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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에서 물건을 살 때 흔히 볼 수 있는 ‘공지사항’이다. 제품의 가격은 비밀 댓글로 문의해야 하고, 카드 결제는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품이 마음에 안 들어도 교환·환불이 불가능하다. 이런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도 SNS 이용자 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SNS를 통해 물건을 산다. 그래픽 이정윤 기자 bb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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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뉴스분석 왜
SNS마켓 열풍과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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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에서 물건을 살 때 흔히 볼 수 있는 ‘공지사항’이다. 제품의 가격은 비밀 댓글로 문의해야 하고, 카드 결제는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품이 마음에 안 들어도 교환·환불이 불가능하다. 이런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도 SNS 이용자 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SNS를 통해 물건을 산다. 그래픽 이정윤 기자 bb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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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로워 많아지면 결국 뭐든 팔더라.”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던 인스타그램 속 그가 언젠가부터 옷을 팔더니 나중엔 홍삼도 팔고, 운동기구도 팔았다. 댓글엔 “또 구매하고 싶으니 얼른 마켓을 다시 열어달라”는 칭찬들이 가득했다. 인플루언서 뿐 아니라 평범한 개인도 ‘SNS마켓’을 열어 물건을 팔고, 또 많은 이들이 SNS마켓을 통해 물건을 산다. 사람들은 왜 SNS마켓으로 몰려가는 것일까.
지난달 김현주(가명·33)씨는 인스타그래머 ㄱ씨를 팔로우했다. ㄱ씨가 올리는 일상 생활이나 음식 사진 등을 보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다. ㄱ씨가 입은 옷을 보며 종종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날 ㄱ씨가 “제가 입는 옷에 대한 문의가 많은데 함께 공동구매하자”며 원피스를 파는 것을 보았다. 구입하겠다는 댓글이 수십개 달렸다. ㄱ씨는 자신의 블로그 주소를 올리며 “마켓을 오픈했다”고 공지했다. 김씨는 마음이 급해졌다. 주문을 할 수 있는 기간은 단 3일인데다 그 이후엔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가격은 비밀댓글을 달아 개인적으로 문의해야 했다. 김씨는 가격을 확인하고 ㄱ씨에게 계좌번호를 받은 후 돈을 이체했다. 원피스가 배송되는데는 2주가 넘게 걸렸다. 하지만 실제 받아본 원피스는 김씨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이었고, 단추 마감도 어설펐다. 김씨는 환불을 받기 위해 ㄱ씨에게 인스타그램 메세지를 보내고, 블로그에도 글을 남겼다. 그러나 ㄱ씨는 “1대 1 주문이기 때문에 반품, 환불이 불가하다고 처음부터 안내했다”는 말만 반복했다.
SNS 통한 상품 판매 열풍
김씨가 ㄱ씨에게 원피스를 산 거래방식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스엔에스) 마켓’이라고 부른다. 온라인 거래의 일종인데, 온라인쇼핑몰, 오픈마켓(G마켓, 옥션, 11번가 등 여러 판매업자가 모여있는 사이트) 등 기존 온라인 플랫폼이 아닌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판매자와 구매자가 1대1로 거래한다. ‘소셜미디어에서 영향력 있는 개인’을 뜻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에서 육아 관련 사진과 글을 올려 팔로워 7만명을 가진 주부, 다이어트·운동 방법을 올려 32만명의 팔로워를 가진 여성 등 SNS에는 다양한 인플루언서들이 존재한다.
일단 판매자가 블로그, 페이스북 등의 계정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겠다는 게시글을 올리면 구매자가 비밀 쪽지, 댓글 등으로 가격을 문의한다. 이후 계좌로 돈을 입금하면 물건이 배송된다. 4일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마켓’으로 검색하면 146만개가 넘는 게시물이 나온다.
인플루언서 중심 SNS 마켓 형성
SNS 사용자 절반 이상 구매 경험
판매자 ‘안목’ 믿고 따라 샀지만
제품 불량, 비싼 가격 등 피해
세금, 수수료 절감하기 위해
SNS 통해 비밀 댓글로 판매
가격도 시중보다 높은 경우 많아
“연락처, 사업자번호 등 확인을”
SNS마켓은 우선 판매자가 특정 제조업체와 협업해 제품(기존 제품 또는 새로 제작한 제품)을 ‘공동구매’ 형식으로 판매하는 방식이 있다.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가 SNS를 통해 제품을 홍보하고 주문을 받으면 제조업체가 재고를 관리하고 배송을 해준다. 운동으로 유명한 인플루언서는 업체와 협업해 마사지 크림, 닭가슴살 등 다이어트 관련 제품을 팔고, 육아와 관련해 유명한 인플루언서는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는 홍삼, 유산균 등을 판다. 판매자가 특정업체를 끼지 않고 도매시장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물건을 골라서 판매하는 방식도 있다. 이 방식은 옷이나 신발 등을 파는 경우가 많다.
