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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05 09:18 수정 : 2020.01.06 18:51

[토요판] 뉴스분석 왜
‘무서운 10대 초반’ 촉법소년 논란

흉기로 친구 살해한 초등 여학생
촉법소년, 형사처벌 받지 않아
10~13살은 소년원 등 보호처분
촉법소년 최근 3년새 증가 추세

소년범죄 처벌 연령 확대하는
형법과 소년법 개정법안 ‘봇물’
“아이는 이성적 판단 못 해” 반론
“피해자 상처 치유 시스템 필요”

▶ 최근 가족을 험담했다는 이유로 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초등 여학생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가해 학생을 검거했다가 가족과 연락이 닿자 곧장 인계했다. 이 학생은 형사미성년자인 촉법소년인 탓에 형법의 처벌을 받지 않고 법원 소년부로 송치돼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촉법소년을 처벌하거나 촉법소년 하한 연령을 없애는 법안도 발의돼 있다. 소년범죄에 어떤 처방이 필요한 것일까.

티브이엔(tvN) 드라마 <라이브> 11화는 오토바이를 타고 경찰을 ‘퍽치기’한 촉법소년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지구대 경찰들이 촉법소년들을 검거해 대화하고 있다. 티브이엔 화면 갈무리

지난해 방영된 지구대 경찰들의 일상을 담은 티브이엔(tvN) 드라마 <라이브> 11화. 한 학생이 어느 경찰에게 앙심을 품고 해코지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이 학생은 형법의 처벌 대상이 아닌 만 14살 미만 아르바이트생을 구해 ‘퍽치기’를 의뢰한다. 중1 학생 3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경찰을 폭행하고, 이 장면을 촬영해 학생들끼리 돌려본다. 얼마 뒤 경찰에 검거된 학생들은 귀찮다는 듯 말한다. 나이가 어리니 자기들을 잡아가는 건 불법이라고. 이에 경찰은 답한다. ‘소년법’ 적용을 받아 소년원에 갈 거라고.

소년범죄가 사회적 논란이 된 지 오래다. 지난해 한국방송(KBS) ‘드라마 스페셜 2019’ 마지막 작품 <히든>을 비롯해 드라마 소재로도 많이 쓰인다. 2015년 10월 아파트 옥상에서 아이들(9살 두명, 11살 한명)이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벽돌을 떨어뜨려 고양이 집을 지어주던 50대 여성을 죽게 한 사건, 2017년 9월 부산 여중생들의 후배 집단폭행 사건, 그리고 지난달 한 초등 여학생이 친구인 다른 여학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까지.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부 사건은 폭력 수위가 성인 범죄 수준이다.

소년범죄를 규정하는 법은 크게 형법과 소년법 두 가지다. 우리 형법(제9조)은 형사미성년자 나이를 만 14살(이하 만 나이) 미만으로 정해 그 행위를 벌하지 않는다.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소년법은 보호처분 대상을 10살부터 18살까지로 설정해놨다. 9살 이하는 범죄를 저질러도 국가가 사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형법과 소년법을 종합하면, 10~13살은 형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경우(촉법소년) 소년법에 따라 보호처분을 받는다. 14~18살(범죄소년)은 미성숙한 청소년기라는 특성을 고려해 죄질에 따라 형법의 처벌을 받을 수도 있고, 소년법의 보호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대체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사실이 드러나면 형벌이, 벌금 이하면 보호처분이 적용된다.

소년사건이 발생하면 이를 접수한 경찰, 보호자, 학교 등은 검찰 또는 소년부(가정법원 또는 지방법원)에 직접 사건을 송치한다. 검찰로 송치된 사건은 보호처분이 필요할 경우 소년부로, 형사사건으로 분류되면 형사재판에 넘긴다. 소년부는 송치된 사건을 심리해 보호처분을 결정한다. 보호처분은 10호까지 있다. 보호자 등에 의한 감호, 수강 및 사회봉사 명령, 보호관찰(1~3년), 복지시설 또는 소년보호시설 감호(6개월~1년), 소년의료보호시설 감호(6개월~1년), 소년원 감호(1개월, 6개월, 2년) 등이다.

2003년 전효숙의 보충의견

촉법소년은 최근 3년 사이 눈에 띄게 증가 추세를 보인다. 대법원 자료를 보면, 촉법소년(소년부 접수 기준)은 2014년 7236건, 2015년 7045건, 2016년 7030건, 2017년 7897건, 2018년 9051건, 2019년(11월 기준) 9102건이다. 소년법은 보호처분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책임능력이 없는 형사미성년자를 보호하는 데 입법 목적을 두고 있다. 보호처분 과정에서 소년범의 반사회성과 품행을 교정하는 교육을 함으로써 건전한 성장을 돕는다.

