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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8.26 19:05 수정 : 2013.08.26 19:05

김기태 호남대 신문 방송학과 교수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다음주 9월 3일에는 ‘전월세’에 대한 논제가 실립니다.

[한겨레 사설] 한국사 수능 필수화, 졸속 추진 중단해야

교육부와 새누리당이 12일 당정협의에서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7월10일 언론사 논설실장 오찬에서 관련 발언을 한 지 불과 한달 만이다. 정부는 내용과 형식에서 모두 심각한 문제가 있는 한국사 수능 필수화 추진을 중단하기 바란다.

초·중·고의 한국사 수업시간은 어느 사회과목보다 많다. 한국사는 고교 사회과목 가운데 유일하게 필수이기도 하다. 만약 교육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잘 가르치는 방안부터 찾는 게 순리다. 교육부도 애초 한국사 수능 필수화가 모든 영역이 선택인 현행 수능 체제와 맞지 않고 입시제도 간편화 방향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소극적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수능 필수화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의견수렴이라고는 지난 8일 ‘전문가 토론회’를 연 것뿐이다. 게다가 토론회는 수능 필수화를 주장하는 주제 발표와 이에 찬성하는 지정 토론자 5명의 발언 위주로 진행됐다. 결론을 먼저 내려놓은 ‘짜맞추기 토론회’인 셈이다.

정부가 중요한 교육정책을 이렇게 졸속으로 추진하는 데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6월 중순부터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역사교육의 문제점을 언급했으며, 지난 7일에도 “편협된 자기 생각을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에게 가르치면 굉장히 위험하고 잘못하면 영혼을 병들 게 하는 것”이라며 어릴 때부터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역사’를 배워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뚜렷한 근거도 밝히지 않은 채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편협하고 위험하다. 유신 체제를 옹호해온 그가 무엇을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역사’라고 하는지도 의문스럽다.

청소년들의 역사의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 불필요한 암기 내용을 줄이고 탐구 토론형 수업을 늘리는 게 옳다. 이는 교육계가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지금의 수업시간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반면 한국사가 수능에서 필수로 되는 순간 역사적 사실을 단순 암기하는 과목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잖아도 학습노동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부담이 커지고 다른 사회과목들이 상대적으로 홀대받게 되는 것도 문제다. 이는 대학의 관련 학문들에까지 영향을 줄 것이다.

지금 한국사 수능 필수화에 적극 찬성하는 사람은 대체로 뉴라이트 계열이 많다. 이들과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 현대사의 한쪽 측면만을 부각시키고 국가주의 교육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갖는다. 이에 대한 국민 우려를 씻기 위해서라도 한국사 수능 필수화의 졸속 추진은 중단돼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역사 대입 반영 이어 내실화 이어가야

한국사 교육이 마침내 정상화 궤도에 들어섰다. 한국사가 고교 선택과목에서 필수 과목으로 전환된 데 이어 다시 대입에 필수적으로 반영되는 데까지 이르게 된다고 한다. 당정이 어제 회의를 갖고 한국사 대입 반영을 논의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로 환영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은 이웃나라 국민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역시 역사에 대한 홀대, 젊은 세대의 무관심을 반성하며, 역사교육의 내실화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역사과목이 대입에 필수적으로 반영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입시 과목이 됐기 때문에 공부해야 한다는 건 가뜩이나 입시에 짓눌려 사는 학생들에게 부담만 지우는 일이다. 사교육이 커질까 겁난다는 학부모들의 우려도 되새겨야 한다. 따라서 교육당국은 한국사의 대입 반영으로 인해 생겨날 수 있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후속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역사교육 내실화가 역사과목의 대입 반영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일부 역사교과서에 남아 있는 좌(左) 편향 서술과 자학적(自虐的) 사관(史觀)을 몰아내는 등 교육내용을 개선하는 것도 시급하다. 학교가 균형 잡힌 역사관을 담아 우리 현대사에 대한 자긍심을 불어넣어주는 교과서를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치게 하자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이 우리 역사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갖도록 교육 방법의 혁신도 뒤따라야 한다. 주입식·암기식 역사수업이 계속된다면 내실화는 요원하다. 학생들이 현장학습과 토론을 통해 살아 있는 역사를 체험할 수 있게 학교 교육을 확 뜯어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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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 대 논리]
극명히 갈리는 찬반…‘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시각차 확연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역사는 오늘을 읽는 어제의 거울이다. 정확한 역사 이해가 중요한 이유다. 단순히 과거의 기록에 그치는 게 아니라 오늘을 제대로 알고 내일을 준비하기 위한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민국 역사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도 이런 점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특히 일본의 우경화로 인한 과거 역사 부정 또는 왜곡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런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반영하여 교육부와 새누리당이 최근 한국사를 수학능력시험의 필수과목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내놓는 데까지 이르렀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입시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대학입시 과목 필수화가 가장 안정적이고 확실한 역사 교육 정책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한국사 수능과목 필수화에 대해 <중앙>과 <한겨레> 사설은 극명하게 찬반으로 의견이 갈린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 사설은 이를 “한국사 교육이 마침내 정상화 궤도에 들어갔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로 환영한다”고 분명한 찬성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한겨레> 사설은 “내용과 형식에서 모두 심각한 문제가 있는 한국사 수능 필수화 추진을 중단하기 바란다”고 확실한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한국사 수능과목 필수화를 지지하는 <중앙>은 이를 “우리 역사에 대한 홀대, 젊은 세대의 무관심을 반성하며, 역사교육의 내실화에 만전을 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수능과목 필수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고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가해질 부담감 등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후속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이번 수능과목 필수화가 “박대통령의 관련 발언 이후 불과 한달 만에 나온 졸속 대책으로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한국사는 고교 사회과목 가운데 유일한 필수과목으로 문제가 있다면 잘 가르치는 방안부터 찾는 게 순리”라는 주장이다. 즉, <중앙>은 선 수능과목 필수화, 후 부작용 최소화 방안 마련을 주장한 반면, <한겨레>는 선 수능과목 필수화 중단, 후 역사교육 보완책 마련을 강조하고 있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한국사 수능과목 필수화를 둘러싼 <중앙>과 <한겨레> 사설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장 분명하면서도 근본적인 시각차는 한국사 교육 내용에 관한 부분이다.

