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1.07 19:47
수정 : 2013.01.0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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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육상 높이뛰기의 15년 묵은 기록을 깰 기대주로 꼽히고 있는 윤승현이 4일 충북 진천선수촌 트랙에 설치된 허들을 외발로 연속해 뛰어넘으며 탄력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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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스타ㅣ 높이뛰기 유망주 윤승현
키 1m94로 역대 높이뛰기 최장신
고3때 2m20 …10년만의 국가대표
2016년 올림픽 메달 가능성 높여
바 가까이서 속도 줄어 최대 단점
“대표팀 훈련 달라…익숙해지겠죠”
기록은 깨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쉽게 깨지는 기록은 기록으로서 큰 가치가 없다. 반면 너무 오래 깨지지 않는 기록도 매력이 없다. 특히 탁월한 기록이 아닌데도 도전하는 이들이 적어 기록의 생명력이 길 때는 외면을 받는 기록이다.
한국 남자 높이뛰기 기록이 그렇다. 현재 최고기록은 이진택 선수가 1997년 6월 전국종별 육상선수권대회에서 작성한 2m34. 무려 15년7개월 동안 깨지지 않고 있다.
놀라운 일은 지난 10년간 외국에서 열린 높이뛰기 대회에 한국 대표가 출전한 일이 없다는 것이다. 높이뛰기 국가대표 선수가 없으니 당연히 기록엔 이끼가 낀다.
그런 이끼를 힘차게 걷어낼 유망주가 나타났다. 지난해 말 국가대표로 뽑힌 윤승현(18·대구체고)은 육상대표팀 막내이지만 뛰어난 신체조건 때문에 육상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윤승현의 키는 194㎝. 역대 높이뛰기 대표 선수 가운데 가장 크다. 이진택 선수가 190㎝였다. 몸무게도 73㎏으로 군살 없이 가뿐하다.
윤승현은 지난해 고등학생으로는 20년 만에 2m20을 뛰어넘으며 ‘높이뛰기의 대물’로 등장했다. 대구 산격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중력을 거스르며 공중에 뛰어오르는 높이뛰기를 시작한 윤승현은 대구 대곡중 3학년 때 이미 키가 189㎝까지 컸다. 대구체고에 있는 동안 고교 높이뛰기의 일인자였던 윤승현은 올해 한국체대에 입학한다.
달콤한 신정 휴가를 마치고 충북 진천선수촌에 다시 입촌한 윤승현은 지난 4일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연이어 촘촘히 세워 놓은 허들을 외발로 연속해 뛰어넘으며 거친 숨을 허공에 내뿜고 있었다.
“역시 국가대표 훈련은 달라요. 곧 익숙해지겠죠.”
높이뛰기 기록을 위해선 우선 잘 달려야 한다. 뛰어넘어야 하는 바 앞까지 전속력으로 뛰어와 직선운동을 수직운동으로 바꾸는 순발력과 유연성을 동시에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겨울 내내 400m 트랙을 달린다. 또 탄력성을 키우기 위해 외발로 뛰거나 캥거루처럼 보폭을 크게 해 달리기, 그리고 허들이나 종이상자를 쌓아놓고 뛰어넘는 기술을 익힌다.
윤승현을 조련하고 있는 김태회 코치는 “오랜만에 신체조건이 좋은 후배를 만나 기쁘다”며 “체력을 키우고 미진한 기술을 보완하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여름올림픽에선 메달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올림픽에서 메달권에 들기 위해선 최소한 2m32를 넘어야 한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부터 지난해 런던올림픽까지 남자 높이뛰기 동메달 평균 기록이다.
윤승현의 최대 단점은 도움닫기를 위해 달려 들어올 때 바 가까이에서 보폭이 줄어들며 속도가 눈에 띄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12m 정도의 주로를 처음 7보 정도로 성큼성큼 달려 초속 8m 정도 가속하다가 나머지 3~5보의 곡선주로에서 몸을 안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이며 속도를 유지한다. 마지막 1~2보에서 강하게 도약하며 몸을 회전시켜야 한다. 속도가 떨어지면 높이 도약할 수 없다. 또 몸의 중심을 높여 바를 넘을 때까지 안정된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데, 윤승현은 공중에서 자세가 흐트러지며 바를 자주 건드린다.
김 코치는 “현재 높이뛰기의 올림픽 출전 기준기록(A: 2m30, B: 2m28)에 승현이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한국 기록 경신과 올림픽 메달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한다.
취미가 만화책 보기라고 할 만큼 아직 사춘기 소년 취향을 벗어나지 못한 윤승현은 오전 훈련을 마치고 수줍은 모습으로 훈련 도구를 챙긴다. 큰 키가 더욱 시원스럽게 느껴진다.
진천/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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