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에서 폭발물 의심 물체가 발견돼 용의자 추적에 나선 지난달 31일 인천시 중구 인천국제공항에서 인천지방경찰청 경찰특공대원들과 폭발물 탐지견이 순찰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오후 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인천공항 보안 강화 등 방안 마련을 위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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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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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인천공항·제주공항 사태 부른 ‘낙하산 인사’
최고 보안등급이 적용되는 최일선 국가 주요 시설인 인천국제공항이 평범한 중국인 남녀 2명에게 어이없이 뚫리는 사고가 벌어졌다. 환승 승객이던 이들은 21일 새벽 업무 종료로 닫혀 있던 출국장의 진입문부터 출국심사대, 보안검색대, 외부출입문까지 4개 관문을 10여분 만에 통과해 밀입국한 뒤 나흘 동안 충남 천안 등을 활보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잠겨 있어야 할 문들은 밀입국자들 앞에서 자동으로 열렸고, 경비직원은 규정에 정해진 자리에 없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들이 환승 비행기에 타지 않았다는 사실을 통보받고도 26시간이나 미적댔고,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런 사실을 이틀 동안 까맣게 모르다가 추적 요청을 받고서야 뒤늦게 알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들 하나같이 손 놓고 눈 감은 꼴이다. ‘도둑이 들려면 개도 안 짖는다’지만 이번 사고는 그런 경우도 아닌 듯하다. 평소에도 이렇게 허술했기에 이런 일이 빚어졌다고 봐야 한다. 잘못을 제도 탓으로 돌릴 것도 아니다. 엄밀하게 작동해야 할 유무형의 보안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되고, 그런 ‘보안 실패’조차 제때 알지 못한 것은, 제도나 법 이전에 시스템을 관리하고 운용하는 사람들의 잘못이다. 이번 일을 핑계삼아 테러방지법 제정 따위를 주장한다면 엉뚱한 데 설레발을 치는 것이 된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치려면 허술하기 짝이 없는 보안시스템의 관리와 운용 체계부터 촘촘히 죄어야 한다.
인천공항의 보안시스템이 이렇게나 느슨해진 데는 공항 관리를 맡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기강해이가 큰 원인일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인 박완수 사장이 총선에 출마하겠다며 임기 도중인 지난해 12월 사퇴하면서 경영 공백이 계속되고 있다. 그사이 인천공항에선 새해 연휴 수화물 처리 지연으로 항공기 출발과 도착이 크게 늦어진 ‘수화물 대란’이 벌어졌다. 초기대응 실패에 늑장 조처, 엉터리 해명까지 당시의 온갖 난맥상은 경영 공백에 따른 기강해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지난 주말 폭설로 승객들이 사흘씩 노숙해야 했던 제주공항 대란에서 승객들을 돌보기는커녕 딴죽만 걸었던 한국공항공사도 낙하산 출신인 김석기 사장이 선거를 앞두고 중도퇴임한 상태다. 이번 같은 일의 재발을 막으려면 그런 낙하산 인사 대신 전문성 있는 경영진부터 갖춰 관리시스템을 제대로 정비하는 것이 우선이다.
[중앙일보 사설] 무너진 인천공항 보안시스템, 누가 책임질 건가
한국과 세계를 잇는 인천국제공항의 보안시스템이 순식간에 뚫린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인 2명이 공항 출국장을 유유히 빠져 나와 밀입국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나흘 만에 이들을 붙잡을 수 있었지만 2중·3중의 보안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 하마터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인천공항은 최고 보안등급이 적용되는 국가 주요 시설이다. 그런데도 30대 중국인 부부가 공항을 통해 밀입국하는 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지난 21일 새벽 공항 3층 면세구역을 통해 3번 출국장을 빠져나오는 데 걸린 시간은 14분 남짓이었다. 어이없게도 닫혀 있어야 할 공항 상주직원 전용 출입문이 자동으로 열린 것으로 확인됐다. 여섯 개 출국장 중 4번 출국장을 빼고는 매일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폐쇄하도록 한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야간 보안직원이 제대로 체크하지 않은 가운데 공항 로비로 통하는 마지막 출입문 잠금장치도 쉽게 뜯겨져 나갔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인 부부가 밀입국한 사실이 이틀이 지난 다음에 파악됐다는 점이다. 법무부 출입국사무소는 이들이 21일 베이징행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항공사로부터 통보받고도 24시간이 지난 후에야 공항공사 측에 폐쇄회로TV(CCTV) 확인을 요청했다.
인천공항은 연간 4500만명 이상의 내외국인이 드나드는 대한민국의 제1 관문이다. 글로벌 시대에 국경과 다름없는 곳이다. 특히 최근 국제적인 테러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공항은 위험인물의 국내 입국을 걸러내는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만약 이번에 중국 민간인이 아니라 이슬람국가(IS) 같은 테러범이 들어왔다면 아찔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지난해 IS를 추종하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외국인이 붙잡혔고, 지난 15일엔 아랍어로 국내 공항을 폭파하겠다는 전화가 걸려와 경찰이 수색에 나서기도 했다.
파문이 커지자 국토교통부는 어제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출국심사장 문은 운영 종료 후 출입을 통제하고 ▶이중 잠금 조치를 하고 ▶적외선 감지 센서를 설치하겠다는 등의 내용이다. 하지만 하루 이틀 만에 내놓은 이 정도 대책으론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다. 법무부와 국토교통부, 공항공사 등 관련 기관 합동으로 보안시스템 전반을 원점부터 재점검하는 등 범정부적인 조사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나아가 이번 사건이 인천공항공사 경영진의 낙하산 논란과 관련 없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정창수·박완수 전 사장이 잇따라 선거 출마를 이유로 임기 중 사퇴하면서 내부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가 공항을 얼마나 가볍게 보는지 보여주는 것 아닌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공항 보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의 뼈아픈 반성과 대책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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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사설] 능동적인 공항 안전관리체계 건강이 질병의 부재상태이듯, 안전은 사고의 부재상태다. 안전이란 어떠한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비할 때 가능하다. 따라서 안전관리체계는 위험을 유발할 인적 요인과 조직적 요인을 모두 찾아내어 ‘능동적으로’ 관리하고 경영해야 한다. 인천공항의 경우 인적 요인 면에서 수익창출보다 안전문화를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전문경영자가 임명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보안 관련 정규직 비율을 높이고 인력을 확보한 뒤 공항보안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조직적 요인 면에서는 안전 및 위험관리의 의사결정과 실행절차를 합리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 범정부적 관련 기관의 협조를 콘트롤할 수 있는 권한자가 제 역할을 해야 하고, 공항공사 내에서는 각 실무자가 왜곡 없는 보고체계를 보장받아야 하며 관리자는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85%의 비정규직 외주업체 직원이 보안실무를 담당하고 15%의 정규직원이 실무책임자인 구조에서는 소통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유사시 공항안전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해당 사건뿐 아니라 사회적 파급손실은 실로 막대하다. 진정한 수익성은 철저한 예방에서 비롯됨을 각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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