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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0.17 20:10 수정 : 2016.10.17 20:10

제18호 태풍 차바로 인해 수해를 본 울산시 중구 태화시장에 지난 6일 물에 젖어 버려진 물건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태화시장은 5일 태풍 차바가 몰고 온 많은 비로 인해 완전히 물에 잠겼다. 울산/연합뉴스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언제까지 이런 ‘인재’ 되풀이해야 하나

제18호 태풍 차바가 제주도와 남해안 일대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국민안전처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사망 7명, 실종 3명 등 인명 피해는 물론 주택 500여채와 상가 100여동,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침수 등 상당한 재산 피해도 예상되고 있다. 단전·단수에다 도로 유실 등으로 겪는 유무형의 고통도 만만찮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해안을 덮치는 파도와 물에 떠내려가는 자동차 등 피해 상황이 속속 전달되면서 국민이 실감하는 공포감도 컸다. 만조 때와 겹친데다 강도도 셀 것으로 예고된 태풍이었으나 대비는 여전히 허술했고 결국 또 하나의 ‘인재’를 낳고 말았다.

이번 태풍에 앞서 기상청은 4일 차바가 중심 부근 최대풍속이 초속 47m인 매우 강한 중형급 태풍으로 2007년 나리와 유사한 영향이 예상된다고 예보했다. 국민안전처도 같은 날 오후 관련 부처와 각 시도의 부단체장들을 소집해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초속 30m 이상의 강풍과 최고 250㎜의 비가 올 것”이라며 해안도로 방파제 출입 통제 등 대비도 주문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실제 태풍이 닥쳐 해일이 방파제를 넘고 댐이 넘치는데도 속수무책이었고 피해 주민들은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울산시 울주군 태화강 상류에선 대암댐 물이 넘치면서 인근 반천현대아파트 길가에서 주민이 숨지고 차량 수백대가 물에 잠기는 동안 대피 안내방송조차 없었다고 한다. 낙동강홍수통제소는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가 50분 만에 수위가 1m 이상 오르자 뒤늦게 경보로 격상했다. 부산 감천항 등 방파제 부실시공 논란도 일고 있다.

이번 태풍으로 물바다가 된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의 경우엔 3.4m 높이의 방수벽을 세우려다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는 주민들 반발로 1.2m밖에 세우지 못한 탓에 피해가 컸다고 한다. 태풍 속에서도 수업을 강행했다가 침수되는 바람에 2층으로 대피했다는 경남 양산의 한 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 일각의 ‘안전 불감증’을 말해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지진 피해 복구가 채 끝나기 전에 다시 태풍 피해를 당한 경북 경주 주민 등이 겪고 있는 고통도 안타깝다. 이번 주말 다시 폭우가 예보되고 있다. 피해 복구와 함께 인재라는 말이 더는 나오지 않도록 정부 당국의 철저한 대비를 촉구한다.

[중앙일보 사설] 환경 변화에 걸맞은 새로운 재해 대책 세워야

제18호 태풍 ‘차바’가 제주도와 남부지방을 강타했다. 안타까운 사망·실종자가 10명이나 발생한 것은 물론 울산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산업시설과 상가·농경지 곳곳에서 강풍과 폭우 피해가 발생했다.

주목되는 점은 차바가 이례적인 가을 태풍이라는 점이다. 최근 15년간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45건의 태풍은 대부분 7~8월 여름에 집중됐으며 10월 태풍은 3건에 불과하다. 차바는 가을 태풍의 무서움을 그대로 보여줬다. 제주도에는 하늘이 뚫린 듯 이틀간 660㎜의 물폭탄이 쏟아졌고 초속 56.5m의 기록적인 강풍이 불었다. 울산은 시간당 100㎜의 집중호우로 태화강이 범람했다.

전문가들은 가을이 되면 대기는 차가워지지만 해수면은 여전히 따뜻하기 때문에 이런 불안정성으로 인해 매서운 태풍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이러한 가을 태풍이 앞으로 빈번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태풍은 해수 온도가 높아야 발생하는데 현재 전 세계 해수 온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향후 가을 태풍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가 새롭게 대비해야 할 재난 과제다.