보호처분이 형벌의 대안적 제재 수단이라는 점에서 촉법소년도 일정 부분 죗값을 치르는 셈이긴 하지만, 일차적으로 발생 사건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경찰 조사 단계에서 촉법소년에게 유리한 쪽으로 법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도 체포나 구속 등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고, 촉법소년이 조사를 거부하거나 귀가 의사를 표시하면 더는 사건을 조사할 수 없다. 실제 경찰 실무에서는 조사가 어려울 경우 훈방 조처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가정법원 출신의 한 변호사는 “소년부가 심리할 때는 판사가 날짜를 지정해 가해자나 보호자를 소환할 수 있다. 긴급조처가 필요하면 동행영장(본인 또는 보호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소년부 판사의 소환에 응하지 않을 때 발부하는 영장)을 발부할 수도 있다. 그런데 소년부로 송치되기 전에 사실 조사 단계에서는 촉법소년이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는 등 모든 걸 회피하면 법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원래 소년법의 촉법소년 연령은 12~13살이었으나 2007년 12월 소년법 개정으로 하한 연령이 현재의 10살로 조정돼 10~13살로 바뀌었다. 이는 2000년대 초반 헌법재판소 한 사건의 보충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결과였다.

2001년 경기도 고양시의 한 초등학교 6학년이던 이아무개 등 9명(12살 또는 13살)이 같은 학교 1학년 여학생이 부모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시간인 평일 오후에 초등학교 뒤편 공원 등에서 주먹과 돌로 폭행해 항거불능 상태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됐다. 이 사건을 수사한 의정부지검(당시 의정부지청)은 2002년 3월 가해자들이 형사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죄가 안 된다며 불기소처분했다. 당시에는 보호처분 대상인 촉법소년 나이에 해당하는데도 소년부에 사건을 송치하지도 않았다. 피해자 쪽은 형사미성년자 나이를 규정한 형법 제9조의 위헌 여부와 검찰의 소년부 불송치 결정의 부당성을 가려달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그런데 당시 전효숙 재판관이 보충의견(당시 소년법의 촉법소년은 12~13살)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12세 미만의 소년은 범죄행위를 하더라도 어떠한 형사적 처분이나 제재로부터 면책되고, 그 결과 가해자가 12세 미만일 때에는 피해자로서는 가해자에 대한 어떠한 처벌도 구하지 못한 채 모든 피해를 감내해야만 하는 부당한 처지에 놓인다. 국가가 12살 미만 소년의 범죄행위에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범죄피해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보호의무를 완전히 저버리는 것이며, 이는 범죄행위자의 나이에 근거해 피해자에 대한 보호의 정도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것이다.”

2007년 12월 촉법소년의 하한 연령이 10살로 낮춰진 이후에도 폭력화된 저연령 소년사건이 잇따르면서 형사미성년자와 촉법소년 하한 연령의 하방 압력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범죄를 저지르면 나이를 불문하고 형법의 처벌이든 소년법의 보호처분이든 국가의 사법적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번 20대 국회에선 형사미성년자와 촉법소년 하한 연령 조정과 소년사건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들이 다수 발의됐다. 소년법의 촉법소년을 하한 연령 없이 12살 미만으로 하고 형법의 형사미성년자도 12살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 대표 발의), 특정강력범죄 2차례 또는 일반 범죄 4차례를 저지를 경우 일반 형사사건으로 처리하는 방안(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 대표 발의) 등이다. 정부도 형사미성년자와 촉법소년 하한 연령을 낮추는 관련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지만 보호처분으로 소년원에서 최대 2년 동안 감호될 수 있다. 촉법소년 문제를 다룬 한국방송(KBS) ‘드라마 스페셜 2019’의 마지막 작품 <히든>에서 주인공 건이 기찻길에서 한곳을 응시하고 있다. 한국방송 화면 갈무리

“아이들 이성적 판단 못 해”

형사미성년자와 촉법소년 하한 연령을 낮추거나 엄벌주의를 취하는 처벌 위주의 방식으로는 소년사건 범죄의 질적인 변화에 근본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소년부 재판을 맡았던 천종호 부산지법 부장판사의 의견을 들어봤다.

―소년사건 하한 연령을 낮추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보나?

“보통 처벌의 효과를 두 가지로 접근한다. 범죄를 저지른 아이의 재범죄를 막는 특별예방과 엄한 처벌로 제삼자의 범죄 가능성을 단념시키는 일반예방이다. 사실 그렇게 낮춘다고 해도 아이들이 어른처럼 이성적, 합리적으로 판단해 ‘아, 이제 죄를 짓지 말아야지’라고 판단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 효과가 먹히려면 가정과 학교에서 그런 사실을 알리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아이들에게 알려주면 효과를 볼 수 있지 않나?

