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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12 20:11 수정 : 2016.09.12 20:43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2017년 예산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재정 구실’ 외면하고 쥐어짜기에만 힘쓴 예산안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3.7% 늘어난 400조7천억원 규모로 짰다. 액수는 처음으로 400조원이 넘지만 증가율이 최근 5년간의 총지출 평균 증가율(5%)을 크게 밑돈다. 내년 명목 경제성장률 전망치(4.1%)보다도 낮다. 수출과 민간소비 부진으로 인한 경기 침체의 장기화, 양극화와 빈곤의 확산, 저출산·고령화 등 우리 경제가 당면한 장단기 과제에 대처하기에는 지극히 역부족인 예산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확장적으로 편성했다”고 설명한다. 확장적이란 표현은 당치 않다. 재정 건전성만 염두에 뒀다고 할 수밖에 없다. 국세 수입이 8.4%, 총수입이 6.0% 증가하지만 지출 증가율은 3.7%로 억제함으로써, 국내총생산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올해의 2.4%(추가경정예산 포함)에서 1.7%로 낮춘 것이 특징이다. 재정 상태가 매우 건전하고,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대응의 부작용도 크니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여러 국제기구의 권고와는 정반대다.

정부는 사회기반시설(SOC) 예산을 8.2% 줄이고 일자리 및 저출산 관련 예산을 늘렸다고 한다.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 증가율을 최근 5년간 평균 8.5%에서 내년에 5.3%로 낮춘 것은 정책 의지를 의심하게 한다. 액수로는 지난해보다 6조6천억원 많은데, 이 가운데 2조6천억원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지출액 자연증가분이다. 내용을 뜯어보면 오히려 쥐어짰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행정·교육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을 대폭 늘렸다고 정부는 설명하는데, 교부세와 교부금은 국세에 연동된 것이니 생색낼 일도 아니다.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우면서 담뱃세 인상 등 ‘서민 증세’와 ‘복지 억제’를 추진해왔다. 올해 세제 개편안과 내년 예산안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전력 소비자에게 세금이 귀착되는 발전용 유연탄 개별소비세 인상으로 5천억원 가까이 세수를 늘리고, 세출은 각 부처의 재량지출 10% 일괄삭감 등으로 억제하는 것이 뼈대다. 나라가 할 일을 제때 하지 않을 때 훗날 그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국회는 이를 고려해 예산안을 신중하게 심의하길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400조 수퍼 예산, 헛돈 쓰는 곳 없는지 꼼꼼히 살펴라

내년 예산이 올해 대비 3.7% 늘면서 사상 최초로 400조원을 돌파한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어제 당정협의를 거쳐 이 같은 방안을 내놓았다. 나라 살림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 복지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공무원·군인 연금 지급 같은 경직성 경비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증가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연평균 2%대 저성장의 늪에 빠져든 처지에 지출을 4% 가깝게 늘려 잡은 것은 지나치다. 내수와 수출이 동반 침체되고 기업의 수익 능력이 약화하면서 정부의 역할이 확대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기도 하다. 재정 확장을 통해 경기부양을 추구하는 케인스이론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그럼에도 방만해서는 안 된다. 자칫 일본처럼 만성적인 적자 살림에 빠질 수 있어서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 내내 도로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통해 경기부양을 시도했다. 하지만 차량은 없고 곰·원숭이·사슴만 출몰하는 도로가 양산되고, 국민에겐 1053조4676억엔(약 1경1380조원)에 달하는 국가부채를 떠안기는 후유증만 얻었다.

한국에도 그 싹이 보인다. 이미 2014년 100조원을 넘어선 복지예산은 정교한 설계 없이 막 저지르다 보니 옆으로 새거나 무자격자가 받아가는 등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더구나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청년일자리 예산 15% 증액, 참전용사 명예수당 2만원 증액처럼 내년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정치논리의 예산사업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질러놓은 뒤 예산결산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게 정부 예산안의 현주소다. 이 여파로 내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40%대를 돌파하게 됐다.

