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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3.21 21:33 수정 : 2016.03.21 21:33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앞줄 왼쪽)과 위원들이 지난 15일 밤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20대 총선 제7차 공천 명단을 발표하기 위해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보일(배문고 국어교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청와대 꼭두각시‘ 이한구 위원장의 막장 공천극

곪을 대로 곪은 새누리당 ‘공천 갈등’이 끝내 터져버렸다. 공천관리위원인 황진하 사무총장과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이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독선을 문제 삼아 공천심사 활동을 중단해 버렸다. 공천관리위원장과 당의 사무총장이 대놓고 싸우는 희한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총선을 불과 한 달 남겨 놓고 이전투구에만 골몰하는 집권여당의 모습에 할 말을 잃을 지경이다. 제 앞가림도 못 하는 이런 당에 과연 나라의 앞날을 맡겨도 좋은지 의문이 든다.

새누리당의 내부 다툼이 좋은 후보를 뽑기 위한 진통이라면 그나마 이해할 구석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양상은 국민·당원의 뜻을 공천에 반영하는 것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단지 이한구 위원장이 청와대·친박의 의도대로 비박계를 쳐내려 한다는 의구심이 갈등의 핵심일 뿐이다. 한심하기 이를 데 없고, 퇴행도 이런 퇴행이 없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책임은 공천관리위원장인 이한구씨에게 있다. 충돌의 직접 계기는 김무성 대표 지역구를 경선 명단에 포함할지 여부였다고 한다. 황진하 총장은 대표 위상을 고려해 빨리 경선 명단에 포함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이한구 위원장이 거부했다.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 공천 심사는 맨 마지막에 하기로 정했기 때문이란 게 이유였다. 하지만 최고위원 중에서도 지명직인 이정현 의원과 원유철 원내대표 공천을 이미 확정한 걸 고려하면, 김 대표의 명단 확정을 뒤로 미룬 건 일부러 대표를 골탕먹이려는 의도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지금 당내엔 이한구 위원장이 청와대 입김에 휘둘려 박근혜 대통령 눈 밖에 난 비박계 인사들을 쳐내려 한다는 의구심이 파다하다. 이 위원장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만났다는 설이 나돌고, 친박 핵심인 윤상현 의원의 막말 파문에 대한 조처가 미지근하다는 비판도 비등한다. 윤상현 의원이 ‘김무성 대표의 공천 탈락’을 전화로 협의한 현역 의원이 누군지 밝혀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텐데, 이런 조사는 제대로 진행되질 않는다. 그러니 모두들 이한구 위원장의 공정성을 의심하고 그를 믿지 않는다.

새누리당 공천 작업의 신뢰는 이미 땅에 떨어져 버렸다. 이한구 위원장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마땅하다. 또한 대통령과 청와대는 여당 공천을 자기 뜻대로 관철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언제까지 진흙탕 싸움을 국민과 당원들에게 지켜보도록 할 셈인가.

[중앙일보 사설] 새누리 ‘패권 공천’ 이한구가 책임져라

새누리당의 공천 파행이 점입가경이다. 어제는 공천관리위 주요 멤버인 황진하 사무총장, 홍문표 사무부총장이 회의를 보이콧했다. 이한구 위원장의 독선적인 운영이 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이 위원장은 일방적으로 3차공천자 명단을 발표해 버렸다. 발표된 내용은 더불어민주당의 친노 패권, 운동권 세력의 청산같이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기운도 현역 의원들의 탈락 같은 기득권 물갈이의 쾌감도 없었다. 그 전엔 위원회가 만장일치로 김무성 대표의 선거구(부산 중-영도)가 포함된 경선 지역 32곳을 확정했으나 이한구 위원장이 발표 직전 김 대표 지역만 빼는 독단을 저질렀다. 이 위원장은 처음엔 살생부 논란에 얽혀 있는 다른 당사자들과 형평을 맞추기 위해 제외했다고 하더니 그 다음엔 다른 최고위원들과 함께 발표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절차와 합의를 외면한 데다 평소 이 위원장의 장점으로 평가되는 소신과 명쾌함마저 실종된 궁색한 변명이다.

그는 또 이른바 친박과 비박 세력의 계파 갈등으로 어느 때보다 중립성에 유의해야 할 민감한 시점에 청와대의 현기환 정무수석과 만났다는 구설에 올랐다. 이 위원장은 현 수석과의 만남을 부인하면서도 “나는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 대통령이라고 만나면 안 되겠느냐”고 해 의문을 증폭시켰다.

