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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1.27 19:37 수정 : 2012.11.27 21:19

레오(삼성화재)가 지난 3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V리그 켑코와의 경기에서 공격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스포츠포커스 제공

[별별 스타] 프로배구 1라운드 MVP 삼성화재 레오

탄력 좋아 스파이크 파괴력
경기당 평균 32득점 맹활약
“신치용 감독님 무서웠는데
겪어 보니 다정다감하신 분”
쿠바 가족 생계 짊어진 청년
“한국 추위 매서워요” 훌쩍

첫인상은 무뚝뚝. 마지막 인상도 무뚝뚝이다. ‘진지 모드’가 앳된 얼굴의 스물두살 청년을 잔뜩 휘감는다. 어찌 보면 화가 난 듯하기도 하다. 말투 또한 조용하고 차분. 26일 경기도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그는 그랬다. 러시아로 떠난 가빈 슈미트와는 정반대 인상이다. 그래도 가빈과 똑같은 면은 있다. 탄력을 이용한 파괴력 넘치는 스파이크가 리그 톱 수준이다.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이하 레오). 남자배구 삼성화재가 가빈을 대신해 2012~2013 시즌 V리그부터 가동중인 ‘쿠바산 특급 용병’이다. 27일 현재 레오의 성적을 들춰보면, 공격성공률 59.33%(전체 2위)에 경기당 평균 득점은 32.5점(전체 1위). 1라운드 최우수선수(MVP)에도 뽑혔다. 레오가 맹활약하면서 디펜딩 챔피언 삼성화재는 가빈의 빈자리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가빈보다 높이나 파워는 떨어질지 모르지만, 레오는 수비가 된다. 배구 이해도가 높고 나이에 비해 내공도 쌓여 있다”고 칭찬한다.

삼성화재의 고된 훈련은 배구계 안팎으로 소문 나 있는 터. 레오 또한 엄청난 훈련량에 처음에는 혀를 내둘렀다. “쿠바 대표팀도 많이 하는데 삼성화재는 훈련 강도가 훨씬 세다”는 게 그의 말. 하지만 지금은 삼성화재 조직 속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처음에는 ‘이 팀에서 버틸 수 있을까’ 싶었는데 마음을 단단히 먹고 함께 훈련하다 보니까 지금 (나의 배구가) 더 발전했음을 느낀다.” ‘호랑이 선생님’ 신치용 감독에 대한 느낌은? “맨 처음에는 감독님이 잘 안 웃으셔서 무섭다고만 느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참 다정다감하신 분이다.”

키 206㎝에 몸무게 86㎏. 그나마 한국으로 와서 8㎏을 살찌웠다. 다소 마른 체구 때문에 전문가들은 리그 중반 이후 그의 체력 소진을 우려한다. 그러나 자신은 의뭉스런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체력이 안 떨어질 수는 없다. 하지만 체력적 고통 같은 것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신치용 감독은 “레오가 아침마다 장뇌삼을 꼭꼭 챙겨먹으면서 체력 보충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쿠바에서는 의사도, 검사도 아닌 스포츠 선수가 최고로 선망받는 직업이다. 레오 또한 어릴 적부터 스포츠 선수를 꿈꿨고, 또래보다 큰 키 때문에 9살 때부터 배구 선수가 됐다. 쿠바 제1의 스포츠는 야구지만, 야구에는 그다지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레오는 “배구만이 나의 가족에게 뭔가를 해줄 수 있는 수단”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배구’로 쿠바에 사는 부모, 형제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스물두살 나이에 책임감이 유독 강한 것도, 매사에 신중한 것도 이 때문이다. 레오는 지난 시즌 푸에르토리코 리그에서 활약했는데, 그때보다 연봉이 3배가량은 올라 경제적 부담은 한결 줄었다. 레오의 아내 스테파니와 작은아들 이안은 지난 19일 국내로 들어와 구단이 마련해준 48평 아파트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 아쉽게도 큰아들은 함께 오지 못했다.

가장 흥미를 끄는 오레올 까메호(26·LIG손보)와의 대결은 어떤 심정일까? “경기장 밖에서는 같은 쿠바 출신의, 같은 시스템 안에서 배구를 배운 동지이지만 경기장 안에서는 상대팀의 공격수일 뿐이다. 경기 와중에도 삼성화재 팀에 섞여 들어가서 상대팀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지, 나 혼자서 까메호를 이겨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단 한번도 허투루 대답하지 않는 그를 누가 20대 초반으로 볼까. “한국 추위는 아직 완전히 적응을 못했다”며 코를 훌쩍이며 연습 코트로 들어서는 ‘코트의 왕자’ 레오다.

용인/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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