20대 국회는 냉정해져야 한다.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부터 통과시켜라. 이를 출발점으로 삼아 헛돈이 될 만한 내년 예산항목을 찾아내 수정해야 한다. 정부는 대선을 앞둔 선심성 예산이나 국회의 정치적 압력에 따른 예산은 과감하게 뿌리치고 예산안의 효율을 높이는 방안이 무엇인지 꼼꼼히 검토하길 바란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재정 건전성만 염두에 뒀다고 봐야”…중앙 “올해보다 지출 약 4% 늘린 것 지나쳐”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내년도 정부 예산이 400조원을 넘어섰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최대한 확장적으로 예산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한겨레와 중앙의 사설은 제목에서부터 ‘쥐어짜기’ 대 ‘슈퍼예산’이라는 식으로 완전히 엇갈린다. 두 신문은 왜 이렇듯 상반된 평가를 내리게 되었을까?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한겨레는 내년 예산안을 “재정 건전성만 염두에 뒀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한다. 내년 총지출 증가율 3.7%는 정부가 제시한 내년 경제 성장률 예상치인 4.1%보다도 낮다. 적지 않은 경제학자들이 경제 성장률보다 정부의 총지출증가율을 낮게 잡은 예산을 확장이 아닌 긴축 재정으로 본다는 점에서, 한겨레의 평가는 일리 있어 보인다. 나아가, 한겨레는 내년도 예산은 확대 편성되었다기보다 ‘오히려 쥐어짰다고 해야 맞을 것’이라고 꼬집는다. 내년도 나라 살림 가운데 저출산·고령화에 들어가는 고정 복지비용과 북한 핵 문제 등으로 늘어나는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42.5%에 달한다. 그만큼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정부가 쓸 수 있는 돈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반면, 중앙은 정부의 지출을 (올해보다) “4% 가깝게 늘려 잡은 것은 지나치다”고 잘라 말한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과 저물가, 고실업이 일상이 되어버린 뉴 노멀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작정 국가 재정을 투입한다 해서 경제를 살려내기는 어렵다.

중앙은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만성적인 적자살림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의 국가부채는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를 훌쩍 넘는다. 소비, 투자, 지출 등의 주요 경제 지표가 좋지 않은 현실에서, “정교한 설계 없이” 집행되고 있는 복지 예산과 “내년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정치논리의 예산 사업” 등은 우리의 미래를 일본처럼 만들 수 있다. 내년 국가 부채가 지디피 대비 40%를 넘게 된 현실에서 중앙의 경고가 심각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사실 중앙과 한겨레의 상반된 입장 밑에는 ‘증세’에 대한 생각 차이가 숨어 있는 듯 보인다.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운다. 하지만 한겨레에 따르면, 증세 없는 복지는 “서민 증세와 복지 억제”를 불러왔을 뿐이다. 한겨레는 담뱃세 인상과 발전용 유연탄 개별소비세 인상 등을 서민 증세의 사례로 든다.

저성장이 고착화된 뉴 노멀 시대, 일자리를 만들고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결국 나라의 씀씀이를 늘릴 수밖에 없다. 불경기에는 주머니를 열 곳은 정부밖에 없다. 한겨레가 “(우리 정부의) 재정 상태가 매우 건전하”니,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여러 국제기구의 권고”를 소개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증세가 필요할 수밖에 없겠다.

중앙 역시 “내수와 수출이 동반 침체되고 기업의 수익 능력이 약화하면서 정부의 역할이 확대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인정한다. 그럼에도 중앙은 세수 증가보다 새는 예산을 막아야 한다는 쪽에 방점을 둔다. 2012년 말 443조였던 국가부채는 불과 5년 만에 240조원이 더 불어났다. 중앙은 “고령화 속도가 빨라 복지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공무원·군인 연금 지급 같은 경직성 경비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러면서도 중앙은 증세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는다. 예산의 낭비 없는 사용만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는 기업이 어렵고 가계 부채도 늘어나는 현실에서 세금 증가는 경제에 부담만 될 수 있다는 판단이 담겨 있는 듯싶다.