<중앙>은 “일부 역사교과서에 남아 있는 좌편향 서술과 자학적 사관을 몰아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학교가 균형잡힌 역사관을 담아 우리 현대사에 대한 자긍심을 불어넣어 주는 교과서를 가지고 교육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력하게 펼치고 있다.

반면, <한겨레>는 박 대통령이 언급한 어릴 때부터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역사’를 배워야 한다는 발언을 “편협하고 위험한 발언”으로 문제삼으면서 “한국사 수능 필수화를 적극 찬성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뉴라이트 계열”이라는 지적과 함께 “이들과 박 대통령이 현대사의 한쪽 측면만을 부각시키고 국가주의 교육을 지향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 내용에 대한 두 신문의 분명한 입장차에 비해 현행 한국사 수업 방식의 문제점과 개선책에 대해서는 거의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중앙>은 주입식·암기식 수업을 바꾸는 교육 방법의 혁신과 현장학습과 토론을 통한 살아 있는 역사 체험 강화를 주문하고 있으며, <한겨레>는 불필요한 암기 내용을 줄이고 탐구토론형 수업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한국사가 수능에서 필수로 들어가는 순간 역사적 사실을 단순 암기하는 과목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역사교육

한국 사회에서 역사교육은 그 관심과 기대가 유별나다. 그런 만큼 역사교과는 다른 여타의 단일교과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기대와 관심이 큰 만큼 역사교육 또는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도 뜨겁다. 교육 내용, 교육 방법, 교육 정책 등 모든 면에서 역사교육은 사회적 논제로 등장할 때마다 쉽게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에서 이념적 대립이 심각한 사회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최근 일본, 중국 등 주변국들의 우경화로 인한 역사 왜곡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한국사 교육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등장하고 있다. 급기야 한국사를 대입 수능 필수과목으로 포함시키자는 방안까지 논의되기에 이르렀다. 2005년부터 대입 수능시험에서 한국사가 선택과목으로 바뀌었고, 2009년 개정교육과정으로 집중이수제 도입 후 고교 3년 동안 85시간 하도록 되어 있는 한국사 수업을 1학년에 몰아서 하는 등 파행적인 역사교육이 이루어져 왔다는 비판적 분석에 근거한 대안이다. 그러나 한국사 교육의 문제 해결을 대입 반영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데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교육 방법의 개선을 통해 해결할 일을 대입 과목 필수화로까지 연계시키는 데 따른 부작용이 크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역사교육에 대한 좀더 큰 견해차는 역사교육의 내용에 있다. 우리 사회 보수와 진보의 이념 갈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바로 한국사 논쟁이기 때문이다. <중앙>과 <한겨레>사설에서 보여주고 있는 입장 차이도 우리 사회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각차와 유사하다.


[추천 도서]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2: 20세기를 넘어 새로운 미래로
전국역사교육모임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2012년

 역사교육 현장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역사교육을 지향하면서 집필한 책으로 20세기의 지난 역사를 21세기를 향한 발판으로 삼기 위한 토대 마련 차원에서 기술하였다. 청소년 독자들을 위해 단원마다 사진과 캐릭터를 넣어 역사 체험의 기회도 제공하려 하였고 ‘청소년의 삶과 꿈’이라는 특별 단원을 포함시켜 학생들에게 우리 역사를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도록 배려한 책이다.

역사 어떻게 볼 것인가: 마녀사냥에서 트위터까지
설혜심 지음
길 펴냄, 2011년
 

 ‘역사란 무엇인가’와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고민이 담긴 책으로, 다양하고 깊은 역사와 역사학의 세계를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역사의 상상과 효용, 역사학의 확대, 내가 살아가는 역사가들, 소외된 역사들, 일상 속의 역사 등 새롭고 흥미로운 소제목들이 독자들의 호기심을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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