지구온난화가 태풍의 방향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차바는 원래 제주도 먼 남쪽 바다를 지나 일본 규슈 쪽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보됐지만 실제로는 제주도를 거쳐 남해안으로 북상했다. 태풍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는데 지금쯤 남쪽으로 내려갔어야 할 고기압이 지난여름 이상폭염 등에 따른 온도 상승으로 제주도까지 확장됐기 때문이다.

결국 지구온난화에 따라 태풍의 발생 시기와 이동 경로가 변하고 있는데 기상청이 이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고 있다가 허를 찔린 셈이다. 각 지자체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채 재난을 당해야 했다.

정부는 당장 차바의 피해 수습과 함께 가을 태풍에 대한 대비책도 가다듬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지구온난화라는 새로운 환경 요인에 걸맞게 진일보한 재난 예보 시스템과 대비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예고된 태풍, 또 하나의 인재”…중앙 “온난화 걸맞은 진일보한 예보 필요”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제18호 태풍 차바는 엄청난 피해를 안겼다. 지난 6일 국민안전처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인명 손실은 사망 7명, 실종 3명, 이재민 198명에 이른다. 1000여대의 차량이 물에 잠겼고 주택 500여채와 상가 100여동이 침수 피해를 당했다.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등 숱한 산업 현장 또한 엄청난 손해를 봤다.

사실 자연재해는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대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한겨레와 중앙은 자연재해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대처했는지 따져 묻는다.

한겨레는 이번에 본 큰 피해를 “예고된 태풍이었으나 대비는 여전히 허술”했던 것에서 비롯된 “또 하나의 인재(人災)”라고 평가한다. 반면, 중앙은 “지구온난화라는 새로운 환경 요인에 걸맞게 진일보한 재난 예보 시스템과 대비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두 사설이 우리의 재난대책의 문제와 처방을 각각 짚어주는 모양새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먼저, 한겨레는 태풍 차바로 드러난 정부의 재난 대응의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한다. 울산에는 시간당 120㎜의 비가 쏟아졌다. 폭우이기는 하나 대비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울산 대암댐에 물이 넘치면서 “주민이 숨지고 차량 수백대가 물에 잠기는 동안 대피 안내방송조차” 없었다. 나아가 낙동강홍수통제소는 강 수위가 1m 이상 오른 뒤에야 홍수경보를 발령했다고 한다. 한겨레가 지적하는 문제들을 듣고 있다 보면, 세월호, 메르스 사태에서 경주 지진, 이번 태풍에 이르기까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정부의 재난대응 방식의 허점들이 그대로 다가온다. 늑장 경보, 대응 시스템 미비, 재난 컨트롤타워의 부재 등의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던 것이다. 나아가 한겨레는 조망권을 이유로 3.4m의 방수벽을 1.2m로 낮추어 피해를 키운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등의 사례 등을 들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도 지적한다.

반면, 중앙은 우리에게 닥치는 자연재난의 양상이 바뀌고 있음에 주목한다. 우리나라에 가을에 태풍이 오는 경우는 10년에 한 번꼴이라고 한다. 중앙이 차바를 “이례적인 가을 태풍”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역대로 가장 큰 피해를 안겨준 태풍이었던 1959년의 ‘사라’와 2003년의 ‘매미’도 모두 가을 태풍이었다.

