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청와대 세종실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장관들이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2013.04.09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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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김장수 등 안보라인의 말폭탄에 놀란 가슴
A4 1장에 그려진 님의 고심을 보고 진정이 되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장관들이 참석한 국무회의가 9일 오전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렸다. 회의에 앞서 장관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장수 안보실장,김관진 국방장관. 2013.04.09.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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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부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극단적인 대치에는 몇몇 군 출신의 경솔한 말폭탄도 적잖이 기여했습니다. 특히 김관진 국방장관의 설화는 심각했습니다. 그는 북이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을 발표하자, 다짜고짜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을 거론했습니다. 일부 ‘호전적’ 매체들은 아파치 헬기, 특수전 헬기, 공군 전투기 그리고 특수부대를 동원한 인질 구출작전의 그림을 그리기도 했죠. 사실 북은 남쪽 사람을 잡아두기는커녕 떠나라고 재촉했습니다. 눌러 있겠다고 고집 피운 건 우리 쪽 사람들이었습니다. 김 장관 발언은 지금도 북이 개성공단 폐쇄 책임을 남쪽에 넘기는 핑계로 이용됩니다. 이런 자폭성 언사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든 버릇입니다. 2010년 그는 “북에 도발의 대가가 얼마나 처절한지 뼈저리게 느끼도록 해줘야 한다. 도발하면 묻지도 말고 쏘라. 선조치, 후보고하라. 공격 원점을 타격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지휘관은 상황 발생시 매뉴얼에 따라 엄격하게 대응하면 됩니다. 말은 정치인의 몫이지, 행동하는 군의 몫이 아닙니다. 지휘관의 공연한 말은 엉뚱한 오해만 불러일으킬 뿐니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도 비슷합니다. 그는 손자병법 행군편에 나오는 ‘무약이청화자모야’(無約而請和者謀也·이유 없이 화해를 청하는 데에는 계략이 있다)는 구절을 인용해, “급하거나 위기라고 해서 섣부른 대화를 시도하지 않겠다. 대화의 계기는 북한이 만들어야 한다”고 단언했습니다. 대화를 청하지도 않았는데 계략 운운했으니, 북이 가만있을 리 없었습니다. 게다가 그의 발언은 낱말 하나 선택에도 신중하며, 대화의 계기를 찾으려던 대통령을 난감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대통령은 닷새 뒤 북한에 대화 제의를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손자병법의 기초도 모르는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북한이 10일을 전후해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는 그의 발언도 마찬가지입니다. 말로 재미보려 해서는 안 됩니다. 입은 재앙의 문이고, 혀는 재앙의 뿌리(口是禍門 舌是禍根)입니다. ‘無約而(무약이)…’ 문장의 도입부는 이렇습니다. “말은 겸손하면서 대비를 굳게 하는 자는 진격할 뜻이 있다. 말이 강경하면서 진격할 기세를 보이는 자는 퇴각할 뜻이 있다.”(辭卑而益備者進也 辭强而進驅者退也) 짖지 않는 개가 물고, 겁먹은 개가 짖는다는 것입니다. 이 말을 꼭 기억시켜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짖는 개에게 함부로 해서는 안 됩니다. 궁지에 몰리면 쥐도 고양이를 뭅니다. 어르고 달래는 게 최선입니다. 지금처럼 말의 엄격성과 신중성이 요구되는 때는 없습니다. 님의 누더기 말씀자료 사진을 책상 한켠에 두고 있는 이유입니다. 지우고 또 지우고, 첨삭하고 가필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그런 자세를, 특히 안보 관련 공직자들은 따라야 할 겁니다.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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