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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4.18 20:20 수정 : 2012.11.20 10:26

차유람이 지난 5일 저녁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의 한 당구장에서 불타오르는 듯한 시선으로 조준점을 겨누고 있다. 성남/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별별스타] 베이징오픈 앞둔 ‘포켓볼 여왕’ 차유람
“얼짱보다 당구선수로 기억되고 싶어”

공항에 픽업 차량이 5대나 나왔다. 중국 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차유람(25·한국체대)은 “꿈을 꾸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의 이름을 딴 ‘진웨이 유람컵’은 대성황을 이뤘다. 지난 2월 중국 톈진(천진)에서 있었던 일이다. 차유람은 외모만 뛰어난 선수가 아니다. 그는 세계에서 여자 포켓볼 선수 중 열 손가락(세계랭킹 10위) 안에 든다. 세계 챔피언을 향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차유람을 경기도 성남시 분당 훈련장에서 만났다.

한국판 장바이즈
차유람이 중국에 처음 알려진 것은 2009년. “선양(심양)에서 열린 세계여자포켓볼선수권대회에 참가했는데 사인과 기념촬영 요청이 쇄도했어요. 저도 어리둥절했죠.” 당시 현지 언론은 차유람을 홍콩 여배우 장바이즈(장백지)와 닮았다면서 ‘한국판 장바이즈’로 불렀다.

중국에서 차유람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팔로어 수가 4만명이 넘고, 인터넷에 차유람을 사칭한 가짜 누리집이 등장할 정도다. 차유람은 “‘중국말을 잘한다’, ‘지금 막 훈련하고 돌아왔다’는 거짓 글이 올라와 깜짝 놀란 적도 많다”고 했다.

당구가 대중 스포츠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에선 급기야 지난 2월 차유람의 이름을 건 대회를 만들었다. 차유람을 지도하고 있는 이장수 감독은 “대회가 이번에 큰 성공을 거두자 내년에는 개런티를 많이 주겠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차유람은 올해 중국 원정경기만 9번이나 예정돼 있다.

팔로어 4만명·가짜 누리집도
이름딴 ‘유람컵’ 대회 대성황

겉보기 화려해도 고된 생활
매일 10㎞구보·10시간 훈련
“당구 인기 올리는 게 사명”

아버지의 ‘맹모삼천지교’
차유람은 두 살 많은 언니 차보람(27)과 함께 초등학교 때 열 번 가까이 전학을 다녔다. 육상 단거리 선수 출신인 아버지가 두 딸에게 맞는 운동과 좋은 지도자를 찾아 전국을 누빈 것이다. “육상도 했고, 테니스도 했어요. 전남 완도에서 인천, 전주, 서울, 군산 등으로 전학을 다녔죠.” 이 감독은 “한마디로 맹모삼천지교라는 표현이 딱 맞다”고 했다. 결국 아버지가 찾은 운동은 당구. “격렬하지 않으면서 여성스러운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어서”라고 했다. 골프도 생각했지만 “돈이 너무 많이 들어” 포기했다.

사실 차유람은 당구 선수로서 핸디캡이 많다. 이 감독은 “키가 크지도 않고 유연성도 없다. 운동신경이 뛰어난 선수도 아니고 왼손잡이인데 딱히 유리한 것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후천적 노력으로 극복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차유람은 하루 10시간 이상 훈련에 매달린다. 매일 아침 10㎞를 달리면서 하체를 단련한다. 팔 근육을 키우는 아령과 튜브당기기도 필수다. 당구대 위에서 실전 훈련을 마치면 이론 공부와 정신수양도 따른다. 그는 “당구 선수가 겉보기엔 화려해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 감독과 차유람에겐 남모를 고민이 있다. 경비 문제다. 이 감독은 “대회 참가와 전지훈련으로 1년에 절반 이상을 외국에 체류하는데 대부분 자비로 충당하고 있다. 2만~2만5000달러(2200만~2800만여원)가량인 대회 우승 상금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세계챔피언 도전
2010년 11월, 광저우아시아경기는 큰 시련이었다. 한-중 ‘얼짱 대결’로 관심을 모은 판샤오팅과의 포켓9볼 8강전에서 세트 점수 6-4로 앞서다가 11, 12, 13세트를 내리 빼앗기며 세트 점수 6-7로 믿기지 않는 역전패를 당했다. 차유람은 혼자 대기실에 들어가 엉엉 울었다. “충격 극복법이요? 아직도 찾지 못했어요. 시간이 약이죠.” 다행히 이듬해 5월, 세계 9볼 베이징오픈에서 우승하며 악몽을 털어냈다.

차유람의 목표는 세계랭킹 1위. 5월 베이징오픈과 6월 세계선수권이 고비다. 이 감독은 “올해 당장 세계 1위가 될 수는 없겠지만 한단계 한단계 올라가겠다”고 했다. 차유람도 “올해 목표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경기 운영을 보다 능숙하게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차유람은 언제부턴가 ‘당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가 됐다. 그는 “내가 잘해야 당구 인기도 오르고, 이미지도 좋아진다는 사명감이 생겼다”며 “방송도 당구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출연하지 않는다. ‘당구 선수 차유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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