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뉴스분석 왜?
쓰나미 책임, 도쿄전력 기소
▶ 다음달이면 304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2년이 된다.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족들의 피눈물에도 진실은 여전히 깊은 바닷속에 잠들어 있다. 이달로 5주년을 맞은 3·11 후쿠시마 원전 참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진실을 알아야겠다는 일본 시민들의 집념은 원전 마피아와 국가권력이 쳐놓은 강고한 은폐의 카르텔에 결정적인 균열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우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후쿠시마가 세월호에 묻는다.
한국에선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지난달 29일 도쿄에선 전후 71년 일본 사법역사에 기록될 만한 거대한 사건이 있었다. 수많은 일본인들에게 큰 고통을 안긴 지난 3·11 후쿠시마 제1원전 참사를 막지 못한 데 대해 도쿄전력 전직 고위 임원들의 형사 책임을 묻기 위한 역사적인 기소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일본은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검찰이 피의자를 기소하지 않을 경우 선거권을 갖는 일본 시민들이 이 결정을 재고하는 ‘검찰심사회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평범한 11명의 일본 시민으로 구성된 도쿄 제5검찰심사회는 검찰 당국이 내린 2번의 ‘불기소 결정’을 뒤집고, 3·11 참사에 대해 도쿄전력 전직 고위 임원들이 형사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에 따라 (한국의 특별검사처럼) 이 사건에 대한 기소권을 갖게 된 이시다 쇼자부로 등 5명의 ‘지정 변호사’들이 가쓰마타 쓰네히사(75) 도쿄전력 전 회장, 무토 사카에(65) 전 부사장, 다케쿠로 이치로(69) 전 부사장 등 3명을 지난달 29일 과실치사·상 혐의로 ‘강제 기소’했다.
세월호 참사가 터진 지 2년이 지나도록 사고의 진상 규명에 실패하고 있는 한국 사회는 일본 사회의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2012년 6월 후쿠시마원전고소단(이하 고소단)을 결성해 도쿄전력 임원들의 형사 책임을 추궁해온 가이도 유이치(60) 변호사에게 이번 기소의 의미와 시사점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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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도 유이치 변호사. 2012년 6월 후쿠시마원전고소단을 결성해 도쿄전력 임원들의 형사 책임을 추궁해왔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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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두차례 불기소 뒤집고
“3·11 참사 형사책임 져라”
도쿄전력 고위 임원들 강제기소
일본 사법사에 기록될 만한 사건 고소단의 가이도 유이치 변호사
“15.7m 쓰나미 가능성 예측하고
10m 지반 위 10m 방조제 설치 계획
세워져 있었다는 사실 인정되면
도쿄전력 형사책임 인정받을 것” “사실에 다가갈수록 범죄입증 확신” -무토 부사장은 왜 방조제 보강을 하지 않았나? “심사회 의결서에 그 이유도 적혀 있다. 이유는 두 개다. 하나는 방조제 보강에 수백억엔의 돈이 든다는 것이다. 둘째, 방조제 건설은 대형 공사이기 때문에 감출 수가 없다. 그럼, ‘쓰나미가 위험하니까 방조제를 만든다’는 게 외부로 알려지고, 결국 방조제가 완성될 때까지 원전의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 심사회 의결서에 들어 있는 내용이니 정부가 도쿄전력의 누군가로부터 이런 진술을 얻어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런 내용이 정부 보고서엔 빠져 있다. 도쿄전력은 수백억엔의 방조제 건설 비용과 원전 가동 중지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을 우려해 방조제 보강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어찌 보면, 이해하기 너무 쉬운 얘기 아닌가.” -15.7m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대해선 2번의 은폐가 이뤄지는데. “그렇다. 도쿄전력은 2008년 3월 얻은 이 결과를 3·11 참사가 터지기 나흘 전인 2011년 3월7일 정부에 보고한다. 결과를 3년 정도 감춘 것이다. 그리고 3·11 참사 이후 일본의 원자력안전보안원(3·11 참사 이전엔 원전 정책을 담당하는 경제산업성 아래 있었지만, 이후 관련 기능이 환경성 산하의 원자력규제위원회로 이관)은 사고 나흘 전에 관련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감추다가 2011년 8월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 정부는 즉시 사실을 공표했어야 한다.” -기소된 전직 임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 “가쓰마타 전 회장은 자기에게까진 보고가 올라오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무토는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지만 범죄라는 것은 부정한다. 구체적으로 10m의 방조제에 대한 설명은 받은 적이 없고, 쓰나미 대책을 정식으로 정한 게 아니었다는 식이다.” -소송의 전망은? “기소는 이뤄졌지만 쟁점 정리를 위해 공판이 열리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다. 검사 역할을 하는 지정 변호사는 5명이다(5명의 지정 변호사는 변호사회의 추천을 받아 재판소가 임명한다). 임명된 지정 변호사 가운데는 이시다 쇼자부로와 가미야마 히로시가 있다. 이 둘은 일본의 형사 재판 변호사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이들이다. 또 한 분인 야마우치는 사법연수원의 교관을 한 훌륭한 분으로 심사회의 보조원으로 참여해 심사원들의 의중을 들었다. 지정 변호사는 최강의 멤버로 인선됐다고 본다. 지난 3·11 참사와 관련된 진실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우리가 고소단을 만들어 형사 고소를 했고, 심사회에 불복 신청을 해 정부 보고서엔 담기지 않은 많은 것들을 알게 됐다. 형사 재판 과정에서 그 이상의 새로운 사실이 알려질 가능성이 있다. 이 재판은 ‘그렇게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은 사고가 났는데 아무도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은 이상하다’는 상식에서 시작됐다. 고소단 입장에서도 처음엔 좀 흐릿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사실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범죄 입증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게 됐다. 15.7m의 쓰나미가 올 수 있으니 10m 지반 위에 10m 방조제를 만든다는 계획이 세워져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면, (법원도) 도쿄전력의 형사 책임을 인정할 것으로 본다. 무토 전 부사장이 계획을 시행했으면 방조제가 완성될 수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망설이다가 사고가 벌어진 게 아니라, 뭘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았지만 시행하지 않아 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과실 입증의 허들이 높다? -일본 언론들은 대체로 유죄 판결을 끌어내긴 좀 어렵지 않겠냐는 입장이던데. “일본 언론이 과실 책임을 인정받으려면 넘어야 할 벽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 일본 언론은 정부의 보고서만을 근거로 기사를 쓰고 있다. 우리가 심사회 의결서의 내용을 제공해도 기사를 안 쓴다. 이유는 모르나 매우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탈핵 문제에 있어 가장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도쿄신문>도 지난 1일치 3면 기사 등에서 ‘과실 입증의 허들이 높다’는 전망을 소개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에 애를 먹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 보면 책임자들에 대한 강제 기소를 이뤄낸 일본이 부러운 느낌도 든다. “(3·11 사고의 진실 규명이 안 되기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어쨌든 정부 조사위원회가 여러 자료를 꼼꼼히 모은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진실을 알 수 있는 지점까지 갔지만 그것을 감췄다. 심사회가 이 자료를 모두 가져오라고 할 권한이 있어서 이를 모두 검토하고 기소 결정을 내렸다고 추정한다. 이번 기소의 획기적인 의미는 시민의 정의가 원자력 마피아의 정보 은폐를 깨뜨렸다는 데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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