특정 분야만 파는 인플루언서도 있고,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제품들을 판매하는 인플루언서도 있다. 인플루언서만 마켓을 여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적은 비용으로 마켓을 시작할 수 있고, 쉽게 홍보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팔로워가 많지 않더라도 마켓을 여는 사람들도 많다.
실제로 SNS 이용자 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SNS를 통해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가 지난달 발표한 ‘2018 상반기 SNS 쇼핑 소비자 피해’ 자료를 보면, 조사에 응한 3456명의 51.6%가 SNS를 통한 구매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SNS를 통해 구매하는 상품은 ‘의류 및 패션용품’이 67%로 가장 높았고, 생활용품·자동차용품 39.7%, 식음료 및 건강식품 39.5%, 화장품 및 향수 39.2%, 아동유·아용품 17.1% 순으로 나타났다. 구체적 쇼핑 채널은 네이버·다음 카페 46%, 네이버 블로그 45.6%, 페이스북 40.5%, 카카오스토리 40.2%, 인스타그램 39.5% 순이었다.
“믿으니까 산다”
“2일부터 4일까지, 단 3일간만 공구(공동구매) 합니다. 가격은 비밀 댓글로 문의해주세요. 상품은 15일에 일괄배송됩니다.”
“1대 1 주문으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SNS마켓 특성상 반품, 환불이 불가한 점 반드시 확인 부탁드립니다. 상품을 받으신 후에 마음에 안 든다고 해도 반품, 환불 불가합니다. 다른 제품으로 교환도 불가합니다.”
“제품의 불량으로 교환을 원하는 경우 반드시 24시간 안에 연락주셔야 합니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에서 물건을 살 때 흔히 볼 수 있는 ‘공지사항’이다. 이 내용에 동의하는 사람만 물건을 구매하라는 식이다. 제품의 가격은 비밀 댓글로 문의해야 하고, 카드 결제는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문할 수 있는 기간은 한정돼 있고, 물건을 받을 수 있는 날짜는 주문일로부터 10일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상품이 마음에 안 들어도 교환·환불이 불가능하다. 심지어 제품이 불량인 경우에도 하루나 이틀 안에 연락해야만 교환·환불이 가능하다. 일반적인 온라인 상거래의 경우 일주일 이내라면 단순 변심에 의한 교환·환불도 가능하다.
이런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SNS마켓에서 물건을 사는 이유가 뭘까.
“평소 ‘팔로우’하던 그 사람에 대한 믿음 때문이죠. 운동 방법을 자주 올리던 인스타그래머가 부종을 빼는 젤이나 지방 분해에 도움이 되는 크림을 소개하는 글을 올리면 ‘이 사람도 결국 팔이피플(‘팔이’와 ‘사람’의 합성어로 SNS마켓의 판매자를 일컫는 속어)이 되는구나’ 생각하면서도 자꾸 보게 되요. 마사지 하는 방법을 알려준다거나, 운동하며 그 제품을 바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식인데 마사지 방법이나 운동법 자체는 도움이 되거든요. 그러다보면 ‘나도 저 제품을 바르면 저 사람 같은 몸매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고, ‘이 사람 팔로워가 얼마나 많은데 이상한 제품을 팔진 않겠지. 이 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니야’ 하는 심리도 있어요. 또 댓글에서 다른 팔로워들이 너도 나도 그 제품을 사고 싶다고 하고, 도움이 됐다고 말하면 나도 얼른 사야할 것 같은 조급함이 들어요.” SNS마켓을 자주 이용하다는 이지선(가명·31)씨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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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올라온 ‘사람의 건강으로 사기를 친 미미쿠키를 신고합니다’란 제목의 청원글은 5일까지 22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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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자들도 구매자들의 이런 심리를 이용한다. 지난달 의류 마켓을 열었던 블로거 ㄴ씨는 “가격을 공개하는 것보다 비공개로 하는 것이 판매에 더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가격을 처음부터 공개하면 댓글이 많이 안 달리지만, 비밀 댓글로 문의해달라고 하면 댓글이 많이 달리죠. 댓글 수가 많을수록 사람들은 더 궁금해하거든요. 또 실제로는 품절이 아니라도 ‘주문이 많아서 마감하겠다. 다음 차수 마켓을 기다려달라’고 하기도 해요.”
‘2018 상반기 SNS 쇼핑 소비자 피해’ 자료에 따르면, SNS를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로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 해외 상품, 인플루언서가 자체 제작하는 상품 등 구하기 어려운 제품들을 구할 수 있기 때문(51.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다른 쇼핑 방법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44.6%), SNS상에서 진행하는 이벤트나 공동구매 소식을 빠르게 접할 수 있다(14.4%) 등의 대답도 나왔다.
“세금·수수료 아끼려고”
그럼 SNS마켓의 판매자들이 오픈마켓 등이 아닌 SNS를 통해 개인 대 개인으로 물건을 파는 이유는 뭘까.
