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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1.21 20:04 수정 : 2016.11.21 20:04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힐튼 미드타운 호텔에서 ‘포용’과 ‘화합’을 역설하는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트럼프 시대’ 대처할 자격도 능력도 없는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한국은 안보와 경제 등 모든 면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그 어느 때보다 국가적 차원의 기민한 대처가 요구되는 시점이지만,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능력 상실로 모든 국정이 마비된 상태다. 박 대통령을 대신할 새로운 정치 리더십의 창출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

청와대는 오히려 트럼프 당선을 위기 탈출용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박 대통령은 9일 오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미국의 새 대통령 당선에 따른 경제·안보 분야의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10일 오전 박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굳건한 한-미 동맹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청와대는 크게 부각시켰다. ‘트럼프 시대에 대비해 국정을 안정시키고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치자’는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런 안간힘은 오히려 국가적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안보상의 중대한 위협이 있을 때 소집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우방국 대통령의 당선에 맞춰 연 것부터 ‘보여주기 이벤트’ 냄새가 물씬 풍긴다. 트럼프 당선자가 박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며 의례적인 이야기를 한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는 청와대의 모습도 씁쓸하기 짝이 없다. 이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오는 17일 미국 뉴욕에서 트럼프 당선자와 회담을 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는데 우리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한국이 처한 서글픈 현실이다.

박 대통령은 오는 19~20일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에 불참하기로 했다. 정확히 말하면 참석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외교부는 “북한의 5차 핵실험 등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그것이 헛된 변명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박 대통령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조롱과 멸시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국외로 나가 봤자 왕따를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중요한 국제 정상회의 참석을 포기한 것이야말로 박 대통령 스스로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계속 대통령직에 미련을 갖는 것은 무슨 심사인지 모를 일이다.

박 대통령의 외교 실력은 이미 바닥을 보인 상태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는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의 뇌를 조종하는 만평까지 실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정상 외교가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하다. 게다가 트럼프 당선자는 결코 녹록한 상대가 아니다. 무능력한 박 대통령이 민감한 현안을 놓고 그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기를 기대하는 것부터 무리다. 이래저래 박 대통령은 차기 미국 대통령을 상대하기에 부적격자다. 하루빨리 내치는 물론 외교·안보 문제에서도 손을 떼는 것이 그나마 나라를 돕는 길이다. 트럼프 당선을 위기 탈출의 호기로 여기는 착각은 박 대통령 자신과 국가를 모두 불행하게 만들 뿐이다.

[중앙일보 사설] 현실 된 트럼프 충격…관료라도 주도적으로 뛰어야

이번 미국 대선에서 기존 국제질서를 부정하며 외설과 기행을 일삼아온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이겼다는 건 믿고 싶지 않더라도 냉엄한 현실이다.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대책을 마련하는 게 옳다.

주위를 둘러보면 다른 나라들은 이미 신속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 이상으로 충격을 받은 일본은 10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트럼프에게 축하전화를 한 데 이어 오는 17일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연다.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트럼프에게 “조만간 유럽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 영국·독일·프랑스 정상 등도 다투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세계 각국이 트럼프에게 러브콜을 보내며 각자도생(各自圖生)하기 위해 뛰고 있는 셈이다.

이에 비해 우리는 훨씬 위기감을 느끼면서도 어쩔 줄 몰라 허둥대는 형국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순실 게이트로 혼란한 상태에서 안보와 경제의 근간을 흔들 의외의 상황이 벌어진 탓이다. 외교 라인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도 시원치 않을 판에 최고 사령탑이 완전 마비된 상태라 그럴 만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도 10일 축하전화를 하긴 했지만 정상회담을 할지, 한다면 누가 할지도 오리무중이다.

상황이 이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무릇 국가는 정권을 잡은 정치세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관료들의 협업으로 굴러가게 돼 있다. 국민의 선택으로 집권한 정치세력은 관료들의 힘을 빌려 시대정신을 구체적 정책으로 실현하는 게 원칙이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국정 공백 상황에서는 누가 집권하든 반드시 해야 하는 최소한의 업무는 관료들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게 옳다. 막스 베버는 관료를 “영혼 없는 집단”이라고 했다. 줏대 없는 집단이라는 비아냥 같지만 한편으론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필요한 업무를 해낼 수 있는 게 관료라는 의미다.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 외교·통상 관료들이 눈치만 보며 복지부동해서는 안 된다. 누가 보든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과감하게 추진하는 게 마땅하다.

