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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02 19:57 수정 : 2012.11.20 16:02

대표팀 코치로 제2의 유도 인생을 시작하는 송대남 런던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는 옷매무새도 ‘강남스타일’처럼 세련됐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별별 스타 ㅣ 유도 국가대표 코치로 변신한 송대남

“판정 유도 아닌 던지는 유도 해야
신뢰 통해 스트레스 안주려 노력
꿈 잃지 않으면 반드시 기회 올 것”

순간 마스카라가 번질 정도로 눈을 비볐다.

줄무늬 셔츠에 회색 정장을 차려입은 이 세련된 남자가 그때 그 사람이라니. ‘인간 승리’, ‘노장 투혼’ 따위의 수식어가 그를 ‘투박한 남자’로 규정지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하하~ 옷에 관심 많아요. 쇼핑도 자주 하는데 특히 구두와 벨트에 신경써요. 집 꾸미는 것도 좋아해서 우리 집 인테리어도 제가 직접 한걸요.” 추석을 나흘 앞둔 지난달 26일 서울 광화문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2012 런던올림픽 유도 90㎏급 금메달리스트 송대남(33)은 미적 센스도 금메달감이었다.

선수를 은퇴한 그는 9월3일부터 국가대표 남자유도팀 코치를 맡아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전날 알게 됐어요. 대한유도회 김정행 회장님이 저녁이나 먹자고 해서 갔는데 우리(송 코치와 조인철 감독, 최민호 코치)에게 ‘이제 너희가 한국 남자유도팀을 이끌 지도자다’라고 하시더라고요.”

대표팀 선수에서 곧바로 코치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는 “직전까지 함께 훈련했으니 개인별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은 장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언제 운동하고, 쉬고 싶어하는지 아니까 강약조절을 잘해 운동 시간 외에는 스트레스를 안 주려고 노력합니다.” 지도자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며 “대화도 많이 하며 존중하는 사이가 되겠다”고 한다.

런던올림픽이 인생을 바꿨다. 그는 김재범, 왕기춘에게만 쏠려 있던 언론에 보란 듯이 한 방 먹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유도를 시작한 지 23년 만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간 올림픽에서 온 에너지를 불살랐다. “내 몸을 믿었어요. 어떤 선수하고 붙어도 이길 자신 있었어요. 유도를 시작했을 때 목표가 올림픽 금메달이었어요. 4년, 8년을 준비한 게 아니라 23년을 준비했기에 누구보다 간절했죠. 그 결실로 국가대표팀 코치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금메달이 새로운 문을 열어줬어요.”

김재범과의 경쟁은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81㎏급에서 경쟁자가 없던 그는 왕기춘(73㎏) 때문에 체급을 올린 김재범(81㎏)을 피할 수 없었다. “칼과 총만 안 들었지 전쟁터예요.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어요. 상상도 못할 싸움을 했죠. 그렇게 재범과 싸우면서 둘 다 성장했어요. 둘 중 하나가 미리 포기했다면 저도 재범도 금메달을 못 땄을 거예요.”

3년 정도 경쟁하다가 결국 그가 체급을 올렸다. 전쟁에서 패한 걸까? “살아야 하니까. 올림픽은 나가야 하니까 가망성이 조금 더 있는 체급으로 올린 거죠. 좌절하지 않았어요.” 체중을 늘리려고 스테이크를 한끼에 13장 먹는 등 선수로서 한계의 경지까지 갔다. “살기 위해 먹었어요. 다시 하라면 못해요.(웃음)” 아내의 형부인 정훈 전 국가대표 감독이 오히려 훈련을 그만하라고 말릴 정도로 연습벌레였다.

올림픽과 인연이 없었을 뿐 20대 때 적수가 없었다. 상대방이 알고도 못 막는다는 업어치기의 위력은 유명하다. “깃만 잡아도 한방에 이기겠다, 힘들겠다는 느낌이 와요. 깃을 잡는 짧은 순간에 머리가 돌아가요. 작전을 다시 세우는 거죠.” 두뇌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자신에게 혹독했기에 코치가 된 지금 선수들에게 엄격하지 않을까 물으니 “사실 지금 많이 답답하다. ‘왜 저기서 저런 기술이 안 들어갈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며 웃었다. 그러나 “그것을 가르치고 고쳐나가는 게 지도자의 몫”이라며 “선수들도 판정 유도가 아닌 던지는 유도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송대남은 “지금도 유도복을 입고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고 한다. “2008 베이징올림픽 선발전에 떨어진 뒤 술로 세월을 보내면서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다는 걸 깨달았죠.” 우여곡절을 겪고 그를 지금의 이 자리에 오게 한 건 자신을 향한 믿음이다. “오기 품고 독기 품는 성격이 아니에요. 싫은 소리는 그냥 흘려버려요. 포기 않고 묵묵히 나만 잘하면 되는 거죠. 선수들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꿈을 잃지 않으면 기회는 온다고 송대남은 ‘제2의 송대남’에게 말하고 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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