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공개한 증강현실 기기 ‘홀로렌즈’를 머리에 쓴 사용자가 집 거실에서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하고 있다. 홀로렌즈를 이용하면 허공에 자신이 원하는 물체를 만들어 띄울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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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뉴스분석, 왜?
차세대 플랫폼 가상현실(VR) 혁명
▶ 허공에 띄운 화면 속 상대방과 영상통화를 하는 모습은 <아이언맨>이나 <덴마> 같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 만화에 종종 등장합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단지 상상에 불과한 일이 아닙니다. 곧 가상현실(VR) 기기를 통해 현실이 될지도 모릅니다. 가상현실 기기가 보급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회적 변화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일어난 변화보다 훨씬 혁명적일 수 있습니다. 우리 앞에 어떤 미래가 다가와 있을까요?
일본 <엔에이치케이>(NHK)가 2007년에 방영한 애니메이션 <전뇌코일>은 ‘증강현실’을 소재로 했다. 2026년의 근미래 일본의 지방도시 다이코쿠시의 아이들은 모두 ‘전뇌안경’을 쓰고 다닌다. 이 안경을 쓰면 증강현실 시스템인 ‘전뇌세계’에 접속할 수 있다. 안경을 쓴 아이들은 눈앞 허공에 잡지나 영화 화면을 띄워놓고 보거나 부모와 영상통화를 하고,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동물을 애완동물처럼 데리고 다닌다. 가상의 빛을 무기처럼 사용해 총싸움을 벌이듯 놀기도 한다. 물론 전뇌안경을 벗으면 이 모든 것은 사라진다. 사용자가 바라보는 사물과 관련된 정보나 가상의 물체를 현실세계에 덧입혀 보여주는 것이 바로 증강현실이다.
허공에 가상현실 띄우는 ‘홀로렌즈’
이 만화는 애초 2012년 4월 구글이 발표했다 올해 초 판매를 중단한 ‘구글안경’(구글글래스)에 대해 이야기할 때 종종 인용됐다. 구글안경은 안경을 쓴 사용자의 시야 안에 작은 화면을 띄워놓고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보여준다. 사용자는 자신이 보고 있는 상황을 녹화하거나 시야 한쪽 구석에 화면을 띄워놓고 영상통화를 하고, 갈래길이 나왔을 땐 내비게이션을 띄워 목적지를 찾는다. 구글안경은 발표 당시 아이폰이 처음 소개됐을 때만큼 화제였다. 한데 올해 이것과는 차원이 다른 증강현실 기기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홀로렌즈’다.
홀로렌즈 역시 구글안경처럼 머리에 쓰는 형태다. 한쪽 눈만 살짝 가리는 구글안경과 달리 양쪽 눈앞을 몇 겹의 투명한 유리가 덮고 있다. 겉보기엔 구글안경보다 조금 더 크고 복잡해 보이지만, 이 기기가 구현하는 일은 구글안경에 견줘 훨씬 혁명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연 ‘빌드 2015’ 행사에서 홀로렌즈를 시연한 영상을 보면, 홀로렌즈를 쓰고 무대에 등장한 이는 애니메이션 ‘전뇌코일’의 아이들과 비슷한 일을 해낸다. 영화 화면을 한쪽 벽에 띄워놓고 보다가 다시 화면을 벽에서 떼어내 자신의 바로 옆 공중에 띄워놓고 집안을 돌아다닌다. 허공에 떠 있는 화면은 이 사람을 따라다닌다. 그러다 그는 허공에 뜬 채 자신을 따라다니던 화면을 다시 방의 다른 쪽 벽면에 붙이곤 벽 전체로 화면의 크기를 키운다. 순식간에 이 벽은 대형 영화 스크린이 된다. 물론 전뇌안경처럼 홀로렌즈를 쓰지 않은 사람에겐 화면이 보이지 않으며 모든 과정은 간단한 손동작만으로 이뤄진다.
