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인천 남구 도화동 도화오거리에 위치한 ‘이(e)편한세상 도화’의 본보기집 내부에 설치된 단지 모형과 위치도. 이편한세상 도화는 정부가 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내놓은 ‘뉴스테이’ 중 처음으로 청약을 실시하는 곳으로,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해 8년 동안 거주할 수 있고 임대료 상승률은 3% 이내로 제한된다. 사진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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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뉴스분석 왜?
기업형 임대주택 시대
▶ 전월세난이 점차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체 가구의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은 20.3%로 나타났습니다. 저소득층은 29%에 이릅니다. 소득 대비 주거비가 25%를 넘으면 유럽에선 국가의 책임으로 본다는데, 박근혜 정부는 지난 2년 반 동안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만 골몰했습니다. 정부가 중산층들이 살 만한 월세 주택이라며 내놓은 ‘뉴스테이’의 임대료는 서울 기준 100만원에 이릅니다. 월세 100만원짜리 뉴스테이엔 누가 살게 될까요?
“만 19살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청약할 수 있습니다. 공공임대와 다르게 청약통장 없으셔도 되고요, 소득 기준도 없습니다.”
도우미의 목소리는 낭랑했다. 발코니를 확장하고 고급 가구들로 치장한, 각각 전용면적 59㎡(옛 18평), 72㎡(22평), 84㎡(25평)인 본보기집(견본주택)을 둘러본 사람들이 낭랑한 목소리의 도우미에게 이것저것 물어댔다. “이게 공공임대랑은 뭐가 다른 건가요?” “벽지 색은 바꿀 수 있나요?” “월세를 더 줄일 수 있는 거죠?” 도우미들은 어떤 물음엔 쉽게 답했지만 어떤 물음엔 충분히 답하지 못하고 물어본 이를 상담소로 안내했다. 계속 다른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비슷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지난 1일 인천 남구 도화동 도화오거리. 대림산업이 짓고 있는 ‘이(e)편한세상 도화’의 본보기집엔 평일 낮임에도 적지 않은 인파가 드나들었다. 대림산업은 약 89만㎡ 규모인 이곳 도화도시개발사업지구에 지하 2층 지상 29층 아파트 25개동을 짓는다. 전부 2653가구로, 이 중 548가구는 공공임대주택이고 나머진 정부가 중산층 주거안정을 위해 기획한 ‘뉴스테이’다. 뉴스테이법으로 불리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은 지난달 11일 국회를 통과했다. 서울 신당동과 대림동, 문래동을 비롯해 내년까지 2만가구의 뉴스테이를 공급하는데, 인천의 이편한세상 도화가 처음으로 청약을 시작했다. 본보기집 상담소에선 번호표를 뽑은 이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상담을 받았다. 1층 한쪽 구석에 놓인 단지 모형 한쪽에 주민 공동이용시설 안에 들어설 실내 골프연습장 등이 그려져 있었다.
뉴스테이는 정부가 올 초 중산층 주거불안을 해소하겠다며 선보인 기업형 임대주택이다. 이편한세상 도화의 경우 본인이 희망하면 2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 최대 8년 동안 살 수 있다. 계약 갱신 때마다 적용되는 임대료 상승률은 3% 이내(정부 기준은 5%)이며, 임대료는 84㎡의 경우 보증금 6500만원에 월 55만원, 보증금을 1억3500만원으로 올리면 월 37만5000원이다. 이 금액은 5층이 기준이며, 층수가 낮아지면 월 임대료가 1만원씩 내려간다. 6층 이상은 일괄적으로 5층보다 5000원 비싼 금액이 적용된다. 입주 예정일은 2018년 2월이다.
