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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0.28 19:29 수정 : 2016.10.28 22:48

나의 개인정보와 이용 내역을 누가 들여다보고 있는지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그래서 불안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사생활 노출 불안·불신 드러낸
‘페이스북 게시물 공용화’ 루머
“약관 정책 읽어보라”는 페북
“복잡하고 난해” 이용자들 시큰둥

정보보호 강화 목소리 커지며
유럽은 ‘정보수집 거부권’ 도입
페북에 “수익 나누자”는 주장도
“권리는 원해야 누릴 수 있다”

나의 개인정보와 이용 내역을 누가 들여다보고 있는지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그래서 불안하다. 게티이미지뱅크
[토요판] 뉴스분석 왜?

‘페이스북판 행운의 편지’

▶ “3명 이상에게 보내주셔야 행운을 얻을 수 있는” 편지를 아시나요? 20세기에 유행하던 이 행운의 편지가 21세기 페이스북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페이스북이 당신의 게시물을 함부로 가져다 쓰는 것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히세요. 그리고 이 내용을 복붙(복사하기+붙여넣기) 하세요.” 10월22~23일 페이스북에 나타났다 사라진 ‘페이스북판 행운의 편지’는 그냥 해프닝일 뿐일까요?

“동네 마트에서 확성기에 대고 말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느껴진다면 계속해도 좋다.”(<페이스북 심리학> 중)

페이스북에 올라가는 순간 안전한 것은 없다. 그러니 페이스북을 안 하면 안 될까? 말은 쉬운데 그게 쉽지 않다. 친구들과 연락해야 하고, 세상 돌아가는 뉴스도 봐야 하고, 취미나 관심사를 공유하고 그에 관한 정보도 얻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미 우리는 페이스북에 충분히 중독됐다. 한국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하루에 페이스북에 쏟는 시간은 평균 33.6분이다.(광고마케팅 플랫폼 기업 디엠씨(DMC)미디어, ‘2016 소셜미디어 이용행태 분석 보고서’, 7월5일) ‘난 더 많은 시간을 쓸 텐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지난 22일과 23일 이 ‘불안하고 불편하지만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낚였다’.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과 법적 보호를 위해 남깁니다”로 시작되는 글이 이용자들 사이에서 ‘복붙’(복사하기+붙여넣기) 돼 빠르게 퍼졌다.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이 바뀌어 내일부터 페북에 올린 게시물이 공용화가 되”는데, “나는 이에 반대하며 내가 올린 게시물과 거기에 담긴 정보 등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 것을 밝힌다”는 내용이었다. (각자의 의사를 분명히 밝히기 위해) “공유하지 말고 복사하고 붙여넣기 하라”는 말도 붙었다. 마치 ‘3명 이상에게 보내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편지 같았다.

이 ‘페이스북판 행운의 편지’는 채 하루를 살아남지 못했다. 발 빠른 이용자들이 가깝게는 지난 7월, 멀게는 2012년부터 틈틈이 벌어진 해프닝이라는 사실을 과거 기사 등을 통해 밝혀냈기 때문이다. 이 경고글은 2012년 초반 처음 등장했고, 그해 11월과 2014년 말, 2015년 초반에도 회자된 적이 있다. 최초 유포자나 이유 등은 아직 확인된 적이 없다. 페이스북코리아는 23일 낮 공식 계정을 통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임을 다시 한번 알려드린다”고 말했다.

“난 낚이지 않았다”

김일남(가명)씨도 대학교수 페친이 쓴 ‘페이스북 게시물 공용화’ 글을 복사해 붙였다가 5분도 안 돼 ‘낚인’ 사실을 알았다. 물론 그는 “낚였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씨는 “다들 페이스북이 (개인정보를 가지고) 뭔가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한다고 하지 않나. 그 글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거나 의도가 불순한 허위사실도 아니어서 보험 드는 심정으로 옮겨 썼다. 그런 목소리들이 많이 나와야 페이스북이 더 조심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이용자 대다수는 김씨처럼 자신의 개인정보와 페이스북 이용 내역 등이 상업적 목적을 포함한 다양한 용도로 쓰일 것이라는 점을 어느 정도 감수한다. “불안해서 그런 것 아니냐?”는 물음에 김씨는 “개뿔 같은 소리다. 불안하다면 사생활 같은 걸 페북에 올리지 말아야 한다. 불안해서가 아니라 불신에서 나온 현상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에 좋아요와 댓글, 공유하기가 많을수록 이용자의 만족감은 커진다. 페이스북은 이런 반응이 많은 게시물일수록 더 많은 사람에게 도달되는 구조다. 이용자의 만족감이 커질수록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생활이 노출되는 꼴이다. 그게 불안이든 불신이든,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개인정보 관련 이슈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을 불신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자신의 정보와 이용 내역 등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코리아는 “게시물에 대한 권리는 이용자에게 있다고 약관에 쓰여 있다” “데이터 정책을 보면 정보의 수집과 관리 내용을 알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이용자들은 시큰둥하다.