경제는 결국 돈을 어떻게 마련하고 누구에게 혜택을 줄지를 결정하는 정치와 맞닿아 있다. 한겨레와 중앙 모두 국회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유다. 중앙은 국회에 “헛돈이 될 만한 내년 예산 항목을 찾아내 수정”하고, “예산안의 효율을 높이는 방안이 무엇인지 꼼꼼히 검토”하라고 주문한다. 반면, 한겨레는 “나라가 할 일을 제때 하지 않을 때 훗날 그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며, “예산안을 신중하게 심의”하라고 충고한다. 예산의 효율적인 사용과 (증세에 기반한) 확장적 재정정책 가운데 어느 쪽이 옳을까? 중앙과 한겨레의 사설은 예산안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고민을 잘 보여준다.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추천 도서]

발터 비트만 지음, 류동수 옮김, 비전코리아 펴냄, 2011년
국가부도

발터 비트만 지음, 류동수 옮김, 비전코리아 펴냄, 2011년


[추천 도서]

데이비드 하비 지음, 최병두 옮김, 한울아카데미 펴냄, 2014년
신자유주의 간략한 역사

데이비드 하비 지음, 최병두 옮김, 한울아카데미 펴냄, 2014년

경제학자 발터 비트만은 ‘공공 재정의 역사는 곧 국가부도의 역사’라고 비아냥댄다. 살림살이가 어려울 때, 국가가 나서서 허리띠 졸라매기는 어렵다. 가뜩이나 불안한 시민들이 더 움츠러드는 탓이다. 살림이 피어나면? 개혁은 더 어렵다. 시민들은 이렇게 투덜댈 테다. 지금도 잘 굴러가는데 뭐하러 뜯어고친단 말인가. 국가부담을 줄이기 어려운 이유다. 신자유주의는 1970년대부터 인기를 끌었다.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자, 여러 나라들이 복지 제도를 버거워했던 탓이다. 과연 신자유주의는 성공을 거두었을까? 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는 고개를 흔든다. 여러 나라 정부가 경제를 쥐락펴락했던 1960년대, 세계 경제 성장률은 3.5%에 이르렀다. 신자유주의가 퍼진 2000년대에는 1% 아래를 기록하고 있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재정정책

재정정책이란 정부의 세입과 세출을 조정하여 경기를 안정시키거나 부양하기 위한 정책을 말한다. 국가는 완전고용, 물가안정, 국제수지 개선, 경제 성장, 자원의 효율적 배분, 부의 재분배 등을 위해 재정정책을 펼친다. 정부가 세입과 세출을 통해 경제를 운영하는 방법은 20세기에 들어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에 의해 자리잡게 되었다.

불황 시기에는 정부는 보통 세수를 줄이고 지출을 늘리는 적자 재정을 펼친다. 정부가 돈을 풀면 수요가 늘어나 경제가 살아나게 된다. 이때 정부는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한다. 이렇게 생겨난 국가의 빚은 경제가 살아났을 때 늘어난 세수를 갚곤 한다. 하지만 불황이 좀처럼 풀리지 않을 경우, 국가채무는 재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된다.

경제가 호황일 경우, 정부는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세율을 높이고 지출은 줄여나가는 흑자 재정을 펼친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좀처럼 흑자 재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경기 축소에 불황까지 불러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때, 정부는 균형예산 정책을 쓰곤 한다. 이는 수입과 지출을 일치시키는 것으로, 보통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2%의 적자 예산을 균형예산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한 번도 균형재정을 이룬 적이 없다. 저성장 구조가 계속되면서, 국가의 돈을 풀어 경기를 떠받치는 악순환이 반복된 탓이다. 이에 따라 국가부채도 638조원까지 늘어 내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처음으로 40%를 넘어서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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