이곳 홍보관을 다녀갔다는, 도화동과 인접한 인천 송림동에 직장을 둔 김덕수(37)씨는 “도화동 부지는 학교만 많을 뿐 주변에 이렇다 할 생활편의시설이 없는 낙후된 지역이다. 주변 아파트 시세와 견줬을 때 결코 싼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인근 한 부동산 중개인도 “인천 남구 일대는 소득 수준이 낮다. 이따금 50만~90만원의 월세 아파트가 나오지만 거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설계했다는 뉴스테이의 월 임대료에 대한 평가는 몰려든 인파와 달리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대림동·신당동 월세 100만원
지난 5월 정부는 인천 도화동과 함께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과 중구 신당동에 각각 293가구(KCC건설), 729가구(반도건설)의 뉴스테이를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가장 큰 면적인 59㎡, 44㎡의 월 임대료가 100만~110만원으로 정해졌다. 이때도 뉴스테이의 임대료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00만원이 넘는 월세를 부담하며 8년 동안 살 수 있는 중산층이 얼마나 될까. 참여연대 등 주거·시민사회·노동 분야 100여개 단체로 구성된 ‘서민주거안정연석회의’는 논평에서 “정부와 국회의 중산층 개념은 보편적 인식과 완전히 다른 차원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소득 5~7분위(전체 가구를 소득 수준에 따라 10단계로 나눈 지표. 1분위 소득이 가장 낮다)를 대상으로 한 높은 월세의 뉴스테이가 과연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 완화에 걸맞은 정책인지 근본적 의문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서울 지역에 들어설 뉴스테이의 경우, 소득 8분위 이상이어야 월 임대료를 지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뉴스테이는 계약 갱신 때 적용되는 임대료의 상승률을 제한하는 규제가 적용되지만, 초기임대료에 대한 규제가 없다. 국토교통부는 “기존 공공임대와 같이 초기임대료 규제를 두게 되면 임대주택의 품질이 떨어지고 공급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올해 초 선보인 뉴스테이 정책은 현 박근혜 정부 이전부터 문제가 된 전월세 급등을 막고자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전세 가격은 지난달까지 6년6개월째 오르고 있고, 임차가구 중 월세 비중이 55%를 넘어서는 등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불안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낸 공약집의 ‘행복주거’ 부분을 보면 “집주인도 세입자도 집 걱정, 대출상환 걱정 없는 세상이 옵니다”라고 쓰여 있다. 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는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구했지만 과도한 대출 원리금 탓에 집을 포기해야 하는 ‘하우스푸어’를 위해 ‘보유주택 지분매각 제도’와 ‘주택연금 사전가입 제도’를 대책으로 내놨다.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이곳저곳을 전전해야 하는 ‘렌트푸어’(전월세 난민)를 위해선 ‘행복주택 프로젝트’와 ‘목돈 안 드는 전세 제도’ ‘보편적 주거복지’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들 대책은 사실상 실패한 것에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석 달 이상 연체한 하우스푸어의 부실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사들이고, 집주인은 자산관리공사에 낮은 이자를 내는 보유주택 지분매각 제도는 지난해 4월 단 한 건의 실적도 올리지 못한 채 폐기됐다. 주택 소유권이 자산관리공사로 이전되는 것을 우려해 대상자들이 채무조정 제도 쪽으로 발길을 돌린 탓이다. 50살 이상인 하우스푸어가 10년 일찍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한 제도도 가입자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지난해 5월까지만 시행됐다. 이 제도가 운영된 1년 동안 이용자는 536가구에 불과했다. 248만가구(주택산업연구원 2013년 기준)로 추정되는 대상 가구 중 턱없이 적은 수가 이용한 셈이다. 철도 부지 같은 국유지를 이용해 보증금과 임대료가 시세의 절반인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행복주택’도 성과는 부진하다. 대선 당시 2017년까지 20만가구이던 목표치가 14만가구로 축소된 데 이어, 그나마도 임기 절반이 지난 현시점에서 사업 승인량은 목표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목돈 안 드는 전세 제도는 세입자 대신 집주인이 자신의 주택을 담보로 전세보증금을 대출하고 이자는 세입자가 부담하게 한 제도인데, 이것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자 일부를 면세하고 납입한 이자만큼 집주인의 소득을 과세 대상에서 빼주는 게 유인책이지만, 전세 대란으로 계약을 하려는 세입자가 줄을 선 마당에 자신의 집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집주인은 거의 없었다. 박동수 서울세입자협회 대표는 “실효성 없는 제도이자 현실성이 결여된 정책이었다”고 했다.
‘중산층’ 주거안정 대책의 상징인천서 ‘뉴스테이’ 청약 개시
8년 살고 임대료 상승 3% 이내
서울 지역은 월세 100만원
정부는 또 2만가구 추가공급 중산층 여전히 집값 부담 큰데
기업에는 최소수익 보장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권은
정부가 회피한다며 야당은 비판
뉴스테이는 ‘토건족’ 위한 건가
‘이(e)편한세상 도화’의 본보기집 내부를 사람들이 둘러보고 있다. 뉴스테이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임대아파트와 달리 일반 분양 아파트 수준의 생활편의시설을 갖췄다. 사진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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