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사설] 개성공단 폐쇄는 잘못이다
정부가 10일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결정했다.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우려 해소’를 재개 조건으로 달았으므로 폐쇄와 마찬가지다. 북한의 1월6일 핵실험과 2월7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독자적인 제재의 일환이라지만 분명 지나친 조처다. 이 조처가 오히려 한반도 정세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도 크다.
개성공단은 2004년 12월 첫 제품을 생산한 이후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발전해왔다. 그동안 세 차례의 북한 핵실험이 있었지만 공단 가동이 멈추지는 않았다. 2013년 3월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에 반발해 북쪽 노동자를 철수시켜 가동이 여러 달 동안 중단된 적은 있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남북관계의 안전판 구실을 톡톡히 해온 개성공단이 우리 정부의 일방적 결정으로 문을 닫게 된 것은 아주 유감스럽다.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이용되는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며 “우리가 책임 있게 북한에 평화파괴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국제적 노력을 주도해야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는 억지스러운 주장이다. 북쪽의 공단 관련 수입은 연 8천만~1억달러 정도다. 이 가운데 중앙정부로 들어가는 것은 30% 수준이다. 큰 액수가 아니거니와 정상적 경협 수입을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연관시키는 것 자체가 비약이다. 그보다는 한해 생산액이 5억달러가 넘는 남쪽 기업의 피해가 훨씬 크다. 대북 제재가 아니라 우리 기업에 대한 제재인 셈이다.
개성공단 폐쇄는 실효성 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 정부는 북한 핵실험에 대한 독자적인 대북 제재로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바 있다. 이 조처에 대해, 제재 효과는 없으면서 한반도 정세를 불안하게 만들고 국제공조를 해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로 영국은 이 조처를 두고 부정적인 논평을 냈고 중국은 핵실험 직후 북한을 압박하던 기조에서 중립적인 쪽으로 돌아섰다. 개성공단 폐쇄 또한 비슷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게다가 개성공단 폐쇄는 독자적으로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입지를 좁힐 수밖에 없다.
북한의 7일 장거리 로켓 발사가 국제사회에 대한 도발임은 명확하다.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가 한창 논의되는 상황에서 실시된 것이어서 더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의 표현대로 김정은 북한 정권은 ‘체제 수호’를 최우선 순위에 놓고 핵·미사일 개발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20여년의 경험이 보여주듯이 핵·미사일 문제를 비롯한 ‘북한 문제’를 우리나라 혼자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제공조가 중요한 까닭이다. 한반도 관련국들의 생각이 다르더라도 최대한 의견을 조율하고 문제를 풀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우리 정부가 취하는 행동은 그렇지가 못하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의 한반도 배치 카드를 내밀어 중국·러시아와 큰 틈을 만들었고, 이제 확성기 방송 재개에 이은 개성공단 폐쇄라는 극단적 결정으로 스스로 국제공조에서 멀어지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북한의 현 체제가 유지되는 한 핵 문제 등은 해결할 수 없다고 믿는 듯하다. 이런 생각의 연장선에서 지금이 바로 북한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때라고 보는 것 같다. 미국과 일본이 강력한 대북 제재를 하도록 요구하고 한·미 군사훈련을 강화하는 것 등이 그렇다. 개성공단 폐쇄 결정에도 국제사회의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 조처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 조처가 취해진다면 북한 대외 교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기업들이 타격을 받게 된다.
하지만 북한 체제 붕괴라는 목표가 적절한지는 차치하고라도 이런 시도 자체가 주관적 희망의 소산이다. 제한적이나마 세컨더리 보이콧 조처가 취해지더라도 북한에 타격을 주기에 앞서 미-중 갈등이 급격히 고조될 것이다. 또한 미국은 앞으로 독자적인 대북 제재에 나서겠지만 그보다는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데 더 관심이 있다. 일본 역시 북한 도발을 재무장을 강화하기 위한 좋은 기회로 삼고 있다.
정부가 어떤 로드맵을 갖고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내렸는지도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핵실험 이후 정부의 대응에는 즉흥성이 묻어난다. 혹시라도 정부가 국내정치적 이유로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했다면 큰 문제다. 개성공단 폐쇄 결정으로 대북 카드는 거의 다 꺼낸 셈이 됐다. 이제 물리적 충돌만이 남은 듯해 걱정이다.
[중앙일보 사설] 개성공단 폐쇄 안타깝지만 북한의 자업자득이다
정부가 어제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다. 우리가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까지 던진 셈이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지 않는 한 우리가 도로 개성공단 재가동을 요구하긴 어렵다고 볼 때 남북 경협의 상징이자 마지막 보루인 개성공단은 가동 12년 만에 거대한 폐허로 변할 운명을 맞았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를 차단하기 위해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개성공단 가동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이용되는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국제사회가 북한을 변화시켜 주기를 기다릴 게 아니라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인 우리가 국제사회의 노력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강력한 대북제재를 압박하고,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이나 개인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까지 추진하는 마당에 우리 요구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스스로 ‘뼈를 깎는’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논리와 고충은 이해하지만 실효성과 적절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유입되는 연간 약 1억 달러의 현금이 사라진다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북한이라면 문제가 이 지경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얼마간 타격은 있겠지만 정부가 기대하는 ‘혹독한’ 제재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개성공단 폐쇄에 ‘감동’받아 중국이 강력한 대북제재에 동참할지도 의문이다. 반면 124개 입주 기업들로서는 심각한 손실과 타격이 불가피하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도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 카드까지 꺼내진 않았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장거리 로켓 실험을 하자 공단 폐쇄 결정을 내렸다. 과연 비례적 대응에 맞는지 의문이다. 개성공단이 폐쇄됨으로써 남북 간에 남은 마지막 끈마저 사라졌다. 남북 교류와 협력을 통해 점진적으로 신뢰를 구축한다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도 이제 마침표를 찍었다고 봐야 한다. 개성공단을 통해 한줄기 변화의 바람을 북한에 불어넣는다는 발상도 설 자리를 잃게 됐다.
개성공단은 북한의 일방적 근로자 철수 조치로 2013년 약 5개월간 가동을 중단한 것을 빼고는 남북 관계의 부침 속에서도 명맥을 유지해 왔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따른 ‘5·24 조치’에서도 개성공단만큼은 예외였다. 연평도 포격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은 문을 닫지 않았다. 장기적 관점에서 개성공단만큼은 살려두는 것이 한반도의 장래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은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의 무모한 도발이 이런 사태를 불러왔으니 결국 북한의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남북이 함께 만든 소중한 성과를 스스로 허물어버린 남북한을 역사는 뭐라고 평가할지 궁금하다.
[추천 도서]
[키워드로 보는 사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간 신뢰를 형성함으로써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켜,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의 하나다. 박근혜 정부가 북한 혹은 동북아와 관련하여 내놓은 정책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외에도 두 가지를 더 들 수 있다. 신뢰를 핵심으로 동북아 지역에 다자협력의 질서를 만들어 가겠다는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이 그 하나요, 세계 최대 단일 대륙이자 거대 시장인 유라시아 역내의 국가 간 경제협력을 통해 경제활성화의 기반을 만들어 북한에 대한 개방을 유도해내겠다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그 둘이다. 사드의 남한 내 배치와 같이 중국의 심기를 민감하게 할 수 있는 문제에 있어서 불협화음을 남기지 않으면서 중국의 대북제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외교역량에 달린 일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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