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10.16 20:09 수정 : 2012.11.20 14:00

문세영 기수(왼쪽)가 10월 초 경기도 과천 경마공원에서 아내 김려진씨를 말에 태운 뒤 고삐와 안장을 꼭 잡고 있다. 한국마사회(KRA) 제공

별별 스타 ㅣ 최다승 기수 문세영
낙마로 심폐소생술 받고도
오후에 말타러 간 ‘천생 기수’
1주일에 3번 108배로 체력 다져

스물아홉 생일, 그의 심장은 멈췄다. 조련하던 말에서 떨어지는 순간 놀란 옆 말의 뒷발에 가슴을 정통으로 차였다. 눈을 뜬 곳은 병원. 심폐소생술을 하느라 가슴은 온통 멍자국이었다. 하지만 그날 오후 곧바로 말을 타러 갔다. 만류하던 사람들은 눈을 의심했다. 키 163㎝, 몸무게 49㎏의 이 기수는 경마계의 ‘타이거 우즈’ 문세영(32)이다.

2008년 10월2일 벌어진 일이었다. 그는 “처음 출전하는 국제기수초청 경기에 꼭 나서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독한 승부욕이다. 하긴 그 한 해 전인 2007년 데뷔 경주에선 어깨와 쇄골을 다쳐 전치 6개월 진단을 받았는데도 90일 만에 고삐를 잡았고, 달릴 때마다 최연소, 최다승 등의 기록을 써 나갔다. 고교 때 태권도를 하는 등 타고난 운동신경이 도움이 됐다.

올 시즌에도 새 기록을 하나 만들었다. 지난 9월1일 시즌 최단기간 100승 고지에 올랐다. 이전 박태종 기수의 2006년 기록을 한달 반 앞당겼다. 2008년 자신이 세운 최다승 기록(128승)도 경신 초읽기에 들어갔다. 16일 현재 122승(승률 23.8%)으로 시즌 150승까지 넘본다.

어깨가 부러져도, 손목을 다쳐도 “다행이다”라는 말을 건네는 게 기수들이다. 그만큼 위험하다. “10년 경주하면서 열번 정도 말에서 떨어졌어요. 2초 정도는 무서운데 그 시간만 견디면 다시 말에 오르고 싶어요.”

말과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소통해야 하고, 작전도 미리 짜야만 한다. “우리 애기(도윤)랑 비슷해요. 망아지 때부터 자기표현을 하는데 뛰기 싫을 때는 심하게 거부를 하죠. 그래서 말을 기분 좋게 해주는 게 중요해요. 정말 기분이 좋으면 꼴등 말이 우승을 하는 이변이 일어나기도 하죠.” 매주 목요일에 출전 경기가 배정되면 금요일에는 3시간 넘게 말을 분석한다. 말의 병력과 특징 등을 꼼꼼히 챙긴다. “미리 당근 5개를 머릿속에 그려요. 상대 말에 따라 초반에 몇 개의 당근을 쓸지, 막판을 위해 몇 개의 당근을 아껴둘지 생각하지요.”

체력을 다지는 방법은 1주일에 3번 하는 108배 기도. “15분 동안 하는데, 끝나면 하체가 후들거리지만 이만한 운동도 없어요.” 이렇게 온 에너지를 쏟아 특급 기사가 된 그는, 상금으로만 한달 4000만원 이상을 벌 때도 있다.

경마공원 아나운서인 아내 김려진씨와 만 한살이 된 딸 도윤은 문 기수가 가장 아끼는 보물. 부인은 “경쟁하다보니 경마장에서는 마음을 터놓을 수 없는데, 저에게는 모든 것을 말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다. 처가와 아내의 조언으로 뒤늦게 관동대 체육학과에 입학해 지금은 3학년이 됐다. 수업에 빠지는 일은 없고 시험도 다 치른다. 성적도 “평균 학점이 3.50 이상은 된다”고 말한다.

공부하는 기수, 문세영의 꿈은 무엇일까. “다른 기수들은 조교사를 꿈꾸지만 저는 아니에요. 초라하지 않을 때 은퇴를 해서 다른 길을 찾고 싶어요. 공부를 더 해 경마 심판이 되고픈 마음도 있고요.” 이번 주말에도 120초 승부를 위해 많게는 14번 말을 타는 그는 천생 기수다.

과천/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별별스타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