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뉴스분석 왜
얼굴 인식 기술의 모든 것
얼굴로 출퇴근 근태 관리
카드 없이 편의점 결제
중국에선 범인 잡는 도구
보안·금융 분야 곳곳에서 활용
해마다 11%가량 성장
“쓸 곳, 안 쓸 곳 구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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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는 지난 8월 얼굴만으로 결제하는 ‘신한 페이스페이’ 서비스를 임직원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신한카드 직원이 서울 중구 신한카드 본사 편의점씨유(CU) 매장에서 신한 페이스페이로 물건을 결제하고 있다. 신한카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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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대 후반 전국에 나붙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몽타주는 실제 그의 모습과 80% 이상 닮았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하지만 고액 현상금과 함께 내걸린 몽타주가 거리 곳곳에 붙었는데도 근처에 살던 용의자는 수사망에서 빠져나갔다. 만약 얼굴 인식 기술이 발달한 요즘, 그가 범행을 저지르고 도주한다면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보안, 금융 결제, 범인 검거까지 미래에서 우리 주변으로 성큼 다가온 얼굴 인식 기술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지난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ㄱ어린이집에선 아이들의 얼굴 촬영이 있었다. 아이 한명 한명의 두상 360도 이미지를 카메라로 찍어 데이터화하는 작업이었다. 얼굴 인식 기술이 어린이 등하원 안전에 적용되는 첫번째 사례인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촬영을 기다리는 아이들은 들떠 보였다. 시시때때로 움직이길 좋아하는 3~7살 아이들을 가만히 앉힌 뒤 아이마다 하루에 5~10분씩 촬영하는데, 이 어린이집의 원아 70여명의 데이터를 모두 확보하려면 촬영 기간이 무려 두달이 걸린다고 했다.
ㄱ어린이집은 지난 8월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 공모한 ‘영유아 보육·안전 실증화 사업 교육(보육) 시설’에 선정됐다. 이 사업은 지난해 7월 경기도 동두천의 한 어린이집에 다니던 4살 아이가 무더운 여름날 어린이집 통학 차량에서 7시간 방치되다 숨진 뒤 재발방지 대책으로 마련됐다.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은 얼굴 인식 단말기를 어린이집 통학버스 출입구에 설치해 아이가 버스에 제대로 타고 내렸는지 운전기사, 교사, 학부모에게 알려주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송규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학부모들과 어린이집이 시스템 설치에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마다 제각각의 생김새를 가진 얼굴이 오늘날에는 곧 열쇠이자 도장으로 통한다. 지문이나 홍채, 정맥처럼 생체 정보를 이용해 출입문을 열고 닫거나 물건을 사고 돈을 지급하는 일 등이 주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는 생체 인식 기술은 꾸준히 발전해왔고, 특히 얼굴 인식 기술은 1990년대 태동기와 2000년대 성장기를 거쳐 최근 성숙기에 이르렀다. 최근 5년간 시장 규모도 해마다 평균 11.8%의 성장률을 이어가 내년엔 1514억여원에 이를 전망이다.(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마켓 리포트’) 영화 속에서나 보던 미래의 기술이 성큼 우리 곁에 다가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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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는 2016년 5월 정부서울청사 출입구에 얼굴 인식 시스템을 도입해 등록된 사진과 실제 얼굴이 다르면 출입을 차단하는 청사 보안 강화 대책을 내놨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무원이 시험 운용 중인 얼굴 인식 시스템을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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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로 관리하는 근태
최근 얼굴 인식 시스템으로 사무실 보안과 직원 근태 관리를 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생체 인식 보안장비 시장점유율 1위 기업 ‘슈프리마’는 최근 3년간 사업장에 ‘얼굴 인식 출입 및 근태 시스템’을 설치한 건수가 2017년 80여건에서 2018년 180여건, 올해 200여건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로 건설 현장, 공장, 위생이 중요한 사업장에 설치되던 이 시스템이 주 52시간제, 유연근무제 확대로 쓰임새가 많아지고 있다는 게 회사 쪽 설명이다. 직원들이 몇시에 출퇴근하는지, 근무시간에 사업장에 있는지 등이 얼굴 인식 기능을 통해 손쉽게 기록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얼굴 인식 기술에 오류가 많아 금융결제에서 신원 확인 수단으로 활용하기 어려웠지만 최근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적용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간편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는 지난 9월부터 송금이나 결제 때 얼굴 인식을 비밀번호 대신에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신한카드는 지난 8월 서울 중구 을지로 본사에 얼굴 인식 결제 시스템을 들여놓고 구내식당과 사내카페에서 직원들에게 시범 운영하고 있다. 올해 안에 한양대 캠퍼스 내 식당과 매점에서도 이 시스템을 활용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는 범죄자를 잡는 데 얼굴 인식 기술을 적극 이용한다. 예를 들면, 지난 1월 중국 상하이의 한 고속도로에서 17년 전 애인을 살해하고 도망다니던 살인범이 얼굴 인식 카메라에 찍혀 긴급체포돼 화제가 됐다. 지난해 말에는 수만명이 운집한 중국 유명 가수의 콘서트장에서 공안당국이 설치한 얼굴 인식 시스템에 의해 지명수배자 수십명이 무더기로 잡히기도 했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13억 인구의 얼굴을 식별할 수 있는 얼굴 인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놓은 상태라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해 범죄자를 잡고 있다. 지난해 6월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수차례 절도 사건이 일어났는데 용의자는 주변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얼굴이 찍혔지만 화면이 선명하지 않아 난관에 봉착했다. 경찰청은 3D 얼굴 인식 시스템을 통해 시시티브이의 흐릿한 사진과 전과자 사진 데이터베이스를 대조하고 동종 사건의 전과자 중 범인을 특정할 수 있었다.
