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뉴스분석 왜
마약사범 건수·압수량 증가세
최근엔 인터넷·SNS 활용이 대세
서로 얼굴 안보고 주고 받아
일반인도 언제든 접근 가능해져
다크웹·가상화폐 등 수법 첨단화
“적발 건수보다 20~30배 많을 것”
“강남으로 직접 오신다면 20∼30분 사이 수령 가능, 서울·경기 지역이면 입금 후 1시간 이내 수령 가능. 반작 50, 한작 80에 드립니다. 무통장 선입금 후 던지기입니다. 고객님의 안전을 위해 통장은 한달 사용 후 교체합니다. 저희는 분야별로 세분화돼 각 분야의 베테랑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최상급 아이스로 정직하게 거래하겠습니다.”
기자가 18일 유튜브에서 ‘작대기’, ‘아이스’ 등 필로폰을 뜻하는 은어로 검색하자 몇 분만에 광고가 나왔다. 마약 판매자로 추정되는 이들은 게시물에 텔레그램 아이디를 써놓고 있었다.
대검찰청 자료를 보면 국내 마약류 사범 단속 건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4년 9984건에서 2015년 1만1916건, 2016년 1만4214건, 2017년 1만4123건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1만2613건으로 그 수가 조금 줄었지만 마약 압수량은 급증했다. 전체 마약류 압수량은 2015년 185.5kg, 2016년 244.4kg, 2017년 258.9kg에서 지난해 517.2kg으로 늘었고, 이중 마약 밀수입 압수량은 2016년 39.4㎏, 2017년 32.6㎏에서 2018년 298.3㎏으로 증가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가능
단순히 통계로 보이는 증가 추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반인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마약을 손에 넣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튜브나 트위터, 텀블러 등 인터넷과 에스엔에스(SNS)에서 마약을 뜻하는 은어를 검색하면 마약을 판매한다는 게시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떨’과 ‘고기’는 대마초를, ‘캔디’는 엑스터시, ‘얼음’ ‘작대기’ ‘아이스’ ‘빙두’는 필로폰을 의미한다. 주로 해외에 서버가 있는 텔레그램 등의 메신저를 이용해 직접 만나지 않고 거래하는 비대면 거래다. 이들은 적발을 피하기 위해 ‘드롭’이라고도 불리는 ‘던지기’(거래자끼리 직접 만나지 않고 마약을 특정 장소에 두고가면 가져가는 것) 수법을 쓴다. 최근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은 방송인 하일씨도 이 수법으로 마약을 샀다. 투약자가 검거되더라도 인터넷엔 마약상이 여전히 넘쳐나는 이유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인터넷을 이용한 마약류 범죄 수사 건수는 2014년 8건에서 2017년 54건으로 늘었다. 수사 단계까지 가지 않고 게시물을 차단하거나 삭제 요청을 한 건수는 같은 기간 345건에서 7890건으로 급증했다. 회사원 마약사범은 2013년 335명에서 2017년 522명으로 4년 새 64.7% 늘었고, 마약 혐의로 검거된 주부들 역시 같은 기간 106명에서 152명으로 43.3% 증가했다.
인터넷을 통해서 거래를 하게 되면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상대방이 누군지 모르게 된다. 전문적인 마약사범끼리 서로 만나 거래를 하던 과거보다 마약사범 검거가 더욱 어려워진 이유다.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 탓에 마약을 구매해 투약한 투약사범부터 공급책, 밀수책까지 거슬러 올라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검사는 “단순히 마약을 투약하는 사람보다는 마약을 공급하는 조직을 검거하는 것이 중요한데, 비대면 거래와 점조직이 대세가 되면서 마약수사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마약사범들이 이용하는 기술도 점점 첨단화·고도화하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24부는 마약 거래 누리집을 만들어 마약을 판매하고 매매를 알선한 운영자 신 아무개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얼핏 보면 흔한 마약 사건 같지만 특정 브라우저를 통해서만 접속이 가능한 이른바 ‘다크웹’에서 활동하는 마약 유통 조직을 적발한 첫 사례다. ‘다크웹’은 아이피 주소 추적이 어렵게 만들어진 인터넷 공간이다. 구글, 네이버 등을 통해 사용하는 인터넷은 일종의 표면웹(surface web)이고, 다크웹은 표면웹 밑에 있는 딥웹(deep web)의 일종이다. ‘익스플로러’나 ‘크롬’ 같은 흔히 이용되는 웹브라우저로는 접속할 수 없고, 여러 국가의 네트워크를 거치기 때문에 실제 사용자를 알아내는 것도 쉽지 않다. 다크웹에서는 마약은 물론 무기, 아동포르노까지 유통되기 때문에 ‘인터넷 세계의 뒷골목’, ‘지하 세계의 백화점’으로 불린다. 신아무개씨는 다크웹에 ‘시온의 언덕’이라는 누리집을 개설해 지난해 3~11월 필로폰, 대마, 엘에스디(LSD) 등 마약류를 50여회 팔았다. 사이트를 이용하는 ‘회원’ 수는 636명이고, 16개 판매팀이 그 안에서 활동했다. 마약을 구매하는 대가로는 ‘다크코인’을 지불했다. 다크코인이란 별도의 세탁 과정 없이도 거래 기록을 감출 수 있어 추적이 어려운 가상화폐를 통칭한다.
지난해 10월 대구지검 강력부가 인천지검 등과 공조수사로 압수한 필로폰 28.5㎏(시가 950억원 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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