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뉴스분석 왜?
진경준 ‘넥슨 공짜 주식’ 무죄 판결
‘넥슨 주식 특혜 매입’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진경준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2016년 7월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특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기자들을 헤치고 나아가려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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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 김정주 엔엑스씨(NXC) 대표로부터 제공받은 넥슨 주식의 129억원 시세 차익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진경준(51)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건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대한항공 횡령 사건을 봐주고 처남 명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도록 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지만 넥슨 주식과 현금, 고급 승용차의 뇌물죄 여부에 대해서는 법원이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이대로 판결이 확정되면 시세차익 129억원은 고스란히 진경준의 몫이 된다.
김정주, 넥슨 비상장주식 제공
주식 살 돈 4억원도 보내줘
장모·누나 계좌 동원해 ‘물타기’ “하와이 가족여행 1천만원 보내라”
제네시스 승용차도 무상 제공
“직무관련성 없으니 뇌물 아니야”
법원 면죄부에 129억 진경준 품으로 “ㄴ변호사랑 나랑 둘이 밥을 먹으면 누가 밥값을 내야 하겠습니까? ㄴ변호사가 밥값을 내면 김 기자는 기사로 문제 삼을 거요?”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 만한 검찰 간부급 ㄱ검사가 넌지시 물어왔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도 없던 시절이었다. ㄴ변호사는 그 며칠 전 부장검사 옷을 벗고 한 대형 로펌에 영입된 터였다. ㄴ변호사는 ㄱ검사의 대학 후배로 학창 시절부터 둘도 없이 가깝게 지내온데다, 임관 후에도 ㄱ검사와 여러 특수 사건을 함께 수사해 가족 같은 사이다. 답을 망설이다 “같은 변호사가 될 때까지 만나지 마시라”고 농담을 건네자 ㄱ검사는 고민 끝에 “그래도 내가 사는 게 맞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진경준(51)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하 직책 생략)도 서울대 재학 시절부터 친한 친구가 한명 있었다. 바로 김정주(50) 엔엑스씨(NXC) 대표다. 사시와 행시에 잇따라 합격한 엘리트 진경준은 1995년 초임을 서울중앙지검에서 출발했다. 그는 뛰어난 기획업무 능력으로 윗사람 눈에 들면서 기획통으로 승승장구했다. 진경준이 검사 신분을 단 1995년, 김정주 역시 넥슨을 설립했다. 그는 ‘바람의 나라’ 등 온라인 게임 출시로 게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검사와 기업인의 위험한 경계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흐릿해졌다. 김정주는 진경준이 지방에 근무할 때도 1년에 수차례 찾아가 만났다. 진경준에게 ㄱ검사처럼 밥 한끼 값을 놓고도 고민하는 모습은 없었다. 대학 졸업 후 20년 넘게 이어온 이들의 은밀한 거래는 2016년 3월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때 진경준 재산이 외부에 알려진 뒤 결국 법적 심판대에 올랐다. 진경준이 공짜 넥슨 주식을 받고 129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은 사실이 들통난 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진경준과 김정주의 돈거래를 ‘친한 친구 사이 선물로 볼 것이냐, 공직자와 기업인 사이 뇌물로 볼 것이냐’였다. 1심은 ‘뇌물이 아니다’, 2심은 ‘뇌물이 맞다’고 판단했다. 선물과 뇌물의 줄타기는 지난해 12월 1심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선물’로 법적 성격이 규정됐다. 대법원 파기환송에 따라 사건을 다시 판단한 서울고법은 지난 11일 “대법원 판단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결론내렸다. 형사재판은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엄격한 증명을 요구한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상고심에서 “(뇌물공여자의) 추상적이고 막연한 기대감만으로는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말로 판결에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법조계 안팎에선 “판검사들에게 합법적 뇌물수수의 새로운 길을 터줬다”는 조롱 섞인 비판이 나왔다. 뇌물죄의 구성요건은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다. ‘뇌물죄’가 성립하느냐를 놓고는 심급마다 재판부 판단이 엇갈렸지만,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진경준과 김정주의 범죄사실은 그대로다. 진경준이 ‘친구’라는 지렛대로 기업인 김정주에게 기대 100억원대 재산을 형성한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진경준 뇌물 사건을 둘러싸고 형성된 법률 전문가 판사와 상식에 기댄 일반인의 괴리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슨넥’으로 돈 보낸 김정주 진경준은 김정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는 무죄를 받았지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횡령 사건을 내사 종결한 뒤 자신의 처남 명의로 차린 용역회사에 대한항공 일감을 몰아줘 147억원을 챙긴 혐의(제3자 뇌물수수)는 유죄를 받았다. 진경준은 2009년 8월부터 2010년 8월까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 부장으로 근무했다. 금조부는 전국의 기업, 금융, 조세, 증권 범죄를 전담하는 부서다. 검찰의 한 부장검사는 “금조부는 기획통인 진경준처럼 수사 경험은 없지만 단기간에 수사 경력을 쌓고 싶은 검사들이 선호한다. 피의자들도 돈깨나 있는 사람들이고 사건도 강력, 특수 사건보다 깔끔하니까 검사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판결문 등을 종합하면 진경준은 금조부장으로 근무하던 2009년 9월 조양호 회장의 횡령 사건을 내사하다가 2010년 5월 종결했다. 진경준은 종결 처분을 내린 지 11일 뒤 정아무개 변호사 소개로 서울 서초구 메리어트호텔 지하 일식당에서 대한항공 서아무개 수석부사장을 만났다. 진경준은 “내가 한진그룹 내사를 종결했다. 내 처남 강아무개씨가 대한항공 용역을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후 강씨가 설립한 블루파인매니지먼트(이하 블루)는 2010년 9월부터 2016년 7월까지 대한항공으로부터 인천공항 청소용역 147억원어치를 수주했다. 블루는 사실상 진경준의 차명회사나 다름없었다. 블루 설립 자본금 1억원 중 7천만원은 진경준과 그의 부인 주머니에서 나왔다. 블루의 영업이익도 대부분 진경준이 챙겨갔다. 블루 감사로 등재된 진경준 장모 조아무개씨는 하루도 출근하지 않고 2010년 8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매월 230만~570만원씩 총 3억원을 월급으로 받아갔다. 장모 조씨 명의 계좌로 들어온 이 돈은 진경준의 부인 강아무개씨가 자녀들 학원비 등으로 썼다. 블루 법인카드 2장 역시 진경준과 그의 가족들이 사용했다.
김정주 엔엑스씨(NXC) 대표가 2016년 7월13일 오후 진경준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주식 대박 의혹과 관련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특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검찰 청사로 들어서다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다문 채 손을 내젓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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