이 위원장은 1차공천자 발표 때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위원회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으니 더 이상 나를 부르지 말라”고 큰소리 쳤다. 독립성을 이유로 당 최고기관의 정당한 호출 권한까지 무시한 이 위원장이 대통령·청와대에 대해선 다른 생각을 갖고 있으니 그의 이중적 의식이 문제 되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지금 공천관리자로서 공정성 의심과 신뢰성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 정당의 공천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충원 방식과 다르다. 국익과 공공성을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당 간 경쟁, 계파 간 권력다툼을 인정한다 해도 큰 틀에서 고도의 공익성 범위를 일탈해선 안 된다. 그런데 지금 새누리당의 행태는 권력의 자리를 추구하고, 제1당의 오만에 취하고, 야권 분열에 방심해 칼자루를 쥔 세력은 무슨 일을 해도 괜찮다는 패권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패권의식은 패권공천을 낳는다.

피 튀기는 공천 현장에서 공천위원장이 어느 정도 독단적인 모습을 보이는 건 불가피하다. 그러나 지금 이 위원장은 봐줄 수 있는 선을 넘었다. 무슨 ‘보이지 않는 손’의 지침과 작용을 의심할 정도로 그는 강박적인 면까지 보이고 있다. 김무성 대표의 공천 발표를 끝까지 미루는 이유가 김 대표를 욕설한 윤상현 의원을 살리기 위한 교환 용도라는 분석이 나오는 지경이다. 이런 의문이 해소되지 않으면 이 위원장의 공천관리는 박근혜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주도하는 ‘친박을 위한 공천’에 불과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이 위원장은 공천관리위를 정상화시키고 청와대나 친박 사람들에 대한 언행을 주의시켜야 한다. “집권당이 패권공천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게 할 가장 큰 책임은 이한구 위원장에게 있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청, 여당 공천 뜻대로 하려는 욕심 버려야”…중앙 “이한구 위원장 독선 도 넘어”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4·13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지난 3월10일 친박계의 핵심인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김무성 대표에 대한 지역구 공천심사 결과를 보류했다. 김 대표의 지역구는 부산 중·영도로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제2차 후보 압축결과 발표 명단에 김 대표를 넣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말 발생한 소위 ‘살생부’ 사건 파문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한구 위원장이 막판에 발표를 보류시켰다.

살생부 사건이란 새누리당 비박계 정두언 의원이 자신을 포함한 비박계 현역 의원 40명을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살생부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김무성 대표로부터 들었다고 공개한 지 사흘 만에 김무성 대표가 해당 문건을 받은 적도 없고, 말한 적도 없다고 해명한 사건이다. 살생부 사건에 뒤이어 벌어진 친박계 인사인 윤상현 의원의 막말 파문은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한 방송국에서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윤상현 의원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면서 살생부 발언을 한 김무성 대표를 공천에서 ‘솎아내야’ 한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김무성 대표의 살생부 발언과 윤상현 의원의 막말 파문으로 친박계와 비박계의 계파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무성 의원이 지역구 후보명단에서 빠짐으로써 비박계가 발끈하고 있다. 당장 새누리당 사무총장이기도 한 황진하 위원과 사무부총장인 홍문표 위원은 3월10일 오후 김 대표 지역구 압축결과 발표 보류는 이한구 위원장의 독단적인 결정이라며 이한구 위원장의 독선적 운영이 시정되지 않으면 공천관리위원회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은 새누리당의 공천 파행이 ‘점입가경’이라고 평한다. 공천을 두고 벌어지는 살생부, 막말 파문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염두에 둔 표현이다. 중앙은 ‘이한구 위원장의 독선적인 운영이 도를 넘어섰다’라고 못 박는다. 새누리당의 공천이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기운’도 없고, ‘기득권 물갈이’의 쾌감도 없었다며 새누리당의 공천에 중앙은 박한 점수를 준다.

중앙은 이한구 위원장이 ‘처음엔 살생부 논란에 얽혀 있는 다른 당사자들과 형평을 맞추기 위해 제외했다고 하더니 그 다음엔 다른 최고위원들과 함께 발표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며 이를 ‘소신과 명쾌함마저 실종된 궁색한 변명’이라고 비판한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은 중립을 지켜야 할 이한구 위원장이 청와대 정무수석과 만났다는 구설수에 올랐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공천관리위원회의 독립성 훼손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한다.

