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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1.04 19:53 수정 : 2013.11.04 20:50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다음주 11월12일에는 ‘한국사 교과서 수정 논란’에 대한 논제가 실립니다.

[한겨레 사설] 상급병실 개선안, 세밀한 보완책 뒤따라야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이 10일 토론회에서 상급병실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았다. 크게 두 가지다. 1안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일반병상(다인실) 확보 비율을 현행 50% 이상에서 75%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며, 2안은 현행 6인실로 규정돼 있는 일반병상 기준을 병원 규모에 따라 2~4인실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상급병실료 문제는 선택진료비와 함께 의료비 부담의 주범으로 꼽혀왔다. 종합병원 신세를 져본 사람치고 억지로 1~2인실에 입원한 경험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상급병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상급병실 입원환자 59.5%가 본인 뜻과 달리 비싼 병실에 입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병원일수록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상급병실을 많이 운영하기 때문이다.

병원들이 상급병실료로 지난해 벌어들인 돈이 1조147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 정도면 병원을 운영한 건지, 호텔을 운영한 건지 구별이 안 갈 정도다. 보건복지부는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이 제시한 개선안을 검토해 올해 말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1안이든 2안이든 입원환자들의 부담이 많이 줄어들게 되는 만큼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기획단의 개선안은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대형병원 특히 상위 5개 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역거점 병원을 육성하고, 지역병원과 서울 대형병원을 연계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등의 대안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퇴원 결정을 내렸는데도 장기 입원을 고집하는 환자에 대해서는 입원비를 높이는 방법도 검토할 만하다. 벨기에의 경우 질병 종류별로 입원할 수 있는 기간을 정해, 이를 넘길 경우 본인부담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2안대로 일반병상이 2~4인실로 확대될 경우, 2인실 환자와 6인실 환자 사이에 병실 배정을 둘러싸고 마찰이 빚어질 수 있다. 이런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병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극장 매표소에서 빈자리와 대기 순번을 알려주듯이, 병원에서도 각 병실의 정보와 함께 입원 대기 순번을 환자들에게 알려줘 불만이 싹트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반병실을 확대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이 추가로 들어가는 문제점도 있다. 하지만 이는 상급병실 문제만으로 풀 수 있는 건 아니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는 구조적이고 오래된 문제이므로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함께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중앙일보 사설] 환자 중심으로 비급여 진료 개혁해야

환자들이 반강제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상급 병실을 이용하고 추가 비용이 드는 선택진료를 받는 일은 그간 한국 의료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본지도 누차에 걸쳐 이를 지적하며 개선을 촉구했다.

고려대 윤석준 교수팀이 입원환자 1만 명과 1461개 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번에 발표한 결과는 이에 따른 환자 부담이 얼마나 큰지를 새삼 확인시켜줬다 하겠다. 상급 병실은 환자의 59.5%, 선택진료는 40.9%가 원하지 않는데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연간 환자들이 각각 상급 병실 이용에 쓴 1조147억원 중 6037억원, 선택진료에 들인 1조3170억원 중 5387억원이 결국 억지 부담이었던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건보가 적용되는 일반 병실이 대형종합병원에서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다는 데서 찾을 수 있겠다. 병원들의 일반 병실 비중은 평균 74.1%이지만 수요가 특히 많은 이른바 빅5 대형종합병원은 58.9%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런 점에서 보건복지부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이 10일 제시한 두 가지 대안은 모두 합리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일반 병실의 기준을 상향 조정하되 환자부담률을 20%에서 40%로 올리는 1안과 일반 병실 비율을 75%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 모두가 그렇다. 전체 의료비를 과도하게 늘리지 않는 선에서 환자 부담을 줄이려고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하지만 비급여 문제는 여러 요인과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일도양단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번에 제시된 방안들로 대형종합병원 환자의 부담이 어느 정도 경감할 수 있겠지만 자칫 환자의 대형종합병원 쏠림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따라서 이를 최소화할 지역병원 이용 인센티브, 입원기간이 길수록 환자 부담을 늘리는 차등제, 지역병원과 서울 대형병원 연계 프로그램 강화 등의 대안까지 충분히 고려하면서 효과와 파장을 다각도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가장 우선시해야 할 점은 환자의 이익일 것이다.


[논리 대 논리]
“환자 부담 줄였다” 긍정 평가…바람직한 개혁의 속도는?

1~2인실 사용을 강요하는 상급병실료 문제는 선택진료비와 함께 의료비 부담의 주범으로 꼽힌다. 정용일 <한겨레21> 기자 yongil@hani.co.kr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병원에 입원하면 대부분 일반병실이 없어 2인실이나 1인실에서 며칠씩 기다리기가 일쑤다. 이럴 경우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병실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상급병실료는 환자에게 큰 부담이 된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에 의하면 입원 환자의 59.6%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상급병실에 입원했다고 한다.

상급병실 이용료와 함께 ‘선택진료비’ 또한 문제다. 선택진료비는 상급병실료, 간병비와 함께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이른바 ‘3대 비급여’ 항목이다. 꼭 하지 않아도 되는데도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 단층촬영(CT)을 병원에서 강요하는 일도 다반사다. 의학적 전문지식이 없는 환자의 입장에서는 병원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환자 10명 중 4명 정도가 이 같은 선택진료를 어쩔 수 없이 받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은 지난 10월10일 상급병실료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두가지 안 중 1안은 병실비가 비싼 1, 2인실이 몰려 있는 대형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일반병실을 50% 이상 확보하게 돼 있는데, 이 비율을 75%로 올리겠다는 것이 1안의 골자다. 두 번째 안은 전국 모든 병원의 일반병실 기준을 확대하는 것으로 일반 병원급은 현행 6인실에서 4인실까지, 2인실 비중이 높은 대형 종합병원의 경우, 2~3인실까지 일반병실로 하자는 것이다.