트럼프 정권에서 외교·통상 정책을 맡을 핵심 인물과 접촉해 한반도의 특수성과 양국 무역의 중요성을 이해시켜야 한다. 트럼프가 유력 후보로 떠오르면서 우리가 그의 인적 네트워크에 너무 어둡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잘 찾아보면 활용할 만한 인물도 적잖다. 한 해 몇 차례 방한하는 에드윈 퓰너 전 헤리티지재단 이사장은 잘 알려진 지한파다. 트럼프가 존경을 표시했다는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유럽보다 아시아를 중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존 볼턴 전 국무부 부장관 등 한반도 상황에 익숙한 인사들도 트럼프 곁에 다수 포진해 있다. 이런 인사들과의 접촉 면을 최대한 넓히고 상황 변화에 따른 우리의 입장을 적절히 개진한다면 트럼프 정권의 한반도 및 통상 정책도 우리에게 유리하게 변할 수 있을 것이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박 대통령, 위기 모면 기회라는 착각 버려야”…중앙 “관료들 나서서 대책 마련해야”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부동산 재벌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지난 8일(현지시각) 예상을 깨고 당선됐다. 미 <시엔엔> 방송은 투표 전날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 당선 확률이 91%로 높아졌다고 보도하는 등 대부분 언론은 트럼프의 패배를 예상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트럼프는 압도적인 승리를 했다. 그동안 공직 경험이 없는 ‘워싱턴 아웃사이더’가 출마 선언 1년 만에 162년 전통의 보수정당 공화당 후보에 오른 데 이어 마침내 미국 대통령이 되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트럼프 승리에는 기존 지지층인 쇠락한 중서부 제조업 지대 백인 노동자들의 결집과 그동안 숨어 있던 지지자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나갔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비롯해서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미 워싱턴 정가와 주류 언론, 월가 등으로 대표되는 기존 질서를 유권자들이 거부한 결과라는 평가도 있다.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미국과 세계질서를 예고한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내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미국 이익 우선주의를 강조해왔다. 한국을 향해서도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를 누리면서 경제 발전을 구가한 무임승차국이라고 비난하면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라는 주장도 했다. 그동안 유지해왔던 한-미 관계의 변화도 예상된다. 이런 예상 밖의 트럼프 당선에 대해 중앙과 한겨레 사설은 한목소리로 우리나라에 미칠 파장을 걱정하고 대안을 제시하지만 그 내용과 방향은 상당한 시각차를 드러낸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은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관료들이라도 나서서 차분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한겨레는 트럼프 당선을 위기 탈출의 호기로 여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착각을 더 강조해서 지적했다. 이런 시각차는 ‘현실 된 트럼프 충격…관료라도 주도적으로 뛰어야’라는 중앙과 ‘‘트럼프 시대’ 대처할 자격도 능력도 없는 대통령’이란 한겨레의 사설 제목에서부터 분명하게 읽힌다. 중앙은 이번 대선에서 기존 국제질서를 부정하며 외설과 기행을 일삼아온 트럼프의 당선이라는 믿고 싶지 않은 냉엄한 현실을 전제로 대안을 제시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발빠른 대처를 예로 들면서 우리는 일본에 비해 훨씬 위기감을 느끼면서도 어쩔 줄 몰라 허둥대는 형국임을 지적한다. 그렇지 않아도 최순실 게이트로 혼란한 상태에서 안보와 경제의 근간을 흔들 의외의 상황 앞에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 지금처럼 국정 공백 상황에서는 누가 집권하든 반드시 해야 하는 최소한의 업무는 관료들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게 옳다는 주장이다. 반면, 한겨레는 그 어느 때보다 국가적 차원의 기민한 대처가 요구되는 시점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능력 상실로 모든 국정이 마비된 상태라는 점을 강조한다. 박 대통령을 대신할 정치 리더십의 창출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는데도 청와대는 오히려 트럼프 당선을 위기 탈출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트럼프 시대에 대비해 국정을 안정시키고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치자는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의 이런 안간힘은 오히려 국가적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중앙은 위기 상황에서 관료들의 분발을 촉구하면서 좀더 구체적인 역할을 주문한다.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 외교·통상 관료들이 눈치만 보며 복지부동해서는 안 될 뿐 아니라 누가 보든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과감하게 추진하는 게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정권에서 외교·통상 정책을 맡을 핵심 인물과 접촉해 한반도의 특수성과 양국 무역의 중요성을 이해시켜야 한다는 점을 주문한다. 트럼프가 유력 후보로 떠오르면서 우리가 그의 인적 네트워크에 너무 어둡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잘 찾아보면 활용할 인물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에드윈 퓰러 전 헤리티지재단 이사장이나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 회장, 존 볼턴 전 국무부 부장관 등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이런 인사들과의 접촉면을 최대한 넓히고 상황 변화에 따른 우리의 입장을 적절히 개진한다면 트럼프 정권의 한반도 및 통상 정책도 우리에게 유리하게 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반면 한겨레는 이미 국정농단 사태로 국민들에 의해 사실상 통치 능력을 상실한 박 대통령이 트럼프 정권의 출범을 오히려 위기 모면의 기회로 삼으려 하는 게 아닌가를 경고한다. 트럼프 당선 직후인 9일 우방국 대통령의 당선에 맞추어 소집한 국가안전보장회의도 ‘보여주기식 이벤트’ 냄새를 풍긴다고 비판한다. 또한 박 대통령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조롱과 멸시의 대상으로 전락했으며 국외로 나가 봤자 왕따를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에 불참하기로 했는데 이런 중요한 국제 정상회의를 포기한 것이야말로 박 대통령 스스로 대통력직을 수용할 수 없음을 자인하는 증거라는 입장이다. 하루빨리 내치는 물론 외교·안보 문제에서도 손을 떼는 것이 그나마 나라를 돕는 길이라는 주장이다.