이런 시스템은 목격자 진술에 의존해 그린 몽타주 한장을 들고 범인을 찾아야 했던 30여년 전 화성연쇄살인사건 때와 비교하면 놀라운 발전이다. 최근 33년 만에 나타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의 젊은 시절 사진이 공개되면서 1988년 7차 사건 때 그려진 몽타주와 무척 흡사해 눈길을 끌었다. 경찰이 사용하는 몽타주 제작 프로그램을 만든 최창석 명지대 교수(정보통신공학)는 “결정적으로 턱이 조금 다르지만 눈썹, 눈, 코는 거의 같아 상당히 잘 그려진 몽타주다. 용의자의 얼굴과 80% 이상 흡사하다”고 평했다.
그럼에도 당시 몽타주는 범인을 잡는 데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 최 교수는 “당시 정부에 등록된 주민등록 사진과 몽타주를 일일이 대조했다면 비슷한 사람을 고를 수 있었겠지만 그런 대조 작업은 불가능하다. 국민의 개인정보를 국가가 마음대로 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얼굴 인식 기술을 수사에 활용하려면 적법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무제한 활용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국가가 국민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쓰게 되면 국민들의 사생활 침해, 권력에 의한 감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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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8 스마트 디바이스 쇼’에서 한 업체 관계자가 ‘얼굴 인식 스마트 도어록’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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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어떻게 쓰느냐가 문제
얼굴 인식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림자도 짙어졌다. 치안 분야에 얼굴 인식 기술이 확산되면서 중국과 홍콩에서는 인권 침해 문제가 떠올랐다.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 사는 위구르족은 오래전부터 민족의 분리독립을 요구하며 중국 정부와 대립하고 있는데, 중국 정부는 자치구 거리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얼굴 정보를 대거 수집해 외신들의 비판을 받았다. 중국 정부는 치안 강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시위나 테러 등 각종 반발을 사전에 감시하기 위해서라는 게 국제사회의 시각이다.
중국으로 범죄인을 인도하는 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이 수개월째 대규모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데, 홍콩 시내 가로등 곳곳에 얼굴 인식 카메라가 달려 있어 집회 참가자의 신원 정보가 수집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얼굴이 드러나지 않게 마스크를 쓰자 홍콩 정부는 복면금지법 위반으로 붙잡아 기소하기까지 했다.
인권 문제뿐만 아니라 인식 오류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게 생체 정보 분야다. 우선 성형수술, 다이어트 등으로 얼굴이 달라진 경우 시스템이 인식할 수 있도록 얼굴 이미지를 재등록해야 한다. 또 빛의 밝기 등에 따라 얼굴을 다르게 인식할 수 있어 보안 시스템 회사들은 조도에 따른 인식 오류율을 낮추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최병철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은 단말기 앞에 서야 얼굴을 인식하지만 앞으로는 자동차 근처에 가면 차가 주인의 얼굴을 알아채 문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관건은 이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써야 할 곳과 쓰지 말아야 할 곳을 잘 판단하고 구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기술은 개인정보가 보호되고 인권이 침해되지 않는 방식으로 인간에게 이롭게 쓰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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