“비행이나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들은 거의 대부분 가정 형편이 좋지 않다. 한무보 가정, 부모에게 방치된 아이들, 가출한 아이들이다. 지금 소년사건 80%는 전부 학교 밖으로 밀려난 아이들 이야기다. 누가 교육을 해줄 수 있을까. 희망을 잃은 아이들이다. 흉악범죄 예방을 겨냥하는 하한 연령 인하에 개인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지만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우려되는 점은?

“사실 전체 소년사건 중 흉악범죄는 1%다. 이 때문에 나머지 아이들이 조기에 낙인찍혀 전과자로 살아가는 사회적 측면도 살펴봐야 한다. 어린아이들을 중하게 처벌한다고 가정해보자. 12살짜리 아이에게 형법으로 징역 5년 선고하면 17살에 출소한다. 사회에 복귀해서 정신 번쩍 차리고 살아갈까. 수감 생활 탓에 사회적응력이 떨어져 어딘가에 쉽게 정착하기 어렵다. 낙인도 찍히고. 엄한 처벌을 받으면 당장은 심리 변화가 있을 거다. 다만 그게 장기적으로 지속하려면 가정과 사회가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피해자 심리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응보의 원리가 작동해야 하는데 형법이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사회 전체가 피해자와 그 부모를 위로해야 한다. 사건 발생 때 국민이 처벌하라고 하면 당장 위로는 받을 수 있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모든 아픔은 피해자와 그 부모가 떠안아야 한다. 범죄 피해자 구조법을 정비해 평생 그들에게 무엇인가 해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때 가해자 처벌하라고, 피해자 불쌍하다고 여론이 들끓었다. 그런데 지금은 누가 관심을 갖나. 지금도 그 피해자를 면담하며 지켜보고 있다. 그런 식으로라도 누군가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보호처분 시스템은 효율적이라고 보나.

“일본은 소년원이 전국에 52곳 있다. 각 현에 소년원 한 곳씩 있는 셈이다. 우리는 소년원이 10곳(여자 2곳) 있다. 보호처분으로 소년원에 송치하면 자기 지역이 아닌 타지역으로 가기도 한다. 이는 교정정책의 심각한 해악이다. 소년원을 여러 차례 다녀오는 아이들은 네트워크가 전국화될 수 있다. 그 지역 아이들은 해당 지역에서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게 일차적으로 해결할 과제다. 촉법소년 하한 연령이 낮아지고 보호처분 기간이 연장되면 소년원 수가 부족하게 될 것이다.”

촉법소년이 경찰단계에서 조사를 거부하고 귀가 의사를 밝히면 강제로 구금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통상 경찰은 훈방하거나 법원 소년부로 사건을 송치한다. <한겨레> 자료사진

국가는 소년의 부모?

형사책임이 면제되는 최저 연령을 규정한 다른 나라의 입법례는 대체로 7살 미만(타이, 인도, 싱가포르 등), 10살 미만(오스트레일리아, 홍콩, 말레이시아 등), 14살 미만(한국, 독일, 일본 등)이 많다. 사법정책연구원의 ‘소년 형사사법 절차의 개선에 관한 연구’란 제목의 보고서는 각국이 소년 복지와 형사사법의 균형을 갖추려는 정책 경향이 짙다고 분석했다.

미국 소년사법의 기본 이념은 국가가 소년의 부모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국친사상’이다. 처벌보다는 보호에 중심을 둔다. 미국 소년사법 제도는 주마다 다르다. 우리 촉법소년 개념은 없다. 대체로 범죄소년 연령 상한은 18살 미만이며, 일부 주에서는 범죄소년 연령 하한을 6살 이상 또는 10살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영국 역시 우리 촉법소년 개념은 없고 일반적으로 범죄소년은 10살 이상 18살 미만 소년을 의미한다. 모든 소년사건은 소년법원이 1심 재판을 진행하지만 범죄소년이 살인죄 등 중대범죄로 기소되는 형사재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형사법원에 이송할 수 있다.

우리 소년법에 해당하는 독일의 소년법원법은 14살 이상 18살 미만은 소년, 18살 이상 21살 미만은 준소년으로 분류해 소년법원의 관할 대상으로 명시한다. 형사미성년자는 14살 미만이다. 소년법원법은 ‘형벌에 앞서는 교육’ 이념을 상위개념에 두고 있다. 일본은 촉법소년의 상한 연령이 우리처럼 14살 미만이지만 하한 연령은 없다. 2003년 7월 이른바 ‘나가사키 남아 살해 사건’(12살인 중1 학생이 대형 전기기구점에서 게임을 하던 4살짜리 유치원생을 유괴해 주차장 옥상에서 떨어뜨려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14살 미만 소년사건도 경찰 수사에 준하는 조사가 가능해졌다. 촉법소년은 가정법원이 보호처분을 내릴 수 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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