김기태(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추천 도서]

거래의 기술: 트럼프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도널드 트럼프 지음, 이재호 옮김, 살림출판사 펴냄, 2016년

이 책에는 트럼프가 어떻게 사업을 꾸려가는지를 비롯한 그의 활동 내역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막말을 일삼는 허세 가득한 사기꾼이라는 그동안 알려진 이미지와는 달리 매우 치밀하고 집요한 협상가이자 말 그대로 거래의 달인으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독불장군 같은 행보 뒤에 숨어 있는 트럼프의 성공을 위한 11가지 지침도 포함되어 있다.


[추천 도서]

트럼프 신드롬: 가치와 올바름이 조롱받는 시대

장준환 지음, 한스컨텐츠 펴냄, 2016년

이 책은 트럼프 신드롬이 대중의 감성적 분노와 은밀한 욕망을 일깨우고 자극하면서 매우 위험한 곳을 향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과연 트럼프 신드롬의 실체는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추적하며 올바른 대안을 모색한 책으로 한국 사회에 또 다른 트럼프 신드롬이 등장하지 않도록 조언까지 덧붙이고 있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도널드 트럼프

도널드 존 트럼프는 1946년 미국 뉴욕에서 부동산 개발업자인 프레드 트럼프의 5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그는 20대부터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아 부동산 개발업에 뛰어들었고 뉴욕에 자신의 이름을 딴 화려한 초고층 빌딩을 잇달아 개발해 ‘트럼프 거리'를 만들면서 이름을 얻었다. 부동산 개발업을 주목적으로 하는 트럼프그룹의 회장 겸 사장을 맡았으며, 트럼프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를 설립해 전세계에 호텔과 고급 콘도미니엄 사업을 진행했다. 트럼프는 기성 정치권과 거리를 두었지만, 1988년에 이미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아 아쉬운 인물로 꼽힐 정도로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미스유니버스 같은 미인대회를 운영하는가 하면, 미국 <엔비시> 방송의 리얼리티쇼 진행자로 나설 만큼 트럼프는 사업가 이상의 행보를 보여왔다. 2015년 7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한 뒤, 올해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공화당 대선주자가 되었으며, 11월8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많은 사람에게 극우파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9년 동안 민주당에 몸담았으며 성적소수자에 대한 권리 보장을 지지하는 등 그의 성향은 진보 또는 보수로 나누기 애매하다. 그동안 민주당원이었던 트럼프가 공화당을 접수하고 이념도 정통 보수와는 괴리가 있자, 기존 공화당 정치인들은 이에 반발했다. 이렇게 그는 민주당, 공화당, 언론 모두에 지지를 받지 못한 아웃사이더로 불렸다. 인종차별과 여성 비하까지 포함한 트럼프의 거침없는 말과 행동은 공화당 내 유력 정치인들이 트럼프에 등을 돌리게 만들었지만, ‘트럼프 현상'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백인 저소득층 남성의 열광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단아 트럼프식 정치는 과연 어떻게 미국을 변화시킬 것인가.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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