문제가 발생해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고객센터 운영 등에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비영리 배달앱이 그런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힘들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메이저 배달앱들이 수수료를 대폭 낮춘 것만으로도 비영리 배달앱들이 이미 제몫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이승환 과장은 “기존 배달앱과 경쟁해 이기겠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 회원들에게 기존 배달앱을 대체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도 수수료율 인하를 넘어서 가맹점과 상생하기 위한 노력을 인정받으려 애쓰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가맹점 배달 아르바이트생을 위한 오토바이 안전교육을 지원하고, 매달 외부강사를 섭외해 성공업소 비결 등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요기요도 축적된 주문 데이터를 활용해 상권 특성과 소비자 성향을 분석해 주문량을 늘릴 수 있는 무료 컨설팅을 가맹점주들에게 제공하고, 가맹점주들의 작은 소원을 이뤄주는 ‘사장님 희망배달 캠페인’ 등 상생 프로그램을 벌이고 있다.
온라인리서치 회사 마크로밀엠브레인이 배달의민족의 의뢰를 받아 지난 2월 전국 배달업소 업주 110명을 상대로 실시한 ‘배달업소 광고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종류별 광고 효과를 묻는 질문에 배달앱이 80.8%의 긍정 응답률을 기록해 전단지(53.6%)나 인터넷 검색광고(51.4%)를 크게 앞질렀다. 성호경 팀장은 “배달앱이 등장한 이후 실제로 전단지가 많이 줄었고, 전단지 가격도 떨어졌다. 배달앱을 이용해서 광고비는 절반 가까이 줄고 광고효과는 2배, 많게는 4배까지 늘었다는 업주들도 많다. 하지만 한번 불만을 가진 분들은 쉽게 돌아서주지 않는 것 같다. 꾸준히 만나 이야기하면서 풀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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