홀로렌즈가 하는 일은 사용자가 바라보는 실제 공간에 가상의 물체를 만들어 띄워놓고 이 물체와 사용자가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단순히 시야 한쪽에 필요한 정보를 띄워놓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가상의 물체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영화나 티브이 화면을 원하는 곳에 원하는 크기로 띄울 수 있고, 개발 중인 새 제품의 3차원 디자인을 만들어 이리저리 돌려볼 수 있다. 모델하우스에선 건축 조감도를 만들어놓고 방문객들이 확대해 보거나 아직 지어지지 않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다.
물런 이런 가상의 물체를 마치 그곳에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사물은 우리가 눈의 위치를 조금만 바꿔도 모양이 달라진다. 책을 예로 들면, 눈의 위치에 따라 측면의 제목이 보이기도, 사라지기도 한다. 때문에 가상의 사물이 우리 눈에 자연스럽게 보이게 하려면 우리 눈의 위치가 고개나 몸 전체의 미세한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을 기계가 실시간으로 확인해 그에 맞게 가상 사물의 모습을 바꿔야 한다. 이 속도가 늦으면 가상 사물이 자연스럽게 보일 리 없다. 그래서 더 많은 기술이 필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여러 시연 영상을 보면, 홀로렌즈를 착용한 이는 눈앞에 놓인 오토바이의 디자인을 바꾸거나 허공에 인체모형을 띄워놓고 강의를 하고, 거실 탁자 위에 성을 쌓아놓고 게임을 한다. 모두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는, 오직 홀로렌즈를 착용한 이에게만 보이는 가상의 사물들이다.
허공에 잡지나 영화 띄워 보거나가상의 동물 애완동물처럼 다뤄
안경을 벗으면 모든 게 사라진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가상현실
올해 가상현실 기기 개발 ‘봇물’ ‘카드보드’, ‘오큘러스 리프트’ 등
스마트폰 활용한 1만원대부터
실시간 반응 몰입감 높인 기기도
“모바일 이을 차세대 플랫폼”
만화 속 미래 10년 안에 현실 된다 더 이상 멀미나 메스꺼움은 없다 증강현실을 포함해, 넒은 의미에서 이 가상현실을 만드는 기기들은 인간이 외부환경과 상호작용하기 위해 사용하는 감각기관을 속이는 일이다. 청각이나 후각, 촉각을 속이는 기기들도 개발 중이거나 일부 상용화돼 있지만, 감각기관 중 가장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시각이 중심이다. 시각만 속여도 인간은 자신이 다른 곳에 있다고 느낀다. 가상현실 기기들도 그래서 주로 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HMD)의 형태로 발달해왔다. 올해는 특히 시각을 속이는 가상현실 기기들이 새로 쏟아진 해다. 구글은 올해 초 ‘카드보드’라는 이름의, 골판지로 만들어 스마트폰을 장착해 쓰는 가상현실 체험 기기를 선보였다. 위아래로 긴 스마트폰 화면을 옆으로 눕힌 뒤 화면을 좌우로 나누고, 각각 왼쪽 눈과 오른쪽 눈에 맞춘 화면을 광각렌즈를 통해 보는 원리다. 스마트폰엔 기기의 회전이나 움직이는 속도, 지자기 감지장치(센서)가 달려 있는데, 카드보드용으로 만들어진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앱)들은 이 감지장치를 이용해 사용자가 고개를 돌리는 방향에 맞춰 그에 맞는 화면을 보여준다. 사용자는 이를 통해 가상의 공간에 들어와 있는 듯 느낀다. 1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직접 만들 수 있는 구글의 카드보드는 제품이라기보단 일종의 ‘규격’이다. 삼성이나 엘지 같은 회사들이 만든 ‘기어 브이아르(VR)’나 ‘지(G)3 브이아르’ 같은 제품들도 이 카드보드를 기반으로 해 만들어진, 스마트폰을 부착해 이용하는 기기다. 단지 골판지나 플라스틱 등으로 만든 ‘틀’에 불과하다보니 구글의 카드보드는 1만~2만원대의 매우 저렴한 제품들이 나와 있다.
일반 소비자용 가상현실 헤드셋 ‘오큘러스 리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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