약관은 일단 너무 길다. 페이스북 약관이라고 할 수 있는 ‘페이스북 권리 및 책임에 관한 정책’은 A4 용지 8쪽, 원고지 60장 분량이다. 동의하지 않으면 가입할 수 없는 이 ‘긴긴’ 약관을 제대로 읽어본 뒤 가입하는 이용자는 많지 않다. 페이스북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지난 8월 10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보면, 온라인 서비스의 약관을 읽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60.3%가 “너무 길어서”라고 답했다.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13.1%) “웹사이트가 약관을 지키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9.8%)가 뒤를 이었다.

어떤 정보를 수집해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알려주는 데이터 정책에 이르면 숨이 가쁠 정도다. 분량이 방대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데이터 정책을 보면 우선 ‘회원의 활동과 회원이 제공한 정보’를 수집한다. 가입할 때 입력하는 기본적인 정보와 게시물 등과 관련된 정보들이다. 여기까진 ‘예측 가능’하다. 이어 ‘다른 사람의 활동과 다른 사람이 제공한 정보’를 수집한다.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누군가가 내 사진을 공유하거나 내게 메시지를 보내거나 하는 내용들이 수집된다는 뜻이다. 페이스북을 이용하면서 스마트폰에 저장된 주소록 등을 불러오면 이 역시 수집한다. 페이스북이 “주소록과 연락처를 동기화하겠느냐”고 묻는 이유다. 페이스북 안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 신용카드를 이용하면 이와 관련된 카드번호, 배송지 주소, 연락처 등도 수집된다.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의 유형과 아이피(IP) 정보, 위치 정보도 수집되고, 페이스북 로그인을 통해 다른 앱이나 웹사이트를 이용하면 관련 이용 내역 등이 페이스북에 전달된다. 페이스북과 파트너를 맺은 업체와 교류한 내용이 있다면 역시 페이스북에 보내지고, 계열사인 인스타그램이나 오큘러스 등에 입력된 정보도 수집된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들은 서비스 개선에 활용되기도 하고 페이스북의 파트너들에게 “공유”되기도 한다고 페이스북은 말한다. 페이스북은 ‘공유’한다고 표현하지만 결국 이용자들의 정보를 기업에 넘긴다는 말이다. 가입 당시 약관에 한번만 동의하면 이 과정은 이용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뤄진다.

페이스북에서 개인의 활동은 관계를 형성하고, 그렇게 형성된 관계망을 통해 정보는 공유·전파된다. 관계가 확장될수록 얽히고설킨 거대한 정보가 페이스북에 고스란히 축적된다. 관계가 정보를 빼가는 시스템 위에 페이스북은 그들만의 ‘정보 제국’을 창조하고 있다.

불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좀 짜증나지만 그렇다고 (페이스북이라는) 테크놀로지를 버릴 수는 없잖아. 내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겠지만, 그걸 어떻게 막겠냐. 받아들이고 사는 거지.” 최한성(가명)씨는 이번 ‘페북 게시물 공용화’ 글을 봤지만 ‘복붙’ 하지 않았다. “그런 방식으로 권리를 선언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씨처럼 수긍하거나, 김씨처럼 견제하거나. 더 이상 다른 방법은 없는 걸까?

언론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현재보다 강화하는 법안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91%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용자들은 생년월일,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거주지, 출신 학교, 성별 등을 알려주지 않고도 서비스를 이용하길 원한다. 내 개인정보와 이용 현황 등을 다른 회사에 넘기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다.