SNS마켓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ㄷ씨는 “오픈마켓은 판매자 지수 같은 평가 지표가 있어서 배송이 늦거나 고객 불만이 많으면 나쁜 평가를 받게 돼 노출 빈도가 하위로 내려간다”며 “오픈마켓에 물건을 팔기 위해 등록하는 것 자체는 돈이 안 들지만 판매량에 따라 오픈마켓 운영자에게 판매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점도 직접 거래를 선호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판매수수료 뿐 아니라 세금도 아낄 수 있다. 가격 책정도 더 자유롭다. “비밀 댓글로 가격 문의해달라고 하고, 입금 계좌 번호도 댓글로 안내해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가격을 공개 안 하니까 다른 판매자보다 비싸게 팔 수 있고, 가족 명의 등 여러 계좌로 돈을 나눠서 받으니까 실제 수입보다 훨씬 적게 세금을 낼 수 있죠. 현금으로만 받으니 카드 수수료 안 내도 되고요. 말로는 ‘나도 입고 싶은 옷이니까 공동구매에서 저렴하게 사자’, ‘직접 공장 찾아다니며 좋은 원단으로 자체 제작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판매자들은 어마어마하게 많이 (이윤을) 남겨요.”(ㄷ씨)
SNS를 통해 물건을 파는 경우, 시중 도매가격보다 1.5배∼2배의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리 업자와 짜고 기존 판매가격을 올려놓은 뒤 ‘최저가’라고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한 SNS마켓의 판매자는 홍삼제품을 “온라인 최저가로 팔 예정”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이 판매자와 연계돼있는 기존 판매업체가 그동안 2만4900원에 팔았던 제품의 가격을 5만2560원으로 올려놓은 사실이 네티즌들에게 적발돼 논란이 됐다.
규제 사각지대
한 20대 직장인은 지난 5월 블로그를 통해 원피스를 구입하고 계좌이체로 돈을 이체했지만, 한달이 지나도록 배송이 되지 않았다. 판매자에게 연락을 하자, 판매자는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는 환불을 해달라고 계좌번호를 알려줬지만 끝내 돈은 입금되지 않았고, 판매자는 연락 두절이 됐다. 한 50대 주부는 최근 네이버밴드를 통해 바지를 샀는데, 물건을 받아 확인해 보니 바느질에 문제가 있는 불량 제품이었다. 그는 바로 사진을 찍어 판매자에게 보내주고 환불을 요구했다. 그러나 하자로 인정할 수 없어 환불을 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들이다.
지난달 ‘미미쿠키’라는 업체는 쿠키나 마카롱, 카스텔라, 롤케이크 등을 유기농 재료로 직접 만들었다고 홍보해 카카오스토리 등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대형마트에서 산 제품을 포장만 새로 해서 판 사실이 들통나면서 결국 문을 닫았다. 미미쿠키가 판매한 쿠키와 롤케이크의 가격은 대형마트 판매 가격의 두배 정도 가격이었다. 역시 트위터에서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었던 한 제과 판매자는 지난 추석 직전 트위터에서 추석용 쿠키 세트를 판매했다. 그러나 실제로 구매자들이 받은 쿠키는 일부 탄 부분이 있는데다 평소보다 크기도 작았다. 구매자들이 트위터를 통해 항의하자 결국 모든 구매자들에게 환불을 해주기로 했다.
‘2018 상반기 SNS 쇼핑 소비자 피해’를 보면 올해 상반기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에 접수된 SNS 쇼핑 관련 소비자 상담은 498건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8% 증가했다. 피해를 본 SNS 종류는 연령대별로 달랐다. 블로그에서는 20·30대 소비자 피해가 많았고 카카오스토리는 40대, 네이버 밴드는 50대 이상의 소비자 피해가 집중돼 있었다. SNS 유형별로는 네이버 밴드와 인스타그램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카카오스토리에서 1.5배 이상 쇼핑 관련 소비자 피해가 늘었다.
피해 유형별로 보면 교환·환불 거부가 347건(69.7%)으로 가장 많았다. 온라인 쇼핑몰 용도로 운영되는 다수의 네이버 블로그들은 업주의 연락처를 제대로 적어놓지 않았다. 이메일만 남겨놓고 환불 요청에 응답하지 않는 것이다. 그 다음은 상품 구매 후 해당 SNS 운영중단 및 판매자와 연락 두절(53건·10.6%), 배송지연(43건·8.6%), 제품 불량 및 하자(41건·8.2%) 순이었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팔려면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한 뒤 관할구청에 통신판매업 신고를 해야한다. 그러나 SNS 마켓의 판매자들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구매자가 피해를 입어도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 관계자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판매업체가 연락 가능한 전화번호, 사업자등록번호, 통신판매신고번호 등을 정확히 공개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특히, 메신저나 댓글만을 통해 연락이 가능하다면 판매자와 분쟁 발생 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거래를 피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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