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골잡이 김원중은 지난달 열린 2012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대회 디비전1 B그룹 우승의 주역이다. 사진은 소속팀 안양 한라의 경기를 마친 뒤 모습. 안양 한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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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스타] 아이스하키 첫 세계제패 이끈 김원중
“긴장이 풀린 탓인지 한국으로 돌아와 감기몸살을 독하게 앓았어요.” 한국 아이스하키 사상 첫 세계무대 제패. 외신들은 “빙판의 기적”이라고 치켜세웠고, 귀국길 공항에선 난생처음 국민들의 환대를 받았다. 2부리그 제패지만 장쾌했다. 한국 대표팀 최다골(5골) 주인공 김원중(안양 한라)의 심정이 오죽했으랴. 진이 다 빠진 김원중을 만난 것은 두번이나 약속이 미뤄진 뒤에야 이뤄졌다. “뿌듯합니다.” 첫마디부터 자신감이 느껴진다. 하기야 이들은 한달 새 거인이 된 경험을 했다. 실업팀은 안양 한라와 하이원 단 2개, 초등학교부터 성인까지 남녀 등록선수는 1843명. 이런 자원에서 뽑힌 25명이 2012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대회 디비전1(2부리그) B그룹(22~28위) 정상에 올랐으니 드라마가 따로 없다. 내년부터 디비전1 A그룹에서 다투니, 꿈에서만 바라던 바로 위의 챔피언십(1~16위·1부리그) 진입도 상상해볼 수 있다. 어디서 이런 폭발력이 나왔을까? 대표팀 부주장 김원중은 “절실함”이라고 했다. “경기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냈죠. 좋은 성적 내서 우리도 한번 상무팀 만들자고 힘을 북돋았어요. 선수단 모두가 한마음으로 똘똘 뭉쳤어요.” 비인기 종목의 처지가 대체로 그렇다. 스스로 몸을 던지고 불씨를 만들어야 눈길을 끈다. 물론 실력은 기본이다. 2003년 출범한 한·중·일 실업팀의 아시아리그 출범이 숨은 공신. 안양 한라가 지난 시즌 아시아리그 챔피언 2연패를 했고, 내년 디비전1 A그룹에서는 한국대표팀이 일본팀과 대결한다. 10년 전만 해도 일본팀에 대전 요청도 하지 못했던 상황에 비추어 보면 격세지감이다.
김원중(안양 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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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귀국길 환대받아 29살 됐지만 아직 ‘군 미필’
2년 공백땐 사실상 은퇴 상무팀 생겨야 경기력 유지
평창올림픽 출전, 간절한 꿈 하지만 김원중의 표정엔 근심도 어린다. 우리 나이로 스물아홉. 아직 ‘군 미필’이다. 대학원에 진학해 입대를 최대한 미뤘지만 이제 그마저도 힘들다. 올겨울 시작되는 아시아리그 참가 여부가 불투명하다. 세계대회에서 눈부신 선방으로 유럽 관중을 사로잡은 주전 골리(골키퍼) 엄현승과 김근호(이상 한라)도 비슷한 처지다. “이번 대회를 치르니 새롭게 아이스하키에 눈을 뜬 것 같아요.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선배들을 봐도 복귀 뒤 스틱 잡기가 쉽지 않아요.” 아이스하키는 장소나 장비 제약이 크기 때문에 군복무 2년은 사형선고와 같다. 유럽과 북미의 경우 서른 중반의 나이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선수들이 많지만, 한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이유다. 한창 꽃을 피워야 할 나이에 진 선수들은 많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둔 선수들은 희망을 놓지 않는다. 2006년 토리노 대회 이후 개최국 자동출전권 폐지로 자력으로 본선 12개팀에 주어지는 출전권을 따내야 한다. 르네 파젤 국제아이스하키연맹 회장은 “한국이 세계 랭킹 18위에 들면 개최국 자동출전권을 주겠다”고 했다. 현재의 전력을 조금 더 끌어올리면 18위에 오를 가능성은 있다. 이 대목에서 김원중의 목소리가 뜨거워졌다. “상무팀이 생긴다면 입대를 앞둔 대표팀의 주력 선수들이 꾸준히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어요. 아마 어린 후배들도 동기부여가 돼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을 거예요.” 3수 끝에 올림픽 개최권을 따낸 평창도 선수들의 바람을 잘 알고 있다. 더욱이 아이스하키는 ‘겨울올림픽의 꽃’이다. 기적을 일궈낸 아이스하키팀의 선봉 김원중. 그는 더 큰 싸움 앞에 놓여 있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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