중앙과 한겨레는 모두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의 2가지 방안이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려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환영하고 있다. 또한 중앙과 한겨레는 전국 모든 병원의 일반병실 기준을 확대할 경우 시설과 의료서비스가 좋은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공통으로 지적하고 있다. 대형병원으로의 쏠림을 최소화하고 입원기간이 길수록 환자의 부담을 늘리는 차등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두 개의 신문은 논조를 같이하고 있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그러나 한겨레는 ‘투명성’이라는 해결책을 들고 나선다는 점에서 중앙과는 다른 진보적 매체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2안대로 일반병상이 2~4인실로 확대될 경우, 2인실 환자와 6인실 환자 사이에 병실 배정을 둘러싸고 마찰이 빚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병상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를 강화함으로써 병실을 배정하는 데 투명성을 높이자는 한겨레의 주장은 병실 배정을 둘러싸고 빚어질 수 있는 마찰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는 구조적이고 오래된 문제이므로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함께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라는 한겨레 사설의 논조는 중앙과는 달리 구조적인 개혁의 문제를 들고 나온다.

개혁의 속도에 대한 기대는 보수와 진보가 서로 다르다. 보수는 점진적인 개혁을 기대하지만 진보는 획기적인 개혁을 기대한다. 개혁의 폭에 대한 기대도 보수와 진보는 다르다. 보수는 일반적으로 개별적인 변화를 기대하지만 진보는 총체적인 개혁을 기대한다. 진보 매체인 한겨레는 ‘투명성’을 말함으로써 의료 개혁의 폭이 전면적이고 총체적이기를 바라고 있는 듯하다. 중앙이 ‘가장 우선시해야 할 점은 환자의 이익일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의료의 특성상 환자는 전적으로 의료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의료인과 의료기관은 환자의 치료과정에서 환자가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여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환자는 정보로부터 소외되었던 것이 현실이다. 병원이 가지고 있는 정보가 제대로 환자에게까지 흘러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환자는 필요하지 않은 진료를 비싼 돈을 주고받아야 하는 이른바 과잉진료를 받기도 했다. 병실의 현황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환자들은 일반병실이 남아도는데도 1인 병실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명성, 정보의 공개는 이런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기 위한 개혁적 장치다. 한쪽이 정보를 독점하고 한쪽이 정보에서 소외되는 현상, 이른바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자는 투명성 제고가 진보의 단골메뉴일 수밖에 없는 것은 정보의 쏠림으로 인해 생기는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자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의료소비자 주권

소비자에게는 안전할 권리가 있고, 값을 치르고 구입한 물건이나 서비스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환자에게도 마찬가지다. 돈을 지불하고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의 권리가 의료소비자 주권이다.

2005년 6월21일 제주대학교 병원이 환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환자권리장전’을 채택하고 선포식을 했다. 채택된 환자권리장전은 인격을 존중받고 사랑으로 진료받을 권리, 평등하고 성실한 진료를 받을 권리, 질병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들을 권리, 의료 행위의 결정에 참여할 권리, 진료상의 비밀을 보호받을 권리, 진료비 내역에 대해 알 권리 등을 보장하는 내용의 6개항으로 구성돼 있다.

환자는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 자신의 자유의사에 따라 의료행위를 수락하거나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 것이 1981년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열린 제34차 WMA(세계의사회) 총회 기간 중에 채택한 ‘환자의 권리에 대한 선언’이다.

이 선언대로 한다면 내가 왜 이런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이 검사의 비용은 얼마인지, 이 검사를 대체할 만한 다른 방법은 없는지, 이 검사에 대한 후유증은 없는지에 대해서 의사에게 꼼꼼하게 묻고 답을 들을 수 있는 권리가 환자에게는 있다. 병원과 의사는 이익의 주체이면서 동시에 환자의 의료소비자 주권을 충족시켜줄 의무의 주체이기도 하다.


[추천 도서]

나는 현대의학을 믿지 않는다
로버트 S. 멘델존 지음, 남점순 번역
문예출판사 펴냄, 2000년

책의 저자인 로버트 S. 멘델존 박사는 끊임없이 의사에게 질문할 것을 강조한다.

로버트 S. 멘델존 박사는 이 책에서 젖먹이 유아가 항생제를 정말로 필요로 활 확률은 10만분의 1도 되지 않는데 의사들은 안이하게 항생제를 투여하고 있으며 편도 적출 수술이 정말로 필요한 경우는 극히 드물어 1000명당 1명이 있을까 말까 하는 정도인데도 의사들은 안이하게 아동들의 편도선 적출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런 과잉진료부터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 책은 환자들에게 증상의 진행 정도나 치료법은 물론 투약과 수술의 후유증과 의사나 병원의 실적에 이르기까지 시시콜콜 병원과 의사에게 따져 물을 것을 당부한다. 그렇게 따져 물음으로써 응당 존중받아야 할 환자의 권리, 의료소비자 주권을 지키라는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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