꿈같은 바람 같지만 유럽에선 실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 5월 ‘개인정보 보호 일반규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GDPR)을 공표했는데, 이 규정 안에 ‘자동화된 개인정보 수집을 거부할 권리’가 포함돼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이용자들은 개인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다.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아도 페이스북에 가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는 유럽이든 한국이든 동의하지 않으면 가입할 수 없다. 개인정보가 마케팅 목적으로 처리되는 경우, 이용자는 이를 거부할 수 있으며 서비스 제공자는 거부 의사를 확인하면 더 이상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 이용자 동의 없이 제3자에게 넘겨진 개인정보를 되돌려받을 수도 있다.

이용자의 관심사, 즐겨 찾는 페이지, 좋아요를 많이 누른 게시물의 유형 등 이용 패턴과 관련된 정보의 수집(profiling)도 거부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한 맞춤형 광고나 추천 서비스 등도 함께 거부할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 영역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이 규정은 2년의 유예기간 뒤인 2018년 5월 유럽연합 각 회원국에서 시행된다.

“페북 이용자들은 사용료를 내고 있다”

“회원님이 페이스북에 게시하는 모든 콘텐츠와 정보의 소유권은 회원님에게 있으며….”

페이스북 약관에 적힌 이 말은 절반만 맞다. 페이스북 가입과 동시에 모든 콘텐츠와 정보는 (그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느냐와 무관하게) 페이스북이나 페이스북의 파트너들과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보는 공유할지 몰라도 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좀처럼 공유되지 않는다. 그러곤 한마디로 정리된다. “개인정보는 개인 스스로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

페이스북이 유럽 사용자들의 정보를 미국 서버로 보내는 과정에 문제를 제기해 소송을 벌였던 오스트리아의 정보보호 운동가 막스 슈렘스(Max Schrems)는 페이스북의 이런 말에 현혹되지 말라고 강조한다.

“페이스북은 영악하다. 그들은 ‘개인정보의 유출은 사용자 스스로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포장한다. … 생각해보자. 빌딩이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건축가의 역할 때문이고, 식중독에 걸렸을 땐 의사라는 전문가가 있어야 치료가 가능하다. 그런 전문가들이 관리를 해줘야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각 개인들이 프라이버시 보호 전문가인가? 아니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고 있다.”(글로벌 에디터스 네트워크 2016, 6월17일, 오스트리아 빈)

그는 한발 더 나아가 페이스북이 이용자들의 정보를 활용해 얻은 수익을 이용자들에게 나눠야 한다고 주장한다. 페이스북 약관대로 “개인정보의 소유권이 이용자에게 있”는데 이 개인정보를 활용해 얻은 수익을 이용자들에게 나눠주지 않는 건 문제가 있다는 논리다. 그는 “개인들의 데이터가 없다면 페이스북이 유지될 수도 없다. 개인들은 이미 페이스북에 충분히 (정보 제공이라는) 사용료를 내고 있다. 따라서 그로 인한 수익은 공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행운의 편지’는 반복될까

페이스북을 주로 업무와 연관된 소통의 공간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슈렘스의 주장은 ‘과격하게’ 들릴 수도 있다. “유료화하지 않는 게 어디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페이스북도 ‘우리 서버를 이용자들이 무료로 이용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정보 제공을 거부하는 법안을 만들고 수익을 나누자고까지 주장하는 유럽에 비한다면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런 해프닝이 벌어질 때마다 공식 계정을 통해 “근거 없는 얘기다” “당신의 정보는 잘 보호되고 있다” “우리의 정책은 한결같았다”는 말만 반복하는 페이스북에 뭔가를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언론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오세욱 연구위원은 “페이스북은 우리가 올리는 모든 글과 사진, 영상들을 정보로 가져가는데 이는 사실 약관에 다 나와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약관이나 데이터 정책은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 부분이 많다. 미디어들은 페이스북을 상대로 알고리즘의 공개를 요구해야 한다. ‘설명을 요구할 권리’(right to explanation)를 규정한 유럽연합의 개인정보 보호 규정은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해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개인 이용자들은 물론이고 페이스북의 정책에 힘없이 끌려가는 미디어나 공공기관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페이스북판 행운의 편지’가 그 시발점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불균형한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다시 ‘복붙’ 될 것이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참고자료

<미디어이슈> 2016.8.31,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2016 디지털저널리즘 디플로마 해외과정 보고서> 2016.10.4,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인연수팀

‘페이스북판 행운의 편지’가 확산되던 지난 23일 페이스북코리아는 공식 계정을 통해 “근거 없는 이야기”이며 “게시물에 대한 권리는 이용자에게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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