중앙은 “가을이 되면 대기는 차가워지지만 해수면은 여전히 따뜻하기 때문에 이런 불안정성으로 인해 매서운 태풍이 발생한다”며 가을 태풍의 위력이 큰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해준다. 나아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이러한 가을 태풍이 앞으로 빈번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염려한다. 또한 “태풍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는데 지금쯤 남쪽으로 내려갔어야 할 고기압이 지난여름 이상폭염 등에 따른 온도 상승으로 제주도까지 확장됐기 때문”이라는 중앙의 설명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은 이제 ‘이변’이라기보다 ‘기후 변화’에 가깝다. 이 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지구온난화라는 새로운 환경 요인에 걸맞게 진일보한 재난 예보 시스템과 대비책을 마련하는 일”이라는 중앙의 제안은 설득력이 있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지구온난화로 인해 태풍의 위력은 날로 세지고 있다. 2003년의 태풍 매미 때는 만조 시기에 집중호우가 쏟아지고 강풍까지 몰아닥쳐 피해가 커졌다. 이번의 차바가 몰아닥쳤던 때의 상황과 판박이처럼 닮았다. 그럼에도 우리의 재난 대책은 10년 동안 별로 변한 것이 없었다. 이 점에서 “인재라는 말이 더는 나오지 않도록 정부 당국의 철저한 대비를 촉구”하는 한겨레 사설의 결말과, “가을 태풍에 대한 대비책도 가다듬어야 한다”는 중앙 사설의 제안을 새겨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재해를 설명하는 이론인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대형 사고가 생기기 전에는 29개의 작은 사고와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 300개의 아찔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이 법칙에 따르면 큰 재난은 작은 사건·사고들을 방치할 때 벌어지곤 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피해의 순간이 지나가고 나면, 재앙의 무서움을 쉽사리 잊어버리곤 한다. 안전 불감증은 정부의 부실한 대책만큼이나 심각한 사회문제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자연재해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중앙과 한겨레가 지적하는 문제를 곱씹으며 재난을 ‘인재’로 키우는 일이 없도록 매뉴얼과 대책을 다잡아야 할 때다.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추천 도서]

지구, 2084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박종대 옮김, 라임 펴냄, 2014년


[추천 도서]

오늘의 지구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김추령 지음, 양철북 펴냄, 2012년

북극의 얼음이 사라지면 그 밑에 있던 석유 등의 자원을 캐내 쓰기 편해진다. 북극 개발이 주목받는 이유다. 하지만 빙하가 사라졌다면 지구 환경은 얼마나 망가졌다는 소리일까? “우리 고조할아버지는 단봉낙타를 탔고, 증조할아버지는 메르세데스벤츠를 탔고, 할아버지는 점보제트기를 타고 세계를 누비셨어. 이제 우리는 다시 단봉낙타를 탄 채 세계를 떠돌고 있지.” <지구, 2084>에 나오는 2084년을 살아가는 미래 소년의 한탄이 섬뜩하게 다가온다.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오늘의 지구를 말씀드리겠습니다>의 저자 김추령 선생은 ‘내복’을 권한다. 내복만 입어도 난방용 에너지 소비는 훨씬 줄어든다. 더운 여름에 반바지와 샌들 차림으로 근무하는 것도 좋겠다. 이런 노력이 쌓이면 연료를 얻기 위해 숲을 파헤치고 바닷속을 헤집는 일도 줄어든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지구온난화와 기후 변화

지구의 연평균 기온은 400년에서 500년 정도를 주기로 1.5도 정도의 폭으로 오르내린다. 15세기에서 19세기까지는 비교적 지구 평균 기온이 낮았기 때문에, 지금의 온난화 현상은 기후 변화 주기상 자연스러운 측면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지구 기온 상승은 산업화의 영향에 따라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온난화의 원인은 아직까지 완전하게 규명되지 않았으나, ‘온실 효과’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가 가장 큰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지금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21세기 후반에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이 600ppm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지구의 평균 지표 온도가 2.5도 정도 상승하게 되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먼저 바다의 수온이 올라가 빙하가 녹으며 해수면이 상승한다. 그 결과 지구상의 여러 해안 지역이 물에 잠겨 사라지게 될 것이다. 나아가 대기 중에 수증기량이 늘어남에 따라 홍수 등이 더욱 빈발하게 나타나게 된다. 반면 해류 등의 변화로 지구상의 일부 지역은 가뭄이 극심해져 사막화가 진행되기도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겨울이 사라지고 태풍과 가뭄 등의 자연재해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모든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온난화의 피해를 막기 위해 1992년 6월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기후변화협약’을 맺고, 1997년 12월에는 ‘교토의정서’를 채택하였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협약이다. 현재 141개국이 의정서를 비준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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