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박병호가 2일 목동야구장에서 타격 훈련을 하면서 지난해보다 훨씬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보이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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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스타] MVP 유력후보 넥센 박병호
작년 트레이드 직전엔 자포자기 수평타격으로 바꾼뒤 홈런 펑펑
부상 시달려도 전경기 4번타자 출전
“30홈런-100타점 달성때 전율 느껴” “저도 예상 못했어요. 하하” 그렇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성적 기대했느냐”고 물었던 게 우문이었다. 올 시즌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 ‘1순위’인 넥센의 박병호(26). 연봉 6200만원짜리 ‘만년 유망주’가 일을 벌였다. 4일 현재 홈런(31개)·타점(105)·장타율(0.559) 1위다. 이변이다. 지난해 7월 엘지(LG)에서 트레이드될 때는 초라했다. 2일 목동야구장에서 마주하자, “트레이드 선수 중에서 나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가 가장 낮았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오기가 생겼다. “25개 홈런, 80타점을 목표로 잡았어요. 후회 없이 해보자고 결심한 게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유망주에서 단박에 최우수선수 후보가 되기까지는 남모를 노력이 있었다. 왼쪽 담장을 맞고 떨어지는 공이 많자, 올 시즌 타격 자세를 어퍼스윙(아래서 위로 퍼올리는 타격)에서 레벨스윙(수평으로 때리는 타격)으로 바꿨다. “자세를 바꿔 몸쪽 공에 대처하니 좌월 홈런이 많아졌어요.” 올 시즌 홈런 31개 중 18개가 왼쪽 담을 넘었다. 타격 자신감에 선구안이 동반 향상됐다. 지난해 26차례 얻은 볼넷(66경기)이 올해 73개(131경기)로 부문 2위다. 짐볼에 앉아서 몸의 균형을 잡는 훈련으로 민첩성을 끌어올렸다. 그 힘으로 2005년 데뷔 뒤 총 11개에 그쳤던 도루를 올 시즌에만 20개로 늘려 ‘20(홈런)-20(도루)’클럽에도 들어갔다. ‘도루하는 4번 타자’라는 칭찬에, “염경엽 코치의 사인대로 뛴 것일 뿐”이라며 공을 돌렸다. 4번 타자는 책임감을 느낀다. 더욱이 데뷔 뒤 처음으로 1군 전 경기 4번으로 나섰으니 부담감이 컸다. “주전을 잘 안 해봐서…”는 변명이 되지 않는다. “손가락 부상에 허리 통증까지 잔 부상에 죽을 고생을 했지만 경기에 나서면 아픈 것도 몰랐어요. 팀이 지면 내 역할을 못해서라는 생각에 더 열심히 했습니다.” 고진감래라고, 결과는 달콤했다. 선수 생활 7년 만에 “해냈다”는 느낌이 처음 들었다. “(9월21일) 대전에서 30홈런-100타점을 달성한 날 난생처음 전율을 느꼈어요.” 2005년 아픔도 떠올랐다. ‘미래의 4번 타자’로 주목받으며 엘지에 입단했지만 첫해 타율 0.190, 이듬해 0.162. 좌절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트레이드 직전에는 그만두려고까지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야구가 좋다. “엘지 시절 삼진당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길이 어찌나 멀던지, 그땐 감독 눈에 안 띄게 돌아서 들어갔어요. 지금은 삼진당해도 감독님 쪽으로 고개 빳빳이 들고 당당히 걸어갑니다.(웃음)” 김시진 감독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마음껏 해보라”고 판을 깔아줬고, “칭찬받을수록 잘하는 스타일”이라서 더 좋았다. “코칭스태프한테 잘 못하더라도 잘한다고 칭찬해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러면 진짜 잘하는 줄 알고 신나서 하니까.” 2군의 피지 못한 유망주들에게 힘을 북돋는 말을 했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알아봐주는 사람이 나타날 테니 포기하지 말고 항상 준비했으면 좋겠어요.” 박병호는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팬들은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할 것이다. 그는 “좌투수와 언더투수에 약한 점을 개선해 내년 시즌에 대비하겠다”고 했다. 올 시즌 연봉 6200만원이 뛴다면 엄청난 당근이 될 것이다. 연봉 기대감을 묻자, “구단에서 잘 판단해줄 거라고 믿는다”며 떠나갈 듯이 웃었다. 더 중요한 것은 최우수선수 당락 여부. 감독이 시즌 중에 경질되는 아픔을 겪었던 그는 “개인적으로는 후보만으로도 영광이지만 받게 되면 우리 팀에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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