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북핵 6자수석 회동에서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가운데)과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오른쪽), 이시카네 기미히로 일본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손을 잡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
[한겨레 사설] 중국 밀어내는 ‘중국역할론’으론 안 된다
북한 핵실험 대응과 핵 문제 해결 노력에서 중국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한·미가 주도하는 중국역할론을 두고 중국 쪽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는 북한을 고려하는 중국의 기본 입장 외에 한·미의 강경 일변도 대북 접근방식에 대한 경계심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11일에도 개성공단 남쪽 인력 제한을 더 강화하는 조처를 취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세 가지 원칙의 어느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된다’고 밝힌 것은 한·미와 거리를 둔 중국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왕이 부장이 8일 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전화회담에서 재확인한 세 원칙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한반도 평화와 안정 수호,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말한다. 그가 “협상 궤도로 핵 문제 복귀를 추진해야 한다”고 한 것도 대북 압박 강화에 초점을 맞춘 한·미의 움직임과는 결이 다르다. 바꿔 말해 핵실험 이후 한·미의 대중국 외교가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태도가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다. 중국은 핵실험 직후 이전보다 강경하게 ‘결연한 반대’와 ‘북핵 불용’ 입장을 내놨다. 그러다가 우리 정부의 8일 낮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계기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미국 전략폭격기 B-52의 10일 한반도 상공 비행은 한국·미국과 중국 사이의 틈을 더 벌리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절제하고 긴장 상황을 피해야 한다”고 했고, 관영 언론은 ‘동북아의 평화균형을 깨는 위험한 행동’ 등으로 표현했다. 중국의 대북 압박 강화를 요구하는 중국역할론이 오히려 중국을 바깥쪽으로 밀어내는 꼴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핵 문제를 풀기 위한 새 접근은 물론 실효성 있는 대북 제재도 쉽지 않다.
핵실험에 대한 제재는 필요하지만 제재만으로 핵 문제를 풀 수는 없다. 또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의 적극적인 의지와 중국의 효과적인 중재가 필수다. 지금 상황은 거꾸로 가고 있다. 미국과 한국이 대북 압박 강화와 중국역할론만을 얘기하면서 중국이 중재 노력을 펼 여지는 더 좁아지고 있다. 남북 사이 작은 충돌이라도 생긴다면 이런 구도는 한층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미국과 중국이 대북 핵 대화에 적극 나서도록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지금처럼 전략적 판단 없이 분풀이식 강경 대응만 해선 한반도 긴장 고조와 핵 문제 악화를 피할 수 없다.
[중앙일보 사설] 중국이 달라져야 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세계는 중국을 주목해 왔다.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북한을 압박할 효과적이고도 강력한 카드를 중국이 가장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그런 중국의 적극적인 동참이 있어야 대북 제재가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는 까닭이다.
북한 핵실험이 거듭될수록 중국의 대북 압박 수위가 높아져온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도 중국은 관련 당사국 모두의 자제를 요구했던 과거와 달리 북한(朝方)을 특정해 정세를 악화시키지 말라고 경고했다.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북한을 콕 집어 말하기는 처음이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신년 모임에서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눈앞에 두고 북핵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국의 대북 압박 수준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고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국제사회의 공통된 인식이다.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적극적이지 못한 것과 관련해 몇 가지 이유가 거론된다.
첫 번째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한반도의 정세가 평온하기를 바라는 중국의 안정 희구 심리다. 이 때문에 중국은 북한의 붕괴나 한반도의 전쟁 등 비상 상황 발생을 극구 막으려 한다. 두 번째는 미국의 중국 견제가 강화되면서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보는 시각이 중국 내에서 더욱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셈법에 의해 중국은 지난 6년간 북핵 문제와 북한 문제를 분리해 접근해 왔다. 북핵 문제는 6자회담의 틀 속에서 해결하고, 북한과는 정상적인 경제교류를 통해 정상 국가로 유도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된다면 핵무기를 스스로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중국은 본다. 이런 투 트랙 접근을 중국은 북핵 문제의 증상과 원인을 함께 치료하는 ‘표본겸치(標本兼治)’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런 논리 때문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효과를 얻기 어려웠다. 북한의 앞문은 틀어 막았지만 중국으로 향하는 뒷문을 휑하니 열어놓은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중국도 당초 기대한 효과를 얻지 못했다. 북한은 그동안 중국의 바람과는 달리 두 차례나 핵실험을 단행했다.
이제 중국이 달라져야 한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시대 들어 각 부문의 혁신(創新)을 강조한다. 북핵 정책에도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중국은 북핵이 점차 치유할 수 없는 암적 존재가 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동북 3성을 주축으로 한 동북진흥(東北振興)의 꿈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중국은 북핵 문제를 중·미 경쟁의 프리즘으로 바라보는 시각부터 버려야 한다. 미국과의 대결을 의식해 북한의 그릇된 행동까지 감싸고돌다 보니 북한이 이를 역이용해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의 핵 인질이 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오히려 중국은 북핵 문제를 중·미 공조의 시금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미국과 손을 맞잡고 북핵 해결에 팔을 걷어붙여야 두터운 신뢰를 쌓을 수 있다. 이는 중국의 신형대국관계 건설에도 이바지할 것이다. 중국의 달라진 모습이 곧 나올 유엔 결의의 철저한 집행에서부터 보여지길 기대한다.
[추천 도서]
[키워드로 보는 사설]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3대 원칙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8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전화로 북한의 4차 핵실험 대응책을 논의하면서 ‘결일불가(缺一不可)’란 표현을 썼다. 이는 ‘어느 것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한반도 평화와 안정 수호,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3대 원칙을 강조하면서 덧붙인 말이다. 북한이 수소탄 실험을 성공했다고 발표한 직후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힌 것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라는 원칙을 확인한 것이고, 왕이 외교부장의 말은 북한 비핵화도 중요하지만 이것을 위해 한반도의 평화·안정,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포기할 순 없다는 논리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