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22일 서울종로구세종문화회관앞에서 시민단체인 한국환경회의회원들이 경북 경주지역 지진과관련해 핵발전소가동즉각중단과안전점검,신고리5,6호기건설백지화 등을 정부에촉구하고있다. 김태형기자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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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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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늑장에 지휘부 실종, 구멍 뚫린 재난 대처
12일 저녁 경주 일원에서 잇따라 발생한 지진으로 부실하기 짝이 없는 정부의 재난대응체계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자칫 큰 재앙으로 이어질 위급한 상황에서 국민 안전이 아무 대책 없이 내팽개쳐진 꼴이다.
정부의 늑장 대응을 보면 과연 정부 기능이 유지되고 있기나 한지 의심스럽다. 국민안전처가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한 것은 규모 5.1인 첫 지진 뒤 8분여 만인 7시53분이었다. 기상청은 발생 20초 만에 경보를 냈지만 안전처 내부의 복잡한 절차 탓에 늦어졌다는 것이다. 8시32분 규모 5.8의 본진이 발생했을 때도 9분 지나서야 문자가 발송됐다. 그나마 주변 지역에만 전파돼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는 아예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지도 않았다. 폭염 때는 그렇게 자주 문자를 보내던 안전처는 몇 시간 넘게 ‘먹통’이었다. 이러고도 무슨 ‘긴급’이며, 이러고도 어떻게 국민 안전을 책임진다는 것인지 어이가 없다.
재난 대응의 컨트롤타워도 실종됐다. 국민안전처가 국무총리에게 상황을 보고한 것은 첫 지진에서 36분여가 지난 8시21분이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밤 9시30분에야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의 첫 공식 입장과 지시는 밤 10시31분에야 나왔다. 첫 지진 뒤 2시간47분 만이다. 그때까지 대통령도 총리도 국민 앞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4월 구마모토 지진 발생 26분 만에 국민 앞에 나와 상황 지휘에 나섰던 아베 일본 총리와는 비교하기도 부끄럽다. 대체 이런 국민 안전 불감증과 무능은 언제까지 반복될 것인가.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할 재난방송도 재난 대처엔 한참 모자랐다.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라는 <한국방송>(KBS)은 첫 지진 뒤 3분이 지나서야 자막으로 지진 소식을 알렸다. 방송 중이던 프로그램을 끝까지 방영하면서 중간중간 자막을 내보내고 4분 정도의 뉴스특보도 두 차례 냈지만, 이미 진동이 휩쓸고 간 한참 뒤인데다 정보나 영상도 부족했다. 지진 발생 몇 초 만에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비상방송으로 전환하는 일본 <엔에이치케이>와는 다르다.
재앙은 언제든 느닷없이 닥칠 수 있다. 이번 지진은 그 예고일 수 있다. 우리의 재난대응체계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게 확인된 만큼 서둘러 전면적인 재정비에 나서야 한다. 정부의 각성도 당연하다.
[중앙일보 사설] 경주의 강진…지진 대책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
지난 12일 오후 경북 경주시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은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줬다. 1978년 기상청의 계기지진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인 이번 지진은 영남 지역 거의 전역에서 건물의 흔들림이 감지되고 멀리 수도권과 호남 지역에서도 진동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진도 6.0을 넘는 지진이 언제라도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문제는 이런 심각한 상황 속에서 재해 담당부처인 국민안전처와 원자력발전소를 책임지는 한국수력원자력, 그리고 재난주관방송사인 KBS가 보여준 안이한 대응이다. 국민안전처는 재해상황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지진 발생 8분이 넘어서야 보냈으며 수도권에는 알리지도 않았다. 재해 담당 부처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국민은 실망감을 느꼈다.
진앙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월성 1~4호기를 운영하는 한수원은 첫 지진 발생 4시간12분이 지나서야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원전 안전은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다. 일본 후쿠시마 사태의 비극을 떠올리면 이번 한수원의 늑장 결정은 국민을 불안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지진 상황에서도 지상파 방송사들은 드라마 같은 정규방송만 내보내는 등 형식적인 지진뉴스 보도에 그쳤다. 특히 재난 주관 방송사인 KBS가 자막을 띄우거나 짧은 특보만 내보낸 뒤 정규방송을 이어간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이번 지진 때 KBS는 종합편성방송사들보다 더 못했다는 이야기까지 듣고 있다.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한다면 국민이 이런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즉각적이고 상세하게 알려줬어야 마땅했다.
정부는 이번 지진을 계기로 원전과 방폐장 등 지진으로 2차적 위험을 유발할 수 있는 주요 시설을 정밀 점검하고 기존의 방재 대책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 설혹 규모 6.0 이상의 강한 지진이 발생해도 국민이 안전할 수 있도록 국가재난대응체계를 새롭게 짜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지진으로 바닥까지 떨어진 지진대응책에 대한 국민 신뢰부터 확보해야 한다. 정부 대응이 국민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니 한반도 대지진설과 부산 개미떼 이동설을 비롯한 비과학적인 괴담이 판을 치는게 아닌가.
특히 주목해야 할 대상이 원전이다. 지진이 발생한 활성단층 부근에서 원전이 가동 중인 상황은 불안을 부를 수밖에 없다. 현재의 내진 설비부터 보강해야 한다. 아울러 국가 차원에서 전국적인 지질조사를 해서 활성단층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원전·방폐장 등 신규 시설을 배치하거나 기존 시설을 이전·폐쇄할 때 의사결정의 근거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이 하고 있는 일이다.
정부는 지진 방재대책의 패러다임을 바꿀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특히 안전과 비용의 균형에 유의해 효율적인 대응방안을 찾아야 한다. 국민을 안심시키려면 생명과 안전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는 자세와 행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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