새누리당의 공천 갈등을 보는 한겨레의 곱지 않은 시선 역시 사설의 표면에 드러난다. ‘곪을 대로 곪은 새누리당 공천 갈등’이란 표현이 그것이다. ‘이전투구’, ‘앞가림도 못 하는 이런 당’, ‘한심하기 이를 데 없고, 퇴행도 이런 퇴행이 없다’라는 극단적인 표현은 새누리당의 공천 갈등 양상이 국민들의 눈에 어떻게 비춰질 것인지, 그 심각성을 말해주는 증표라고 할 수 있다.

한겨레는 새누리당의 공천 갈등의 핵심이 ‘이한구 위원장이 청와대·친박의 의도대로 비박계를 쳐내려 한다는 의구심’이라고 지적한다. 김무성 대표는 대표 경선 때부터 줄곧 국민의 의견이 반영된 ‘상향식’ 공천이 개혁의 올바른 방향임을 주장해왔고, 이한구 위원장은 상향식 공천제도는 여론조사 방식을 택하다 보니 매수와 조작이 가능하다며, 저성과자나 문제가 있는 인물을 공천에서 배제하고 새로운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이유로 ‘하향식’ 공천이 올바른 방향임을 주장해왔다. ‘청와대·친박의 의도대로 비박계를 쳐내려’한다는 한겨레의 지적은 이한구 위원장의 하향식 공천에 대한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중앙은 김무성 대표의 공천 발표를 끝까지 미루는 이유가 막말 파문으로 공천 탈락 위기에 몰린 친박계의 윤상현 의원을 살리기 위한 ‘교환 용도’라는 저간의 분석을 언급한다. 공천의 파행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중앙은 이한구 공천위원장의 독선이 한계를 넘었다며 ‘보이지 않는 손’의 ‘지침’과 ‘작용’이 의심될 정도라고 표현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공천에 최고권력자의 입김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우려다. 대통령이 퇴임 이후를 보장받기 위해 공천을 통해 소위 ‘자기 사람’을 심어놓으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중앙은 완곡하게 표현하고 있다.

중앙은 공천관리위를 정상화시켜라, 청와대나 친박 사람들에 대한 언행을 주의시켜라, 라는 주문으로 사설을 끝맺고 있다. 이런 주문에 응할 때에만 ‘집권당이 패권공천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을 것이라고 중앙은 직설적인 언급을 덧붙이고 있다.

한겨레는 윤상현 의원의 막말 사건에서 윤 의원이 김무성 대표를 공천에서 솎아내라고 전화로 협의한 현역 의원이 누군지를 밝혀낼 수 있는데도 이를 당 차원에서 제대로 밝혀내지 않는 것이 친박계 의원들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분석한다. 이한구 위원장이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난 것도 부적절한 행위였음을 한겨레는 아울러 지적한다.

새누리당 공천 작업의 신뢰는 깨어졌으니 “이한구 위원장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마땅하다”라고 한겨레 역시 단호하게 말한다. 한겨레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대통령과 청와대는 여당 공천을 자기 뜻대로 관철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라고 비장하게 언급한다. 공천은 나라를 위한 일꾼을 뽑는 일이지 일개 정파의 이익을 위한 사람을 뽑는 일이 되어선 안 된다는 위기감의 반영인 셈이다.

김보일(배문고 국어교사)


[추천 도서]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투표와 선거, 과연 공정할까?

마이클 버간 지음, 이현정 옮김, 내인생의책 펴냄, 2014년

이 책은 민주주의의 탄생부터 시작하여 투표와 선거의 역사적 발전 과정을 자세히 설명한다. 정당은 어떠한 목적에서 만들어진 집단인지, 선거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 시행되는지, 후보자는 어떠한 자격을 갖추어야 하고 또 유권자가 갖는 의무는 무엇인지, 투표와 선거는 과연 공정한지에 대한 답이 궁금하다면, 또한 현명한 유권자가 되기 위해서는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후보자들이 어떠한 전략을 사용하는지, 또 매체는 그 전략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보도하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하다면 이 책의 정독을 권한다. 책은 청소년 독자들의 눈높이에서 그 궁금증에 답하고 있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공천(公薦)

‘공천’이란 정당이 공직선거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을 말한다. 즉, 정당에서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정당들은 당선 가능성, 개혁성, 당의 기여도 등의 공천심사 기준을 정하고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한 후 비공개적인 심사과정을 거쳐 공천자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보통 당 대표나 지도부의 뜻이 그대로 반영돼 지도부나 대표를 중심으로 공천권이 집중된 ‘하향식’ 공천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각 정당의 공천 절차가 시작되면 당원과 국민들이 참여하는 경선을 통해서 후보자를 정하는 ‘상향식’ 공천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자주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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